2009.02.06 08:10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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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비비고 다시 눈을 제대로 떴다. 그리고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이제야 내가 어디에 있는 지 알게 되었다.


나. 돌아온거야.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우리 집 앞으로.


"우아아앙.. 오빠. 도대체 어딜 갔다 이제 온거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하지만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윤화가 나한테 매달려서 안겼고, 옆을 보니까 나랑 같이 여기에 떨어진 서연이랑 다솜이, 그리고 미란이가 이 쪽을 쳐다보면서 굳어있어. 그 뿐 아니라 유정이랑 혜인이, 게다가 새롬이까지 보여.


큰일났다. 이 상황을 그대로 놔뒀다가, 뭔가 일이 터져도 단단히 터질 것 같아. 하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으니.


"윤화야, 미니만 보이고, 내가 온 건 안 보여?"
"서연언니?!"


윤화는 여전히 나한테 안긴 채로 서연이랑 눈이 마주쳤다. 자기도 같이 게임속 세계에 빠졌다가 같이 돌아왔는데 윤화는 내가 돌아온 것만 반가워하고 자기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까 실망한 것 같다.


"모두.. 이제야 돌아와서 미안해.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밖에 있는 애들이랑 함께 집 안으로 같이 들어가니까, 완전히 집 안이 꽉 찼다. 나, 윤화, 서연이, 다솜이, 유정이, 혜인이, 새롬이, 게다가 다솜이 친구인 미란이까지 있으니까.


"다솜아.. 여기 있는 애들, 다 누구야?"
"나도 잘 모르겠는데.. 윤민이랑 아는 애들인것같아."


윤화는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나한테 알려줬다. 내가 장 보러 간 뒤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고 하고, 혹시 그 때처럼 이상한 언니가 나를 납치한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하고, 혹시나 해서 TV에서 뉴스를 보니까 서울 곳곳에서 몇십명씩 실종자가 나왔다고 하고, 오늘 학교에서도 내가 걱정되어서 수업도 머리에 안 들어오고 하루종일 울고만 있었고 결국 조퇴까지 했다고 한다.


나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당한 일이긴 하지만, 내 동생인 윤화가 나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을 생각하니 나도 마음이 아프다.


"걱정마, 윤화야.. 나.. 돌아왔으니까."
"다행이야.. 오빠가 무사해서."


윤화 얘기가 끝난 뒤, 나도 내가 겪은 일들을 여자애들한테 말했다.


내가 심부름을 갔다가 뭔가 세상이 허공으로 바뀌었고, 그 뒤 게임속 세상으로 빠진 뒤, 같이 페스티벌에 갔던 다른 여자애들하고도 게임 속에서 만나고, 게임 속에서 운영자 블랙스퀘어랑 싸웠던 얘기. 그리고 그 블랙스퀘어를 겨우 이기고 열린 틈 사이로 들어오니까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


뭐 내가 이런 얘기를 해봤자 직접 이 일을 겪은 당사자인 다솜이, 서연이, 그리고 미란이 빼고는 믿어줄 리가 없겠지만.


"역시.. 차원을 넘어간게.. 맞구나."


지금까지 듣고만 있던 혜인이가 이제야 입을 열었다. 차원을 넘어갔다니,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얘기야.


"차원을 넘어갔다니?"
"아까.. 그 블랙스퀘어라는 운영자가.. 어떻게 그 게임 속으로.. 가뒀다고 했어?"
"그녀석이 말하기로, 소원을 들어준다는 책을 우연히 구해서 읽은 뒤 페스티벌 도장에다가 결계로 들어가는 표시를 만들었다는데.."
"그거.. 윤민이가 말한 게 사실이라면, 마도서인데. 그게 책방에.. 어떻게?"


뭐, 마도서라고?


지금 여기 애들이 한두명 있는것도 아닌데, 혜인이가 마녀라는 것을 다른 애들한테 밝혀버리면 안 되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맞다, 오빠. 어제 오빠 없어졌을 때, 책방에서 전화왔어. 판타지소설 연체되었다고 빨리 갖다달래."


혜인이가 얘기를 하는 중에 윤화가 끼어들었다. 그러고보니 그게 있었지. '재로 - 완벽한 차원'. 한번 보고 난 뒤 뭔가 좀 아니라서 처박아놓고나서 여태 돌려주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더니, 결국 연체전화가 왔구나.


"잠깐 책방 좀 갔다올께."


그 게임속 세계로 빠진 뒤에 날이 이렇게 지나갈 줄은 몰랐으니까. 책방 누나한테 한 소리 들을 게 뻔하지.


다행히도 하루밖에 연체가 안 되어서 연체료는 100원밖에 안 나왔지만, 예상대로 책방 누나한테 한 소리 들었다.


"주윤민. 평소에는 제때 갔다주더니, 실망했어. 이거 신간이라서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죄송해요.. 누나."
"자꾸 연체하면 포인트 깎는다?"
"네.."


중학생때까지만 해도 할 일 없을 때 책방에서 책을 빌려보는 게 재밌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별의별 일들에 휘말리다보니 책을 볼 시간도 없고, 시간 내서 본다고 해봐야 책이 별로 재미없다는 게 문제다.


분명히 어렸을 때는 양판소 아무거나 하나 빌려봐도 재미있었는데 말이지.


책을 갖다주고 집으로 오는데, 우리 집 문 앞에 서 있는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봤다.


"이상하군. 분명히 여기 어딘가에 여자애들이 많이 들어가는거 봤는데.. 어디일까."


좀 더 가까이서 보니까, 틀림없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히 바로 그 '조공명'이다. 방금 한 말에 따르면 분명히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여자애들을 봤다는 얘긴데. 하필이면 지금 이럴 때에.


"너, 도대체 누군데 자꾸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거야."


이런. 생각해보니 내가 조공명을 너무 가까이서 봤어.


"그냥 지나가는 길인데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괜히 이런데서 시비가 생겨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지금은 그냥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삼십육계의 마지막도 도망치는 것이라고 했잖아.


집으로 돌아온 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연이, 다솜이, 미란이, 그리고 혜인이 넷만이 앉아있고 다른 여자애들은 다들 바닥에 뻗어있다. 게다가 앉아있는 애들도 표정이 좋지 않다. 내가 없는 사이에 여자애들끼리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얼핏 보니까 혜인이가 애들한테 뭔가 한 것 같긴 한데.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민군. 혜인이.. 쟤.. 무서워."


서연이마저 표정이 안 좋아. 변혜인. 정말 너 뭔가 한 거 아냐?


"미안해.. 윤민이가 나간 사이에, 윤민이 동생이.. 자꾸 윤민이보고 마녀한테 홀렸다고 계속 얘기해서."
"윤화는 그렇다치고, 왜 다른 애들까지.."
"다들.. 나보고 윤민이를 몰래 감췄다고.. 윤민이랑.. 뭐했냐고 자꾸.. 그러길래.."


나랑 서연이, 다솜이, 그리고 다솜이 친구 미란이가 게임 속 세계로 들어간 것은 당사자들이 아니면 확실히 믿기 힘들지. 그리고 혜인이가 마녀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혜인이가 한 짓으로 오해할 수 있고. 하지만 오해를 이런 식으로 푸는건 뭔가 아니잖아.


"변혜인. 애들이랑 이제 친해진 줄 알았는데.. 애들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어떡해. 실망했어."
"미안해.. 윤민이 도와주려고 한 거였는데."
"다들 무사한거지? 다치게 한 건 아니지?"
"애들은... 무사해. 잠시 정신을 잃게 한 것 뿐이니까, 시간이 좀 지나면 깨어날거야. 아, 새롬이라는 애는... 깨어나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거야."


휴. 그나마 애들이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왜 하필 새롬이만? 생각해보니 혜인이는 새롬이랑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새롬이를 별로 좋지 않게 봤지.


"새롬이.. 그 애, 보통.. 애가 아니야."
"초등학생 나이에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게 보통 애는 아니지."
"아냐.. 그것 뿐만이 아니야. 새롬이.. 누군가한테 기억을 조작당한 것 같아."


그러고보니 새롬이가 뭔가 이상하긴 했어. 다른 건 몰라도, 윤화가 만든 요리를 맛있다고 한 것이 특히 이상하긴 해. 하지만 기억 조작이라니? 이해할 수가 없다.


"기억을 조작당했다니.. 도대체 어떻게?"
"새롬이.. 얘한테, 누군가가 마력으로 손댄 흔적이.. 있어."
"마력이라니?"
"내가.. 마녀라서인지는 몰라도, 다른 누군가의.. 마력을 느낄 수가 있어. 얘. 누가 그랬는지는 몰라도, 누가 마력으로 기억에 손을 댄 것이... 느껴져."


상상이 안 간다. 누군가가 마력으로 다른 누군가의 기억에 손을 댔다니.


"꼭두각시같이 만드는 거야?"
"비슷해. 자라면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마력을 집어넣어서 꼭두각시로 만들었거나.. 아니면, 태어나는 과정부터.. 뭔가 마력과 관계되었을 수 있어."
"그러면.. 새롬이도 혜인이같이 마녀라는거야?"
"아냐. 나랑은 달라. 나는 혈통으로 능력을 이어받았지만.. 얘는.. 아냐."


혜인이의 말을 들을 때마다 무서워진다. 혜인이의 말이 맞다면, 도대체 무슨 만화나 게임에 나오는 것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거냐. 일단 마녀가 실존한다는 것부터가 이상하지만.


"여튼.. 윤민아, 얘랑은 가까이 하지 않는게.. 좋아. 윤민이를 위해서도."
"응.. 알았어."


혜인이가 거짓말을 할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다. 누가 보면 나보고 '마녀한테 홀렸다'고 하겠지. 하지만 혜인이는 마녀이긴 해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마녀 이미지랑은 거리가 있다고.


"아까 그 마도서..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다면, 만약에.. 그 마도서를 읽은 사람이.. 보통 사람이거나, 마력이.. 부족하면, 그 사람의 소원은.. 들어주지만, 마도서가 그 사람의.. 정신을.. 잠식하게 돼."
"정신을 잠식하다니.. 그러면 어떻게 되는거야?"
"자기의 의지가 아닌.. 마도서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 그리고.. 원하는 소원을.. 이루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 안에 갇히게 되는 거야."
"그러면.. 새롬이도 설마 마도서로 그렇게 되었다는 거야?"
"아냐. 새롬이는.. 그런 거는 아냐."


그러면, 그 블랙스퀘어는 마도서의 마력을 제어할 수 없는 보통 사람이라서 결계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그 자신도 갇힐 수밖에 없는건가.


"그러면.. 혜인이는 그 마도서의 마력을 제어할 수 있는거야?"
"나도.. 거기까지 다룰 수 있는 정도는 아냐. 하지만.. 우리 일족 중에 과거에 그 능력으로.. 자기 소원을 이룬 분이 계셨어. 하지만.. 그 분의 몸도.. 많이 편찮으셨어. 그 과정에서."


혜인이도 마력으로 제어할 수 없는 마도서라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거야?


"그런데, 혜인이는 어떻게 그 마도서를 알고 있는거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면서.. 짐을 챙기는 과정에서, 그 마도서만 잃어버렸어. 그런데.. 그게.. 책방에 있었다니.."


...뭐야. 그러면 그 잃어버린 마도서 하나 때문에 여태 우리가 이 고생을 했단 말야? 정말 물건 간수 잘못한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큰 일이 생겼다니.


내 꼬여버린 인생. 이미 회복은 불가능한 걸까. 마녀라던가.. 마도서라던가, 왜 내가 이런 것들하고 인연이 생겨버린거야.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이 꿈이었으면 좋겠어.


"미안해.. 윤민아. 그리고.. 다른 애들한테도."
"수습하기엔.. 일이 너무 커졌잖아. 어떡할거야."
"그.. 운영자가 어디 사는지, 혹시.. 알아?"
"내가 그런 걸 알리가 없잖아."
"..."


혜인이도 풀이 완전히 죽어버린 상태다. 수습을 해야 되겠는데 수습을 하기에 혜인이의 능력으로도 일이 너무 커져버려서 그런가.


"나.. 먼저 가볼께. 마도서.. 한번 찾아봐야겠어. 서울 전체를 헤메는 한이 있더라도.."
"찾을 수 있겠어? 서울에 책방이 한두군데가 아닌데.."
"그래도.. 한번 찾아볼거야. 그 운영자가 다니는 게임회사라도.. 어디 있는지 혹시 알아?"
"뇌없플? 거기는 알아. 강남구에 테헤란로인가.. 그 근처에 있는데."
"응.. 한번 그 쪽 주변을 찾아봐야겠어. 잘 있어, 윤민아."
"혜인아!"


혜인이는 내가 부른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아까전에 밖에 조공명이 있어서 조심하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이거 어떻게 하지.


"민군.. 그렇게.. 무서운 애랑.. 우리가 여태 놀고 있었던거야?"
"나도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


서연이는 혜인이가 나간 뒤에야 말을 시작했고, 다솜이랑 미란이 둘은 자기들끼리 뭔가 소근거리고 있는 것 같은데.. 둘 다 표정이라던가 얼굴 색이 좋지 않다.


혜인이가 나가고 난 뒤에야, 윤화랑 유정이가 눈을 떴다.


"으음.."
"모두 괜찮아?"
"그 마녀.. 안보이네. 혼내줘야 하는데.. 오빠. 마녀.. 어디간거야?"
"혜인이.. 볼 일이 있다고 급히 나갔어."
"거봐.. 윤민아. 그런 애랑은 안 노는게 좋아. 윤민이는 내가 지켜주니까."
"넌 미니를 나만큼은 잘 모르잖아."
"하지만 내가.. 그 이상한 선배한테서 윤민이를 구해주기도 했는걸."


큰일났다. 애들이 깨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싸우기 시작하는거냐. 수습해야 해. 최대한.


"모두.. 싸우지 마. 내가.. 잘못했어. 내가 말도 없이 사라져서.. 모두 걱정하게 했으니까."


다행히도 다른 애들은 모두 내가 한 사과를 받아주는 모습이었다.


"괜찮아.. 미니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미니가 아니었다면.. 나랑 쟤들은 돌아오지 못했을 거야."
"아냐.. 윤민이가 돌아와줘서.. 다행이야."
"윤민이가.. 그렇게 활약을 할 줄은 몰랐는걸."


그 중에서 딱 한명만 빼고.


"오빠가 마녀한테 홀리니까 자꾸 이상한 세계로 빠지고 그러는 거라니까.. 오빠를 위해서 그 마녀.. 찾아서 혼내줘야 해."
"혼내주려다가 되려 당하면 어떡해."
"거봐. 오빠 마녀한테 홀린거 맞다니까."
"그래도.. 그 애. 정말 마녀라고 해도..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은데."
"오빠도 모자라서 이젠 서연언니마저.. 홀린거야?"


그러니까 난 마녀한테 홀린 게 아니라니까. 도대체 왜 다들 오해하고 있는거야.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사이에 날은 어두워졌고, 이제 여자애들도 집에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때맞춰서 서연이랑 유정이, 그리고 다솜이랑 미란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이제 집에 가봐야될 것 같아. 잘있어, 민군."
"윤민아.. 고마워. 윤민이가 아니었다면.. 게임 속 세계에서 못 나왔을 테니까."
"내일 학교에서 봐, 윤민아."


아까전에 혜인이가 한 얘기를 듣고 충격을 너무 받았는지라 애들한테 얘기하는 것을 잊어버렸는데,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얘기가 있었지.


"아.. 맞다. 아까 나 책방에서 오다가.. 조공명 만났어. 모두 조심해."
"조공명이면.. 그 변태?"
"응. 맞아. 그 조공명이랑 마주쳤어. 우리 집 앞에서 '여자애들이 많이 들어가는' 걸 봤다는 식으로 얘기했으니까.. 조심해."


뭐 그 뒤로 시간은 한참 흐른 뒤니까 설마 조공명이 아직도 우리 집 앞에 있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래도 조공명이 우리 동네에 있는 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리고.. 혜인이가 마녀라는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혜인이도..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고, 마녀가 학교에 있는 게 알려지면, 아니, 마녀가 정말 있다는 게 알려지면.. 수습이 정말 안 될 것 같아."


이렇게 말은 했지만, 솔직히 불안하긴 하다. 그래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애들 이외에는 혜인이가 마녀라는 것을 모를테니까.


여자애들이 집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아직도 새롬이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말로 혜인이가 말한대로 새롬이의 의식을 누군가가 마력으로 조작하고 있다면.. 이거 뭔가 장난이 아닌데.


"아.. 윤민.. 오빠?"


휴. 다행히도 새롬이도 의식은 돌아왔다.


"괜찮아, 새롬아?"
"언니들.. 다들.. 어디.. 갔어요, 윤민오빠?"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다들 집에 갔어."
"윤민오빠. 마녀가.. 무서워요. 정말.. 마녀한테.. 홀린거, 아니죠?"


새롬이도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혜인이는 진작에 갔고, 다른 여자애들이 돌아가고 나서도, 새롬이가 '마녀'로서의 혜인이를 보고 난 충격이 그렇게나 컸던걸까.


"걱정마. 내가.. 그런거에 홀릴 사람이 아냐."
"오빠는 거짓말쟁이래요. 마녀한테 그렇게 홀려놓고도 정신을 못 차려요."
"윤화언니.. 윤민오빠가 마녀한테.. 여태 홀려있는 거예요?"
"응. 오빠는 안 그런다고 하지만, 마녀가 오빠한테 나타난 뒤로 계속 홀려있는걸."


이상하게 윤화랑 새롬이 둘이 죽이 잘 맞는다. 그것도 맞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만 계속.


"새롬아. 동화책에서는 나쁜 마녀만 나오지만, 마녀라고.. 다 나쁜 건 아냐. 혜인이 말고 다른 마녀 본 적 있어?"
"아뇨.."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 혜인이가 마녀라고 해서.. 그런 동화책 속 나쁜 마녀랑 같다고는 할 수 없잖아."
"그러니까 오빠가 마녀한테 홀렸다는 거야."


도대체 혜인이에 대한 윤화의 편견은 언제 풀릴지 모르겠다. 게다가 새롬이도 그런 윤화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있으니까.


"많이 늦었으니까, 내가 바래다줄께, 새롬아."
"고마워요, 윤민오빠."
"또.. 오빠 그때처럼 잃어버리는 건 아니지?"
"걱정마.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을테니까."


새롬이랑 함께 집을 나섰다. 새롬이가 아무리 지금 고등학생이고 나랑 같은 학년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열두살밖에 안 먹은 애니까 밤길을 무서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얼마전에 어린 애들이 행방불명되었는데 변사체로 발견되었을 정도니까 부모님이 더더욱 걱정할 것이다.


다행히도 조공명은 이 주변에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윤민오빠."
"응?"
"정말.. 그 마녀언니한테 홀린거, 아니죠?"
"아니라니까."
"마녀가.. 아까 윤민오빠 없었을 때.. 저한테 뭔가 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깨어나보니까.. 다들 갔고.. 무서워요."
"걱정마. 혜인이한테 잘 말해서, 새롬이한테 그러지 말라고 얘기할테니까."
"정말이죠. 마녀가 저한테 안 오게 할 수 있는거죠."
"걱정말라니까."


혜인이랑 새롬이. 둘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둘이 서로 크게 맞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롬이는 혜인이가 마녀라는 걸 알게되고 나서, 그리고 혜인이가 새롬이한테 뭘 했는지 몰라도 혜인이를 무서워하고 있다. 그리고 혜인이는 새롬이를 보고 좋지 않다고 말한 것도 모자라서 새롬이의 기억이 마력으로 조작당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걸까. 어쩌면 둘 다 서로 오해하고 있는게 아닐까. 혜인이랑 새롬이 둘 다 내가 보기에는 좋은 애들 같은데.


얘기를 하고있다 보니까 새롬이네 집에 벌써 도착. 조공명같은 위험인물을 만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윤민오빠. 저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내일 학교에서 봐요!"
"응, 잘있어."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이런 어린애한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확실히 인간으로서 살아갈 자격이 없다. 물론 인터넷에서랑 온라인게임에서 보는 초딩들이 싫긴 하지만, 걔들도 자라면 철이 들게 되겠지. 내 동생은 아직 철이 들려면 멀었지만. 물론 나도 아직이고.


정말 왜 이렇게 세상이 험해졌는지 모르겠다. TV 뉴스에서는 살인사건같은 게 자꾸 나오고.. 정말 눈 감으면 코를 베어가는 세상이 지금 이 세상이 아닐까 한다.


"TYN 뉴스입니다. 실종자들 대다수가 가정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실종자들은 게임 속 세계로 빠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돌아왔다는 것을 보면, 혹시 그 '건전 앤 파이터' 속으로 빠진 사람들 이야기인가. 나 뿐 아니라 다들 무사히 돌아왔다면 다행이긴 하네.


휴. 오늘은 정말 간만에 집에서 편하게 자겠구나. 내일부터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을텐데. 침대에서 누워 있는데.. 누가 들어오는거야. 하긴 지금 이 집에서 들어올 사람이 하나밖에 없지만


"오빠."
"여기는 왜.."
"나랑 같이 자. 오빠.. 또 없어지는게 아닐까 불안해."
"에이 설마. 또 그러겠어."
"그리고.. 혹시 나 없는 사이에 마녀가 또 오면 어떡해."


윤화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특히 혜인이한테 민감하다. 윤화랑 혜인이 둘이 만났을 때 혜인이가 윤화한테 오해를 많이 샀지. 그리고 오늘도 내가 없는 사이에 윤화를 포함한 여자애들한테 혜인이가 뭔가 했으니까.


"알았어.. 대신 이상한 짓은 하지 마."
"하라고 해도 안해. 그냥 잘거야. 대신.. 추우니까, 안아줘."
"이제 3월도 다 끝났는데 뭐가 춥다고 그래."
"그래도.."


동생이라고 있는 게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 그렇다고 또 안들어주면 내일 나 일어날 때 무슨 이상한 짓을 할 지 모르니까, 들어줘야지.


"오빠.. 품.. 따뜻해."


아무리 내 동생이라지만, 이러다가 나중에 남자친구는 사귈 수 있을지 정말 걱정된다. 요새 꾸미고 다니는 거 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건전 앤 파이터' 속 세계에서 몸을 너무 많이 움직였는지, 정말 정신없이 잠이 든 것 같다. 이제 뭔가 날이 밝아진 것 같은데..


"오빠.. 나.. 고백할 게 있어."


윤화 얘는 도대체 꼭두새벽부터 또 뭔 고백이라는 걸까.


"나..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왜 안 말했는지.. 알아?"
"누군데."
"나.. 오빠 친동생 아니잖아. 처음.. 오빠 봤을 때부터.. 오빠가.. 나한테 잘 해주니까.. 언젠가.. 오빠를 내 남자로.. 만들고 말겠다고.. 했으니까."


아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아무리 친동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게 동생이라는 게 나한테 할 얘기야?


"그렇게 말해놓고.. 나한테 여태 했던 이상한 짓들은 뭐야."
"언니들한테.. 오빠 뺏기기 싫어서. 서연언니만으로도.. 벅찼는데, 유정언니라던가, 그 오빠 납치했던 이상한 언니라던가.. 마녀까지. 그래서.. 늦기 전에..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여태 자주 꾸미고 몸을 가꾸고 그런게.. 설마?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맞아. 오빠 때문이야. 오빠.. 내 남자로 만들거야. 누구한테도.. 뺏기지 않을거야. 나만 바라보고.. 살게 할거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나랑 윤화가 친남매가 아니긴 하지만, 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근친이라는 것은 위법이라구.


"오빠.. 오늘은, 나 주윤화가.. 오빠를 점 찍은 날이니까, 달력 한번 보고, 기념했으면 좋겠어."


도대체 달력은 또 왜 보라는걸까. 하지만, 일어나고 나서 달력을 보고서야 윤화가 지금까지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은, 다른 날도 아닌, 바로 4월 1일 만우절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안 낚이겠지 했는데 일어나기도 전에 윤화한테 낚여버린 거다.


"주윤화..!!"


- 다음회에 계속 -


이번 회에, 무사히 돌아온 윤민과 여자애들. 하지만 돌아온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필이면 조공명. 그리고 혜인이가 마녀인 것을 다른 애들도 알게 되었고, 혜인이의 잃어버린 마도서 때문에 모든 것이 발생해서 그 마도서를 찾으러 떠난 혜인. 그리고 혜인이랑 새롬이는 서로 극상성이라는 것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죠. 새롬이를 조심하라고 하는 혜인이, 그리고 유난히 윤화랑 죽이 잘 맞는 새롬이. 그리고 그 다음날에 괴상한 고백을 윤민한테 한 윤화. 하지만 그것은 만우절 낚시였죠. 윤민이에게 평범한 일상은 과연 언제쯤?


그리고 윤민이랑 윤화가 친남매 아니었던 것을 결국 이번 회에서 밝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전개에는 무슨 영향을 끼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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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Blader 2 에테넬 2009.02.10 788 1
59 Blader 2 에테넬 2009.02.06 722 2
58 윤회(Reincarnation) 윤회의 장(章) (1) 1 게임 2009.02.06 676 0
57 사립과학수사연구소 4 idtptkd 2009.02.06 1047 0
56 벽력활검(霹靂活劍) 7 Bryan 2009.02.06 922 5
55 Blader 2 에테넬 2009.02.06 688 0
54 윤회(Reincarnation) 창조의 서(序) 2 게임 2009.02.06 790 0
»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LiTaNia 2009.02.06 588 0
52 Blader 2 에테넬 2009.02.06 698 1
51 마왕 2 또또님 2009.02.04 755 2
50 Blader 2 에테넬 2009.02.06 689 1
49 Blader 4 에테넬 2009.02.03 709 1
48 무제 1 소엽 2009.02.02 679 1
47 Blader 2 에테넬 2009.02.06 719 1
46 Blader 2 에테넬 2009.02.06 718 3
45 어쩌면 아직남은 귀명 - 0 하테루의창고 2009.02.01 660 1
44 Blader 4 에테넬 2009.02.01 759 0
43 glory morning bringer 감자는칩이다 2009.02.06 650 0
42 Blader 2 에테넬 2009.02.06 693 0
41 Blader 3 에테넬 2009.01.29 66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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