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본 소설은 추천게임에 등재된 '어떻게 알았어(HG)'의 '다른 버전' 이야기이며,

장르도 약간 다르고, 스토리의 전개법도 차이가 있습니다.

허나 이야기의 전체적인 느낌이 게임의 스토리에 스포일러 역할을 해주는 요소가 있을수 있으니,

이점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소설표지.png


<어떻게 알았어?>

<2화>




물 세 번 째 생일을 맞은 그였지만,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감각했다. 축하해 주는 사람 한명 없고 그다지 축하 받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생일은 이름뿐인 날이었고, 여느때와 같이 그에겐 해야 할 일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혼자 사는 자취생이다.

찬장을 열어보니, 하나 남은 라면봉지가 널브려져 있었다. 그는 허기를 달래려 냄비를 꺼내 물을 끓이고, 라면을 끓일 준비를 해둔 뒤 물이 끓는 동안 잠시 창밖을 내다 봤다.

언제나와 같이 이 시간엔 울보 딸을 업고 왼손에 보라색 플라스틱으로 된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아주머니가 그의 시야에 들어온다.

 

기쁜가보네.”

 

힘찬 딸의 울음에 잔뜩 인상을 쓴 것과 상반되게 그가 말했다. 지겨울 정도로 규칙적인 사람들을 그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심 그 규칙성을 느낄 수 있는 그 역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에 포함 돼 있음을 알고 있었다.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서둘러서 라면과 스프를 뿌려 넣고, 책상으로 다가가 노트북에 미리 다운받았던 개그프로그램을 켰다. 자취생인 그에게 식사와 함께하는 재방송 시청은 빼놓을 수 없는 그의 낙 이었다.

상을 내놓고 다 끓은 라면을 보지 않는 책 위에 올려놓았다. 나무젓가락을 뜯고, 방송을 보면서 그는 생일의 비루하고 조촐한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따라 그의 기분 탓 인지 방송조차 재미없게 느껴질 무렵, 개그프로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코너 가 등장했고, 흥미롭게 시청하던 그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고 있는 그의 개그에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시청하는 방송이 흐려지기에 손으로 눈을 비빈 그는 손에 묻은 눈물을 보고 그제서 야 자신이 울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또 야?”

 

그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입을 벌리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언제나 이렇게 원치 않는 감정공유가 벌어질 땐 이런 방법으로 그를 진정시켰다.

그는 언제부터 인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의 감정이 자신이 자각하기도 전에 공감돼 버리는 이상한 현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심리적인 문제로 여겨 가끔 심리 상담을 받아 봐도, 그는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단 그의 앞에 앉아있는 때로는 냉정하고 때로는 차분한 관찰자에게 동화될 뿐이었다.

혼자 있을 때 의 결심은, 건너편 사람 기분에 따라 쉽게 좌지우지 되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을 자기 일처럼 신경써주지 않는다는 걸 일찍 깨달았고, 남에게 쉽게 공감하는 그의 머리와 달리 그의 마음은 오히려 그들을 밀어내려 애쓰고 있었다.

방송에 나와 사람들을 웃기려 애쓰는 저 슬랩스틱 코미디언은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행동으로 관객의 시선과 반응을 능숙하게 받아들이는 듯 했지만, 그는 그 코미디언이 기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었다.

다른 방송보다 개그프로를 애청하는 것 역시 그의 이런 점 때문 이었다. 야유 하거나 어리숙한 연기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개그맨과 관객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낀다. 그 역시 그것을 봄으로써 기분이 좋아지며, 특히 이런 초라한 생일을 맞이할 땐 그는 다른 사람이 갖는 감정에 의지를 많이 하는 편 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에게 좋은 감정만을 전달해주진 못한 듯하다.

 

에이 씨.”

 

짧은 욕설을 뒤로한 그는 음식의 이물질이 굳은 접시가 담긴 싱크대로 다 먹은 라면냄비와 그릇을 던져 넣었다.

철과 유리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그의 귀를 자극했지만 그는 그런 건 아무상관 없었다.

 

그래도 생일이라 집에만 있고 싶지 않았던 그는, 금방 씻고나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자취방 건물 앞엔 사거리가 있었고, 오른쪽엔 큰 병원, 그에 걸맞게 건너편엔 약국이 있었다. 큰 대학병원인 이곳은 그에 걸맞게 길거리에 링거를 달고 있는 환자들로 즐비했고, 그는 그들의 마음속의 자리 잡고 있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두려움 외의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사정은 알수 없지만 분노, 적개심, 안도, 실망, 후회 ……, 그는 누구보다도 보이는 감정과 안에 있는 감정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누군가와 대화 할 때조차 이 기괴한 현상이 지속되었고, 이는 오늘날 그의 외로운 생일을 만든 이유였다.

 

띠링.’

 

한동안 잠잠하던 그의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그는 지금 휴학생인데다 자체적으로 칩거 중 인 상태여서, 사소한 연락은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알 수 없는 내용의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2편캡쳐.JPG

 

 

 

 

 

 

 

 

 

 

 

 

 

 

잘 알아 볼 순 없었지만,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는 얼굴사진과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였다. 알 수 없는 기괴한 느낌의 사진이었다.

 

뭐야, 어떤 XX놈 이 보낸 거지?”

 

시계토끼? 엘리스? 그는 그의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생각 해 보았지만 문자의 뜻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이 이 사진의 정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

 

흥미롭군.’

 

문자에 회신번호로 찍혀 있는 곳은 낯익은 번호였다. 전화를 걸어보니, 역시 낯익은 목소리의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 선배님, 오랜만 이십니다!”

 

 

회신번호는 다름 아닌 그가 소속된 동아리 사무실의 번호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그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사무실 전화를 받는 것을 보니 그 가 없는 동안 동아리 내에서 맡은 직책이 바뀐 듯 했다.

 

 

? 너 나 인줄 어떻게 알았냐?”

 

사무실 전화기를 바꿨죠, 이제 착신 자 번호를 알 수 있어요, 목소리도 알고요. 그리고 오늘 사무실 문 앞에 선배님이 전화 하실 거라고 메모를 붙여 놓으셨던데…….”

 

 

알 수 없는 일의 연속 이었다. 그는 섣부른 판단 이전에, 최대한 알 수 있는 것을 많이 알아보려고 했다.

 

 

그래? 나한테 이상한 문자가 와있더라고. 동아리 임원중 누가 장난친 것 같은데, 혹시 니가 보냈냐?”

 

? 문자요? 아뇨 전 선배님 번호도 오늘 아침에 알았는데요? 선배님 휴학하시면서 번호도 바꾸셨잖아요.”

 

 

맞는 말 이었다. 또 그의 후배는 그의 성격을 알고 있었고, 그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시시껄렁한 짓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방금 이상한 문자가 왔어, 근데 그 문자의 회신 번호가 사무실 번호로 찍혀 있더라고, 동아리 임원 중 누가 장난친 것 아니야?”

 

그렇습니까? 문자가 뭐라고 왔는데요?”

 

시계토끼야, 엘리스가 어디 있게.”

 

 

수화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진정된 그의 후배는 말을 이었다.

 

 

선배님, 재미있는 문자를 받으셨네요. 실은 얼마 전 이상한 일이 있었거든요, 저희 전공 수업에 타 과 학생이 수업을 듣는데, 항상 끝자리에 앉아서 수업에 전혀 관심 없이 엎드려 자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을 시외버스를 타고 등교 하는 후배들이 우연히 그를 만났는데, 안대 끼고 헤드셋 까지 수업 때 보다 더하다고 하더라고요. 이상한 건 그 사람 이 내릴 때 그 사람 뒷좌석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엘리스다! 엘리스! 엘리스!’ 라고 소리쳤대요.”

 

그래서?”

 

버스에서 내린 후로도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그 사람과 할아버지가 서로 끝까지 쳐다보고 있었대요. 진짜 이상한 일인 것 같아요. 근데 선배는 언제 그 사람의 시계토끼가 되신 겁니까?”

 

신빙성도 개연성 도 없는 터무니없는 소리였기에, 그는 문자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후배의 기대가 섞인 질문에 대답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잘 알겠다. 그냥 별 것 아니네. 오랜만에 연락 닿아서 반가웠다.”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그의 후배가 전화기 너머에서 그를 급히 불렀다.

 

 

선배님! 회신번호가 사무실로 돼있는 것도 그렇고, 아침에 사무실 문에 누군가 쪽지를 붙여 놓은 것 도 그렇고, 이상하지 않습니까?”

 

 

보통사람들 은 남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럽지 못한 일을 훌륭한 일탈로 여기며, 자신에게 일이 닥쳤을 때 보다 더 관심을 갖고 재밌어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겐 그의 후배 역시 보통사람 이었다.

 

 

헛소리 하지 말고 네 볼일이나 봐. 이런 시덥잖은 장난에 관심 가질 정도로 난 한가하지 않아. 내가 너였다면 나랑 이런 말도안돼는 대화를 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동아리에 사람을 더 끌어들일지를 고민할거야.”

 

에이- 선배님 딱딱 하신 건 여전합니다. 오늘 바쁘세요?”

후배가 넉살스럽게 말을 이었다. 사실 그는 오늘 일정이 많진 않았지만, 후배가 일정을 물은 까닭이 궁금했다.

 

없다. ?”

 

선배님 그럼 괜찮으시면 학교로 오세요, 오랜만에 얼굴도 뵐 겸, 이 이야기도 더 해볼 겸, 그리고 다음 학기에 복학 하시는데 미리 후배들 얼굴 봐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무슨 소리야? 내가 다음 학기에 복학한다고 누가 그래.”

 

? 다들 그렇게 알고 있던데, 아니에요?”

 

 

그가 속한과 의 정원은 타 과에 비해 많지 않아서, 학과 자체가 큰 행사나 큰 일정이 없다보니, 과 내 선후배 간 소식과 이야기로 학기를 채워 가는 학생들의 일상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남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즐기지 않을뿐더러, 본인조차 확실치 않은 본인의 정황이 남들에게 정해져 있음이 불쾌했다.

오늘 아주 헛소리의 향연이구만. 난 아직 복학할 계획이 없어, 그 얘기가 어떻게 돌게 된 지도 그 망할 엘리스 이야기처럼 잘 알고 있냐?”

 

 

그는 후배에게 불쾌함을 표현했다. 그의 후배 역시 그의 기분이 달라졌음을 눈치 채고,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선배님, 너무 기분 나빠 하진 마시구요, 아쉽지만 이 얘기의 정황에 대해선 자세히 모릅니다. 저는 선배님과 동기 이신 동아리 내 다른 선배 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어요.”

 

 

누군데 그게.”

 

이미영 선배님이요.”

 

 

속에 있는 감정을 숨기고 상대편을 위한 감정연극을 하는 사람들 속에, 유일하게 표현과 느껴지는 감정이 올곧게 같았던 늘 동기 사이에서 1등을 하던 여자아이 이름이었다. 소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작부터 짐작을 하고 있던 그였지만, 그녀의 이름 언급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걔가 그랬다고?”

 

, 마침 오늘 수업도 있으세요. 조금 있다가 5시쯤에 동아리 회의 할 때 오실 텐데, 여러모로 오늘 학교에 와도 될 이유가 많으신 거 아녜요?”

 

 

진상 규명보단 오랜만에 듣는 동기이름에 반가운 기분이 솟았다. 후배의 능구렁이 같은 대화방법에 넘어간 기분이기도 했지만, 오늘이 생일임이 후배로부터 그에게 제시된 하루일과 에 따라볼 법한 여지를 만들었다.

 

 

그래 알겠어. 4시 반 정도 까지 동아리 사무실에 갈게. 넌 그때 사무실에 있냐?”

 

“3시부터 공강 이에요. 선배님 뵈려고 다 뺐습죠.”

능글맞은 자식, 끊어.”

 

후배와의 통화를 끝마친 뒤, 그는 버스 정거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그는 지금 직면한 문제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알 수 없는 내용의 문자, 동아리 사무실에 붙은 내가 언급된 쪽지, 문자의 회신번호가 사무실로 돼있던 것. 이게 지금 그가 어떻게 된 것 인지 알고 싶은 것들 이었고, 그는 학교에 가면 이 의문이 해결 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잠시 후 학교가 종점인 버스가 왔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시간대 라 사람이 많지 않은 버스에 그는 올라탔다.

이로써 그는 그의 이제까지의 생일 중 가장 기괴한 생일이 시작되었다.





※본 소설에 기재돼는 내용은 모두 픽션입니다.

?

  1. 방황

    Date2015.12.05 Category By각인 Views30 Votes0
    Read More
  2. 시간은..

    Date2015.12.05 Category By시간의마술사 Views31 Votes0
    Read More
  3. 이야기

    Date2015.12.02 Category By시간의마술사 Views14 Votes0
    Read More
  4. 로봇 도시-1-

    Date2015.11.12 Category ByRPG란무엇인가? Views39 Votes0
    Read More
  5. 흡혈소녀의 꿈

    Date2015.09.06 Category By비올레쿤 Views104 Votes0
    Read More
  6. K 구하는 소설#2

    Date2015.09.05 Category By치와도라 Views62 Votes0
    Read More
  7. K 구하는 소설#1

    Date2015.09.05 Category By치와도라 Views88 Votes0
    Read More
  8. 어떻게알았어?(소설버전)-3화

    Date2015.08.03 Category By엽여비소엽 Views151 Votes0
    Read More
  9. 어떻게알았어?(소설버전)-2화

    Date2015.07.27 Category By엽여비소엽 Views206 Votes0
    Read More
  10. 어떻게알았어?(소설버전)-1화

    Date2015.07.23 Category By엽여비소엽 Views201 Votes2
    Read More
  11. [소설]데이지 처럼 - 1

    Date2015.06.21 Category By치와도라 Views65 Votes0
    Read More
  12. 춘삼월의 눈

    Date2015.06.16 Category By란카쿠르츠 Views154 Votes0
    Read More
  13. 절망의 꿈 - 제1화

    Date2015.06.16 Category By란카쿠르츠 Views191 Votes0
    Read More
  14. 에반게리온 14호기의 2번째 소설! < The Virus/더 바이러스 > 예고(프롤로그로 체인지)

    Date2015.05.04 Category By에반게리온.14호기 Views340 Votes0
    Read More
  15. < 소원 > 제 1화

    Date2015.05.03 Category By에반게리온.14호기 Views212 Votes0
    Read More
  16. < 소원 > 프롤로그

    Date2015.05.03 Category By에반게리온.14호기 Views176 Votes0
    Read More
  17. < 소원 > 예고

    Date2015.05.03 Category By에반게리온.14호기 Views187 Votes0
    Read More
  18. The fool-Daydream disaster

    Date2015.02.27 Category By리쥬비네이터 Views163 Votes0
    Read More
  19. 1000년후(프롤로그=1화)

    Date2015.01.30 Category By시냇물 Views256 Votes0
    Read More
  20. Coma-Afterlife

    Date2015.01.19 Category By리쥬비네이터 Views231 Votes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