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6 08:51

[꿈꾸는 마녀]야간 산책

조회 수 757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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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와, 라며 손을 흔드는 엘페르의 배웅을 받으며 윤진과 선우는 엘페르의 무명도서관에서 나왔다. 숲 속을 걸어가며 선우는, 윤진의 눈치를 보다 말했다.


"다행히 좋은 사람 같지?"


"좋고 나쁘고 없어."


"뭐가?"


"힘에는 말이야."


그래도, 당분간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조심스레 털어놓는 윤진의 의견에 선우는 미소 지었다.


앞서가던 윤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정면을 노려보았다. 선우는 뒤늦게, 윤진의 시선이 머무는 방향에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단 것을 깨달았다.


"누구냐!"


"집사 목소리 같은데. 오랜만이야."


어둠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상대를 확인한 윤진은 한 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곁에 있던 선우도 윤진 손에 이끌려 엉겁결에, 비슷한 포즈를 취했다.


"주인Ruqiz이여. 뒤늦게 예를 표합니다."


"몰락한 귀족인걸 뭐. 괜찮으니까 일어나."


눈앞에 나타난 건 두 명의 젊은 여자였다. 한밤중 숲의 주인 야수TOXLAS. 그들 중에서도 군주라 할 수 있는 귀족Ruqiz가 있다. 두 여자는 '인간의 날' 이후 뿔뿔이 흩어진 야수들의 옛 군주인 모양이었다.


"여긴 어쩐 일로?"


"귀족으로서 영지를 확인하고 있지. 도중에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어."


"혹시 저 도서관이란 곳에 가십니까?"


"어, 알고 있어? 엘페르 말이야."


이로서 그 수상한 여자 신분보증은 확실해진 거겠지. 선우는 어째서 자기 기분이 좋아지는지 알 수 없었다.


두 여자가 사양하는데도 윤진은 굳이 호위를 자청했다. 다시 도서관으로 향하면서 두 여자 중 하나가 선우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너 인간."


"예."


"예, 가 뭐야. 편히 말해. 난 이선이야."


"아, 정선우...야."


선우가 어색해하는 것을 이선은 오히려 즐기는 듯했다.


"그래, 선우 군. 자주 야간 순찰에 따라 나오지?"


"글쎄, 자주라기 보단, 거의 매일."


"오, 대단한데? 매일 따라다니긴 쉽지 않은데."


사실 반은 사명감 때문이라고 선우는 솔직히 말했다. 윤진이 선우 가족을 구해준 얘기를 듣던 이선은 고개를 끄덕이곤 그에게 물었다.


"그런 핑계 말고, 진짜 네 생각은 뭔데?"


"진짜 생각?"


"예를 들어, 귀족으로서 영지 순찰이란 핑계 말고, 진짜 밤 순찰을 나오는 이유 말이야."


앞서가는 윤진을 한 번 살피더니 이선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난 솔직히 누굴 만나 이야기하는 게 즐거워서 매일 밤 밖에 나온다? 우리 집사도 마찬가질걸. 외로워서, 누군가 만나지 않고선 미칠 것 같아 밖에 나오는 걸 거야."


너는 아니니? 이선이 진지하게 묻자, 선우는 허를 찔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실은 선우 자신도 이 한밤중 숲 속에서 자기 아닌 인간을 만나고 싶어 했지 않던가. 그 때문에 선우는 이선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 사는 모두는, 시비를 걸어서라도 누군가와 얘기해보고 싶은 거다.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타인을 구해주고, 한편으론 그 타인을 따라다니고, 심지어 스스로 외딴 곳에 틀이 박혀서도 끊임없이 지루해하는 건 모두 사실은 누군가와 진지하게 지내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쟤가 외로워하지 않게, 잘 부탁해. 이선은 찡긋 한 쪽 눈으로 윙크하며 부탁했다. 선우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대답을 들은 그녀는, 문득 올려다본 샛노란 달처럼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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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산책' 이야기를 여기서 마칩니다.


[꿈꾸는 마녀]라는 타이틀은, 저 misfect가 여러분께 선보이는 일종의 브랜드상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하나의 배경을 공유하는 타이틀 아래 이런저런 짧막한 이야기들, 언젠가 선보일, 이보다 좀 더 긴 이야기들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가능하면 그 체험이 즐거운 것이었으면 합니다만.


다음에 올릴 글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원래 올리려던 글이 수준 미비란 판정을 먹어서, 비축분 마련을 위해 공백기간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설날 연휴입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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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시라노 2009.02.06 08:51
    늦게 글 읽었네요 ㅎ 과연 그런 거군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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