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2 06:30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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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야기에 나오는 스핏파이어와 인파이터의 스킬은 거너와 프리스트가 개편되기 전 기준으로 쓴 것이니 현재 서비스중인 상황과 다릅니다.


"오셨어요?"


이 여자. 만약에 여기가 건전 앤 파이터 속 세상이라면, 분명히 이름이 '제리아'일텐데. 나름대로 얼굴마담이라고 설정해 놓고, 실제로는 그런거 없이 전혀 인기가 없고, 캐쉬템만 파는 돈독오른 여자.


"저기.. 혹시, 이름이..?"
"네? 모험가님. 설마 오랫동안 그렇게 모험을 해 놓고 제 이름을 잊어버리셨다는 거예요?"


뭐야. 오랫동안 모험? 오랫동안 게임을 한 적은 있어도? 가만. 지금 내가 입은 옷.. 게임 속에서 팔았던 그 아바타잖아. 주머니 속에는 내가 게임 속에서 썼던 무기인 자동권총 '데저트 스톰'과 보우건 '신비경궁'이 있다. 신비경궁은 그전까지 트라이스팅어를 쓰다가 운좋게 게임 속에서 입수해서 바꾼 무기인데, 스킬 옵션은 별로 안 좋지만 보우건 특유의 스턱이 덜 나는 효과 때문에 요새 쓰고 있는 무기다. 게다가 스핏파이어의 전직 표시인 탄띠(주1)도 어느샌가 내 허리에 있어.


"제리아.. 맞죠?"
"모험가님이 저 처음에 구해줬을 때 제리아라고 알려드렸는데, 잊어버리셨다면 저 실망 많이 했을 거예요."


그래. 내 눈 앞에 있는건 분명히 '건전 앤 파이터' 게임의 NPC 제리아고, 내가 입은 옷은 그 게임에서 내가 키우는 캐릭터고, 그 게임에서 내가 구한 아이템들도 여전히 가지고 있어.


"제리아라면... 오늘도 캐쉬템을 새로 만들어서 그걸로 이용자들 주머니를 거덜내려고 동분서주하는 그 제리... 아얏!"


정말 그 캐쉬템 파는 제리아가 맞나 물어보려다가 제리아한테 뺨만 맞았다. 이거 정말 아프네. 살다살다 게임 캐릭터한테 뺨 맞는건 또 난생 처음이다. 가만. 아프다는건,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


"'시크릿스피어' 모험가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례하신가요."


하긴 자기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니었겠지.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그게 아냐. 내가 정말로 차원이동을 했다면, 왜 내가 여기에 오게 되었는가를 알아야 해. 그리고 여기 사정이 어떻든 일단, 어떻게든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 해.


지금 제리아는 나를 게임 캐릭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보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이 보석방 바깥으로 나가서 사정을 알아봐야겠다.


밖으로 나가보니까 게임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숲 '엘프가드'가 펼쳐져있다. 그리고 사람이 얼마 있지도 않은데 귀에서는 마구 소리가 들린다.


'으아아악 눈떠보니까 웬 게임속 세상'
'뭐 잘됐네 내가 원하지도 않는 학교가서 막장테크탔는데 여기서 겜판소나 써야지'
'작센소드 12강 지릅니다'
'확성기 10만 풀레어아바타 정옵 300만에 팔아요'


맞아. 게임속에서는 다들 확성기를 썼지. 게임에서는 그냥 스크롤되는 글자라서 그냥 무시하면 되었는데, 확성기로 튀어나오는 얘기들이 글자가 아닌 소리로 내 귀에 들리니 '소음공해'라는 게 따로 없구나.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밖에 있는 몇몇은 그냥 전형적인 게임 캐릭터 형태인데, 몇몇은 실제 사람 모습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그리고 그 중에서 낯익은 캐릭터, 아니, 사람이 하나 보였다. 겉보기에는 월하아바타를 입은 평범한 프리스트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야.


"어.. 설마 윤민이 너도.. 나같이 갑자기 여기에?"
"응. 나도 장보러 가는 길에 갑자기 이 쪽으로 빠져버렸는데.."


여자모습으로 프리스트 월하아바타를 입으니까 확실히 예쁘다. 그러길래 처음부터 프리스트를 만들 때 여자캐릭터로 만들면 유저들이 좋아했을텐데. 반대로 생각하면, 만약 다른 아바타를 입은 상태였다면 뭔가 정말 안 어울렸겠지.


"다솜이도 확성기로 사람들이 하는 얘기 들었어?"
"응. 여기로 빠진 사람이 우리들만이 아닌가봐."


이거 상황이 장난이 아닌데. 정말 확성기에서 누가 말한대로 완전 겜판소스러운 시츄에이션이네. 그런데?


"민군... 혹시 민군도 여기 있어...? 부탁이야.. 누가.. 도와줘."


나를 민군이라고 부를 사람은 한명밖에 없지. 서연이마저 여기로 빠져버렸구나. 기본적인 마법사 복장이지만, 분명히 서연이야.


"서연아!"
"민군!!"


서연이는 정말로 기쁜 듯한 모습이다. 서연이 역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로 빠진거였으니까. 서연이는 나한테 달려와서 나를 안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나를 안아버렸기 때문에 내가 어찌할 수가 없다. 지금 나를 안은 서연이가 마법사 기본복장을 하고 옆에 떠다니는 로드 하나를 들고 다니고 있다고 해도, 분명히 내가 아는 서연이야.


"미니도.. 여기 있었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미니가 너무 보고 싶었어."
"여기를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하는데.. 방법이 없을까."
"어.. 쟤. 미란인데."


다솜이가 가리키는 쪽에는 코믹에서도 봤고 어제 페스티벌에서도 봤던 미란이라는 애가 있다. 그 때 코믹에서 2차 레어아바타 코스프레를 했는데, 여기서도 진짜 2차 레어아바타를 입고 있네. 게다가 저 무지개색 오라는, 분명히 엘레멘탈마스터다.


"어, 다솜아.. 다솜이 뿐 아니라 옆에 너희도.. 여기에 빠진거야?"
"미란이도?!"


이쯤 되면, 뭔가 장난아니게 심각한데. 단순히 나 혼자만 빠진게 아니라 다솜이도, 서연이도, 그리고 다솜이 친구라는 미란이라는 애까지 지금 이렇게 빠져버렸으니.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남자가 마법사옷 입고 있는것도 보인다. 다들 우리같은 희생자들인건가. 그런데 전혀 귀엽지가 않아.


가만. 나랑 다솜이랑 서연이랑 미란이. 왜 다들 이 게임속 세계로 빠진걸까. 전혀 여기로 오게 될 이유가 없는데.


그래. 생각났다.


건전 앤 파이터 페스티벌. 거기에 뭔가 있었어. 어쩐지 들어갈 때보다 나올때 뭔가 좀 오싹한게 느껴지더라. 그런데 미란이는 몰라도, 나랑 다솜이랑 서연이는 그렇게 오랫동안 있지는 않았는데. 정말 어떻게 된거지.


혹시 자초지종을 물어본 사람이 나말고 또 있을지 모르니까, 제리아한테 다시 한번 가 보자. 보석방 안에 있는 제리아는 아까전에 처음 봤을때와는 달리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험가님들도.. 어떻게 여기를 빠져나가냐고 여쭤보러 오신 거, 맞죠?"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지금 제리아랑 얘기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덮쳐보니형부 님이 +13 와일드펑크 강화에 실패하셨습니다' 라는 안내멘트가 들린다. 게임에서였다면 그냥 문자로 지나갔을 순간을 나레이션으로 생생하게 듣게 되다니 참 슬프다.


"저도.. 이 게임의 NPC로 2년 동안 있으면서, 이런 상황.. 처음이예요. 어떻게.. 다들 시공을 넘어오게 되었는지."


그럼 2년동안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제리아를 구해줬던 거야. 캐릭터 초반 퀘스트로 제리아 구하는게 꼭 있으니까.


"저희가 여기를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는거예요?"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예요."


"고대던전에서 재료들을 구해야 해요. '왕자의 유적', '벨마르크 제국 실험장', 그리고 '괴성굴'에 각각 '왕자의 인장' '실험의 인장' 그리고 '벌레의 인장' 이라는 재료들이 있을 거예요. 찾아오신다면.. 제가 방법을 찾아 볼께요."


가만. 고대던전이라면 다들 입장 레벨도 높은데다가, 보스들이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데. 게다가 입장할 때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 곳이고, 결국 서연이는 못가네.


"서연아. 미안. 제리아가 말한데가 다 고렙만 갈 수 있는 데라서.. 여기서 제리아랑 얘기하고 있어."
"치. 여기라도 미니 봐서 반가웠는데. 실망이야."
"조금만 참아. 그래도 잘 하면.. 모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잖아."


서연이는 또다시 삐져버렸지만, 어쩔 수 없잖아. 지금 서연이가 갈 수 없는데로 가는건데. 서연이가 실망하지 않게 제리아가 요구하는 재료를 일단 다 찾아와야지.


그런데 나랑 다솜이, 그리고 미란이 셋만 가기에는 한 자리가 허전한데.. 같이 갈 사람이 어디 없을까. 원래 고대던전들이 아는 사람들만 가는데라고 하지만.


이때.


"어 주먹이웁니다 오랜만."


웬 버서커 한 명이 다솜이한테 말을 걸었다. 우리들과는 달리 게임 도트 캐릭터다. 게임속 세계로 빠진 사람은 아냐. 누군지 몰라도 운은 좋네.


"아.. 오티엘라언니?"


가만. 오티엘라라면? 설마 건파타임 사이트에서 짤방을 많이 그리는 바로 그 오티엘라? 캐릭터가 버서커인데다가 도를 쓰고 있는 걸 보면 내가 본 그 오티엘라가 맞다.


"니들 거기서 머함?"


오티엘라는 게임 캐릭터 모습이니까 우리같이 이쪽 세계로 빠진게 아니라 그냥 집에서 접속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게임 세계 속으로 빠졌다고 하면 안 믿을게 뻔하니, 그냥 퀘스트가 있다고 말해야지.


"저희 셋이 퀘스트가 있어서 고대던전 한군데씩 돌아야 하는데, 그냥 셋이만 가기는 좀 그런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어요?"


게임 캐릭터 모습이라서 표정은 안 바뀌었지만, 다행히도 희망적인 답변을 들었다.


"그래 이 누님이 같이 돌아준다"


오티엘라 이사람. 웬지 아름선배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건 그냥 내 착각일까. 아니야. 아름선배같은 막장이 또 있을리가.


"고대던전 입장템 빼먹은거 아니지?"
"다 있어요"


고대던전은 그냥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라, 입장템이 필요한데, 각각 '진정의 부적'과 '변이 면역 캡슐', 그리고 '정화의 칼날'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입장템은 다 챙겼다. 서연이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이 입장템 만드는 퀘스트는 레벨이 높아야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다행히도 임시주둔지에는 '왕자의 유적' 입구로 통하는 길이 바로 있다. 고대던전들은 다른 던전을 공략하듯이 그냥 물량으로 퍼부으면 되는 게 아니라, 깨는 데에 요령이 있어. 그런데 컴퓨터에서 키보드로 하는 건 그렇다 쳐도,


우선 첫번째 '바람난 방'. 저 바람난 녀석이 엄청나게 빠른데다가 숨기까지 하기 때문에 후딱 해치워야 하는 방인데, 이거 게임같으면 후딱 버튼눌러서 섬광류탄 장전하고 작열만 쓰면 녹는데.


"다들 뭐해 여기 무큐기 쓰면 그냥 녹잖아"


오티엘라는 집에서 그냥 접속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킬을 쓰고 있지만, 나머지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헤매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에이잇."


다솜이는 메고 있던 '그란디스의 은 십자가'를 땅에 박았고, 미란이 역시 뭔가 주문을 쓰려고 모으는 것 같은데. 나도 어서 섬광류탄을 꺼내야지. 섬광류탄이 어디있지.. 아, 찾았다. 마침 작열탄도 같이 있네.


"섬광류탄 장전, 작열탄 장전!"
"나잇~~"


쟤는 할 줄만 안다면 엘마의 스킬인 '나이트 할로우' 정도는 안 쓰고도 그냥 녹는데. 다행히도 내가 쏜 섬광류탄과 작열탄 때문에 그냥 녹았다. 이 녀석은 그냥 이렇게 녹이면 되는거지.


"오오. 저 스핏 제법인데."
"할로우!"


미란이가 날린 나이트 할로우는 뻘쭘하게도 바람난 방지기가 죽은 뒤에야 터지고 말았다. 그 다음방은 분명히 '수호캐릭터' 방이지. 여기는 빙결류탄을 장전하고 가야 해. 빙결류탄이 도대체 어떤 주머니에 있었더라.


아. 아까 섬광류탄이 왼쪽에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오른쪽 주머니를 뒤져봤더니 역시 여기 빙결류탄이 있었어. 마침 여기 냉탄도 있네. 두번째 수호캐릭터 방이 마침 냉탄과 빙결류탄이 필요한 방이지.


"냉탄 장전."
"여기 파란색일 때 물리공격 해야하고 빨간색일 때 마법공격 해야 하는거 알지?"
"네, 알아요. 저도 여기 많이 와 봤어요."
"저 스핏 오늘 처음 보는데 좀 건방지네"


오티엘라 저 사람. 아무리 초면이라도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 일단 여기는 깨야 하니까, 다음 방으로 어서 가야지.


"너희의 힘은 곧 나의 힘!"


빨간색이다. 이럴때 빙결류탄을 던져줘야지.


"칠링 펜스!"


미란이도 타이밍을 맞춰서 칠링 펜스를 날렸지만, 막타가 터질 때 하필이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아얏!"
"괜찮아, 미란아?"
"괜찮아. 이 정도면 포션 좀 빨면 돼."


미란이는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서 빨았고, 오티엘라는 몸이 빨개졌다. 저게 아마 '프렌지' 상태던가. 파란색일 때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마구 날렸다. 괜히 버서커가 사랑받는게 아닌가보다. 그리고 나는 뒤에서 냉탄이 실린 신비경궁을 발사. 다솜이는 오티엘라한테 '스트라이킹'을 꾸준히 걸어주고 있었다. 그게 걸리면 공격력이 좋아진다기에.


그리고 빨간색이라서 마법 공격이 들어갈 때 놓칠 수 없는 것.


"버닝-샷!"


네이팜탄도 크게 한번 날렸다. 후. 컴퓨터에서 게임으로 하다가 이렇게 실제로 몸을 움직이려니 장난이 아니네. 다행히도 게임때같은 보정이 들어가서 그런가 제때 터져주긴 한다.


이렇게 '수호캐릭터' 방도 깼고, 그 다음 방은 '얼어죽은' 방. 잘못하면 얼어죽기 좋으니까 잘 버텨야 해.


"나잇~ 할로우!"


다행히도 미란이의 나이트 할로우랑 나의 섬광류탄+작열탄이 제때 터져서 무사히 넘겼다. 그리고 그 다음 '불타오르는' 방. 여기서도 잘못하면 죽기 쉽지. 여기서는 섬광류탄이랑 빙결류탄을 둘 다 장전을 해야 해. 미리 신비경궁에다 냉탄을 집어놓고.


"다솜아, 여태 몰랐는데 쟤 무기 신비경궁이야?"
"응. 미란아. 나랑 같이 헬던전 가서 먹은거야."
"헬던전에서 유니크라니 이건 염장이야 아아악"


문제는 그 때 다솜이는 내가 먹은거보다 더 비싼 유물템을 먹었다는 것이지. 여기는 스핏이라면 다른 직업들보다 쉽게 할 수 있으니까.


"여기선 제가 할 수 있으니까 모두 뒤에 계세요"


이렇게 자신있게 말을 했는데, 게임같이 '퍼니셔'라는 잡기가 쉽게 나가느냐가 문제지. 이정도 거리에서 섬광류탄을 던지고.. 그래. 잘 맞았다. 그다음 빠른 움직임으로 퍼니셔!


오오. 잘 걸렸어. 그런데 문제는..


"하폰삼격가설셋삼영결삼제시요"


이런 확성기가 끊임없이 들려서 집중이 안 된다. 정말 이런거 어떻게 차단할 수 없나. 이런거 할 때는 집중해야 하는데 확성기가 방해하네. 원래 불꽃이 펑 터져서 폭발하는건데 잡기상태는 완전무적이라는 건 다행히도 여기서도 재현했군. 쿨타임 끝날때마다 꾸준히 냉탄퍼니셔질을 해야지.


그런데 마지막 한 발을 하필이면 타이밍을 잘못 맞춰서 썼네. 저렇게 불꽃이 많이 보이면 원래 던지면 안되는건데.


펑.


아야야야. 이거 장난이 아니네 정말. 그때 혜인이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넘어지고 구른것 이상으로 아프다.


"괜찮아?"
"응. 난 괜찮으니까 저 실피남은 놈 몇번만 때리면 돼."


다행히도 다솜이가 크게 날린 쵸핑해머 한방에 불타는 방지기는 죽었다. 이제 '빛나리 방'만 넘기면 보스방인데.


"나잇~"


빛나리방은 명속성이니까 다솜이가 지금 낀 무기로는 안통해. 나머지가 잘 해줘야 하는데. 타이밍 잘못 맞추면 계속 생기는 적들한테 태양권 맞으니까.


그리고 깨어난 빛나리방지기.


"할로우!"
"버닝~ 샷!"


어쩔 수 있겠냐. 네이팜탄이라도 써야지. 원래 혼자 할 때는 여기서 각성 필살기 블랙로즈를 불렀는데 여기는 여럿이 있으니까 블랙로즈까지 부를 필요는 없겠지. 다행히도 미란이가 보이드랑 나이트 할로우로 잘 녹여줬다. 이제 보스만 잡으면 된다.


여기 보스는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만 잘 피하면 되니까. 오티엘라가 익스트림 오버킬을 키는 모습이 보이고, 다솜이랑 미란이도 뭔가 쓰겠지.


나도 이 때 쯤에,


"컴온, 블랙 로즈!"


부르긴 했는데 역시 도트가 튀는 모습이 제대로 어색하다. 어서 다음 방에서 보스나 잡아야지.


"애스트럴~ 스톰!"


미란이는 엘마의 각성기인 '애스트럴 스톰'을 사용했다. 역시 제대로 맞으면 위력이 장난아니니까. 다솜이는 '허리케인 롤'이라는 것을 사용했고. 나는 뒤에서 블랙로즈의 지원을 바탕으로 섬광류탄과 작열탄 공중사격... 을 하니까 벌써 죽었네 쟤?


"오 저 스핏 제법 하는데"


칭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저 녀석의 시체를 뒤지니까 '왕자의 씰' 몇개랑, 우리가 찾는 아이템인 '왕자의 인장'이 있다. 이제 나머지 인장 두개를 더 구해서 제리아한테 갔다주면 되는건가.


그 다음 고대던전들인 '벨마르크 제국 실험장'과 '괴성굴'도 어찌어찌 다 깼다. 왕자의 유적에 처음 들어갔을 때와는 달리 몸이 충분히 움직여줘서. 다만 사소한 문제였다면 '벨마르크 제국 실험장' 에서 두번째 방에서 안전지대를 내가 잊어버려서 파티원들이 그 부분에서 고생했다는 것과, '괴성굴'에서는 키스해서 스킬을 훔치는 '스킬헌트리스'들이 평소와는 달리 이상하게 나만 따라다녔다는 것이지만. 모두 보스방에서 각성기 난사로 쉽게 깼고, 제리아가 구해달라는 인장도 다 구했다.


다 깨자마자 오티엘라는 동생이 자기보고 비키라고 했다는 이유로 나갔다. 오티엘라가 누가 버서커 아니랄까봐 도움은 많이 되었는데, 별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제리아가 있는 보석방으로 돌아갔는데, 서연이는 제리아랑 뭔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둔하고 눈치없는 민군을 좀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제가 어떻게 드릴 말씀이 없어서 죄송해요. 모험가님. 아, 오셨어요?"


뭐야. 서연이 쟤 여태 여기에서 내 얘기 하고 있었나.


"민군, 이제야 오면 어떡해. 걱정했잖아!"


서연이가 크게 소리지른 것 때문에 보석방 전체가 크게 울렸다. 그렇게 시간이 걸렸나. 하긴 직접 몸을 움직여서 게임상의 스킬을 쓰는 데에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미안. 그래도 잘 되면 우리 모두 돌아갈 수 있잖아."
"치. 미니가 없어서 얼마나 심심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없다고 이렇게나 심하게 삐진 건 뭐야. 일단 제리아한테 방금 전에 고대던전을 가서 모아온 인장들을 줘야지.


"모험가님. 고마워요. 한번 제가 원인을 분석해 볼께요... 아.. 아?"
"제리아!"


제리아는 인장을 분석하다가 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 뭔가 장난이 아닌건가. 그 인장에는 뭐라고 이상한 글자로 글씨가 써 있긴 하지만, 이건 한글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라서 내가 읽을 수는 없었다.


"소리가... 들려요. 모험가 여러분을... 부르는 소리가."
"소리라뇨?"
"'죽음의 탑'에 가 보세요. 죽음의 탑에서... 누가 모험가님을 찾고 있어요."


그리고 제리아는 또다시 쓰러졌다. 죽음의 탑이라니. 도대체 거기서는 또 누가 찾는다는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우리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일단 가보자.


"민군. 이번에도 나 놓고 가는건 아니지?"
"아냐. 이번엔 서연이도 갈 수 있는데야."


죽음의 탑은 레벨보정이 되니까 서연이같이 레벨이 낮다고 해도 어느정도는 할 수 있다. 문제는 서연이는 아직 레벨이 29. 소환사 스킬 중에서 '저놈 잡아라'가 있으면 사냥이 좀 편해지는데, 그게 레벨 30때 배우는 거라서 서연이한테는 아쉽게도 없겠네. 게다가 30이 되면 '마계화 아우쿠소' 도 배워서 도움이 엄청 될텐데.


문제는 죽음의 탑까지 가려면 '서쪽 해안'까지 가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엄청 걸어가야 한다는 것. 미란이는 레어아바타 입어서 나랑 다솜이, 그리고 서연이보다 동작이 빠른 것이 정말 부럽다. 저래서 다들 레어아바타를 맞추는구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아직도 혼란에 빠진 사람이 좀 보이지만, 이제 여기 생활에 적응을 한 사람도 몇몇 보인다. '될 대로 되라' 인건가.


이제 여기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죽음의 탑' 입구인데..


"민군."
"응?"


서연이가 이번엔 또 왜 나를 부른거지.


"나, 우리 집으로 안 돌아가도 되니까. 미니랑 둘이만 있으면 되니까. 그냥 여기에 같이 있으면 안돼?"


- 다음회에 계속 -


주1. 스핏파이어의 전직 표시 : 게임 내에서 각 직업별로 전직 표시가 있음. 예를들어서 거너의 경우 레인저는 담배를 물고 있고, 런처는 중화기를 메고 있고, 메카닉은 밥통로봇이 옆을 따라다니며, 스핏파이어는 탄띠를 차고 있음.


21. 서미란 : 17살. 다솜의 친구. 윤민&다솜과는 다른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건전 앤 파이터 게임 내에서 엘레멘탈마스터를 키우는 중. 역시 윤민&다솜과 마찬가지로 건전 앤 파이터의 세계로 빠져버렸다.


22. 제리아 : 나이 불명. 건전 앤 파이터 게임의 NPC. 자기 자신도 '정말로 차원이 일그러진' 것에 대해서 놀라는 모습. 일단 윤민 일행한테 뭔가 가져오라고 시키긴 했지만?


23. 오티엘라 : 19살. 다솜의 아는 언니. 건전 앤 파이터의 팬사이트 '건파타임'에서 짤방여왕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버서커를 키우는 중으로, 윤민 일행과는 달리 현재 고3이라 페스티벌에 안 가서 게임세계속으로는 빠지지 않았다. 그냥 1회성 등장.


네. 이번 회는 윤민 일행이 '건전 앤 파이터' 게임속 세계로 빠져버린 회입니다. 지금까지 끌려다니기만 하는 윤민이었는데, 이번 회를 기점으로 윤민도 주인공으로서 뭔가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윤민과 다솜 뿐 아니라 다솜의 친구 미란에다가, 심지어 서연이까지 게임 속 세계로 빠져버렸는데, 이들은 과연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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