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9 09:29

[꿈꾸는 마녀]야간 산책

조회 수 803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윤진과 같은, 짐승들이 인간과 구별된 건 몇 년 전부터다. 그전까지는 별다른 차이 없어 보이던 그들이, 세상 모든 이의 눈에 어딘가 이상해 보이며 불안과 공포, 혐오를 이끌어낸 순간 누군가 먼저 이런 생각을 한 거다.


'저것들을 없애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전 세계는 광분해 사람들 사이 짐승을 끄집어내 폭행하고, 죽이고, 광장에서 불살랐다. 유명한 '인간의 날'이었다.


아마 윤진은 '인간의 날'에 대해 무성한 소식밖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인간의 날' 이후 등장한 짐승의 무리, 야수TOXLAS니까.


"어제 느꼈어."


이 도시 야수들의 영역을 총괄하는 '집사' 윤진과 이 도시에 사는 인간 선우의 상식 차이는 확연했다. 이어지는 윤진의 말은, 1, 2년 전 선우가 듣는다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을 법한 것이었다.


"'이어도'일까. 새로운 '형식'일까. 확인해보고 싶어."


"이어도라면 네 '날개'같은 거지?"


확인하듯 물어보면서 선우는 윤진의 등 뒤를 보았다. 옷을 뚫고 나온 날개 형상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날개'에 대한 건, 어디까지나 윤진에게 들은 게 전부일 뿐, 실제 본 적은 없었다.


"맞아."


윤진은 선우가 묻는 말에 일단 긍정을 표시했다.


"그래서 생각했어. 나와 동급, 혹은 그 이상."


"누군가 대단한 사람이 있단 거야? 이 도시에?"


윤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선우는 더욱더 놀라워했다.


야수들의 영지를 위임받아 도시 일대를 관리하는 윤진은, 또한 해가 떨어진 후 이 일대선 신의 사자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초의 질서를 수호한다.'란 본인 설명은 너무 거창하고 이해되지 않으니까, 차라리 '천사 같은 존재'라 하면 윤진의 실체에 대해 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하면 윤진이 어제 느껴, 오늘 찾아내려는 상대는 신화 속 천사, 혹은 그 이상 되는 뭔가란 소리다. 그것도 우리에게 적대적인지, 호의적인지도 알 수 없는.


새벽 숲 속으로 윤진은 아무 주저 없이 들어간다. 어둠은 점점 더 깊어진다. 조금은 불안해할 만도 하건만, 윤진도, 따라 들어가는 선우도 거리낌이 없었다. 한밤중 숲의 주인, 야수가 하는 길안내를 선우는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인간의 날' 이후로 인간은 밤을 영영 잃어 버렸다.


소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해가 짐과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다시 해가 떠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밤은 울창한 수림과, 짐승의 무리인 야수들이 지배했다. 인류 대신 한시적으로나마 세계의 주인이 된 그들이, '인간의 날' 당했던 기억을 그저 묻어두기만 할 리 없었다. 피에크람, 인간을 공격하는 야수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선우 가족들도 피에크람의 폭력에 무방비였다. 방관하던 윤진이 변덕을 부려 도중에 구하지 않았더라면, 그들 가족은 영영 다음 날 뜨는 해를 보지 못했으리라. 지금도 가끔 선우는 생각한다. 윤진은 어째서 자신들을 구했을까. 그리고 왜 매일 자신을 데리고 하룻밤의 산책을 나서는 걸까.


 

?
  • profile
    시라노 2009.01.19 09:29
    호오 최근글을 보니 전편과 연관있는건가 보군요 이번엔 전편의 반밖에 안되다니 큭
  • profile
    misfect 2009.01.21 04:39
    오랜만에 시라노님 댓글폭격을 봅니다. ㅎㅎ 분량은, 좀 길어 보여서 대충 잘랐는데 생각보다 짧게 올라갔네요.
    아무튼 앞으론 시라노님 노선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저도 그다지 다른 글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서도;;

  1. 창조 제국 연대기 -1-

    Date2009.01.28 Category By비터스틸 Views772 Votes2
    Read More
  2. [단편] …01…10…

    Date2009.02.06 Category ByLiberty Views719 Votes0
    Read More
  3.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Date2009.02.06 Category ByLiTaNia Views907 Votes0
    Read More
  4. [꿈꾸는 마녀]야간 산책

    Date2009.02.06 Category Bymisfect Views757 Votes1
    Read More
  5. 심안

    Date2009.02.06 Category By民華 Views810 Votes1
    Read More
  6.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Date2009.01.22 Category ByLiTaNia Views725 Votes0
    Read More
  7. Synthesis War

    Date2009.01.22 Category By하노나 Views934 Votes0
    Read More
  8.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Date2009.01.22 Category ByLiTaNia Views835 Votes0
    Read More
  9. [꿈꾸는 마녀]야간 산책

    Date2009.01.22 Category Bymisfect Views837 Votes0
    Read More
  10. 살인자

    Date2009.03.04 Category By유도탄 Views887 Votes0
    Read More
  11. 야왕(夜王)

    Date2009.01.19 Category By거지의깨달음 Views857 Votes0
    Read More
  12. Synthesis War

    Date2009.01.19 Category By하노나 Views805 Votes0
    Read More
  13. glory morning bringer

    Date2009.01.19 Category By감자는칩이다 Views853 Votes1
    Read More
  14. [꿈꾸는 마녀]야간 산책

    Date2009.01.19 Category Bymisfect Views803 Votes1
    Read More
  15. 천공의 성영

    Date2009.01.19 Category ByKirix Views834 Votes0
    Read More
  16. 살인자

    Date2009.01.19 Category By유도탄 Views1049 Votes0
    Read More
  17. 천공의 성영

    Date2009.01.19 Category ByKirix Views907 Votes0
    Read More
  18. 나의 사랑이 잠들때면...[1회-3년간의 사랑]

    Date2009.01.19 Category Bygainlove Views926 Votes0
    Read More
  19. 살인자

    Date2009.01.17 Category By유도탄 Views874 Votes2
    Read More
  20. glory morning bringer

    Date2009.01.19 Category By감자는칩이다 Views936 Votes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11 212 213 214 215 216 217 218 219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