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7 17:26

새튼이

조회 수 925 추천 수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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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라고 썼는데.


 


하나도 안 무섭네요.


 


흐엉ㅠ


 


전 그렇죠,뭐.


 


뭔가 뻔한 구성.


 


뭔가 뻔한 이야기.


 


흠냐;;


 


 


===================================================================


 


 


“……까마득한 어둠 속에 있었는데? ……그랬는데.”


“엄마? 엄마? 묭이 여기. 여기야. 엄마? 이 쪽! 이쪽을 봐! 안 봐?”


“……바보. ……너따위 보고 싶지 않았던 거야.”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두 사람의 목소리에 여자는 잠에서 깼다. 하지만, 침대에 몸을 파묻은 채 눈만 떴을 뿐이다. 여자의 등 뒤로 흐르는 식은 땀이 말해줬다. 꿈 속 두 목소리가 그녀를 가위 눌렸다는 걸.


여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약간 힘든 듯 인상을 썼다. 침대에서 다리를 내려놨을 때, 다리가 저절로 흔들렸다. 푸르름이 창을 통과해올 정도의 시각. 보통 사람이라면 깨지 않는 시간이었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다. 혹여 넘어지거나하면 아무도 일으켜 세워 줄 사람이 집에 없으니까. 냉장고를 열고 물을 꺼내서 컵에 따랐다. 그리고 마른 입술을 축이기 위해 컵을 기울였을 때, 차가운 물이 몸 속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그 것에 정신이 차려졌다.


그녀는 꿈 속의 목소리를 생각했다. 차분하고 작지만 차가운 여자아이의 목소리와 한 없이 어린 목소리였다. 여자아이라면 감이 잡혔지만, 그렇게 어린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치 전부가 울음소리 같았다.


“피곤해서 그래”


그녀는 자기합리화를 했다. 최근 사건 하나에 휩쓸려서 그랬던 거다. 어쩌면 꿈 속이라 더 생생한 느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여자아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여자아이의 이름은 ‘수현’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 아이는 그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고 했었다. 생각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을수록 더 머리 속에 떠올랐다. 유난히 가느다란 몸에 단발머리. 어린아이치고는 너무 말을 잘해서 오히려 자신을 당혹시켰었던 아이.


그녀는 몸을 움직여서 커피를 끓이려고 주전자에 물을 따르다가 순간 멈췄다. 오늘은 수술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괜히 커피를 마셨다가 안 좋을 수도 있을 거다. 가슴 아래에 손을 올리고는 식탁에 앉았다. 천천히 숨을 쉬었다. 오히려 생각을 비우려고 할수록 수현이 생각이 떠올랐다.


수현이를 본 건 저번 달이었다. 아니, 새로 달이 시작했으니, 저저번 달이었다. 이미 3년 전에 이혼했던 전남편이 죽었는데, 딸이 있다는 거였다. 그 소식을 듣고는 수현이를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전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 왜냐면 그녀의 전남편은 그녀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접근금지가 되어있었고, 그것을 사유로 들어서 결혼을 깬거니까.


전남편이 죽었다는 말보다 무섭게 다가온 것은 그의 딸이 있다는 말이었다. 3년 후에 다시 재혼해서 딸이 태어난걸까? 하지만, 무서웠다. 그 남자의 아이라는 게, 그녀에게는 무서웠다. 하지만, 또 측은하기도 했다. 어떻게 자신에게 까지 연락이 올 정도로 아무도 맡아주려고 하지 않을까.


그렇게 3년 전에 가고는 간 적이 없던 집에 발을 들어놨다. 여전히 아파트 단지는 하나도 변한게 없었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 건물 뒤로 큰 나무가 있었다. 조망권이니 뭐니 하면서 예전에 싸울 때 자를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있었다. 미묘하게 안정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마치 전남편이 아직도 그 집에 있을 것 같았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와서 문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그녀가 벨을 눌렀을 때, 약간의 기계음과 함께 들려온 여자아이이의 목소리.


“왜 왔어요?”


보통은 ‘누구세요’라고 물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게 특이했다. 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고민되었다. 법적으로는 남남이다. 그녀는 전남편의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 ‘엄마’라고 하기에는 힘들었다.


“어, 수현이 아빠 친구야.”


한참을 망설여서 나온 말이었다. 전남편의 친구라니. 그녀는 스스로 우스웠다. 확실히 밖에서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집에 들어오자 자기 성질을 못 참아서 문제였지만.


인터폰 건너편에서 침묵이 이어지다가 문이 열렸다. 목소리를 들었을 때 미처 생각 못 했지만, 그녀가 생각한 전남편의 딸이라기에는 수현이는 너무 큰 아이었다. 아니, 정말 크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수현이가 1,2살짜리 아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아니었다. 아니면 초등학교 저학년?


그녀는 가느다란 팔에 단발머리의 수현이를 보고 굳었다. 수현이는 유난히 가느다란 팔이 강조되는 초록색 박스티를 입고 있었다.


“안 들어올거예요?”


“아, 들어가도 되니?”


“할 말이 있으면 거기 서서 해도 돼요.” 그녀는 수현이의 딱부러진 태도에 놀랬다. 전남편과 닮은 거라고는 길게 찢어진 눈매 뿐이었다. 그 외에는 전남편과 닮은 곳이 없었다. 게다가 성격자체가 달랐다. 전남편은 사람이 좋은 척을 하거나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수현이처럼 냉기를 뿜어내며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다.


그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예상보다 깨끗한 집안이었다. 전남편과 살 때보다 더 깨끗했다.


“아침은 먹었니?”


“지금 시간이 몇시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먹었어요. 고모가 와서 줬어요.”


“아, 그래?”


그녀는 자신이 들은 것과 달라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아무도 수현이를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와 반대로 고모라. 결혼할 때 한 번 보고는 본 적이 없었다.


“왜 온 거예요?”


“아줌마가 도와줄 거라도 있을까 싶어서.”


“없어요.”


“…….”


“뭐하러 온 거예요? 저 밥 주려고요?”


“아, 응.”


오히려 당황해하고 불안해하는 그녀와 달리 수현이는 정확히 말을 해나갔다. 수현이는 그녀를 위아래로 대놓고 살폈다. 어린아이치고는 당돌한 모습에 그녀는 또 다시 당혹스러웠다.


“밥 주러 올 필요없어요.”


“그게, 수현이가 누구랑 살 지가 결정이 안 되었다는 말을 듣고 왔어.”


“그래서요? 아줌마랑 같이 살라고요?”


“아니, 그게.”


“아빠가 3년 전에 이혼하고 위자료를 많이 뜯겼다던데. 그래도 유산이 조금 있대요. 이 집 처분하고 나면 더 돈이 될거고. 그러면 어떻게든 되겠죠. 아줌마도 그거 노리고 온거예요?”


“아냐. ……그런거.”


“그럼, 왜 왔어요?”


정말 수현이의 질문에 그녀는 스스로 생각했다. 왜 왔을까? 정말 왜 왔을까? 스스로 조금 웃겼다. 살짝 웃으니까 수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빠 친구라구요?”


“응.”


“언제부터요?”


“아, 5년 전부터.”


5년 전에 직장 동료 소개로 만나서 1년간 연애 후에 결혼했었다. 하지만, 결국 또다시 1년 후에 상습적 폭력에 견디지 못해 헤어졌었다. 그녀는 다시 전남편이 떠오르자 집안이 무섭게 보였다. 너무 깨끗해서, 연애 시절 완벽해보였던 전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면 그거예요? 착한 척?”


“응?”


“그래도 친구가 죽었는데, 딸이 하나 있대. 근데 그 딸이 어디 갈지 모른대. 불쌍해라.”


“저기, 아줌마는 그런 생각이 아니라.”


“왜요? 착한 척할 기회는 주려고 하는 건데요?”


수현이는 소파에 앉았다. 여전히 그녀는 서있었다. 분명 수현의 행동은 못됐지만, 이상하게 그녀는 그걸 견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거였다.


“일주일간 아침 차려줘요.”


“아, 그래도 될까?”


“고모가 못 온대요. 아빠 보험금이나 그런 게 복잡해서. 그 다음에는 올 필요없어요.”


“알았어. 그러면 8시 쯤에 올까?”


“마음대로 해요.”


그리고는 수현이는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꺼내서 소파에 엎드려서 읽었다. 그녀는 그렇게 다시 그 집에 드나들게 되었다. 둘째 날에는 인터폰을 들자 수현이 문을 열었다. 인사따위 없었다. 그녀는 아빠를 잃어서 아이가 마음의 문을 닫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납득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잘 해줄 자신도 없는데, 괜히 말을 걸거나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아침을 차리자 수현이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김치 치워요!”


“응?”


“냄새나. 냄새 난다고요! 치워요!”


“그래도 몸에 좋은 건데.”


“우리 엄마도 김치 안 먹었다고요! 냄새나! 냄새나!”


수현은 그렇게 몇 음식에 대해서 발작에 가까울 정도로 난리를 치면서 싫었다. 그런 음식들의 공통점은 냄새가 조금 쎘다는 거다. 그렇게 셋째날과 넷째날을 보내고 나서 다섯째 날 쯤에 그녀는 수현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언제부터 전남편의 딸이었는지. 아무리 전남편이 자신의 때렸어도, 연애 시절의 순정을 믿어보고 싶었던 거다.


아침을 정리하면서 다시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는 수현에게 물었다.


“수현아.”


“…….”


“아줌마가 솔직히 조금 놀랬어. 수현이 아빠랑 친구였지만, 딸이 있다는 말을 못 들었거든.”


“그래요?”


대답이 없던 수현이 조금 흥미를 보이면서 대답했다. 그녀는 혹시 또 예민한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다시 물었다.


“어, 혹시 아빠가 재혼해서, 그러니까, 새아빠니?”


“아뇨. 아빠 우리 아빠예요. 그리고 전 4년 전부터 이 집에 살았어요.”


“그래. 아, 미안. 괜한 걸 물어봐서.”


“그리고요, 아줌마. 저 수현이 아니예요.”


“응?”


그 말에 그녀는 가장 놀랬다. 그러자 수현이는 읽던 책에서 시선을 돌려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 순간 굳었다. 어린아이의 눈빛이라기에는 너무 독한 느낌이었다.


“내 이름이 수현이가 아니라는 뜻이예요. 그렇게 무서워하는 척하지 마요.”


“으, 응.”


그리고 수현이 고개를 돌려서 다시 책을 봤을 때, 그녀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다만, 장난친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섯째 날. 다시 초인종을 눌렀고 문을 열었을 때, 수현이 유난히 더 말라보였다. 인사도 하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그녀를 보자마자 말을 꺼냈다.


“더 올 필요없어요. 내일 고모가 온대요.”


“아, 응.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없어요. 김치 내놓지 마요. 냄새나니까.”


그리고는 수현은 다시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그녀는 아침을 준비하려고 양념통을 열었을 때, 소금이 떨어져있었다. 전 날에 쩌놓은 감자에 소금을 뿌려먹은 것 같다. 조금밖에 어차피 안 남아있었지만.


양파를 가지러 베란다로 나갔을 때, 유난히 커다란 포대가 보였다. 예전에도 있었다. 아니, 결혼할 때부터 이 집에 있었다. 옛날에 염전을 했던 먼 친척이 보내줬던 소금이었다고 했었다. 전남편은 실수로 비를 맞은 적이 있는 소금이라고 해서 손을 못 대게 했다. 결혼 후에는 실수로 손을 댔을 때는 때린 적도 있었던 소금이었다.


그녀는 정말 그 소금을 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한번도 포대를 열어본 적이 없어서 소금이 맞을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천천히 포대를 풀었다. 안의 하얀 것을 보자 그녀는 안심했다. 아무리 그래도 전남편인데 다른 것에 연루되는 건 더 끔찍했으니까.


“악!”


순간 뒤에서 들리는 비명에 가까운 신경질에 놀랬다. 그 탓에 포대 입구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포대가 쓰러졌고, 안에 있던 소금들이 쏟아졌다. 그녀가 뒤를 돌자 살기에 가득찬 눈의 수현이 서있었다. 어린아이의 눈인데도 너무 무서워서 저절로 소름이 돋았다.


“누가 그거 손 대라고 했어요?”


“아니, 전에 아빠가 소금을 받았다고.”


“아줌마가 뭔대 손을 대요!”


“그게.”


“가요! 가라고요! 나가라고요!”


그러더니 수현은 그녀를 잡고 끌고 갔다. 어린아이의 힘이 아니었다. 가느다란 팔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오는 건지. 아니면 그녀가 수현의 살기에 눌려서 그런건지. 정말 내팽겨치듯이 집에서 쫒겨났다. 등 뒤를 수현이 양팔로 밀자 신발을 꺽어신으면서 집에서 나왔다. 문이 닫혔다. 다시 문이 열렸을 때는 그녀가 가져온 가방을 수현이 내던졌다.


그녀가 다시 초인종을 눌렀을 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30분 정도 문 밖에서 기다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초인종을 눌러서 밖에서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


“수현아. 그래도 아침 챙겨먹어.”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그리고는 집에 돌아왔다. 묘하게 잠이 너무 쏟아져서 그대로 잠들었다. 핸드폰이 울릴 때까지 그녀는 정말 잠을 계속 헤맸었다. 그러다 핸드폰 진동소리에 눈을 떴다. 전남편의 집이 발신번호였다. 그녀는 급하게 받았다.


“수현이니?”


“……수현이 아니라니까요.”


수현이의 목소리였다. 여전히 자신의 이름이 수현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안도하면서도 불안했다. 수현이의 목소리가 유난히 떨렸었다.


“미안. 아줌마가. 근데 수현아, 어디 아파?”


“……왜 아줌마는.”


“응?”


“……내 이름 안 물어봐요?”


그녀는 그 순간 멍해졌다. 여전히 경계하는 느낌이 남아있지만, 수현이가 일부러 전화해서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라고 할까? 그렇게 멍하니 있을 때, 그녀가 아닌 수현이가 먼저 말을 했다.


“……추워.”


“춥다고? 경비실에 연락해봐.”


그녀는 창밖을 봤다. 비가 오고 있었다. 비가 와서 기온이 떨어진건가? 그렇지만, 수화기 너머로 이가 부딪히는 소리는 집 안에 있는 아이가 낼 소리가 아니었다.


“……비가 와.”


“베란다 문 열려있니? 닫아.”


“……추워.”


“수현아. 수현아?”


“……수현이 아냐.”


그러더니 통화가 끊겼다. 그녀는 불안해졌다. 자리에 일어나서 곧바로 전남편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전남편의 집으로 갔을 때 이상했다. 아파트 단지 자체가 달라보였다. 그녀가 집에 간 사이에 큰 나무를 심은 건가? 아니, 아파트 건물 뒤 쪽에 있던 커다란 나무가 없었다. 멍하니 있을 때,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았다. 수현이 생각보다 우선 보이던 나무가 안보인다는 게 불안했다.


“저기, 학생. 7동 뒤에 커다란 나무 있지 않았어?”


“예? 없었는데요.”


“아, 그래? 아니,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나무를 베고 놀이터를 만드는 게.”


‘시간이 걸리잖아. 하루 안에 될 게 아니잖아.’


그 말을 삼킨 채 그녀가 있자, 길을 가던 학생은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비가 내리는데, 더 서있고 싶지 않았을 건지, 괜한 설명을 붙이고는 가버렸다.


“일 년 전에 이사 왔을 때부터 놀이터가 있었어요. 전에 큰 나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그 말에 멈췄다. 그리고 전남편의 단지에 들어가자 몇몇 사람들이 복도에 나와있었다. 그녀는 혹시 수현이에게 뭔가 잘못된건지 걱정이 되어서 뛰어갔다. 하지만, 경찰들이 막고 있었고, 이미 아파트 사람들이 구경중이었다.


“저기, 여기 뭔가 잘 못된건가요?”


“그게, 어린 아이 미라가 나왔대.”


“네?”


“전에 이 집이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남자가 여자를 하도 괴롭혀서 유산을 했는데, 남자가 그걸 처벌받을까봐 소금자루 안에 숨겼는데, 오늘 비가 와서 소금이 녹아서 안에 있던 아이가 나왔대.”


“으응. 소금 때문에 바싹 마른 미라. 옆집에서 아이들이 놀다가 비상벽을 뚫여서 발견했대.”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서 뒤를 돌아서 뛰어나갔다. 그러면 수현이는 누구지? 아이? 미라? 소금?


그녀는 비가 거의 그쳤지만, 바닥이 미끄러운데도 뛰었다. 곧바로 택시를 잡고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누구지? 아냐, 다른 집 이야기일 수도 있잖아. 그렇게 자신을 타일렀지만, 무서웠다.


집에 도착하자 핸드폰을 다시 쳐다봤다. 통화기록을 찾았다. 아무도 그 날 그녀에게 전화한 사람이 없었다. 잊으려고 했다. 다시 자려고 했지만, 매번 반복되었다. 수현이의 목소리. 그리고 매우 어린 아이의 목소리.


수술날까지도 이래서 수술을 미뤄야하나 고민했었지만, 더 망설일 수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늦으면 더 안 좋으니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가는 피곤해질 거다.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그래도 뭔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냉장고와 수납장을 열였을 때, 소금이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나가서 사기도 그랬다. 그 날 이후로 소금을 입에 대고 싶지도 않았다.


많이 싱거운 아침을 먹고는 옷을 편안히 입었다. 괜히 배를 조이면 안되니까.


병원에 도착해서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전신 마취를 하고는 잠에 들었다. 이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그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수술 도중에 깬 모양이다. 그녀는 의사선생님께 수술 중 깼다는 걸 말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픔은 없었지만,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감각이 없긴 했지만. 누군가 그녀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천천히 눈을 돌렸을 때, 수현이가 옆에 서있었다.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면서. 문제는 그녀는 급속히 불안해졌다. 안 돼. 오지마.


“……수현아”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그녀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수현은 그녀를 웃으면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에 덮힌 그녀의 배에 손을 올렸다. 수현은 그녀의 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내 동생.”


“…….”


“아빠 몰래 나 없앴잖아. 아빠는 유산인 줄 알았대.”


그녀는 눈을 돌리고 싶었다. 수현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눈을 감고도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들리게 소리를 지르고도 싶었지만, 질러지지 않았다. 여전히 수현의 손은 그녀의 배 위에 올려져있었다.


“아빠가 소금에 나를 넣을 때 나보고 뭐라고 했게?”


“…….”


“수현아.”


“…….”


그녀는 몸부림을 쳤다. 마치 경련같았다. 여기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자 의사가 놀라고 간호사들은 진정을 시키려고 그녀의 몸을 잡았다. 하지만, 발작 외에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묭이. 내 동생. 묭이.”


수현의 손이 그녀의 배를 뚫었다. 그 순간 그녀의 발이 의사의 손을 찼다. 의사의 손에 있던 메스가 그녀의 배로 떨어졌다. 배에 꽂힌 메스 탓에 피가 흘렀다. 수현은 메스로 인해 생긴 상처로 손을 내밀었다. 상처를 쑤시고 손이 들어갔다.


“엄마 애인이 태명 지었잖아. ‘묭이’라고. 미워. 난 태명도 없었는데.”


그녀가 고개를 마구 저었다.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간호사 하나가 그녀의 한 팔을 잡고는 주사를 놨다. 주사를 놓자 그녀의 발작이 조금 작아진 듯 했다. 하지만, 수현이 그녀의 배에서 붉은 핏덩이를 꺼내는 순간 그녀는 다시 발작을 일으켰다.


“선생님!”


주사를 놓던 간호사가 그녀의 팔에 치여서 바닥에 넘어졌다. 의사는 당혹스러워했고, 간호살들은 기계를 체크했다. 그녀는 고개를 젓다가 수현의 반대쪽으로 눈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녀는 배의 묵직함 때문에 저절로 시선이 배 쪽으로 갔다.


그녀의 배 위에는 피가 묻은 가느다란 수현의 손가락과 그 손가락 안에 하얀뼈가 드러난 핏덩이가 있었다. 핏덩이를 그녀의 시선을 느낀 듯 움찔했다.


그리고 핏덩이가 조금 움직이더니 그녀가 꿈 속에서 들었던 아주 어린 아이의 목소리를 내며 울었다.


“엄마!”


그 순간 그녀는 눈을 감았다. 기계들에서는 ‘삑’ 소리가 동시에 났고, 간호사들은 당황했다. 문제는 의사도 당황했다. 의사는 더구나 그녀의 안을 들여다보고는 더 놀랬다. 급하게 출혈을 막으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수술이 끝나고 한 남자가 병원으로 들어왔다. 의사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남자는 의사에게 다가갔다.


“태아가 3개월이 되면 뼈가 형성됩니다. 분명 3개월 전이라고 해서 소파술을 했던 거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공허한 시선으로 의사를 쳐다봤다. 병원의 복도에서 유난히 마른 여자아이가 걸어갔다. 품에는 작은 담요로 무언가가 쌓여있었다. 7동의 커다란 나무를 통해서 죽은 그녀의 전남편 집에 여자아이는 들어갔다. 베란다 쪽으로 가자 쓰러진 포대에서 쏟아진 소금이 물에 젖은 것도 있고 젖었다가 마른 것들도 있었다.


수현이는 묭이를 안고는 천천히 소금쪽으로 갔다. 묭이가 담요에 쌓인 채 움직이자 수현이는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엄마는 안 올거야.”


“엄마!”


분명 울음 소리임에도 ‘엄마’라고 들렸다. 수현이는 소금 위에 서서는 묭이에게 말했다.


“……너따위 보고 싶지 않았던 거야.”


“엄마?”


“……바보.”


“엄마!”


소금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수현은 물기를 빼앗긴다. 묭이도 물기를 빼앗겨서 천천히 말라간다. 갈색 빛의 마른 모습으로.

?
  • ?
    언제나‘부정남’ 2009.02.27 17:26
    역시 추리와 공포의 느낌은 약간 비슷하군요.
    감상은, 무섭습니다...;;
  • profile
    idtptkd 2009.02.28 02:50
    헐 ;ㅁ;
    무섭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ㅁ; ;;;
    (무섭지 않을 거라고 100% 확인했었거든요;)
  • ?
    얀슨 2009.02.28 23:51
    ㄷㄷ 안무섭네요 제가 이상한건가
  • profile
    idtptkd 2009.03.01 02:32
    아뇨 ㅇㅁㅇ/
    제가 공포물을 처음써서 상당히 서툴어서 안 무서울 수 있습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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