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0 10:08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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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선배를 따라 들어간 곳은 희연선배 방이었다. 액자에 있는 커플사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효과를 준 것 같긴 한데 원래 두분이 잘 어울리긴 하지만 이렇게 보니까 또 다르네. 아무리 '뽀샵질'을 한다고 해도 원판이 별로면 하나마나가 되지.


"너, 얼마전에 '건전 앤 파이터' 페스티벌에 갔었지?"
"네.. 맞아요."
"그리고.. 게임속 세계에서 빠진 뒤에 '블랙스퀘어'라는 운영자를 이기고 다시 나온거, 맞지?"
"네.. 어떻게 아셨어요?"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게임 속 세계로 빠졌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정말 그게 혜인이 말대로 마도서의 힘으로 그렇게 된 것이든, 아니면 정말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이든. 나 말고 다른 애들도, 아니, 같은 시간에 게임 속 세계로 빠졌다는 사람들도 다시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믿지 않으니 답답하니.


"그 '블랙스퀘어'.. 내 사촌 형이야. 선욱이형이라고, 그 형이.. 결국 일을 저질렀어."
"네?!"


잠깐. 뭐라고?


우리를 게임 속에 가뒀던 그 블랙스퀘어가, 호진선배의 사촌 형이었다고?


"윤민이 너도 선화누나 알지?"
"선화누나가.. 누구였더라."
"영어선생님."
"아.."


맞다. 생각해보니까 영어선생님이 호진선배 사촌누나였구나. 그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네.


"선욱이형이 선화누나의 오빠야. 그런데 둘이 친남매가 아니야. 선화누나쪽이 입양된 자식이었다나봐. 그래서 선욱이형이 틈만 나면 선화누나를 괴롭혔다나봐. 집안에 일만 생기면 누나 탓만 하고, 누나가 공부하는데 자꾸 시끄럽게 방해하고, 자기는 매번 놀자판이고, 나도 매번 보면서 안타까웠어."


블랙스퀘어. 싹수가 노란 인간이었네. 자기 동생이 친동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히고. 나도 지금 내 동생 윤화가 내 친동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빠로서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호진선배같이 괜찮은 사람이 그런 블랙스퀘어랑 얽히게 된 거냐.


"그 형이 지방의 이름없는 대학에 들어갔을 때에야 선화누나가 안심하고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그 뒤 대학교는 무사히 붙어서 선생님이 된 거야. 그 동안에 그 형은 작은 게임회사에 겨우겨우 들어가서, 그 때 막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인 '건전 앤 파이터' 운영자가 된 거지."


휴. 그래도 영어선생님은 잘 되어서 다행이네.


"정말 그런 사람이 내 사촌 형이라는게 부끄러웠어. 게임회사에 취직하고 나서도 손예지랑 같이 아이템사기치는 꼴을 보니까, 역시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만 들었구. 그런데 지난주부터 '모두에게 복수를 해 주겠다'는 식으로 모두에게 얘기하는데, 설마 그런 일을 저질렀을 줄이야.."


"그래서, 그 블랙스퀘어.. 어떻게 됐어요?"
"바로 경찰에 자수했어. 자기가 실종사건의 범인이라고. 그리고 그 게임 '건전 앤 파이터'는 바로 서비스를 종료했어."


내가 없는 사이에 실종자가 수백명이나 있었다는 뉴스까지 뜰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나였고, 그런 게임이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가 없지.


"뭐.. 결국 자기 죄값을 치룬거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해도.. 별로 동정해 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


지금까지 블랙스퀘어가 자기 여자친구인 손예지랑 한 짓을 보면 정말 감싸줄 사람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지. 오죽하면 그 블랙스퀘어가 친척이라는 호진선배마저 이런 말까지 하겠어.


가만. 생각해보니 오늘이 날이 날이다보니, 지금까지 얘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가 알고보니 만우절 거짓말이라서 속게 되는건 아닐까.


"호진선배. 혹시.."
"왜?"
"지금까지 하신 얘기들.. 만우절 거짓말이예요?"
"아냐. 아무리 만우절이라도 난 그런걸로 장난은 안 쳐."


휴. 다행이다. 그런데 정말로 호진선배의 사촌형이 블랙스퀘어고, 영어선생님의 오빠라는 것은 충격이 장난이 아닌데.


"윤화가.. 윤민이 동생 맞지?"
"네. 맞아요."
"윤화가.. 선화누나랑 많이 닮았어."
"네?"


잠깐. 그랬었나? 윤화는 집에서 맨날 보고, 영어선생님도 학교에서 매번 보는데 별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둘이 성격도 완전히 다르고.


"별로.. 그런것 같지는 않은데요."
"선화누나도 입양되었다고 했으니까, 윤화랑 선화누나랑 둘이 이름 돌림자가 같기도 하고.. 그래서 혹시 윤화네 집에서 입양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


가만. 생각해보니 둘다 이름이 화자로 끝나네. 하지만 윤화는 내 친동생이 아니긴 해도 나랑도 이름 돌림이 같으니까 별로 위화감이 없는데.  그리고 윤화가 내 친동생이 아니라는건 남들한테 밝히면 곤란해.


"그런거 아니예요. 저는 형이나 누나가 없이 동생만 있어요."
"기분탓이었나. 미안."


게다가 둘이 나이차도 장난이 아니잖아. 영어선생님은 아무리 어려도 최소한 20대 중반이실 것이고, 윤화는 올해 중3이라 열여섯살이니까. 상식적으로 나이차가 열 살 가까이 나니까 둘이 친자매일 가능성은 없다.


역시 만우절이라는 날이 모두를 망치는 건가.


"호진선배. 왜.. 민서선배같은 분이 오늘 저를 알아본걸까요."
"뭐? 민서?"


뭐야. 민서선배 이름 듣자마자 호진선배 왜 저렇게 놀라는거야.


"후.. 조민서 걔랑 놀지 마. 그런 후로게이랑 놀면 인생 망쳐."
"인생을.. 망치다니요?"
"나 작년에 희연이랑 사귀기 전에 막 나한테 앵겼던 녀석이야. 남자놈 주제에."
"..."


여장은 취향이니까 존중해줘야 한다고 하지만, 자기 성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건 뭔가 좀 아니지 않나. TV에 나왔던 어떤 대머리 연예인은 자기가 게이라고 커밍아웃을 하니까 팬들이 팍 떨어져나가고 지금 인터넷에서 '매'가 되어버렸는걸. 민서선배도 그런 종류면.. 위험한데.


"도대체 왜 그런 녀석한테 팬이 많은지, 이해가 안 된다구."
"그런데.. 그 선배가 왜 저를 알아봤던 걸까요."
"몰랐어? 너 학교에서 꽤 유명해. 알고 지내는 애들이 다들 아이돌이거나, 뭔가 별나다거나 해서 학교의 아이돌을 뺏어가는 '자석'이라고 2학년들 사이에도 유명한걸. 특히 그 유아름한테 찍혀놓고서도 다른 여자애들도 끌어가니까.."


호진선배한테 이런 얘기 들으니까 참 기분이 묘하다. 그러니까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런게 아닌데 왜 나만 이렇게 욕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 맞아. 그러고보니 호진선배한테 제일 궁금한 게 하나 있었지. 여태 이거 빼먹을 뻔 했네.


"그런데.. 호진선배랑 희연선배 두분이 어떻게 사귀시게 된 거예요?"
"음.. 설명하자면 꽤 긴데.."
"호진아, 윤민아. 준비 다 됐어."


마침 이 때 희연선배가 우리 부르네. 어서 나가봐야지. 그런데 나와서 보니까, 희정이랑 윤화 사이에 못보던 여자애가 하나 있네.


"희정아. 호진오빠 옆에.. 못보던 오빠 누구야?"
"아.. 윤민오빠라고, 윤화네 오빠야."
"윤화 오빠라고? 둘이.. 전혀 안 닮았는데."
"그래도 우리 오빠야."


쟤 갑자기 와서 뭐라는거야.


"얘.. 누구야?"
"내 친구 유미야. 학원에서 보충 있다고 못 온다고 했는데 그게 전화 잘못 한 거였대. 그래서 다시 오게 된거야."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아까전에 윤화랑 희정이가 말하던 유미가 얘였나. 그래도 생일파티에 올 수 있는게 다행이네.


"모두들.. 고마워. 오늘이 만우절이라서 내 생일인 걸 다들 안 믿는데.. 그래도 이렇게 와줘서."
"희정이가 생일 갔다 장난칠 애는 아니잖아."
"그래도 윤화 따라서 윤민이까지 올 줄은 몰랐어. 내 동생 희정이 생일날에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사실 정확히 말하면 윤화한테 끌려온거지만, 희정이도 좋은 애니까 축하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덕분에 희정이 뿐 아니라 희연선배한테도 칭찬을 들었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희정이♬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나서, 희정이는 촛불을 불어서 껐다. 비록 적은 인원이긴 해도, 이렇게 축하를 받는 모습은 행복하지.


"맞다. 윤화야. 너네 오빠랑.. 호진오빠 둘이 어딘가 느낌이 비슷하지 않아?"
"글쎄. 그런거 못 느끼겠어. 호진오빠는 호진오빠고, 우리오빠는 우리오빠일 뿐."
"내가 봐도.. 윤민이한테도 호진이랑 비슷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 윤민이도 귀엽긴 하지만.. 호진이가 훨씬 멋진걸."


희연선배. 이런 곳에서까지 염장을 지르면 어떡해요. 그나저나 내가 도대체 어딜 봐서 그런거냐고. 그렇지 않아도 전에 나래한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맞아. 희정아. 내가 여기 오다가 어떤 언니가 나보고 희정이 생일파티에 가는거 아니냐고 하면서 이거 전해달라고 했어. 희정이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 언니가 누군데?"
"내가 모르는 언니인데.. 키가 작고.. 머리를 양 옆으로 두갈래로 묶었어"
"아.."


방금 유미가 말한 애. 희정이 뿐 아니라 희연선배랑 호진선배 역시 누군지 알아본듯한 모습이다. 얘기 들어보니까 나도 누군지 알겠어. 하지만 여기서 말할 사람이 아니니까 괜히 얘기 잘못하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질까봐 겁난다.


"희정이도 호진이같이 멋진 남자친구 생겨야 할텐데."
"호진오빠가.. 언니랑 어울리긴 한데.. 나도 그런 남자친구.. 생길까, 언니?"


지금 이 자리의 주인공은 희정이니까, 호진선배랑 희연선배 두 분이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가는 그냥 나중에 여쭤봐야지.


윤화랑 희정이, 그리고 유미가 얘기하는 것을 옆에서 계속 보다보니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이제 슬슬 돌아가봐야지.


"윤화야. 이제 집에 가자."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저희 그럼 가볼께요. 안녕히 계세요, 희연선배. 잘있어, 희정아."
"응~ 잘가, 윤민아, 윤화야!"
"내일 학교에서 봐, 윤화야. 안녕히 가세요, 윤민오빠."


호진선배랑 희연선배. 두분이 정말 잘 어울리기도 하고, 두분 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다행이다. 물론 희정이 역시 착하고. 두분이 어떻게 서로 사귀게 되었는가를 여쭤보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 영어선생님이랑 윤화는 전혀 안 닮았는데.


"왜 그렇게 쳐다봐, 오빠!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아무것도 아냐."
"칫."


도대체 이 세상이 왜 이렇게 밤에 혼자서 안심하고 걸어다니지 못하는 세상이 된 건가. 툭하면 실종사건에 살인사건이 터지는데다가.. 조공명같은 녀석마저 지금 우리동네로 왔으니 더더욱 밤길이 무서워지고 있다.


"혹시.. 윤민이?"


누가 나 부르는거지. 묘하게 낯익은 목소리인데. 고개를 돌아보니, 내가 아는 애 중에서 자기 나이보다 이렇게 어려보이는 애는 한명밖에 없지. 물론 '선배'까지 포함하면 한분 더 계시지만 그분은 여기서는 논외고. 그런데 얘가 여기에는 웬 일이지.


"어, 나래?"
"안녕하세요, 나래언니."
"윤화도.. 있었구나. 둘 다 희정이 생일잔치 갔다 오는거야?"
"응. 맞아." / "네."


나래도 오늘이 희정이 생일인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아. 생각해보니, 아까 그 선물을 전해달라고 한게?


"혹시.. 아까 다른 애한테 희정이 생일선물 전해준게.. 나래야?"
"응.. 맞아. 나래가.. 희정이가 그 인간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많이 괴롭혔어. 호진오빠를 뺏어간 건 희정이가 아니라 그 인간인데.. 희정이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래서.. 나래가 희정이한테 많이 미안해서."


역시 선물을 전해준게 나래였구나. 하지만 모든 문제는 나래가 호진선배에 대한 집착을 포기해야 해결이 될 것 같은데. 그 집착이 전혀 상관없는 내가 보기도 좀 많이 안좋으니까.


"윤민이도.. 서연이를 나래같이 만들지 말아줘."
"걱정마."
"나래언니도 서연언니 알아요?"
"응. 그 애도.. 윤민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한 것 같아."


내가 다른 애들을 알게 되면서 서연이한테 잘해주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그래서 서연이도 나래 얘기를 듣고 호진선배랑 희연선배를 안 좋게 봤던 것이고.


"다솜이가.. 연락이 안돼. 무슨 일.. 생겼어?"
"아니. 다솜이도 실종자들 돌아왔을 때 같이 돌아왔는데.. 왜?"
"이상하다.. 어떻게 된 거지."


다솜이가 연락이 없다?


설마 다솜이가 돌아오자마자 그새 무슨 일이 또 생긴건가. 도대체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요새 위험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니까, 나래도 늦기 전에 집에 들어가는게 좋아."
"응. 그럼, 나래는 이만 가볼께. 나중에 봐, 윤민아."
"잘가."
"안녕히 가세요, 나래언니."


희정이 생일잔치에 갔다 온 뒤에 하필이면 나래를 만나고 나니까 기분이 많이 묘하다. 그런데 다솜이한테 벌써 무슨 일이 생긴걸까. 다솜이 연락처를 모르니까 어떻게 할 수 없다.


"다솜언니면.. 그 오빠랑 게임 같이 하는 언니?"
"응. 맞아."


집에 도착해서 보니까, 역시 건전 앤 파이터 홈페이지는 휑하니 닫혀있다.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충전한 캐쉬는 플레이어 여러분께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아바타도 결국 캐쉬로 살 수 있지만, 아바타는 교환이 가능하니까 환불하기 애매하니 캐쉬만 환불하겠다고 하는건가. 문제는 지금 내가 캐쉬 충전한 게 바닥났는데. 운영진의 막장 행각만 아니었어도 꽤 재미있엇던 게임 건전 앤 파이터. 정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내일 학교에서 다솜이가 어떻게 되었는가 한번 알아봐야지.


역시 엔젤헤일로에서도 사람들이 만우절 장난을 치고 있었구나. 그래도 위키에는 별다른 이상한 정보는 올라오지 않는게 다행이다. 만우절날이 개교기념일인 학교도 있었다니, 특이하다.


정말 오늘 하루에만 왜 이렇게 많은 것들이 터진거야. 그 막장 블랙스퀘어가 알고보니 호진선배의 사촌형이질 않나, 그것도 영어선생님의 오빠라니. 그리고 오늘 새롬이가 한 B612 관련 이야기도 뭔가 묘하게 걸려. 혜인이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새롬이가 외계인이라도 되는 걸까. 아니면?


그리고 혜인이는 정말 마도서를 찾으러 결석한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 도대체 지금 다들 어떻게 되고 있는거야? 무슨 일에 휘말리고 있는거야?


잠자리에 들어도 많은 생각들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데.. 윤화 얘는 또 왜 들어오는거야.


"오빠.."
"왜."
"같이 자. 혹시 그 마녀 또 오면 어떡해."
"알았어. 하지만 지금 올 리가 없잖아."
"그때도 창문 열고 날아서 오빠 방에 들어왔잖아."
"맞아.. 그랬지."
"그 마녀가 오빠한테 또 손대는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마녀가 못 오게 내가 오빠 곁에 있을거야. 말했지? 오빠를 지켜주는 건, 나뿐이야. 서연언니도 아니고.. 유정언니도 아냐."


윤화랑 말다툼이 이어져봐야 돌아오는 것은 윤화가 나한테 치는 이상한 장난 뿐이니, 그냥 잠자코 자야지. 얘 이러다가 정말 남자친구 생기면 어떻게 할지 걱정만 된다.


그리고 날은 바뀌고, 다행히도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이 무사히 일어났다. 장난도 한두번 쳐야 받아주는거지. 하지만 이렇게 잠잠했다가도 또 잊을만하면 이상한 장난을 치는게 윤화니까.


제발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 만우절도 이제 지나갔으니까.


오늘도 서연이랑 같이 학교에 등교.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 유정이도 내 옆에 앉고 나서 오늘은 드디어 평범한 일상을 보내겠거니.. 했는데,


"긴급뉴스, 긴급뉴스!"
"이번엔 또 무슨 일이냐."
"조공명이 결국은 일 저지른 것 같다. 조공명이 여자애 데리고 가는 모습을 멀리서 봤다."


이건 또 뭐야. 결국 조공명이 본격적으로 일을 저지른건가. 만우절도 지났으니까 이번엔 거짓말은 아니겠지.


"도대체.. 누구를?"
"나도.. 잘 못봤는데, 얼핏 보니까 유정이.. 같았는데, 지금 유정이는 너 옆에 잘 있으니까 유정이는 아닌 것 같고.. 누구지."


내가 아는 애든 모르는 애든, 조공명이 벌써부터 일을 저지르는 걸 보니까 정말 가만히 둬서는 안될 녀석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민쨩, 나 왔어!"


그리고 오늘도 반갑지 않은 인물 아름선배의 등장.


"아름선배. 이번엔 또 무슨 일이예요."
"그냥 민쨩 보고싶어서 온 건데.. 싫어, 민쨩?"


아름선배. 그렇게 불쌍한 얼굴을 해 봐야 그거 헐리우드 액션이라는 거 티가 나거든요. 생각해보니 이분도 연기자같은거 하면 어떤 의미로는 꽤 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키가 작은 사람을 연기자로 받아주긴 할까.


"아뇨. 싫은건 아니예요."
"역시 이래서 민쨩이 좋아. 아.. 맞아. 나 어제 조공명아저씨 오랜만에 만났는데."


맞다. 생각해보니 아름선배가 옛날에 조공명이랑 놀았다고 했지. 지금은 손 뗀지 한참 되었다고 하지만.


"조공명이 뭐래요."
"나같은건 열 트럭 갔다줘도 싫대. 대신 이 유일동에 있다는 하렘마스터의 하렘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데."


도대체 이 유일동에 하렘마스터라는게 있긴 있는건가.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남의 것을 뺏어가는 건 '도둑질' 아닌가. 아니, 그것보다 하렘이라는 걸 만드는 것부터가 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불법이 아니었나.


뭐 결론은 조공명은 역시 답이 안 나온다는거다.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답이 없네요."
"그치. 그래서 내가 그 아저씨 재미없다고 한 거야."


그런데 저랑 노는게 그렇게 재밌는거예요, 아름선배?


아, 생각해보니까 아름선배한테 할 얘기가 있었지. 어디까지나 만우절날 들은 얘기라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름선배. 여쭤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뭐든지 물어봐, 민쨩."
"혹시.. 아영이라는 동생 있어요?"


내가 말하자마자, 아름선배의 표정이 급하게 굳어졌다. 평소 아름선배 모습하고는 완전히 달라. 정말 내가 뭔가 엄한거 건드린건가.


"미.. 민쨩이.. 아영이.. 어떻게.. 알아?"
"그냥.. 제 아는 동생인 새롬이라는 애가, 자기 만우절날이란답시고 자기가 외계에서 왔다고 자기가 원래 이름이 아영이였고 아름이라는 언니가 있다고 하는데, 그냥 흔한 이름들 말한거 같아요. 외계인들 이름이 한국식일리도 없고."


그 얘기를 듣자마자, 아름선배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분명히 안도의 한숨이겠지.


"휴.. 깜짝 놀랐네."
"왜요, 아름선배?"
"아무것도 아냐. 아까 말한건 그냥 잊어줘, 민쨩."


정말 아름선배한테도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아영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저렇게 표정이 변했으니.


"맞다. 오늘은 너 짝이 조용하네? 나 걔 디게 무서워, 민쨩."
"그런..가요?"


그러고보니 그렇네. 평소같으면 유정이가 나와서 아름선배보고 왜 나 괴롭히냐고 나와서 아름선배가 그냥 갔을 만한 타이밍인데.


그 때 타이밍 좋게 예비종이 울렸다.


"그럼 민쨩, 나 올라가볼께. 나중에 봐."
"네, 안녕히 가세요, 선배."


아름선배가 올라가고 난 뒤, 내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유정이가 물어봤다.


"윤민아.. 저 선배가, 왜 나 무서워하는거야?"
"유정이가 전에부터 저 선배 왔을때 왜 나 괴롭히냐면서 강하게 나왔잖아."
"내가.. 그랬었나?"


응. 분명히 그랬었어. 그런데 지금 유정이는 왜 전혀 기억을 못하는걸까.


"유정아.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냥 학교 끝나고 집에서 공부했는데."
"그냥.. 평소랑 많이 달라진 것 같아서."
"그래보여?"


분명히 얘는 내 짝인 유정이가 맞는데, 뭔가 행동이 평소랑은 달라도 너무 달라. 어떻게 된 거지. 에이. 그냥 기분탓이려나. 신경쓰지 말고 수업이나 들어야지.


혹시나 해서 쉬는시간에 3반 교실로 갔지만, 오늘도 혜인이는 결석이었다. 혜인이네 집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혜인이 번호도 모르고.. 아니, 마녀가 휴대폰을 갖고다닐 리가 없지만. 도대체 혜인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걸까.


그리고 오늘도 찾아온 점심시간.


새롬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또 찾아왔고, 서연이랑 새롬이, 그리고 나 이렇게 식당을 향하고 있는데..


"다들 어디가는거야."
"식당에. 밥먹으러."
"나도 같이 가. 왜 나만 빼놓고 가는거야."


뭐라구?


유정이 너 분명히 몸매관리한다고 점심 안 먹고 있는거 아니었어?


"유정이.. 몸매관리한다고 학교 식당엔 안 갔잖아."
"나 그런 적 없으니까, 같이가."


그런 적 없다니. 분명히 전학온 첫날부터 어제까지 계속 그랬다구. 정말 이상해. 내가 알던 유정이가 아냐.


- 다음회에 계속 -


25. 한유미 : 16살. 희정이/윤화랑 동갑. 희정이의 생일잔치에 온 소녀. 역시 유일여중 3학년 재학중이며, '평범하게 슈퍼주니어 오빠들을 좋아하고, 평범하게 학원에 다니며, 아직 남자친구는 없는' 그런 여자애다. 성적은 별로 안 좋지만 컴퓨터는 상당히 잘 다루고 JLPT 준비 예정으로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는 소녀.


네. 이번 회에서 호진이가 좀 충격적인 것들을 밝혔습니다. 알고보니 블랙스퀘어가 호진선배의 친척이었다는 것. 그리고 나래도 희정이한테 사과의 의미로 생일선물을 전해줬지만.. 다음날에 아름선배한테 의외의 과거가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을 알게 된 윤민이. 그리고 유정이가 평소하고는 달라도 너무 다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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