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4 00:12

현실과 꿈 아저씨편-19

조회 수 661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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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도와줄게.’

칼이 가슴에 꽂히자 정신이 바짝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엔 불쾌한 목소리가 맴돌았다.

 

‘걱정 하지 마. 아빠가 도와줄게.’

호페퍼가 눈을 떴다. 애서는 미친 듯이 그를 찌르기 시작했다. 가슴과 배에서 피가 펄펄 끓어 넘쳤다.

“너 정말 대단한 애구나!”

그 상처에 아랑곳 하지 않고 호페퍼가 일어났다.

“뭐, 뭐야?”

애서가 당황하며 칼을 들었다. 하지만 칼 끝에 얼음덩어리가 생겨 움직일 수 없었다.

“우리 아들은 진짜 강한데 말이지. 혼자서 이렇게 쓰러뜨리다니!”

호페퍼가 쩔뚝거리며 애서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

애서가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하지만 두 발에도 얼음이 맺히기 시작해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지운 기억까지 살려줬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마워, 정말로.”

호페퍼가 말을 마치고 애서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상처에서 밝은 빛이 새어나왔다.

“일반적인 치유마법은 시전자의 자연회복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으로 신체에 무리를 주지......”

“크헉!”

애서의 배가 갈라지고 그 사이로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의 두 다리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껴있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좀 색다른 마법을 사용하겠어. 내 상처를 너에게 옮기는 마법이지. 왜 호페퍼는 이렇게 편리한걸 익혀놓고 써먹지를 않을까? 천성이 여린 탓이겠지.”

“사, 살려줘!”

“고마웠다.”

애서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호페퍼는 그의 심장에 상처를 만들었다. 애서는 그 자리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하고 말았다. 호페퍼는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하 듯 성에서 내려갔다.

“윽.”

성에서 나온 순간 그는 심한 두통을 느꼈다.

 

“저항이 심하구나. 아들아.”

호페퍼는 다시 한번 더 쓰러졌다. 그리고 한참 동안 누워있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로 아버지를 내 쫓기는 했으나 거기에 너무 많은 기력을 사용한 탓이었다. 그렇게 그는 계속해서 땅에 머리를 처박고 누워있었다. 작은 자갈들이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계속해서 한숨만 쉬었다. 그는 더 이상 숨이 차지 않았기 때문에 숨을 헐떡일 수 없었다. 그냥 계속 한숨을 쉬었다. 작은 돌맹이들이 굴러다녔다.

‘그랬구나.’

자신을 둘러싼 두 가지 사건- 어렸을 적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었던 성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얼마 전 구출대에서 쫓겨나게 된 난동, 그리고 최근의 건까지, 모두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고 이번처럼 정신을 잃었던 날 일어난 일이었다. 게다가 이번엔, 자신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까지도 아버지가 자신의 몸을 제어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 큰일이었다.

“후.......”

하지만 그것 보다 큰 일은 자신의 과거였다. 호페퍼는 자신의 양 어깨를 잡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바닥을 쳐도 억울함을 가시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도 목이 마르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그는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소리만 질렀다.

 

“너무 안 오잖아.”

진석이 성벽에 서서 중얼거렸다. 호페퍼가 돌아오지 않은지가 오늘로 일주일, 하루 안에 돌아오겠다는 말과 상반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가 예고한 것과 달리 성은 너무 조용했다! 진석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일 중 하나였다. 그는 완전히 호페퍼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문제가 생긴 거야.’

그는 호페퍼가 준 단검을 주물럭거렸다. 한 번의 생각만 하면 호페퍼에게 갈 수 있는 마법의 검.

‘가자.’

별들이 조용히 빛나는 밤, 성벽 위에 한 남자가 사라졌다.

 

 

호페퍼가 탈진한 채로 쓰러져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진석이 그의 옆에 앉아 물었다. 그의 등을 만지자 온기가 느껴졌다. 죽은 것 같지는 않았다.

“아저씨?”

그가 쉰 목소리를 짜내 겨우 답했다.

“여기....... 있으면 어떡해. 빨리....... 돌아가.”

“뭐?”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일주일이야. 너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일주일....... 지금쯤 도착했겠네. 아저씨 서둘러야 해. 어서 돌아가. 그리고- 부탁이 있어.”

“뭐야, 뭔데 그래?”

“티스, 티스에 가줘. 마계가 점령한 성이야. 그곳을 함락시켜주면 되. 지금은 잔챙이들 밖에 안 남았으니까, 멀리서 날려버리면 쉽게 끝낼 수 있을거야.”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원래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난 더 급한 일이 생겨서 어쩔 수 가 없네. 미안해.” “뭐?”

“부탁해.”

그리고 호페퍼는 사라졌다. 그가 있던 자리엔 그와 진석을 이어주던 단검이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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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2.12.24 06:01
    아버지가 소멸된 게 아니라 호페퍼의 몸을 공유하고 있었던 건가요;
    결국 애서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네요. 남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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