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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기억력이 나쁜 나로썬 읽은 책에 대해서조차 할 수 있는 얘기가 불과 몇 줄 정도뿐인데.

 어쩌면 몇 마디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전혀 모르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책에 대해 아는 사람들 얘기를 듣다가 슬쩍 끼어드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서점에 가면 생판 모르는 책들이 즐비하지만, 어떻게든 그 책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구석, 그렇지 않을 법한 구석을 찾아내서 구입하거나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가.

 일단 시도라도 해보기로 한다. 인터넷을 켜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에는 어떤 것이 있나 확인한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살펴보려고 아껴둔 리뷰글 가운데 특이한 책에 대한 소개가 하나 있다. <야생종>. 일단 낯선 제목이 시선을 끈다. 소설이라고 했지. 한자어로 된 제목을 보면 일본 작가의 책일까? 사변소설일지도 모르고, 사회파 미스테리 소설인지도 모른다. 작가 이름을 보니 '옥타비아 버틀러'라고 되어 있다. 일단 일본 작가같지는 않다. 추측은 틀렸다. 그러고보니 표지 제목 아래 Wild Seed라고 영어 원제가 적혀 있지 않은가. 아니, 일본 소설도 영어 제목을 쓰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이걸 봤더라도 예측하진 못했을 테다.

 책소개가 또 한 번 시선을 끈다. '불사의 능력을 지닌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만나다!' 판타지에서 나올 법한 소재들은 항상 흥미를 갖게 한다. 게다가 '흑인 여성 SF 작가의 소설'이라잖는가! 작가의 배경과 출신도 책을 선택할 때 고려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그출신이 대단히 새로운 집단, 달리 말해 마이너한 집단일 경우 그렇다. 고정관념이긴 하지만, 내게 아직 흑인 작가, 게다가 흑인 여성 작가 작품은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것이다. 거기에 SF라니. 굉장히 특이한 이야기일 거란 추측이 든다.

 이야기는 어느 남녀의 러브스토리인 듯하다. 남자는 4천 년을 살아왔고, 여자는 300년을 살아왔다. 그들은 17세기 말 아프리카에서 처음 만나서, 19세기 중반 미국 남북전쟁 전까지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 사실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바탕에 깔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대체로 현실감이 있다. 또 그 시대적 배경에 대해 내가 어느 정도 아는 경우라면 등장인물들의 고난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을 테고.

 리뷰글을 한 번 보기로 한다. 이야기의 거대함, 감동의 깊이...거창한 표현들에 눈이 먼저 간다. 이야기는 단순히 행복한 러브스토리인 것 같지는 않다.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오던 삼백 살 먹은 여자에게, '존재 자체가 재앙인'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자기와 함께 가지 않으면 사천 년 동안 살아온 자기 능력으로 여자의 종들을 모두 파괴할 거라고. 예상보다 이야기는 덜 달달하고 묵직한 내용인 듯하다. 그건 장점이 될 수 있다. 비극적인 분위기는 감상을 풍부하게 더할 수 있을 테니까.

 리뷰어는 이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 국가의 수명만큼 살아온 남자와 가장 오래 사는 인간보다 몇 배 이상을 더 살아온 여자가 만났을 때 일어날 법한 일들을 인간의 지배욕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로 다루고 있다.' 직관적인 표현들이 마음에 든다. 이건 리뷰어의 표현일까, 작가의 표현일까? '한 국가의 수명만큼 살아온'이나, '가장 오래 사는 인간보다 몇 배 이상을 더 살아온' 같은 표현들은,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처지를 함축하고 요약하는 듯하다.

 인용된 역자의 말에도 눈이 쏠린다. '끔찍한 미국 노예 이민 역사를 초능력자들의 역사로 바꾸었다.' 당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소설인 걸까? 일종의 팩션으로 봐도 좋을까? 예전에 개봉한 영화, <링컨, 더 뱀파이어 헌터>는 링컨의 연대기를 뱀파이어에 대항하는 인간 영웅의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 이야기라고 봐도 좋을까?

 일반적인 소설 판형, 490페이지 분량이면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적지도, 과하지도 않은 충분한 양이란 생각이 든다. 리뷰글 하나와 책소개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고작 이 정도뿐이다. 서점에라도 들려서 책을 실제 뒤적여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러다 매력적인 문장 몇 구절을 찾아낼 지도 모르고,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마음이 끌리는 책 목록은 늘어만 간다. 혹여나 나중에 서점에 가게 된다면, 그 목록 중 기억나는 타이틀을 찾아내 비교하고 구매하게 될 것이다.

 언뜻 보았을 때 <야생종>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보인다. 언젠가는 이 책을 내가 사서 볼 날이 오게 될까? 장담할 수는 없다. 어쨌건, 즐길 만한 이야기란 이 세상에 질리도록 많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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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대충대충이 되어가는 것 같지만.... 적어 올립니다.
 난해하네요,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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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 2012.12.23 08:30
    보너스 포인트를 받아라. 네게는 이 포인트를 받을 자격이 있다.
  • profile
    욀슨 2012.12.24 09:25
    사실 제일 걱정하던 주제가 이거였는데, 윤주님이 쓰신 걸 보니 가이드라인이 잡힌 것 같습니다. 책 보고 써도 어려운 독후감인데 이 정도면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해요.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2.12.25 03:11
    일단 최대한 책 선택시 고민하는 과정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 보려고 했는데, 의도대로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이건 하나의 방향이라고 생각하고요, 보다 나은 풀이도 있지 않을까요? 나중에라도 욀슨 님 해답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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