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7 09:49

하림의 세계 6-2

조회 수 345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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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요?”

하림의 머리가 일순 혼란해졌다.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자. 외자 이름 남자가 자기와 약혼한 여자를 납치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윤아 선배는 이제 편한 자세로 펜스에 기대 서 있었다. 하림은 추궁을 하러 왔지만, 그 애수에 잠긴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그도 그렇잖아. 이 일은 하림과는 관계 없는 일이다. 이런 서브퀘를 진행하지 않아도 한분과의 호감도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하림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그것도 엄청난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더더욱.

, 너 이름이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하냐니. 별명같은 것도 상관없다는 건가.

길 하림이라 합니다.”

, 참견 많은 오지랖 소년이로구나. 좋아, 그렇다면 안심했어.”

참견 많은 오지랖 소년? 그리고 안심했다니? 하지만 윤아 선배는 하림의 이해력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래, 모란과 호환은 나랑 소꿉친구였어.”

갑자기 옛날 회상?

내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너라면 알거야. 모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를.”

그야, 무도가 집안이죠.”

하림은 란 선배 집에 몇 번 가봐서 잘 알았다. 분명 청풍류의 라는 유파였던가? 거기서 하림은 란 선배에게 자주 교습을 받았다. 하지만 도중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란 선배가 갑자기 일탈을 선언한 것이다. 외동딸이라 부모님이 건 기대가 큰 탓에 란 선배가 느끼는 압박감이 큰 탓이었다.

그런데도 육상부에 들어갔다는게 란 선배 답긴 하지만.

하림의 배경지식을 믿었는지, 아니면 설명하기 귀찮았는지 윤아 선배는 이야기를 계속 이었다.

그래. 그리고 호환네도 같은 무도가 집안이지.”

그럼…… , 벽극승파류?”

윤아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림은 이제야 전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란 선배와 외자 이름 남자는 같은 무도가 집안이다. 호씨 집안 혈연이 어떻게 되는지는 몰라도, 모씨 집안은 가문 계승을 위해 외자 이름 남자를 란 선배와 약혼시킨 것이다. 모든 것을 정해진 길에 따르기 싫은 란 선배는 당연 일탈을 했고, 그런 란 선배의 부모님은 외자 이름 남자에게 란 선배를 다시 돌려놓길 원했던 것이다.

가만, 이렇게 해석해도 아직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다.

그럼, 선배님은 처음부터 이어줄 요량으로 이번 일을……?”

윤아 선배는 돌아보지도 말을 해서,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답을 들으니 짐작이 맞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래, 모란도 호환을 좋아하고 따랐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었어. 하지만 역시 세상일은 알 수 없네. 왜 호환이 아직도 그런 악수를 택한건지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는 윤아 선배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분하게 도리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이 선배, 설마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거나?

그렇다면 4천왕들을 갈아치운 이유는 대체 뭐죠?”

그 말에 윤아 선배의 말투가 바뀌었다.

대답해 줄 이유는 없는데……?”

지금까지 말한 사람과 다른 사람인거 같았다. 하림은 윤아 선배가 아직도 숨기고 있다는걸 알아챘다.

, 윤아 선배의 사이코 록을 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럼 왜 아까는 순순히 대답해주셨죠? 그게 더 위험한게 아닌가요? 가십에 나오면 어쩔 속셈이었어요?”

아무리 정보통인 신문부들이라 할지라도, 란 선배의 약혼자란 기사는 한 줄도 없었다. 물론 추측은 있었지만, 팬클럽(남성 반대!)의 특성상 가설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 같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림이 퍼트린다면……

.”

갑자기 시야가 변했다. 하림은 어느새 하늘을 보고 있었다. 타의적으로. 윤아 선배가 기술을 걸어 하림을 쓰러트린 것이다.

후후, ……그거 알아?”

윤아 선배의 몸이 가까이 다가왔다. 가까이서 맡아보니 가벼운 플로랄 향이었다. 가슴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성녀(性女)같은 느낌이었다. ……하림은 이런 위기에 몰린 와중에도 분석하고 있었다. 윤아 선배가 하림의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십거리는 더 큰 가십거리로 막을 수 있는 법이야. 으응……, 그래. 이를테면 정책에 실패해 실의에 빠진 전 학생회장이 남학생을 덮쳤다던가…….”

……무슨…….”

그래서 책임감을 느낀 남학생이 회장을 데리고 도피를…….”

그거, 아까 끝난 이야기 아니었나!?

? 불만인거야? 그럼 반대로 해도 돼. 그러면 내게 동정표가 쏟아질테니. ……마성의 가이에게 전 학생회장이 몸과 마음 모두를 맡겼다, 좋네.”

하림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이 선배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몸으로 무마시키려고 하지는 마세요.”

……에이, 눈치 챈거야? 들켰네.”

하지만 너라면 정말 진심이었어도 괜찮았는데.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어. 윤아 선배의 중얼거림을 묵살한 하림은 윤아 선배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시 진심이 아니었는지 윤아 선배는 순순히 일어났다.

그렇다 해도 알려줄 수는 없어. 무엇보다 팬클럽의 기밀사항이거든. 아까 대답해준 이유는 네가 모란이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야.”

다시 말해, 관계가 있으면 알려주실 수 있다는 거군요.”

그래. 하지만 네가 관계가 있는게 뭐가 있지? 리 미여의 반친구라서? 반친구라는 이유로 참견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아무리 오지랖이 넓어도 그렇지. 참견하는데는 도가 있어. 넌 지금 그 도를 지나친 거야. 미여를 사랑해? 그럼 말해줄 수도 있어. 다만, 내가 그 사실을 퍼트리겠지만.”

그러면서 윤아 선배는 펜촉같은걸 보였다. 녹음 기능이 내장된 펜인가……. 정말이지. 이런 상황에서까지용의주도함을 보이니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윤아 선배는 간과한게 있었다. 하림은 분명 아테나 파이오니아와 관계가 있었다.

하림은 그 증거품을 윤아 선배에게 보였다.

================================================================================

다음 중 그 증거품으로 타당한 것은?

1.아테나 파이오니아 여름 M.T. 사진

2.미여의 주민등록등본

3.하림의 회원증

4.윤아 선배의 과거 치부가 담긴 검은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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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7.17 16:17

    갑자기 역전재판 패러디가 나오네요;
    ...정답 여부는 차치하고, 저라면 증거 4번을 제출하겠습니다 ㅎ 그걸 갖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요;

  • profile
    ㄴㅏㄹㅏㅣ 2012.07.17 17:35
    SYSTEM: 윤주님의 사이코 게이지가 깎였습니다

    정답은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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