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의 세계 5-1

⑤새로운 국면

“야!”

“내 이름은 하림이야.”

뭐, 이런 녀석에게 이름으로 불리고 싶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서도.

“이름이야. 단순한 코드명 같은 거잖아. 굳이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도 너도 이해하고, 나도 이해하는데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딴지를 걸면, 밑도 끝도 없이 캐고 드니, 이제는 만사 다 귀찮아진 하림이었다.

“그런건 뭐 상관없고. 없어.”

“뭐? 복도에 도청장치 달았냐!?”

“네네. 매일 매 시간마다 수고하십니다.”

저 말을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 알기 쉽게 풀이하면 ‘아쉽게 됐어. 네가 찾는 리 미여란 사람은 오늘도 없다네.’ ‘뭐? 어떻게 내가 이 교실에 올 때마다 없을 수가 있어!?’ ‘네 녀석이 운이 없는거겠지. 그깟 4천왕 자리가 뭐라고. 정말 고생한다야.’ 정도 되겠다.

이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미여는 경질되지 않았다. 비록 남자 4천왕을 해한 죄를 물었지만, 피해자인 외자 이름 남자가 반대했다. 회장도 반대해서 미여는 아무 일 없이 지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흐름은 그렇지 못했다.

이 당돌한 숏트윈 테일 삐죽머리를 한 여자는 한분과 같은 반인 (하림은 이것만은 기억했다) 자벌레던가? 그런 이름이었다.

“그게 아냐! 내 이름은 자 반려란 말이야!!”

“갑자기 발작기가 돌았냐.”

“……나 같은 귀여운 소녀에게 발작이라니. 그런건 금어라구.”

자기 스스로 귀엽다고 말하다니. 세상도 말세로고. 하림은 이 n차원 소녀에게 통탄을 금치 못했다. 반려는 수상쩍은듯 하림에게 눈을 흘겼지만, 하림은 뜨끔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내가 올 때마다 없을 수 있는거지.”

“인덕이라고 생각해. 아참, 벌레니 충덕이라고 해야 하나. 차라리 오덕이 어감이 좋네.”

“이 자식이!!!”

반려는 어느새 손에서 민간인이 갖고 다니지 못할 것을 꺼내더니 그걸 하림의 목에 들어댔다. 이 학교도시에는 이런 애 잡아갈 시찰이 없는거야!? 아니 적어도 경비라도! 잠깐, 그러고 보니 이 학교에서 소지품 검사한걸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대형사고 한번 안난게 정말로 신기했다.

반려도 자신이 지나치다고 인식했는지 어느새 게 눈 감추듯 등 뒤로 그것을 뺐다.

“……아, 미안. 순간 욱했어.”

“알았으면 그만 가봐. 치료비는 청구하지 않을 테니.”

“그냥 목에 댄거 뿐인데, 무슨 치료비야? 정말로 치료비 나오게 만들어줄까?”

반려의 눈에 살기가 일었다. 하림은 무의식적으로 꼬랑지를 내렸다.

“아니. 됐어. 미안.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장난치지 않겠습니다.”

“후― 그럼 난 간다. 정확히 50분 뒤에 또 올거야.”

“네네, 살펴가십시오.”

“명심해 둬. 미여 다음은 널 점 찍었어.”

“네에, 그날이 오길 고대하겠습니다.”

그럼 50분 뒤에 말해주면 되겠군. 저 녀석이 저렇게 말하면 반드시 그 시간에 온다. 그리 생각하며 하림은 창문 밖으로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