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8 15:20

하림의 세계 4-1

조회 수 463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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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왕 임명식

 

미여의 말에 아무도 반대는 없었다. 그렇게, 모여서, 식장으로 출발했다. 2검도부, 총원26(가짜 율동고 학생 포함). 대장, 아테나 파이오니아의 현 4천왕 리 미여. 이들의 눈빛에는 비장한 각오가 보였다. 모든 것은 아테나 파이오니아의 미래를 위해서! 제발 공부도 그렇게 좀 해라…….

그렇게 다다른 곳은 학생회실 안에 속한 응접실이었다. 역시 다른 팬클럽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장 범용성 있고, 제일 회원 수 많은 환양금호도 이런 방을 빌릴 수 있을까? 역시 규모와 전력면에서는 아테나 파이오니아를 따라올 팬클럽이 없을 것이다. 전면에는 파이오니아의 상징이 그려진 제3회 신 4천왕 임명식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비밀리에 하는거 치고 참 거창하구만.

그건 그렇고, 4천왕이 직속부대까지 전부 거느리고 오니 장관이었다. 한눈에도 쏙 들어올 만큼 키가 큰 저 사람은 3학년 여농구부 부장 정 정은, 오늘은 경기가 없었는지 모두 평상복 차림이었다.

그리고 머리를 양갈래 긴 포니테일로 늘어트린 저 선배는 3학년 무용부 부장 소 강희, 못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강희 선배가 무용을 할 때는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가 리본처럼 움직여서 마치 춤의 요정같다고 한다. 무용부는 오늘도 피나는 연습을 했는지 무용복에 속옷이 언뜻 비쳤다. 하림은 애써 눈을 돌렸다. 여기가 여자들만 모이는 자리라는걸 망각한 것이다.

근데. 4천왕은 남자라며? ‘남자앞에서 저런 모습 보여도 되는건가? 금남 구역의 경계 안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되는 하림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당연4천왕 중 유일한 1학년 리 미여가 이끄는 제2검도부가 있고, 그 옆으로는 태권부 3학년 이름이신 가희던가? 아닌거 같은데, 여튼 그런 선배가 짧은 머리에 도복을 입고 가장 진지한 자세로 서있었다. 왠지 모를 긴장이 감돌았다. 하긴, 4천왕이 나오면, 이 셋 중 하나는 제명된다. 유일하게 정은만 가벼운 얼굴이었다. 포기한건가.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니 정말 군사 조직같네, 하림은 생각했다. 모 만화에 나오는 설정이 생각났다.

1번대 대장, 소 강희. 주요업무는 치료.

2번대 대장, 정 정은. 주요업무는 외교.

3번대 대장, 김 신가희. 주요업무는 전투 담당.

4번대 대장, 리 미여. 주요업무는 잡일 담당.

미여만 너무 차별대우인거 같지만, 어쩔 수 없다. 1학년이니까. 미여는 부려먹힌다는걸 알지만 꾹 참고 아무말 없이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쿨하고 시크하다고 다들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미여는 자신의 미학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높은 장벽 너머에 있다고 해도 그걸 무너트리고 상대를 쓰러트릴 위인이다. 오늘 거사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4천왕 외의 간부도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보통 체구에 옆머리를 늘어트리고 뒷머리를 정리해서 목쪽으로 묶은 여자는, 전 학생회장이자 아테나 파이오니아 팬클럽 회장 심 윤아. 비록 지금은 3학년으로 학생회장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학생회를 마음대로 드나들 정도로 학교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한 여자였다.

그 다음으로 보이는 짧은 일자머리에 시원하게 귀를 덮을 정도로만 잘라버린 여자는 현 학생회 서기 오 다윤. 2학년으로 차기 회장 후계자 0호로 꼽혔었다. 윤아가 직접 조련시켰다는 소문도 나돈다.

하림이 아는 간부는 여기까지였다. 그 외에도 3명이 더 나왔는데, 한 명만 빼고는 이름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 한 명이 남자였으니까. 짧게 친 샤기컷에 모포같이 보이는 끈으로 잠그는 옷, 색도 회색으로 칙칙했다. 저런 남자가 4천왕이 된다고 하니, 나라도 막았겠다. 하림은 미여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키가 커서 표적으로는 아주 좋군, 좋아. 하림은 멀리서 미여의 신호만을 기다렸다.

부회장인 다윤 선배가 간단하게 임명식 사회를 시작했다. 취지는 미여에게 들은 대로였다. 하지만 좀 더 수긍가능한 선이었다.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통해 아직도 여성회원만을 모집하고 있었다. 이런 방침은 우리를 고립시켰고, 같은 여성회원으로부터도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래서는 모란 선배님을 동경하는 우리의 활동에 지장이 생긴다. 이에, 회원가입의 문을 기존보다 한 문턱 낮춰, 남학생들도 받기로 했다. 오늘 새로이 임명될 남자 사천왕은 그 표징인 것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조직의 속사정을 토로하는 연설에, 미여의 말을 먼저 듣지 않았다면 수긍할 연설이었다.

하지만 아테나 파이오니아의 자존심은 그리 쉽게 꺾일게 아니었다는 사실 또한 하림은 알고 있었다. 남자 4천왕과 남자회원, 둘 다 자존심을 크게 꺾는 방침일 것인데, 이 백합여우들의 본심은 뭐지? 비단 미여에게 들은 것만이 진실은 아닐 것이다. 그 증거로 4천왕 중 누구에게도(미여는 어느 시점에 반란을 일으킬지 고심하느라) 불만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4천왕 임명을 시작하겠습니다. 호환 선배님, 앞으로 나와주세요,”

사내의 이름은 호 환이었다. 하필이면 외자 이름이라니! 하림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남자 이름이 성을 포함한 세 글자나 하물며 네닷 자라도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이름은 성을 포함한 두 자! 보통 이런 이름은 인상이 상당히 강렬하다. 보통 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고작 세 자인 평범한 내가 대적할 수 있을까? 직접 상대도 안할거면서 지레 겁부터 집어먹는 하림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미여가 할 것이다. 미여는 자신이 박수를 치면 그를 신호로 거사를 시작하라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곧 이로군. 주변 검도부 아이들이 긴장하는게 느껴졌다. 하긴 하림도 별반 다를 바는 없었다. 왠지 모를 남자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강한거만이 아닌거 같았다. 남자가 4천왕의 상징인 월계수를 받는데서 예식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를 억누르지 못해 미여가 박수를 치려는 순간,

?’

주변 공기가 변했다.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학생들 몇을 모아놓은 상황에서 에어컨조차 안틀고 있으니, 인간난로의 공명현상으로 서로 몸이 뜨거워지는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겠지만 서도.

이야야압!!”

신가희 선배와 그를 위시한 태권부 모두가 미여쪽으로 달려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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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7.09 04:47
    역습당한 건가요?
    과연 계획이 사전에 발각된 걸까요? 아니면 경쟁심에 불타는 한쪽이 다른 한 쪽을 단순히 제압하려는 걸까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래님께서 어떤 것을 골라 쓰셨을지 궁금해지네요 ㅎ
    잘 봤습니다~
  • profile
    ㄴㅏㄹㅏㅣ 2012.07.09 09:10
    이미 덧글로 예측하셨으면서..................a
  • profile
    khashaker 2012.07.19 01:00
    오 재밌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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