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1 11:58

여로[旅路] - 1.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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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旅路]


 


 


 


 


1. 퇴마사


 


 


 



 눈이 타들어갈듯 아름답게 솟아오르는 태양. 세상은 그 태양의 기운을 받아 어둠의 잠식으로부터 조금씩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은 아직까지 햇살이 미치지 못해 어두운 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어느 달동네의 골목. 한 명의 사내가 죽어라 달리고 있다. 한참을 달리던 사내는 마침내 체력이 다했는지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그 상태로 사내는 멍하게 앉아 세시간이 넘도록 하늘만 쳐다보았다. 세시간동안 어둑어둑하던 하늘은 가슴이 시려올정도로 푸르게 변해갔다. 그 모습은 실로 탄성이 나올정도로 아름다웠다.


 


  "... 멋지다."


 


 사내는 중얼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지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어냈다.


 


  "매 순간순간마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사내는 또다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치 마음속 깊이 각인시키려는듯이.


 


 


  동네 구석에 위치한 어느 낡은 술집. 달동네의 가난한 주민들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단 하루라도 견딜 수 없는듯 매일매일 일이 끝나는 즉시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 안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어느 테이블의 사내는 이미 소주를 열병도 넘게 마신듯 했다. 그러나 또다시 술을 따르고 있었다.  가히 술고래라 할 수 있을만한 모습이었다.


 


  후룩 하는 소리와 함께 술잔 가득히 차있던 술은 실종되고 얼굴이 벌개져서 취할대로 취한 그는 탁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소주잔을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이로써 그는 열세병째의 소주를 모두 비웠다.


 


  "성규야. 성규야~!"


 


 그 아저씨의 커다란 목청에 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하루 이틀 있는 일이 아닌 듯 곧 신경쓰지 않고 다시 떠들썩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해서 성규라는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곧 술집 저 안쪽에 있던 젊은 사내 하나가 그 사내에게로 터벅터벅 걸어가 말했다.


 


  "왜 부르셨어요. 아버지."


 


  "성규야. 내가 너때문에 산다."


 


 곧 사내의 술주정이 이어졌다.아까전 10병을 넘게 마시고도 전혀 취하지 않은듯 했던 그 모습은 모두 거짓인듯 했다. 그의 술주정은 거의 다섯 시간동안 이어졌고, 졸면서도 계속해서 술주정을 부리던 그는 결국 완전히 잠에 곯아떨어졌다.


 


  "성규야. 네가 참 고생이 많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성규를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매번 고생하는것은 성규뿐이었기 때문이다.


 


  "뭘요. 괜찮아요."


 


 성규는 한번 씩 웃어준뒤 아버지를 업고 술집을 빠져나왔다.


 


  "돈은 다음에 낼게요."


 


  "그래. 조심해서 가라."


 


 술집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성규에게 격려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성규의 집은 달동네에서도 가장 높은곳에 위치해있었다. 50이 넘은 아저씨를 업고 언덕을 올라가는것이 보통 힘든일이 아닐텐데도 그는 가뿐하게 언덕을 올라갔다.


 


 성규는 방에 아버지를 눕혀두고 집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해가 지는건 싫어. 매일 해가 떠오르기만 했으면 좋겠다."


 


 


   창문을 통해 아련히 들어오는 햇살은 방안을 가볍게 비춰주고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 한 여인은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매우 지독한 꿈을 꾸고 있는듯해 보였다. 그러던 그녀는, 한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아...하아..."


 


 곧 그녀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 마음속 깊숙히 커다란 슬픔이 폭포처럼 쏟아져들어왔다.


 


  "이젠... 이젠 더이상 꾸고 싶지 않아..."


 


 그녀는 한참동안 흐느끼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얼굴 곳곳의 흔적은 그녀가 얼마나 꿈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그녀는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 거실 탁자에 놓여있는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휴대폰에는 새로운 문자가 세 통 와 있었다.


 


  "..."


 


 첫번째 문자.
 


  "왜 집에 안 들어오니. 우리는 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단다."


 


 라는 내용의 문자였다.발신자의 이름은 '개새끼' 라고 되어있었다. 그녀는 나머지 두문자도 살펴보았다. 나머지 두 문자 모두 내용은 비슷했고 발신자 역시 똑같았다.다만 받은 날짜만이 다를 뿐이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신경질적으로 소파에 던져버린 뒤 화장실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녀는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있었다.


 


  "...가식적이야."


 


 그녀는 세면대에 물을 받아서 천천히 세수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흐느꼈다. 지독하게 슬픈 목소리로 흐느꼈다.


 


  "왜야. 왜 하필이면 나야…."


 


 그녀는 손에서 피가 터지도록 거울을 후려쳤다. 거울은 곧 금이 가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세면대에 있던 물을 내려보내고 화장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손 이곳저곳에서 홍수처럼 쏟아져내리는 피를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다.


 


  "... 아파."


 


 그녀는 힘이 다한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또다시 한줄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려 그녀의 옷을 촉촉히 적셨다.그때 띠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움직여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남해대교로 와주시길."


 


 발신자의 번호는 그녀의 폰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다. 하지만 그녀는 문자의 내용을 보자마자 뭔가를 알아챈듯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정말 타이밍 한번 죽여주네..."


 


 그녀는 힘없이 휴대폰의 슬라이드를 닫았다. 그리고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고 손에 대충 밴드를 덕지덕지 붙인 뒤 옷을 차려입었다. 그녀는 간단한 츄리닝을 입고 집을 빠져나왔다. 밖에서는 눈부시도록 시린 하늘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해대교라…."


 


 작게 한마디 말을 중얼거린 그녀는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옛날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에이, 이 빌어먹을 년. "


 


 그녀의 아버지는 지독한 술주정뱅이였다. 항상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아버지는 그녀를 마구 폭행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것을 전혀 말리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그녀를 싫어했기 때문이다.왜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싫어하는지, 그녀는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지독한 폭행을 참지못해 18살이 되던 해에 집을 나왔다. 매일매일이 힘든 삶이었다. 하지만 몇년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친구집에서 며칠 묵기도 하고 하면서 조금씩조금씩 모인 돈은 그녀에게 작은 월세방 하나를 마련하게 해 주었다.


 


 그때가 그녀의 나이 22세였다. 그녀의 학력은 겨우 고등학교 중퇴. 요즘 세상에선 절대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꿈이 있었다. 바로 '소설 작가' 가 되는것. 몇년동안 일을 하면서 틈틈히 글을 써오긴 했지만 여전히 얼마 안되는 분량이었다. 거기에다가 요즘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가 약간 살 만해졌다는걸 알아챘는지 집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한다.


 


 또 설상가상으로 요즘들어 어린시절로 돌아가 폭행을 당하는 악몽까지 꾸게 되었다. 그야말로 현재의 생활은 지옥중의 지옥이었던 것이다.


 


  "저기, 아가씨. 상당히 힘들어보이시는군요."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여전히 힘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꽤나 준수하게 생긴데다가 키까지 훤칠해서 누가 보면 연예인인줄 알 법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네?"


 


 그녀는 마음속으로 '지금 이남자가 나한테 작업거는건가?'하고 생각했으나 곧 자신의 외모를 떠올리곤 혹시 다단계 권유나 사이비 종교에 들어오라는 말을 한다면 단호히 거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힘들어보이신다구요."


 


  '딱보니 종교 권유할 것 같네.'


 


 그녀는 요 몇달 사이 사이비 종교 단체에게 심하게 시달렸다. 그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낯선 사람들은 모두 그런 이상한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로 보였다.


 


  "아뇨, 저 안 힘들어요."


 


  "음... 그러신가요. 혹시라도, 그 힘든 기억을, 마음의 상처를 고치시고 싶다면, 제가 부를때에 남해대교로 와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녀는 그의 말이 뭔가 설득력이 느껴지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말을 끝내고 인사를 한 뒤 사라져버렸다. 그 때 그녀는 아차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전화번호도 모르면서 어떻게 부르겠다는거야.'


 


 그녀는 그 후로 한참동안 그 일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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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에는 처음 연재해봅니다.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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