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2 23:30

Under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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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 그보다도 훨씬 더 전에, 정말로 까마득히 먼 옛날엔 인류가 땅 위에서 살았다고 한다.
우리는 이때를 '지상시대'라고 일컫는다.
지상시대의 인간들은 서로를 너무나 미워해서 자기들끼리 수차례의 전쟁을 치루었는데, 그로 인해 거의 모든 지구의 생명체가 멸종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류만은 멸종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으로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고, 그들이 마시고 살던 공기마저 오염되어버리자, 그들은 땅속으로 숨어버렸다.
그곳에서 그들은 세계를 다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인류의 수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인구의 1/10000000에도 훨씬 못미치는 숫자였다.
세계를 다시 만들기에 그들은 너무 적었다.



하지만 그들은 만들었다.
세계를 만들기에 그들의 숫자는 적었지만, 그들의 지식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약간의 보금자리를 만들어냈다.
일단 작은 보금자리를 만든 그들은, 어딘가에 자신들처럼 땅속으로 숨어들어온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지하를 탐험했다.
몇십년이 지나고 몇세기가 지나도록 그들은 전 세계의 땅속을 헤집고 다녔지만, 어디에서도 인간은 찾을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헤집고 다닌 길은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
한편, 보금자리에 남아있던 자들은 보금자리를 더욱 완벽히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들은 대를 이어가며 갖가지 기계를 만들어냈고, 보금자리를 좀더 '세계'에 가깝게 만드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보금자리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커지고 '세계'같아져서, 지금은 그들이 실현하고자 했던 '지상세계'를 훨씬 넘어서게 되었다.
비록 지상세계같은 자연환경은 없었지만.

...기록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세계'에서 '은'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살고 있다.
아직 '세계'에 관해서 아는 것보단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지상시대는 정말로 존재했을까?
기록은 그저 누군가 장난으로 적어놓은 글 아닐까?
이곳이 정말로 땅속인걸까?
인간들은 왜 모두 똑같이 생겼을까?


어딘가에 '세계' 그 자체를 통제하는 *에고웨어가 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보금자리'가 거의 완성될 무렵에 만들어진, 존재한다면 현존하는 최고의 에고웨어.
나아가 대부분의 에고웨어들의 시초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존재.
고대시대에서부터의 모든 역사 데이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유일한 존재.
인간 주변의 모든 것을 조종할수 있는, 현재로써는 신이라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래서 인간들에게 숭배받는 인간의 피조물.
'아라'.
그는 '세계'의 인구가 늘어나고 '세계'가 '세계'다워질 무렵, '세계'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공지능시스템만을 설정해두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언젠가, 언제가 됐든,
그를 찾아내서 모든 것을 물어볼 생각이다.
이 '세계'에 대해서, '세계'의 과거에 대해서, 지상세계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그 자신에 대해서.

안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신'을 찾아 전'세계'를 무작정 해멘다는것.
인간이 가진 어떤 프로그램으로 계산해봐도 확률은 제로에 한없이 가깝다.
에고웨어들중에서도 자신들의 창조주라 일컬어지는 그 존재를 믿지 않는 자들이 꽤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아라'가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아라'가 소멸했다는 증거 또한 없다.
그래서 나는 '아라'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지상인들이 '신'을 믿었듯이.











*에고웨어(egoware):간단히 말하자면 감정과 자아를 지닌, 인간에 거의 가까운 상태의 로봇. 고대 지하시대(지하세계의 초창기)에는 주로 인간의 말상대나 질높은 일꾼등의 용도로 만들어졌으나, 시대가 지나고 점차 많은 수의 에고웨어가 탄생하게 되면서 하나의 '종족'으로 인정받게 된다. 현대 지하시대의 인간과는 달리 성격이나 취향등에서 개성을 지니며, 하드웨어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초창기 에고웨어들의 높은 완성도를 통해 짐작컨데, 지상시대때부터 제작이 활발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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