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5 00:03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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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이구나. 마침.. 잘 왔어."


정초혜 말로는 혜림선배가 자기 동생이라고 하지만, 혜림선배는 정초혜보다는 훨씬 좋은 사람 같다. 내가 정초혜한테 당하고 난 뒤라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윤민이 얘기는 언니한테 많이 들었어."
"그 정초혜라는 사람이.. 혜림선배 언니, 맞아요?"
"응.. 맞아. 내가 윤민이를 부른건.. 다른 게 아냐. 언니를.. 막아줘."
"네?!"


정초혜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은 이미 정초혜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정초혜의 동생인 혜림선배마저 자기 언니를 막아달라니.


"언니가 염동력자라는 거, 윤민이도 알고 있지?"
"네."


그렇지 않아도 정초혜 때문에 죽을 고비까지 넘겼는걸요.


"언니가.. 그 동안 자기 능력 때문에 많이 시달려서, 이 세상을 향해 복수하려고 하고 있어."
"네. 들었어요."
"혹시 언니가, 그 연금술사인가 뭔가 잡는다고.. 윤민이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요."
"그리고.. 호진이한테 복수한다는 얘기 하지 않았어?"
"네. 그랬어요."
"역시.. 언니는 이미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간 거 같아. 나.. 호진이한테 관심 끊은지 한참 되었는데."


혜림선배는 호진선배에 대한 얘기를 했다. 호진선배가 초등학생 때 유일동에 전학왔는데, 그 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쭈욱 호진선배랑 같은 학교였다고. 호진선배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지만 호진선배는 자기를 전혀 바라보지 않았는데 고등학생이 되자 희연선배가 전학와서 호진선배한테 달라붙었다던가 전학오기 전 친한 동생이었다는 나래까지 왔다고 하고.


하지만 결국 희연선배랑 호진선배가 맺어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둘을 보고 자기는 호진선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리고 포기했는데.. 언니인 정초혜가 자기 멋대로 복수한다고 말한 거였다고 한다.


"도대체.. 왜 그런거예요?"
"몰라. 그냥.. 하도 시달려서인지.. 복수밖에 남은게 없나봐. 그 연금술사 문제도 해결하면.. 윤민이를.. 어떻게 할지도 모르니까. 언니가.. 이 세상에 믿을 건 없고.. 언젠가 다 없애버리겠다고 말했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윤민이가 언젠가 당할 거 같아서..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 동생으로서. 언니가 그렇게 될 동안 막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되. 지금은.. 내가 손대기에는 너무 늦었으니까."


아무리 가족 구성원이 잘못했더라도 가족이라면 원래 감싸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게 안 된다는 것은 정초혜가 그렇게 갈 데까지 갔다는 의미인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께요."
"고마워. 그나저나.. 윤민이, 귀엽네."
"네?"
"왜 윤민이가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은가.. 궁금했거든.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보니까.. 알겠어. 내가 한때 호진이랑 반했던 이유랑.. 비슷할까? 걔도 여자애를 끄는 매력이 있었는데."


도대체 왜 다들 그런 얘기를 하는걸까. 전에 나래도 나보고 호진선배랑 어딘가 비슷한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고.


"윤민이.. 이렇게 알게된 것도 인연인데, 좀 모자라긴 하지만.. 노래.. 하나 불러볼께."
"네.. 고마워요."


정말 정초혜랑 혜림선배가 자매가 맞긴 한걸까. 둘이 비슷하게 생기긴 하지만 성격은 뭔가 확 달라.


"But I'm a creep, I'm a weirdo~♬"


혜림선배가 기타를 치면서 부른 곡은 라디오헤드의 Creep이었다. 작년에 축제때도 봤지만 혜림선배.. 노래도 잘 부르고 기타도 잘 치시는 것 같다. 학교 밴드부가 괜히 인기가 많은 게 아니다. 나중에 정말로 가수 하셔도 될 것 같다.


반면 FT인가 뭔가 하는 것들은 노래도 립싱크로 하고 기타도 연주하는 척만 하고 음반 녹음할때도 세션을 썼다고 하지. 아무리 잘 생겼다고는 해도 왜 그런 것들이 좋은지 이럴 땐 윤화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전에 '운도형의 사랑편지'에 한번 나왔다가 창피만 당했다던데.


"I don't belong here..♬"


노래가 끝나고 나서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수까진.. 안 받아도 되는데."
"아니예요. 혜림선배 노래 부르시는거..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던 게 영광이예요."
"고마워, 윤민아. 집에 조심해서 들어가고.. 언니.. 꼭 막아야 해."
"네.. 안녕히 계세요, 선배."


정말 내가 정초혜를 막을 수 있을까. 일단 정초혜가 날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혜림선배 말에 따르면 그 문제가 끝나고 그 다음 타겟이 내가 될 지도 모른다고 했으니까. 정말 혜인이의 존재감이 요새 이렇게까지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새롬이도 상대하기 벅찬데 정초혜까지 나를 이용하려고 하니까.


그러고 보니.. 아악.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나갔지. 윤화가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 아냐? 아니나 다를까, 교문에는 윤화밖에 없었다.


"오빠. 왜 이제야 온거야. 너무 늦었잖아. 말도 없이."
"미안. 선배 한 분이 나한테 할 얘기 있다고 해서..'
"치. 그럴거면 나한테 말이라도 하던가."
"미안해.."
"나.. 착한 동생 되기로 했잖아. 오빠도 착한 오빠가 되어야지."
"..."


솔직히 맞는 말이다. 윤화가 그동안 나 때문에 실망도 많이 했고 걱정도 많이 했으니까. 그런 윤화한테 좋은 오빠로서의 모습도 못 보여줬고.


"윤화야."
"왜, 오빠."
"나 착한 오빠 되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으니까. 더이상 윤화 걱정하게 하지 않을테니까."
"정말이지. 나.. 오빠때문에 많이 울었단 말야. 나.. 걱정하게 하지 말아줘."
"윤민이형."


뭐야. 뒤에서 도대체 누가 나 부르는거지.


잠깐. 분명히 여자애 목소리긴 한데, 아무리 요새 여자애들도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내가 아는 여자애 중에서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을텐데.


뒤를 돌아보니, 처음 보는 자그마한 짧은 머리 여자애 하나가 있다. 묘하게 느낌이 낯익긴 한데, 내가 아는 여자애 중에서 이런 애가 있던가?


"누군데.. 날 아는거야?"
"누구..?"
"윤화도 있었네. 하긴 제가 이런 모습이 되었으니까 형이 저를 못 알아볼수밖에."


분명히 저런 느낌인 애가 내가 아는 애 중 하나 있었지. 문제는 걔는 여자애가 아니라 '남자애'라는 거지만.


"어디서 많이 보긴 했는데.. 걘 분명 누나나 여동생은 없었던 것 같은데."
"누나도, 여동생도 아니라. 저 본인이예요."
"잠깐. 본인이라니? 그럼.. 너, 설마?"
"네. 저 권밝음 맞아요."
"뭐?!"


지금 나랑 윤화 앞에 있는 여자애가, 내가 알기로 분명히 밝히는 남자놈이었던 바로 그 권밝힘.. 아니, 권밝음이란 말야? 어쩐지 인상도 그렇고 키도 비슷했는데.. 목소리는 완전히 여자 목소리로 바뀌었다고 해도.


옆에서 윤화도 만만치않게 놀란 것 같다. '성전환'이라는 건 정말 난생 처음 보니까.


"그런데 분명 내가 알고 있는 권밝힘은 남자앤데."
"또 그런다. 지금 저 몸만 여자몸이라구요. 그리고 밝힘이 아니라 밝음이라니까요."
"너 정말 밝힘이 맞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긴 한데.. 이상해."
"윤화마저 왜 이러는거야. 도대체.. 나도 내 능력이 폭주하지만 않았어도 이렇지 않았다구!"


저렇게 '열폭'하는 모습은 언제나 권밝힘 녀석을 볼 때마다 보긴 하지만, 남자가 아닌 여자 모습으로 이러니까 느낌이 묘하다.


"능력이.. 폭주했다니?"
"그 때 실전에서 광선검 썼던 게 난생 처음이었다구요. 그동안 연습만 줄창 했는데.. 그 날 밤에 몸이 엄청 아프고 열이 올랐는데.. 그 다음날 일어나보니.. 흑."


난 살다살다 저런 녀석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성별이 바뀐 채로.


"그 다음날 일어나서 어떻게 된거야?"


윤화도 궁금했는지 물어보기 시작.


"목소리가.. 바뀐 게 이상했고, 몸을 만져보니까.. 뭔가 나와선 안될 게 나와버렸고. 심지어.. 그.. 아.. 차마 말 못하겠어. 그것마저 사라졌어."


그저 묵념.


"설마 그 능력이 규화보전(주1) 능력이야?"
"그런 거 아니예요! 부모님이.. 능력을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는 광선검 쓰지 말라고 했던게.. 능력이 폭주할 위험이 있어서라고 했는데, 그.. 폭주했다는 게 이런 결과가 될 줄이야.. 흑."


이렇게 되고 보니까 정말 불쌍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성이 확 바뀌어서 원래 남자애였던 놈이 여자애가 되어버렸냐.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자애를 엄청 밝혀서 권밝힘이라는 별명이 붙은 너가.


"그럼.. 도대체 학교는 어떻게 다니는 건데?"


분명히 남자였던 녀석이 하루아침에 여자가 되어버렸으니 학교에서도 뭔가 곤란하게 되겠지.


"그냥.. 남자교복 있는거 그대로 입고, 목소리.. 최대한 굵게 말해서, 여자애가 된 걸 숨기고 있어요. 화장실은 그냥 대변기만 쓰고요."
"그런데.. 그 상태로는 다들 달라졌다는거 눈치 안 채?"
"눈치 안채긴요. 다들 왜 이렇게 변했냐고, 여자같다고 놀리는걸요.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나와서는 안될 곳이 나와버렸으니까."
"저런.."
"그래서.. 체육이 든 날에는 아예 체육복 위에다 교복입고 학교에 가요. 옷을 벗어버리면 제가 몸이 바뀐 걸 다들 눈치채니까요."


이 쯤 되고 나니까 이 권밝음 녀석한테 동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분명히 자기는 원래 남자였는데 여자가 되고 난 뒤 결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하는 중이니까. 게다가 TV에 나오는 허리수같은 트랜스젠더들은 자기 의지로 성전환을 했다지만, 이건 이녀석 의지도 아니고 능력이 폭주해서 이렇게 된 거니까.


"게다가.. 제일 큰 문제가 뭔지 아세요?"
"무슨.. 문젠데?"
"그.. 여자애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마법에 걸린다고들 흔히 말하잖아요. 그게 도대체 뭔 얘긴가 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요. 그.. 마법에 걸렸다는 걸.. 제가 겪어버렸어요."


...


이 정도까지 되면 정말 답이 안 나온다. 왜 '안구에 습기찬다'는 말이 나왔는지 너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잖아.


나도 여동생이 있어서 그런가, 저 '한 달에 한 번씩 마법에 걸린다'라는 게 뭔지 대충은 알고 있다. 그 '마법에 걸렸을' 때는 윤화가 많이 민감하니까 조심하지 않으면 윤화가 정말로 삐져버리니까.


"이상하게.. 많이 아픈거.. 정말 저보고 어떡하라구요."
"히힛. 밝음이 너 정말 여자애 다 됐구나."
"웃지마!!"


윤화는 밝음이를 놀리고 있다. 하긴 원래 남자애였던 애가 하루아침에 여자가 되어서 목소리도 달라지고 몸도 달라졌으며 심지어 '마법에까지 걸릴' 정도면 놀림감이 될 만 하지만.. 이건 뭔가 심했잖아.


"저.. 몸은 이래도, 광선검은 여전히 쓸 수 있으니까요. 여차하면 지금 여기서 윤민이형하고 윤화 둘 다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어요."
"광선검이라니?"
"아차. 윤화는 몰랐지. 내가 빛을 좀 특이하게 다뤄."
"그리고 그거 때문에 여자애 된거잖아."
"그러니까 그만. 나 정말 화났으니까."


저녀석이 광선검같은 걸 다루는 능력이 있다는 생각을 안하면.. 얘 의외로 귀엽잖아. 원래 이 권밝힘 녀석이 남자일 때 열폭하는 건 많이 봐서 익숙해졌지만, 이렇게 여자애가 되어서 열폭하니까 평소랑은 뭔가 또 많이 달라. 얼굴도 빨개져 있고.


"얘기가 너무 많이 샜는데, 윤민이형. 저, 빛나누나라는 사람.. 만났어요."
"빛나누나.. 알아?"
"아뇨.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저한테 말 걸더라구요."


생각해보니 빛나누나도 밝음이 녀석이 이능력자라는 걸 알고 있다고 했지. 그런데 밝음이한테는 무슨 얘기를 했을까.


"윤민이형이 연금술사를 잡는 걸 도와달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했는데.. 그 누나가 저한테 말하더라구요. 아름이누나랑 아영이한테 그 짓을 한게 그 연금술사라고. 어떻게 제가 아영이랑 사귀던 사이라는 걸 알았는지 몰라도.. 아영이의 복수는 제 손으로 하고 싶어요."


역시 그 연금술사가 흑막인 걸 알고 나서 이 녀석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겠지. 그런데 빛나누나가 어떻게 그 과거를 알았을까. 맞다. 그러고보니 그 때 버스에서 내린 뒤로 계속 나 따라왔다고 했지.


"그래서.. 윤민이형을 도울려고요. 저도 그 연금술사를 찾을테니까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고마워."
"절대로.. 윤민이형이 좋아서 도와주는거 아니니까요.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아요."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뛰어갔다. 쓸데없이 열올리는 건 여전한데, 원래 남자애였던 녀석이 여자애가 되어서 저러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해.


"오빠. 밝음이 여자애 되고 나니까 무지 귀여워졌어. 원래는 그냥 막 비호감이었는데."
"저게.. 귀여운 건가?"
"막 오빠한테 말할 때 보니까 얼굴도 빨개지고 말도 못하고 그러던데. 완전히 여자애 다 된 거 같아."


원래 성전환이라는 게 자기 성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권밝음은 딱히 자기 성 정체성이 모호해보이진 않았어. 오히려 여자애들을 막 밝히고 그래서 인기가 없었지. 그런 녀석이 하루아침에 성별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으니 당황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지만, 얼굴이 빨개진다던가 부끄러워한다던가.. 성격마저 여자애가 되고 있다는 걸까.


정말 사람 팔자가 시간문제이긴 한가보다. 내가 아름선배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아름선배한테 동정심이 생겼다던가, 하루아침에 권밝음 녀석이 여자애가 된 모습을 보고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던가..


"그런데 오빠. 아까 광선검이라는거.. 뭐야?"
"그 때 친구 장례식에 갔다온 날 있잖아."
"응. 그 때 오빠 엄청 늦게 와서 나한테 혼났잖아."
"그 때.. 갑자기 무슨 솔로부대를 대표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날 처치한다고 칼 손잡이를 꺼내더니.. 거기서 빛이 막 나는거야."
"나빴어. 밝음이. 그렇게 안 봤는데."
"그런데 아름선배도 그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나봐. 아름선배랑 뭔가 과거가 있었어. 그래서.. 별 일 없이 왔어."
"그 선배 또 오빠한테 이상한 짓 한 거 아니지?"


아름선배가 날 코믹월드에 데려간 이후로 아름선배 또한 안 좋게 보게 된 윤화니까. 그때 차마 아름선배가 나한테 키스했다는 건 말하기 곤란하니까.


"그런 거 아냐. 요새 그 선배도 별다른 돌출행동은 안하니까."
"오빠한테 이상한 짓 하면.. 누구든 가만 안 둘거야."
"요새 나한테 이상한 짓 하는 사람들 없으니까.. 너무 그러지 말고."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걸 어떡해."


요새 윤화가 날 걱정하는 건 고맙지만, 더불어 뭔가 많이 민감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겨우 집에 도착. 윤화한테 내일 나간다는 얘기는 해야지. 하지만 그대로 말하면 곤란하니까.


"맞다. 윤화야. 나 내일 친구랑 학교 수행평가 하려고 나가야 하는데."
"무슨 수행평가야?"
"그냥.. 조별로 하는거."
"뭔지는 몰라도.. 한번 믿어볼께. 혹시 모르는 언니랑 이상한 거 하는거 아니지?"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 마."


'모르는' 언니는 아니지. 문제는 그게 혜인이라는 것이지만. 그동안 혜인이도 많이 지쳤을 것 같아서, 그리고 제대로 놀아본 적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때로는 이렇게 같이 노는 것도 좋지.


오늘도 인터넷이나 해볼까. 뭔가 이상한 제목이 보여서 클릭해보니..


'어둠에다크에서 죽음의데스를 느끼며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윈드를 맞았다. 그것은 운명의데스티니. 그는 인생의 라이프를 끝내기 위해 디엔드.'


뭐야 이 글. 어둠이 다크고 죽음이 데스고 바람이 윈드인데. 가끔 인터넷에는 이런 '병맛' 글을 볼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런 뻘글을 남기는 걸까. 그렇게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그 다음 글.


'횽들아 체크남방이 똑딱이면 이상한가요?'


저 꾸준글 디씨뿐 아니라 청와대라던가 외국 홈페이지까지 올라왔지. 한국 네티즌들의 근성이라는 건가.


그런데 그 다음에 보인 글이..?


'우리학교에 나랑 학년은 같은데 나보다 나이 한살 많은 언니가 있다
그언니는 착하긴 착한데 가끔 이상한 얘기를 한다
무슨 화이트 엠프레스니 화이트 나이트니 심지어 마녀가 정말로 있다는 얘기까지 한다
매번 놀림당하는 게 불쌍하긴 하지만 자기가 자초한 거라는 걸 왜 생각 못할까'


누군지는 몰라도, 디씨에까지 이런 글을 올리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분명히 악플 아니면 무플인데.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하지만, 이런 뻘글에는 그 둘 중 하나만 달리는게 당연한거고. 그렇지 않아도 요새 개인정보 침해니 뭐니 말이 많은데.


에이. 컴퓨터는 윤화한테 넘겨주고 방에 들어가서 쉬어야지. 뻘글 보는것도 지겹다.


정초혜가 도대체 얼마나 갈 데까지 갔기에 동생인 혜림선배마저 나보고 정초혜를 막아달라고 하는 걸까. 물론 정초혜를 가만히 두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연금술사를 잡을 때까지 임시로 손을 잡는 것 뿐. 이미 혜림선배도 호진선배한테 관심을 뗀 이 시점에서 혼자서 착각하고 복수를 한다는 것에서 뭔가 에러다.


아마 밝음이녀석 같은 경우도 아영이를 저 세상으로 보내게 한 연금술사를 가만히 둘 수가 없었겠지.


그렇다고 해도, 아무리 능력이 폭주했다고 해도 권밝음 녀석인 여자애가 되어서 그걸 숨기고 다니려고 애를 쓰는 건 정말 불쌍하다.


나도 능력 때문에 고생하고 있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윤화가 항마력 있는 것 때문에 고생하긴 하지만.


안새롬이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연금술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말 알아낼 방법은 없는걸까. 이건 완전히 모래밭에서 진주찾기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리고 빛나누나는 어떻게 밝음녀석과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데 그렇게 말해 볼 생각을 했는가도 궁금하다.


에이. 내일 혜인이랑 어린이대공원에서 어떻게 놀까 생각해야지. 요새 벚꽃도 활짝 피었을텐데. 혜인이도 놀이기구는 타 봤을까. 그리고 놀이기구를 재밌어할까가 문제인데.


내일 혜인이랑 대공원에 간 뒤에 생각해봐야지. 혜인이가 놀이기구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해도 어린이대공원이 엄청나게 큰 곳라서 둘러 볼 만한 장소는 얼마든지 많으니까.


...


날이 바뀌었다. 다행히도 밤 새 별 일은 없었다. 이번엔 윤화가 같이 자자고 방에 난입하지도 않았고. 오늘은 혜인이랑 데이트하는 날.


대충 식사하고, 씻고, 차려입고 집을 나서야지.


"그럼 다녀올께."
"잘 다녀와, 오빠. 그래도.. 오빠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걸. 하지만.. 오빠 믿어볼께. 착한 동생 되기로 했으니까."
"걱정 마, 별 일 없이 갔다올 수 있을거야."


혜인이랑 같이 있으면 혹시 새롬이라던가, 아니면 다른 이능력자라던가 난입해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전혀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긴 하다. 혜인이는 좀 심하게 기계치니까 놀이기구를 타면서 뭔가 오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귀신의 집 같은데 들어갔을 때라던가. 그래도 한번 혜인이랑도 놀이기구도 타보고 귀신의 집에도 가 봐야지.


혜인이가 어쩌면 의외로 그런 곳에서 논 경험이 많을지도 모르니까. 경험이 없다고 해도 그냥 재미있게 놀면 되긴 하지만.


내 주변에서 혜인이네 집 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에 한 표 던지고 싶다. 혜인이는 집에 혼자 살고 있으니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고 집에 결계를 쳐놨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이거 묘하게 길이 기억이 안나네. 여긴가? 아니면... 여긴가.


"엄마, 우리 이제 집에 못 들어가는거야?"
"인호야. 우리 집 꼭 되찾을거니까, 걱정마. 그 민수희만 아니었어도.."


저 아줌마도 은근히 자주 보인다. 그러고보니 진짜 민수희를 정초혜가 알고 있다고 했지. 그 민수희도 이능력자라고 했고. 뭐 내가 특별히 원한을 살 일은 없다보니.


그런데 혜인이네 집으로 가는 길이 기억이 안 나는게 문제야. 여긴가? 아니면.. 여긴가.


"윤민아."


이건.. 혜인이 목소리?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고 나니까, 내 앞에 나타난 혜인이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다음회에 계속 -


주1. 규화보전 : 중국 무협소설 '소오강호'와 영화 '동방불패'에 나오는 비전서로, 이것을 익힐 때는 남성을 버려야 한다. 즉 중요한 그 부분을 버려야 익힐 수 있는 비전서.


이번 회에서는 혜림이가 윤민이한테 자기 언니인 정초혜를 막아달라고 했죠. 그리고 혜림이한테까지 귀엽다는 얘기를 들어버린 윤민이.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권밝음이 여자애(!)가 된 것에 좀 심하게 놀란 윤민이랑 윤화. 윤화한테는 친구랑 수행평가하러 간다고 둘러댔긴 했지만, 혜인이랑 데이트를 하러 집을 나서긴 했는데 과연 윤민이가 혜인이랑 데이트를 무사히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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