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2 07:51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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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기서 죽으면 돼요. 언니오빠들."


그래. 어차피 나도 새롬이 너를 가만히 두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지금 윤화 때문에 마력은 사용할 수 없지만서도 어떻게든 너를 잡아서 정말 그 연금술사에 대한 말이 사실인가 확인을 해야 하니까. 그게 아니라도 연금술사의 소재를 확인해야 하고.


"지금까지 우릴 속인게 너무 괘씸해서, 너 가만 안 둘거야."
"쿡쿡. 그럴 때까지 언니오빠들 목숨이 붙어 있을까요?"
"이게 끝까지.."


지금 내 앞에 있는 새롬이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새롬이가 아니다. 아니, 내가 지금까지 '연기'에 너무 완벽하게 당했어. 지금까지 내가 실수했던 만큼, 수습은 확실하게 해야 해.


정말 내가 여자애한테 손대는 성격이 아니지만, 얘는 달라. 이번에 한 대 쥐어박아줘야 해. 나도 참는데에 한계가 있어.


퍽.


"아야. 아프잖아요."
"아프라고 때린거야. 지금까지 하고 있는 말이 매를 벌었잖아? 또 맞기 싫으면 너네 아빠에 대해서 아는대로 얘기해."
"싫다면요?"


정말 매를 계속 벌고 있는 안새롬이다. 얘를 어떻게 해야 분이 풀리지. 쟤 손을 들어봐야 뭘 할게 있다고. 그런데.. 뭐.. 뭐야?!


"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뭐야.."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졌어. 아아.."
"윽.."


지금 주변에 지나가는 애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나만 빼고 전부 갑자기 쓰러져버린 것 같다. 옆에 있는 윤화도, 심지어 옆에 하교하고 있는 학생들까지도 그렇다. 안새롬의 주위에는 여전히 노란색 광채로 둘러싸여 있었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건.. 비매너잖아."
"어차피 매너라는 거, 인간들이 다 자기 식대로 규정한 거 아닌가요."
"이게 점점.."
"흥분하면 다치실텐데."


다치긴 뭘 다쳐. 그런데.. 윽.. 뭐야, 이거. 갑자기 웬 전기충격을 받는 느낌이야... 아아아악!


"말했잖아요. 윤민오빠랑 윤화언니 살려 둘 생각이 없다구요."
"오빠.. 쟤.. 어떻게 좀.. 해봐.. 화나.."


나만 당한 게 아니라 윤화도 새롬이한테 당한 것 같다. 내가 윤화때문에 마력까지는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abcdefghijklmnopqrstuvwxyz.."


지금 머릿속에 생각나는 주문을 급한대로 외워봤다. 이제야 새롬이 주변에 있는 빛이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뭔가 먹히기는 제대로 먹히는구나.


"아앗.."
"이제부터 시작이야."
"감히.. 마력을 쓰셨군요. 하지만 그걸로 저 안새롬이 지지는 않는다구요. 더 큰 걸로 받아쳐드릴께요."


내가 마력을 썼기 때문에 비타573 먹은 효과가 풀려서 내 몸의 힘이 풀리는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지금 이 문제는 수습하고 넘어가야지.


새롬이 능력때문인가, 지금 내 머리가 엄청 아프다. 기분나쁜 고주파음이 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버텨야 해. 저걸 내 손으로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dkfvkqpt wkdsksdms rmaks cu."
"아.."


그래. 제대로 들어갔어. 쓰러졌어. 지금까지 우릴 놀려먹은 게 얼마나 컸나 보여줘야 해. 그 연금술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안새롬. 너네 아빠 있는 곳 어디야. 말해."
"싫어요. 그걸 윤민오빠한테 쉽게 말할 거 같아요? 그리고 말해봐야 윤민오빠는 우리 아빠 상대가 절대 못된다구요."
"이게.. 건방지게."


정초혜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연금술사야말로 모든 비극의 시작이다. 그리고 새롬이, 아니 더 나아가서 연금술사가 노리고 있는게 나였다는 건 정말 용서할 수 없다.


새롬이를 붙잡은 채로, 또다시 주문을 외웠다. 일단 이 녀석이 죽으면 다른 의미로 골치아파지니까 그냥 잠재우는 의미로.


"wlstlfdms djeldp dlTsmsrk?"
"건방.. 져.. 오빠. 아아.."


문제는 윤화의 항마력 때문에 내 힘도 슬슬 빠지고 있다는 거다. 게다가 마력까지 썼으니 더더욱.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wlstlfdms sjdprp skadk... 안돼..."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지금 내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혜인이가 준 마력때문이라..


털썩. 윤화야.. 미안해. 이렇게.. 다 잡은 걸.. 놓치다니.


"오빠!"
"오늘.. 운 좋은줄 알아요, 언니오빠들. 하지만 다음에는 꼭 죽여드릴테니까요. 조용히."
"거기 서!"


목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은데.. 지금 내가 어찌 할 수 없다는게 너무 밉다.


...


그 뒤로 얼마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아직 살아있는건가. 도대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는거야. 정말 이 쯤 되서는 내가 지금 이렇게 목숨이 붙어있는 게 신기하다.


"오빠.. 죽으면 안돼.. 나.. 오빠 없이 혼자서 못 산단 말야.."


이 목소리는.. 윤화다. 그래. 윤화가 곁에 있었구나. 정말 내가 윤화의 오빠로서 윤화한테 잘해주지 못하고 맨날 싸우기만 하고 이런 모습만 보여줘서 미안하다.


눈을 뜨니까, 여긴 우리 집이고, 윤화가 날 껴안고 있는게 보인다.


"휴.. 나 아직 살아있긴 한 건가."
"오빠.. 오빠!! 살아있구나. 다행이야.."
"윤화야. 미안. 나.. 정말 못난 오빤가봐."
"아냐. 다.. 새롬이 그애 탓이야. 그애가.. 오빠랑 나한테 접근해서 모든 걸 망친거야. 가만히 안 놔둘거야."
"내가.. 너무 둔해서 그런 걸 잘 모르고 넘어갔으니까."
"나도 그애 처음엔 정말 착하고 귀여운 앤 줄 알았는데.. 그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게다가 오빠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가만 안 둘거야."


이미 윤화의 눈에는 눈물이 고일 대로 고여있었다. 그래. 윤화를 위해서라도, 새롬이한테 당한 걸 반드시 되갚아줘야 해. 더 나아가서는 연금술사의 소재도 알아내야 하고. 더 이상 윤화를 울게 할 수는 없다. 윤화가 날 이미 안고 있지만, 나도 윤화를 껴안지 않을 수 없었다.


"윤화야. 오빠 괜찮으니까.. 그만 울어."
"오빠.. 나도.. 지금까지.. 오빠한테 너무 미안해.. 오빠 말 잘 듣는 착한 동생 될꺼니까.."


듣던 중에 정말로 반가운 얘기다. 그 동안 윤화랑 계속 티격태격하기만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윤화한테 많이 잘못했던 것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오빠. 딴 맘 먹으면.. 안돼. 나.. 울어버릴거야."


하지만 앞으로 잘 될지는 솔직히 불안하긴 하다.


"둘이.. 사이가 정말 좋네. 부러워."


잠깐. 지금 나랑 윤화 말고.. 또 누가 있었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까, 빛나누나잖아.


"빛나누나.. 여긴 어떻게?"
"윤민이가 정신을 잃은 것 같아서.. 윤화랑 같이 윤민이 부축해서 여기 눕힌거야."
"고마워.. 누나."


빛나누나도 그냥 보기에는 좋은 사람같지만, 어째 요새 내가 가는 곳마다 빛나누나가 보인다. 그냥 기분 탓일까, 아니면 빛나누나도 새롬이처럼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건가.


이렇게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게 다 안새롬, 아니, 더 나아가서는 연금술사 때문이다. 이것들이 사람을 너무 망쳐놨어. 정말 그 연금술사에게 걸려서 못 볼 꼴을 당한 아름선배랑 아영이가 불쌍하다.


"그래도 다행이야. 호문클루스가 정말 자기 능력을 쓸 줄은 몰랐는데.."
"누나도.. 새롬이 걔가 호문클루스라는 거, 알고 있었어?"
"응. 유일고에 신동이 입학했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잘 보니까.. 인간이 아니었어."


...


이 쯤 되면 빛나누나가 무섭다. 빛나누나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누나. 어떻게.. 다 알았어? 혜인이가 마녀라는 거라던가, 유일동에 염동력자가 있다던가, 그리고 새롬이가 호문클루스라던가.."
"그냥.. 말해줄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민이니까."


빛나누나가 한 얘기를 듣고 정말 충격받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빛나누나도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중학교때 오빠 한명을 사귄 뒤 '갈 데 까지 간 상황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학교를 다니면서 배가 불러오는 걸 알게 된 뒤에 진단을 받아보니까 임신.


아이를 지우기에는 너무 늦었고, 어쩔 수 없이 그 오빠랑은 헤어진 뒤 학교는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한테도 많이 혼났다고 한다. 결국 아이를 낳은 뒤에 아이는 고아원에다 맡기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능력자를 판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세상에 자기가 이능력자인 것을 숨기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능력자들이 가끔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실제로 발현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 오빠라는 사람.. 그 뒤로 어떻게 됐어?"
"몰라. 연락 완전히.. 끊었어. 거의 도망치듯 여기로 이사온 거라서."


빛나누나는 얘기를 이었는데, 여기에서 자리를 잡은 뒤에 검정고시에 붙어서 남들보다는 1년 늦긴 했지만 결국 고등학교에는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때에 자기를 손가락질 했던 학교에서 놀던 애들이 새로 다니는 고등학교에 어떻게 빛나누나가 다니는 걸 눈치채서, 그 학교 일진들한테도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나쁜.."
"내가 자초한 순간의 잘못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그냥 참고 지냈던 거야. 전학오고 나서 호진이라던가, 윤민이라던가.. 하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 우리 학교에서도 윤민이 얘기는 많이 퍼졌고.. 호진이 얘기는 나래가 많이 했으니까."


역시나. 나래랑 알고 지내는 사이니까 호진선배를 모르지는 않겠지.


"그래도 애들이 괴롭힐때마다 나래가 나 많이 감싸줬으니까.. 그렇게 친해지게 된거야. 그러던 중에 윤민이한테 우연히 도움받고 나서 윤민이를 직접 보니까.. 윤민이가 착한 애라는 걸 알게 됐어. 내가 알고 있는 이능력자들 중에서는."
"오빠가.. 이능력자? 설마 아까 새롬이 걔랑 싸우면서 오빠가 뭔가 이상한 걸 한 게.."
"나도 처음엔 윤민이가 이능력자라는 건 몰랐다가 윤민이 만나면서 알게됐으니까. 이 동네에 있었던 마녀하고..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그.. 그럼 설마 오빠가.. 마녀한테.."


큰일났다. 지금까지 윤화가 혜인이 싫어하는 것 때문에 여태 숨기고 있었는데, 결국 윤화가 알아버렸다. 이걸 어떡하지.


"오빠. 솔직히 말해. 그 마녀가.. 오빠한테.. 어떻게 한 거야."
"윤화야. 미안.. 사실은.."


결국 윤화한테 내가 정초혜랑 싸우다가 거의 죽을 뻔한 걸 혜인이가 자기 마력을 나한테 줘서 살려준 사실을 말했다. 아마 윤화도 지금까지 내가 힘없이 쓰러지거나 방으로 일찍 들어가거나 이런 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겠지.


"아냐.. 거짓말.. 우리 오빠는.. 마녀한테.. 홀릴.. 사람이.. 아냐.."


윤화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보인다. 눈도 완전히 풀렸다. 아무리 혜인이를 그렇게 싫어한다고 해도.. 무섭다. 정말 내 동생 윤화가 맞는건가.


그리고 이 방을 뛰쳐나간 윤화. 뭔가 예감이 불길해. 도대체 뭘 하려는거야. 아무리 내 동생이지만 저럴 땐 무섭다.


"동생이.. 마녀하고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봐?"
"나도 모르겠어. 이상하게 내 동생이 혜인이한테 너무 민감해서.."


혜인이가 '수호천사' 상태에서 나랑 (검열삭제)를 한 걸 윤화가 보게 된 게 윤화가 혜인이한테 유난히 민감해진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차마 그런 얘기를 빛나누나 앞에서 할 수는 없으니까.


이 때, 윤화가 문을 열고 다시 들어오긴 했는데, 손에 잔뜩 든 저 종이쪼가리들은 뭐야.


"그거.. 뭐야?"
"부적이야. 오빠한테 마녀의 마력이 들어간 걸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윤화가 화난 건 알고 있지만, 이런 전혀 효과없는 부적같은건 붙이지 마. 거추장스러워.


"윤화..라고 했지? 그 혜인이라는 애가 마녀라도.. 마녀를 무조건 안 좋다고 보는건 좀 아냐."
"아니예요. 마녀는 나빠요. 특히 오빠를 홀린 마녀는 더 나쁘단 말이예요!!"
"아까 그 호문클루스.. 보통 사람이 잡기에는 벅차. 혜인이라는 마녀.. 내가 보기에도 나쁜 애같지는 않으니까. 너무 그러지 마."
"아니예요. 다들 왜 이래.. 다들 미쳤어. 왜 세상이 다 마녀한테 홀린거야.."


이 쯤 되면, 아무리 오빠인 나라도 말리기가 쉽지 않다. 내 동생이긴 하지만 이럴 때는 무섭다. 아까전에 말 잘 듣는다는 착한 동생이 된다고 하지 않았었나.


"혜인이도.. 도와줄 수 있는데까지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한번 믿어봐."
"그리고.. 혜인이라는 애가 아니었다면, 윤민이도 지금 이렇게 살아있지는 못했을 거니까."


이런다고 윤화를 말릴 수 있을까. 윤화가 화나면 말리기가 힘들다는 건 나야 잘 알고 있지만 빛나누나는 잘 모르니까.


"오빠.. 정말.. 그 마녀가.. 오빠 살린게 맞다면.. 그 마녀 아니었다면.. 오빠가 지금 이렇게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응.. 맞아."
"한번.. 믿어볼께. 마녀도.. 오빠가 좋아서 그랬을테니까. 하지만 오빠한테 이상한 짓을 하는게 내 눈에 보이면.. 내가 그 마녀를 가만 안 둘거야. 나.. 착한 동생 되기로 했으니까."


휴, 다행이다. 윤화가 혜인이를 이제라도 믿기 시작했으니까. 아무리 윤화가 퇴마사 집안의 자식이더라도 윤화 자신은 퇴마사가 아닌 그냥 평범한 여중생이니까 일족의 원한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다들 친해졌으면 좋겠다. 아니, 윤화는 자기가 아직 퇴마사 집안의 자식이라는 걸 모르고 있지.


"그럼.. 나 이제 집에 가볼께. 나중에 또 봐, 윤민아.. 그리고 윤화도."
"잘가.. 빛나누나."
"그리고 조심해. 내가 원래 살던 동네의 놀던 애들이.. 윤민이 찾으러 유일동에 온다고 나한테 경고했어. 괜히 나 때문에 윤민이가 휘말리는 것 같아서.. 미안."
"아냐. 내가.. 어떻게든 해 볼테니까."


빛나누나가 돌아가고 난 뒤, 윤화는 묘하게 찡그린 표정이었다.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 도와줬다가 또 다른 일에 휘말리고 나니까 걱정이 되지 않을 리가 없겠지.


"오빠. 아까 그 빛나언니라는 사람.. 뭔가 안 좋아."
"어디가 안 좋다는거야."
"새롬이처럼.. 그 언니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오빠는 너무 착해. 사람들을 너무 잘 믿어."


내가 요새들어서 이상한 일들에 자꾸 휘말리는게 그거 때문인가. 지금 새롬이녀석 때문에 몸도 많이 아프고, 비타573 효과도 풀려서 그냥 침대에 계속 누워있어야겠다. 윤화한테는 비타573을 들키면 곤란하니까.


다행히도 빛나누나는, 나랑 윤화가 친남매가 아닌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혜인이는 윤화한테 있었던 항마력 때문에 눈치챈 것 같지만. 빛나누나를 너무 믿지는 말아야겠어.


사람 못 믿게 된 게 다 새롬이 때문이라니까.


'나를 살짝 안아줘♬ 감싸안아줘♬ 너의 따뜻함에 닿을 수 있게♬'


내가 쉬고 있는 사이, 윤화는 또다시 컴퓨터를 치고 있었다. 지금 들리는 노래가 프레이아의 4집 후속곡 '터미네이션'이네.


"프레이아 저것들.. 사랑노래 안 부른다며 윤지영이가 제대로 생쇼하더니 결국 사랑노래 들고왔네. 가식 쩔어. FT오빠들이 어서 컴백해야 저런 실력도 없는 것들을 발라주는데.."


윤화가 FT를 좀 많이 좋아해서 그런가, FT한테 심하게 따진 프레이아의 윤지영을 엄청나게 싫어한다. 그 프레이아의 전 소속사가 지금 FT 소속사인데. 나도 지금의 프레이아가 딱히 맘에 드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윤지영의 얘기를 들어보면 프레이아한테 동정표가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그 뒤의 프레이아는 이전과는 달리 완전히 매니아 지향 가수가 되었고, 팬층도 갈렸지만 그래도 노래는 잘 부르고 인기는 여전히 많으니까.


오늘은 몸도 마음도 지쳤는데.. 그냥 마저 쉬어야겠다.


...


그리고 또 다시 하루는 시작되었다. 다 좋은데 윤화야. 제발 죽에다가 보크라이스같은건 타지 말라구. 정말 윤화 남친이 누가 될지는 몰라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고 싶지 않는다. 새롬이는 우리 속이려고 낚시한거였고.


오늘도 서연이랑 같이 학교에 등교.


"민군.. 몸 괜찮아?"


그 때 교문 앞이 하도 시끄러웠고, 아무것도 모르는 지나가는 애들이 다 휘말렸으니까 서연이도 모를 리가 없었겠지 아마.


"응. 어제는 정신을 잃어서.. 그렇게 됐어."
"다행이야. 미니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 많이 울었을거야. 나한텐 미니밖에 없으니까. 아차. 민군. 생각해보니까."
"응?"
"어린이대공원.. 혜인이랑 같이 가기로 한 거 있잖아. 나도 가기로 한 거지?"


이거 난처한데. 혜인이랑 단 둘이 가고싶긴 한데. 어떡하지. 그래. 어제 새롬이 때문에 다쳐서 못 간다고 해야지. 혜인이한테는 따로 말하고.


"미안. 어제 그 일 때문에 하루종일 누워 있어서.. 못 갈지도 몰라."
"아쉽네.. 내일 놀토라서, 미니랑도 같이 놀고 싶었는데. 혜인이랑도 얘기 많이 해 보고 싶었고."


서연아. 미안. 하지만 혜인이랑 할 얘기도 좀 많아서 그래.


교실에 도착한 뒤 일단 혜인이네 반에서 얘기해 봐야지. 어제 새롬이한테 당한 것도 있고, 나 혼자서는 솔직히 역부족이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혜인이랑 데이트 관련 문제도 있고.


혜인이네 반에 가 봤지만, 아직 혜인이는 안 온 것 같다. 기다려야지. 그런데 오라는 혜인이는 안 오고, 뭔가 전혀 반갑지 않은 녀석 하나가 뛰어오네.


"윤민군. 긴급뉴스!! 헉헉. 도대체 왜 여기 있는거냐."
"그러는 박찬 너는 도대체 왜 여기까지 따라온거냐."
"그저께 점심방송에서 고백한 김하나라는 애 있잖아. 어제 결석했고, 여태 연락이 안 된대."
"뭐?!"


이건 또 뭐야. 걘 또 왜 결석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앤데 멋대로 라디오에서 내 얘기 했고.


"얘기 들어보니까 누군가한테 습격당했다고 하던데.. 다들 자세히 모른대."
"설마.. 또 조공명같은 놈이 나타난거야?"
"아냐. 어휴.. 답답하네. 그럼 볼 일 다 봤으면.. 아, 여기 혹시 변혜인이네 반?"
"응. 맞아. 그런데 왜?"
"결국 완전히 걔랑 친해졌나보군. 주윤민 너는 정말 위험한 애들하고만 친하더라. 그럼 난 간다."


정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박찬녀석이다. 오히려 방해만 되고 있으니. 그러니까 혜인이는 나쁜 애 아니라니까. 마침 이제야 혜인이가 도착했네.


"윤민아.. 또 무슨 일이야?"
"어제.. 새롬이가 교문에 나타나서 나랑 윤화 죽인다고 해서 나한테 막 이상한 걸 썼어."
"..."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마력을 좀 썼는데, 결국.. 도망쳤어. 어디로 갔는진 모르겠어."
"결국.. 다시 왔구나. 아직도.. 새롬이가 어디 갔는지는 몰라?"
"집은 텅 비어있고, 가구라던가 이런 것들도 다 치워져 있어서.. 어딘가 가긴 간 것 같은데 어딘지는 모르겠어."
"내가 도와줄 수 있는한.. 최대한 도와줄께. 지금 윤민이.. 마력 함부로 쓰면 위험해."
"고마워, 혜인아."


휴. 다행히도 혜인이가 도와준다고 하니까 한 숨 돌렸다.


"그리고.. 내일 데이트하기로 한 거 있잖아. 다른 애들이 알아버려서 다들 같이 가자고 하는데.. 일단 다른 애들한테는 못 간다고 했는데, 혜인이랑 가고는 싶은데.. 어디서 만나는 게 좋을까."
"윤민이.. 우리 집 기억나?"
"응."
"내일 아침에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거기서 같이 가자."
"응. 그럼 내일 혜인이네 집으로 갈께."


다들 혜인이네 집 위치는 모르고 있을 거니까, 거기서 만나서 같이 가면 다른 애들한테 들킬 염려는 없겠지.


"그럼 좀있다 봐, 혜인아. 혹시 서연이가 뭐라고 하면.. 그냥 못 간다고 말해줘."
"응.. 걱정마."


혜인이랑 헤어지고 나니까 마침 예비종이 들리네. 빨리 교실로 가야지.


"윤민이.. 방금 어디 갔다 온거야?"
"그냥.. 친구한테 볼 일이 있어서."
"윤민아. 나.. 윤민이가 좋으니까. 다른 마음 먹으면 안 돼. 만약.. 윤민이가.. 다른 애한테 마음이 있으면.. 나.. 어떻게 할 지 몰라."


유정이도 지금 말하는 게 무섭다. 도대체 내 주변 애들이 요새 또 왜 이러는거야.


"윤민이는.. 나만 바라봐야 하니까. 윤민이가 지금 누구한테나 착한데.. 나한테만 착하지 않으면.. 내가 그렇게 만들거야."
"그냥.. 다들 사이좋게 지내면.. 안돼?"
"흔히들 말하잖아. 사랑이라는 건, 쟁취하는 거라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윤민이를 지켜낼거야. 다른 애들이 윤민이를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던가, 마녀라던가, 윤민이랑 같은 게임을 한다던가..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윤민이 곁에는 지금 내가 있다는 거니까."
"..."


이럴 땐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여기서 잘못 말했다가 유정이가 또 삐지겠지. 유정이같은 애는 솔직히 나같은 놈하고는 별로 안 어울리는데.


수업종은 쳤고,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은 시작되었다. 몸도 마음도 많이 피곤해서 졸 뻔 한 적은 많았지만 다행히도 유정이가 옆에서 계속 깨워줬다.


오늘은 수업 중에 별다른 일은 없었다. 점심시간 중에도 서연이한테는 잘 말해줬고. 그런데 다들 김하나라는 애가 결석한 거 얘기만 하고 있다. 그리고 다들 나를 벌레 보는 눈으로 쳐다본다.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내가 이렇게 되어야 하는거지.


그런데 점심시간에 식사가 끝나고 보니까, 내 책상 속에 쪽지가 하나 놓여있었다. 무슨 쪽지지.


'1학년 6반 주윤민.
오늘 방과후에 밴드부 연습실로 올것.
윤민이한테 할 얘기가 좀 있음.
- 유일고등학교 밴드부 LOUD 리드보컬 정혜림'


혜림선배..인가. 그러고보니 정초혜가 자기 동생이 혜림선배라고 말한 적이 있었지. 그것 때문에 나 찾는걸까. 아니면.. 도대체 무슨 일이지.


"윤민이.. 밴드부 가입하기로 했어?"
"아니. 나도 모르겠어. 이 선배가 왜 나 찾는지도 모르겠고."


오후 수업도 별 일 없이 다 끝났다. 그런데 밴드부 연습실이 어디지. 내가 가봤어야지.


"혹시.. 밴드부 연습실 어딨는지 알아?"
"4층에 있는데."


4층까지 올라가야 하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확실히 귀찮다. 내가 4층은 처음 와보는데. 그런데?


"어, 윤민이 여기 웬일이야?"
"안녕하세요, 희연선배. 그냥.. 다른 선배 한분이 저 찾는다고 해서요."
"아름이는 아니지?"
"절대 아니예요."
"그래. 희정이랑 친하게 지내구."


그러고보니 요새 희정이 못 본지도 한참됐네. 윤화가 그동안 집에 계속 붙어있다보니까. 그런데 어디가 밴드부 연습실인거야. 아. 찾았다.


노크를 한 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까 샤기컷을 한 여선배 한 분이 일렉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게 보인다. 그래. 작년에 유일고 축제때 확실히 봤어. 혜림선배 노래부르는거.


혜림선배도 내가 들어온 것을 보고 난 뒤, 치고 있던 기타를 옆에다 세웠다.


"안녕하세요."
"윤민이구나. 마침.. 잘 왔어."


- 다음회에 계속 -


30. 정혜림 : 18세. 유일고 2학년. 현재 유일고 밴드부 LOUD의 리드보컬. 하지만 기타도 꽤 잘 치는 편이다. 정초혜의 동생이기도 하다. 윤민이한테 쪽지를 남기고 윤민이를 밴드부 연습실에 불렀는데..


이번 회에서 새롬이는 결국 자신의 호문클루스로서의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윤민이도 어쩔 수 없이 마력을 쓰긴 했지만 덕분에 윤민이는 그 날 정신을 잃었고, 빛나는 자신의 비밀을 하나 밝혔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이능력을 알게 되었는가를. 그리고 결국 혜인이가 윤민이를 살린 것을 알아버린 윤화도 화가 많이 났고.. 혜인이랑 단 둘이 데이트를 하려고 애를 쓰는 윤민이. 하지만 밴드부의 혜림선배가 무슨 일로 윤민이를 불렀을까요.


혜림이 등장시기가 K모 애니메이션 회사의 모 신작애니 방영시기랑 겹쳐서 그걸 의식했다고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혜림이는 전작인 A Tale That Wasn't Right부터 이미 나왔던 캐릭터입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나오는 신작애니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중간고사 준비 때문에 다음 회 연재는 좀 늦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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