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3 17:50

현실과 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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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났다. 이상하지 않은 꿈에
 이상한 현실이다.
 오히려 마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곳은 여기다. 시간은 제멋대로 흐르고 정신은 민감한데 감각은 몽롱하다. 어쩌면 이미 마법에 걸렸는지도 모른다. 열두 시 정각. 시계를 보고 있었다. 초시계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굉장히 안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안정적인 것을 갖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시계를 보고 있었다. 초 바늘은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시간은 한시 반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또 다시 눈을 깜빡이면 등교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뭔가 적응이 됐다.
 “제신아! 일어나야지!”
 엄마의 목소리다. 나는 눈을 떴다.
 “학교서 안 좋은 일 있었어?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엄마가 다정히 물었다. 아뇨 없었어요. 안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없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다만 이제 표정을 짓는 것이 어려워 졌을 뿐입니다.
 “니요”
 “응?”
 “아니요.”
 이게 아닌데. 처음 말 할 때 억양이 틀렸다. 끝을 올려야 하는데 내리고 말았다. 기어가는 목소리도 아니었는데 첫 음절을 놓치고 말았다. 너무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어느새 나는 밥 그릇을 비웠다. 학교에 가야 한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현관 밖으로 나와서 눈을 감았다 뜨면.
 “김제신! 일어나라고!”
 진우가 앉아있는 날 흔들어 깨운다. 아 그래, 저 목소리는, 대외적 별명 호랑이 선생님, 우리끼리는 개새끼 이명석이다.
 “선생님 말을 뭐로 듣는 거야? 당장 나와!”
 나는 걸어 나갔다. 굉장히 두려웠다. 두려운 사람이니까. 이제 날 때릴 것이다.
 “내가 몇 번을 불러야 대꾸를 하는 거야? 자는 것도 아니면서! 이게 정신이 나갔나? 지금 반항하는 거야? 어?”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나는 더 크게 혼날 것 같다. 
 “어? 아직도 말이 없어? 너 어디 아프니?”
 선생님은 아마도 굉장히 흥분한 상태인 것 같다.
 [퍽!]
 주먹이 내 뺨을 강타했다. 굉장히 아프다. 분명 엄청나게 아프다. 고개가 돌아갔고 뒤로 휘청. 넘어질 뻔했다. 그러나 괴롭지 않다. 정말 실감나는 액션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잔인한 고문 영화를 볼 때면 내가 아픈 것은 아니었으나 괴로웠는데, 이제 내가 아픈 것이 맞으나 괴롭지 않다. 더 아픈 것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쭈? 아직도 대답이 없어? 오늘 해보자는 거지?”
 망했다. 또 뭔가 질문을 했나 보다.

 “헉!”
 “뭐야?”
 소년이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자 아저씨도 놀라 깨어났다.
 “뭐야? 무슨 일인데?”
 그가 다시 한번 물었다.
 “아뇨 그냥 무서운 꿈을 꿨어요.”
 소년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깊은 밤이었다.
 “어떻게?”
 아저씨가 더 놀라워 하며 물었다.
 “아!”
 소년은 깨달았다. 이 곳이 꿈이었다.
 “빨리 다시 자는 게 좋겠어요.”
 그는 다시 누웠다. 아저씨는 좀 더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으나 어쩐지 급박한 상황인 것 같아 묻지 않고 따라 누웠다.

 “제신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엄마가 나에게 뛰어온다. 나는 누워있다. 어떻게?
 어떻게 누워있고 어떻게 엄마가 뛰어온 거야? 정말 ‘어떻게 된 거야?’.
 내 옆에는 선생님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엄마는 선생님을 쳐다본다. 약간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한 강렬한 눈 빛이다.
 “넘어졌어. 계단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이명석은 놀라는 눈치다. 학생들에게만 엄한 개새끼인 줄 알았는데 제법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구타로 기절 시킨 학생을 쫓아오다니. 하긴, 누구나 그렇게 했겠지. 그래도 ‘누구나’에 들 수 있다는 점에서 나도 이명석에게 놀랍다. 선생님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 매고 있다.
 “어쩌다가?”
 “넘어져서.”
 “요.”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온다.
 “머리를…….”
 눈을 깜빡였다. 밤이다. 어두운 병실. 옆에선 엄마가 간의 침대를 꺼내 자고 있다.
 문자가 많이 왔다. ‘야 나 어떻게 된 거냐?’ 진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받은 문자로는 내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지 않은가? 하나 같이 ‘괜찮아?’ 라니. 졸음이 쏟아진다.

 “무슨 일이었는데?”
 아침을 먹다 아저씨가 물었다.
 “기절을 했었어요.”
 “어쩌다?”
 “아직 몰라요. 친구한테 문자로 물어봤는데 답장이 오기 전에 잤거든요.”
 “기절을 해도 올 수 있구나. 몰랐는걸.”
 “그러게요.”
 식사를 마치고 둘은 성주를 찾아갔다. 그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박하군.’
 소년이 생각했다. 성주라고 하길레 큰 의자에 근엄히 앉아 있을 줄 알았는데 평범한 나무 탁자 앞에 평범한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그리 화려한 행정을 하지 않는 마을이기도 했지만 전시인 탓도 있다는 것을 소년은 알 수 없었다.
 “이제 오셨군요. 밤은 편히 지내셨는지?”
 “네, 잘 잤습니다.”
 아저씨가 답했다.
 “오늘부터 숙소를 내어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오늘 내일이면 출발 할 건데요. 호의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식사는 하셨나요?”
 “예. 저기 성주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뭐죠?”
 “이 친구를 기사로 훈련시키고 싶은데 베테랑 기사분과 연결 시켜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하죠. 그런데 오늘 내일이면 출발하신다고?”
 “배우는 게 빠른 친구입니다.”
 “언뜻 듣긴 했지만 놀랍군요. 이틀이면 충분하다니……. 바로 소개를 시켜 드리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그들은 성주가 지시한 대로 훈련장에 갔다.

 “저기 오네.”
 둘은 기사를 기다리기 위해 멀뚱히 서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이 성주께서 말씀하신…….”
 기사는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했다. 이방인? 용사? 등장한지 얼마 안된 이 고마운 존재들을 부르는 명칭이 아직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사가 말을 마무리 하지 못하자 아저씨가 바로 받았다.
 “시기가 시기이니 바로 용건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친구에게 무술과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소년은 아저씨의 곁에서 둘을 번갈아 보며 대화를 듣고 있었다.
 ‘정말 내가 마법을 배우는 건가?’
 “그럼 열심히 해봐. 나는 결제할게 있어서 들어가 볼게. 집 찾아올 수 있지?”
 아저씨가 말했다.
 “네. 그런데 어떤 결제?”
 “응, 괴물 잡은 거.”
 “아, 나중에 봬요.”
 그렇게 아저씨는 성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제 넓은 훈련장엔 기사와 소년만 서있었다. 바람이 불어 잔디와 나무가 흔들렸다.
 “음, 그럼 시작할까요.”
 기사가 소년에게 검을 건네며 말했다.
 “네.”
 소년이 상기되어 답했다.
 훈련을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소년의 신체능력이 일반을 훨씬 능가했기 때문이었다. 뇌 또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기본 자세와 연결 동작을 외우는 것과 행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굉장하군요.”
 무술의 기본을 가르쳐 주던 기사가 말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아뇨 빈말이 아니라, 정말 굉장해요.”
 “아 네.”
 소년은 어쩔 줄 모르고 연습에 열중했다. 밤이 되자 소년은 그의 모든 무술을 배울 수 있었다. 둘은 겨루어 보았고 소년은 첫번째 합에 그의 검을 날려버렸다. 기사는 그에게 저녁식사를 권했다. 소년은 응하였고 둘은 같이 식당에 갔다.

 “제가 지금까지 배운 무술이 하루 반나절 양이었다니 충격이군요.”
 기사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다른 세계 사람이니까요.”
 소년은 다시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며 답했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예, 어차피 다른. 다른 존재일지도 모르죠.”
 기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했다. 소년은 말을 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일은 마법사를 소개 시켜 드리겠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오늘 푹 쉬시고 내일 아침 성으로 오시면 됩니다.”
 “정확히 언제 오면 되죠.”
 “예? 아침에 오시면 됩니다.”
 “아 네.”
 식당에서 나온 둘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소년의 빈집은 성의 입구 쪽에 위치했기 때문에 처음 정신 없을 때 왔다 해도 찾기 쉬웠다.
 소년은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는 등불에 책을 읽고 있었다. 그가 상당히 집중한 것도 이유였지만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하기에 난감함을 느끼고 있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였기 때문이었다. 너무 가정적인 인사 아닌가? ‘다녀왔’다니 이곳은 돌아올 곳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저기, 왔어요.”
 그는 고민 끝에 이런 인사를 해냈다. 사실 인사 보다는 신호, 알림에 가까운 말이었다.
 “어 그래. 잘 배웠니.”
 “네. 잘 가르쳐 주셔서요.”
 “거봐 쉽지?”
 그가 물었다. 소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졸린가?”
 “조금.”
 “참을 만 하면 지금 마법도 배우고 내일 출발하자.”
 “네?”
 “금방이니까.”
 “네. 그렇게 해요.”
 아저씨는 그와 마주보고 앉아 마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년은 두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마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왜 못하지?”
 “안 되는데요.”
 “허구의 세계라고 생각해봐! 안 될 일이 어디 있겠어?”
 ‘이렇게 생생한데 어떻게 허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
 소년이 생각했다. 기사 훈련도 있었고 안 되는 마법을 배워보겠다고 용을 쓰다 보니 갑자기 피곤해진 그는 하품을 했다.
 “졸려?”
 “네 이제 졸리네요.”
 “그래 자자. 마법은 내일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고, 오래 걸리면 출발하자. 바쁜 일정이니까.”
 “네.”
 둘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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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3.24 04:28

    꿈에서 꿈으로 왔다갔다...

    그러다가 이야기의 끝은 항상 '잠을 청한다' 또는 '잠이 들었다'

    과연 제신군은 언제쯤 현실로 돌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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