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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화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하기가 곤란한 주제가 대화에 뜬금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확률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운요도 주의를 준 바 있었고, 알고 있었던 일이다. 다만 그 뒤에 현월은 그 때의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무난하게 평상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분명 그게 영화 촬영이었냐고 물어봤지만 영화 촬영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으니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이러한 상황에서는 침착하고 지능적으로 일을 무마시키려고 해도 부족한 법이다. 당황했다는 표현을 온 몸으로 내던진 류화는 이미 도전권을 잃었음이다. ‘이제는 다 털어놓는 수밖에 없구나.’ 그리고 나는 이제 죽었다.’ 두 가지 생각이 류화의 머릿속을 채워나갔다. 현월이 더 이상 말로 추궁하지는 않았지만 류화가 스스로 계속 말을 회피하면 의심만 키워나가게 될 것이며, 그 후에는 더 설명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추측에 도달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차피 맞아 죽을 운명이라면 자신이 설명하기 보다는 떠넘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음이 분명했다.


 


좋아. 다 말해줄게. 하지만 내가 설명하는 것 보다는 아마…….”


 


적당히 그렇게 얼버무리고는 핸드폰을 꺼내든다.


 


누님한테 직접 듣는 편이 좋지 않겠냐는 말이었는데, 통화중이네.”


꼭 당장 말해줄 필요는 없어.”


그러냐.”


 


말해준다는 사실만 확실히 하고 있으면 오늘 듣든 내년에 듣든 별로 상관없는 일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밥이나 빨리 사셔.”


내가 왜?”


 


현월은 팔꿈치에 난 상처를 류화에게 보였다. 류화는 이 녀석이 팔꿈치 부분이 드러나 있는 옷을 입은 건 이리 쉽게 자신을 공격하기 위함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월의 복장은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 그건 꼭 나 때문에 생긴 상처라기보다도 말이지. 니가 맨날 그런 옷을 입으니까 그런 거잖아.”


 


현월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류화도 입을 다문다. 현월의 상처자국을 주시하던 그는 이내 한숨을 쉬고 비싼 건 안 돼.” 라고 말하며 항복한다. 현월이 미소를 짓는다. 과연 공짜 밥을 얻어먹는다는 사실이 기쁜 것일까 아니면 남을 등쳐먹는다는 사실이 기쁜 것일까. 그런 의문을 떠올리면서도 류화는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그 일이 있었던 뒤로 자주 이런저런 부탁을 받음에도 모두 들어주고 마는 것은 단순한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자신이 상처를 입혔다는 죄책감을 가장 기초로 깔고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쩔쩔매게 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복잡한 룰과 그에 따라 붙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월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류화의 지갑이 조금은 덜 가벼워졌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실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생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복잡한 상황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류화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려는 현월을 붙잡아 패스트푸드점으로 방향을 돌렸다.


 


 


---


 


4화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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