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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의 알림등이 메시지의 도착을 알리기 위해 점멸했다. 무음으로 설정해놓은 탓에 달리 진동이나 벨소리가 나오지 않아 평소에도 몇 번씩 연락을 놓치곤 했지만, 현월은 그 설정을 고집했다. 자신이 누군가와 소통 하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현월은 조용히 반복적으로 누르던 확인버튼에서 엄지손가락을 떼어냈다. 게임 같은 걸 즐겨 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류화가 재미있으니 반드시 해보라며 친절히 다운로드까지 받아주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켜 본 것이다. 5분도 채 플레이 하지 않고 현월은 “확인 버튼 하나만 주구장창 누르는 게임이 뭐가 재미있다는 거야.”라며 투덜거렸다. 그런 타이밍에 마침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기회다 싶었는지 단숨에 게임을 종료하고 내용을 확인했다.




     오늘 12시 약속 잊지 말 것. -운요




     간략했다. 약속이 있는 날이라는 건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이미 옷까지 차려입고 나갈 시간만 재고 있었던 차였다. 집합 장소는 항상 모이는 카페 ‘클라우드피아’였다. 영어로 Cloudpia라고 쓰고 구름 낀 세상이라고 해석한다. 카페를 만든 운요의 머릿속에서 나온 단어였다. 존재하는 단어인지, 해석이 정확한지는 알아보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이름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따지고 드나? 그렇게 말을 하면 운요는 어김없이 손가락으로 현월의 이마를 튕기며 이름이라는 건 무진장 중요한 거라고 화내곤 했다. 항상 적당히 수긍하고 넘어가곤 했지만, 자기 이름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 다른 이름에 신경 쓸 틈이나 있을까.




     현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핸드폰이 픽 하는 소리를 내며 맥없이 닫혔다. 그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디자인의 전신거울 앞에서 앞이나 뒤를 비춰보며 흐트러진 곳이 없는지 검사한다. 하지만 이 펑크룩이라는 것은 아무리 정리를 해 놓아도 흐트러져 보일 수밖에 없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입기 편하도록 단순화된 옷들도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현월이 차려입은 옷은 일반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징에 체인에 스트랩에 지퍼에 해골모양 금속 장식이나 고리가 달려있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살짝 맛이 간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펑크스타일의 패션이 연예계를 통해 알려지거나 홍대 클럽의 존재가 대두되면서 어느 정도 대중과 가까워진 감은 있다. 하지만 한강 둑을 콘크리트로 보수를 한 덕에 강폭이 10센티미터 정도 좁아졌다고 해서 반대편과 가까워졌다는 말을 쉽사리 할 수는 없다. 대중과 현월이 착용하는 패션 사이에는 그 정도의 갭이 있었다.




     그런 사실을 현월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간의 시선 따위 보다는 자기가 좋은 것이 우선이었다. 평범한 옷을 입고 출발해 도착한 뒤 옷을 갈아입는 건 귀찮기 때문에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무시해버리면 되는 일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혼자서 너무 눈에 띄도록 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은바 있었지만, 그 뒤로도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고 있었다.




     현월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부모님은 이미 나가고 없을 시간인데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습관적인 문제였다. 할아버지에게 맡겨져 자라는 동안 지적받은 것이 그대로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월의 할아버지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었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엄격하다고 해서 정이 없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름 현월을 챙겨주고 귀여워해주는 경우가 많아 그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좋은 보호자였음이 분명하다. 어느 정도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던 것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도 지금까지 남아있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집안이 조용한 것을 확인했다. 부엌에는 아직 채 빠져나가지 못한 아침밥 냄새가 남아있었다. 다른 때보다 늦게 식사를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월을 위한 몫이 남아있을 리는 없었다. 현월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새어나왔다.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현월은 괜히 부끄러워져 얼굴을 붉힌다. 나가서 삼각김밥이라도 사먹어야겠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용돈이라고 해야 할지 사용료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돈이었지만, 현월이 받는 돈은 중학생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많은 액수였다. 누가 차려주는 밥을 먹지 않더라도 굶을 일은 없었다.




     현월은 신발장에서 버클이 잔뜩 달린 가죽 부츠를 꺼냈다. 군데군데 긁힌 자국이 보였다. 주저앉아 부츠를 신은 현월은 일어나며 옷 상태를 한 번 더 점검한다. 몸을 숙여 덜 닫힌 부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마침내 나갈 채비를 다 마친 현월은 문고리를 돌리며 한 번 더 핸드폰을 확인했다. 5분 전에 도착한 메시지가 한 통 있었다.




     배는 비워둘 것. -운요




     “먹을 것도 없거든.”




     그런 말을 퉁명스럽게 내뱉었지만, 의외로 순순히 식사를 포기하고 마는 현월이었다. 맛있는 거라도 줄 셈인가보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할 뿐이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고 마는 것은 상대가 운요인 탓이 컸다. 무언가 먹고 갔다가는 그 성질머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바깥바람이 쌀쌀했다. 가을로 넘어가는 대목이라 바람이 슬슬 날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틈이 많은 현월의 옷은 찬바람을 쉽사리 막아내지 못했다. 찬 공기가 맨살을 스치고 지나가자 현월은 몸을 떨었다. 하지만 가만히 몸을 움츠리고 있어도 추위가 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현월은 시간을 확인했다.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따로 뺄만한 여유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약속 장소에 가기로 결정한 그는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이도 지하철역 안은 비교적 따듯한 상태였기 때문에 계단을 내려온 현월은 움츠러든 몸을 펼 수 있었다. 느긋하게 개찰 구를 통과한 현월은 가만히 전철이 도착하는 것을 기다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지만, 신경 쓰지 않은 채 핸드폰을 확인했다. 새로 도착한 문자는 없었다.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오고, 이내 도착한 열차는 문을 열어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현월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안으로 들어가 문 한편으로 적당히 비켜섰다. 내부순환선은 곧 운행을 재개했다.




     현월이 운요를 처음 만난 것도 이 녹색라인 위에서였다. 반년 전 현월이 아무 생각도 없이 내부순환선을 타고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였다.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가는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지하철을 타고 정처 없이 돌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던 것뿐이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처음 탔던 역으로 돌아왔을 때 처음 보는 여성이 말을 붙여왔다.




     "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하는 첫마디가 "야."라니, 현월은 감았던 눈을 뜨고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불쾌함을 잔뜩 표현할 생각으로 쳐다본 것이었는데, 도저히 그럴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닫고 말았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현월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인상이 한마디 대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나웠던 것이다.




     "너 왜 열차가 한 바퀴나 돌았는데 안 내리고 버티는 거냐?"




     현월은 도대체 어느 부분부터 짚어나가야 하는 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 여자가 저렇게 날이 선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도대체 지하철을 타고 한 바퀴씩이나 돌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가. 지하철에는 열차가 한 바퀴 돌기 전에 내려야 한다는 규칙이라도 있는 건가? 하도 어이가 없어 대답을 못하고 있는 사이에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게 재밌어?"




     재미가 있어서 하고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남에게 간섭받을 일 또한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월은 조심스럽게 질문에 응했다.




     "재미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지만, 모르는 사람한테 간섭받을 만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너 의외로 붙임성이 없구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현월은 애써 그런 말까지 받아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눈을 맞추고 빨리 사라져버리라는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현월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별로 대화상대가 많지 않았던 탓에 형성된 성향일 수도, 아니면 원래 기본적인 성향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이유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현월은 처음 보는 사람이 다짜고짜 사나운 말투로 치고 들어오는 것이 심히 불쾌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눈앞의 여자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랬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표정으로 전부 드러나 있었다. 누구라도 그런 현월의 기분을 눈치 챌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현월의 바람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던져댈 뿐이었다.




     "빙글빙글 도는 건 말이야, 물론 그 자체는 별로 문제될 게 없는 일이지만, 넌 이 빙글빙글 돈다는 일에 아무런 의미도 두고 있지 않잖아? 그게 문제라는 거야. 무릇 인간이라면 자기가 하는 일에 확실한 이유와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법이거든."




     현월은 곧바로 이 여자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리를 뜨지 않을 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월은 당장 눈앞의 괴인이 '도를 아십니까?'의 한 부류인지 다단계 회사 직원인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어느새 대꾸할 말을 준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는 댁은 내가 한 바퀴 돈 걸 어떻게 아는 거죠? 의미 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던 건 피차 마찬가지……."




     현월은 이 여자가 언제부터인가 맞은편 왼쪽 끝자리에 앉아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가는 기억해낼 수 없었지만, 현월이 탔던 역을 알고 있다는 것은 십중팔구 같은 역에서 탑승했다는 얘기다. 그대로 한 바퀴를 함께 돈 것이다. 이 정체불명의 여성은 그 동안 내내 현월을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현월은 더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을 마치지 못하고 굳어버린 현월을 바라보는 여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소름이 돋았다.




     "내가 너랑 같이 한 바퀴를 돈 건 맞지만, 나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거거든?"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열차는 다음 역에 정차하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현월은 지하철 문과 여자의 눈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도망칠 수 있을까? 따라오거나 하진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동안 지하철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현월은 열차에서 내리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현월은 앞으로 이동하려는 시도를 채 하기도 전에 다시 앉은 자세로 몸을 돌려놓아야만 했다. 어깨를 누르는 손이 마치 쇳덩이라도 되는 듯 무거웠다.




     "어차피 따로 할 일도 없잖아? 오늘 하루는 내 목적을 위해 반납한다고 생각하렴."




     그대로 붙들려버린 현월은 일말의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그녀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여자는 어느새 표정이 풀려 웃는 얼굴로 킥킥대고 있었다. 그리고는 "겁먹었구나?" 같은 말을 농담조로 던져댔지만, 현월은 대답하지 않았다. 불안했지만, 사태를 파악하려다가 먼저 자신이 돌아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예 모든 상황을 무시해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입을 다문 현월에게 이런 저런 질문이 쏟아지는 동안 열차는 어느새 그녀의 목적지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자, 여기서 내리자."




     사람들이 하나둘 내릴 준비를 하자 그녀도 현월의 손을 잡아끌었다. 일어나지 않고 버티려다가는 팔이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현월은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녀는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놓기는커녕 문이 열리자마자 잡은 손을 끌며 인파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탈골 위기를 느낀 어깨는 여전히 적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끌려가는 동안 현월은 인파에 휩쓸려 떨어져나가지 않는 일에 집중했다. 도망치려는 생각 따윈 어느 샌가 잊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 사이를 순조롭게 비집고 다니는 그녀의 뒷모습만을 따라갔다. 꽉 잡힌 손이 슬슬 저려왔지만, 이젠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도리어 멍청하게 지하철을 타고 도는 것 보다는 이쪽이 훨씬 재미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까지 해버린다. 곧 고개를 저으며 무슨 목적인지도 모를 일에 휘말려든 게 재미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고쳤지만, 본인이 이러한 비일상적인 상황에 어느 정도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현월의 시야 내에 밀려오고 갈라져 빗겨가기를 반복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 벽으로 변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 안이었다. 현월은 한숨을 돌렸다. 여자가 뒤를 돌아 웃는 얼굴로 정중히 인사하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구름 운 자에 노래 요 자를 써서 운요라고 했다. 그리고는 칙칙한 회색 벽 사이에서 홀로 단아한 흰색 문을 가리켰다. 문에는 클라우드피아라는 이름이 알파벳으로 새겨진 구름 모양의 나무판이 걸려있었다.




     지하철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며, 현월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잠시 졸고 있던 현월은 흠칫하며 눈을 뜨고 좌우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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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09.09.22 18:14
    잘보고 갑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학교안가고 2호선을 한바퀴 빙 돌다가 집에 들어간 적이 있었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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