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3 17:45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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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친자 上


 


 


 누군가와 얼굴을 맞닥뜨리는 경험은 있을법하다. 누군가와 싸우는 경험은 있을 법 할지도 모른다. 거대한 악과 싸운 경험은 있을 것인가?


 일반적으론 ‘옛날’이라는 먼지 먹은 이름에 책장을 뒤번져보아도 작은 악조차 대항하지 못한 한심스런 대목들만 가득 할지도 모른다. 허나, 루모스는 달랐다.


 불가능한 일 가운데 가능을 창조하고 이윽고 악을 물리쳤다. 남들은 그것을 운명이라 말하고 그것을 고귀하게 여겼지만 용사는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루모스가 여행길에 오른 것은 온전히 친자하려 하려 했을 뿐이었다.


 루모스는 잠시 ‘옛날’의 장면을 공상했다.


 아아, 드디어 죽였다. 유상무상의 악을 그분이 죽이셨다. 이제 일국에 승리의 비석이 새워지겠지. 그분 또한 행복하게 살거야. 옛날이야기처럼. 동화처럼 말이야.


 현실이라는 부메랑이 계속해서 루모스 주위를 맴돌지만 잡아주지 않았다. 이유라면 부메랑에 적혀있는 마왕과 부활이라는 말귀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응하기 고통스러운 현실이 계속해서 루모스 주위를 맴돌고 루모스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현실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느려서 빠르게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 현실이 무서운 것은 빠르다는 것과 거리다 멀다. 그저 언젠가는 반듯이 돌아오는 점이 무서워서 이도저도 피한다.


 소프는 공포에 떨고 있는 루모스를 경각시키기 위해 술집에서와 같이 볼에 입을 맞추어주었다. 왕자는 공주의 입술에 맞춰 공주가 있는 쪽을 보았다. 공포가 허수아비처럼 모멸 되 보이진 않지만 소프가 공포를 얼려주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루모스는 깨달았다. 맞다. 이곳은 현실이지.


 현실로 돌아온 루모스는 한 가지 걱정거리가 늘어버렸다. 술집에서 나오기 전 르소교수와 싸운 이유가 걱정이었다. 루모스는 기어코 마왕의 존재를 알리겠다는 르소를 말리지 못했다. 만일 이대로 간다면 교수는 위험해진다. 자신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한 거대한 황소의 고집을 꺽으려 단단히 각오하곤 일어섰다.


 “역시 공주의 키스는 직빵이네!”


 “어.”


 루모스는 무덤덤하게 말해주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일부러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지만, 이 소녀에게 만큼은 그래지지가 않았다. 생각이상으로 이 소녀는 신비스러웠다. 믿기지 않지만 술집에서 한 대화라면 이 소녀 또한 용사의 자질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한순간뿐이지 라며 입이 중얼거린다.


 소프가 먼저 사다리를 내려갔다. 루모스도 따라서 내려갔는데 시계탑은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즉석으로 시계방으로 개명해 부르는게 좋을 만큼 낮았다.


 시계방을 빠져나오는 중 소녀가 내 앞길을 막고는 따지듯이 말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사연 많아 보이는 아저씨니까, 내가 도와줄게.”


 루모스는 무시하다 싶이 소녀를 비껴지나갔다. 라고 생각했을 때, 소녀가 다리를 걸었다. 그는 제법 아프게 넘어졌는데 아픈 건 상관없이 시간을 지체시키는 이 소녀에 대해 화나버렸다. 둘 밖에 없는 아무소리 없는 언덕에서 루모스가 소리치자 새들이 퍼덕이며 날아갔다.


 “멋대로 하지마!”


 소녀는 정말로 화난 그에게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거리는 거리대로 유지하며 졸졸 쫓아갔다. 루모스가 다시 한 번 으름장을 놓아줬다.


 “난 장난하는거 아니야. 더 이상 따라오면 널 책임지기 힘들어져.”


 루모스의 말을 듣고 오호 하고는 핵심만 찔러서 받아 챘다.


 “난 아저씨 장난으로 구했는지 알아! 그때도 진지했고 지금도 진지해! 아저씨야 말로 술마시고 병신같이 자빠진게 누군데.”


 소녀의 논리를 무너뜨릴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위험한 일에 끌어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수님을 찾을 때까지만 데리고 있자고 마음속에 결탁하고 소녀를 정중하게 맞아주었다.


 “알았어. 미안해. 난 어떤 교수를 찾아야해. 말할게 있거든.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 나의 경비를 맡아줘. 그거면 돼, 알겠지?”


 오렌지 빛 미소를 띠며 “낙찰!” 이라고 소리쳤다. 뒤에서 그걸 본 루모스는 이 소녀에 몸에는 혈액대신 오렌지즙이 있다는 논설이 문득 떠올랐다.


 시계탑에서 광장까지 가는 중간에 서로의 이름을 주고받았다. 10분 동안 왠지 묘하게 둘이이서 대화가 없었다. 루모스는 예시당초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소녀였고, 소프는 이렇게 무덤덤한 아저씨와 처음 있어봐 무슨 말을 내뱉어야하는지 몰라,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남들에겐 서로 싸운 삼촌과 조카정도로 비춰졌다.


 무료한 10분이 흘러 광장으로 도착하자 루모스는 자기만 따라오라고 말해두고 큰 길로 발을 옮겼다. 어느 정도 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런 곳에 살기는 힘들다. 역시 말쿠트의 교수라는 생각에 뭔가 조금 기대를 품고 소프도 따라 걸어갔다.


 교수의 집 앞에 도착했다.


 큰 길에 세워진 집중에 가장 오래되고 볼품없어 보였다. 집을 보자마자 교수의 안위가 생각난 걸까. 루모스는 다급하게 열쇠를 꺼내다가 떨어뜨렸다. 눈은 흔들리고 호흡은 가파르게 변해갔다. 루모스가 열쇠를 주우려 허릴 숙이는 동시에 찰칵거리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프였다.


 “힘들겠는데?”


 “그런 것 같아.”


 아까부터 친절하게 대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무미건조하게 대답이 나왔다. 혹시나 서운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열린 대문으로 그 누구보다 민첩하게 들어가 이것저것 만지고 떨어뜨리는 모습을 본지라 그런 마음은 싹 사라졌다.


 루모스는 열쇠만 줍고 힘없이 열린 대문 사이로 몸뚱아리를 넣었다.


 “만지지마.”


 루모스는 떨어뜨린 것들을 다시 올려놓고 말했다. 소프는 ‘네’라고 못 지킬 약속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떨어진 물건이 좀 더 있었지만 교수가 먼저라는 생각에 루모스는 계단을 올라간다. 오만가지 상상이 다 나지만 하나만큼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2층에 발을 디뎠을 때, 평소에 이곳에서 일하는 소년을 보았다. 루모스는 소년을 향해 뛰어갔다. 성난 것 같이 보였는지 소년은 놀란 기색이다.


 얼굴에 힘이 잔득 들어간 표정으로 교수의 행방을 묻자 소년은 소심한 목소리로 금세 대답해준다.


 “검은 천을 두른 사람들과 나갔어요...”


 ‘마왕’이라는 단어를 들었듯이 마음이 철컹 내려앉았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된 셔츠가 차갑게 와 닿는 것을 느끼고 자기 또한 차가워지려했다.


 ‘아니,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검은 천이야 누구나 두를 수 있지.’


 르소의 작업실로 들어갔다. 책들이 늘 그렇듯이 널 부러져 있었다. 루모스가 치워주지 않으면 깔끔해지지 않는 비위생적인 공간 중, 유일하게 깨끗하게 정돈된 일정표를 확인한다.


 “7월 12일.. 7월 13일.. 7월 14..”


 7월 13일은 네모난 공백이었다. 그 옆 칸들인 12일과 14일도 비어있다. 끝없이 밀려오는 자괴감과 절망감. 알젠가문을 시중드는 핀가문 중에 최악은 자넬세 라며 누군지 알 수 없는 자들이 비웃는다. 용사를 떠난 보낸 것을 모자라 교수까지 보내려니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을 견딜 수가 없다.


 억지를 부리며 술집으로 향하던게 어젠데. 오늘은 억지 부릴 상대도 없단 건가, 이럴 때 르소의 설교를 들으면 나의 기분은 낳아질까? 라며 생각을 놓는다. 오만가지 상상이 행진한다. 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돌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던 중, 하나가 모든 것들을 먹어버렸다. 그것은 힘 쌔고, 커다랗고, 뿌리 깊게 변모했다. 그것의 이름은.


 ‘나는 싸울 수 없다.’


 교수님은 마지막에 나보고 이기적이라 말했지. 나는 싸울 수 없다. 중요한 일이지만 난 약하다.


 ‘자네, 자네는 이기적인 사람일세.’ “반성하게나.”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역시나 르소는 아니었다. 소프가 묵직한 목소리로 교수 흉내를 낸것 뿐이다. 루모스가 소프를 노려봤다.


 “또 처음 보는 눈이네. 하지만 이젠 아저씨를 무서워하지 않아.”


 소프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이성에 잡히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루모스라도 소프를 한 대 날릴 심산이었다.


 “왠 줄 알아?”


 루모스는 상대를 몸집으로 압도했다. 한마디만 더 지껄이면 진짜로 때릴 지도 모르는 흥분이 달아올랐다. 소프도 분명하게 느꼈지만 말했다. 지금이라면 확실하게 들어줄 태니까.


 “무력하니까.”


 루모스는 빨간색으로 상기된 눈으로 소프를 찔러보기를 그만두고 주먹을 휘둘렀다. 왼쪽에서 날아오는 주먹은 허공만 스쳐지나갔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루모스는 넘어졌다. 소프는 넘어진 루모스의 등에 발을 올리고 한없이 내려다보며 루모스에게 말했다.


 “여자에게 당하고 있잖아.”


 성이나 씩씩거리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소프가 다리로 강하게 땅을 찍자 폐가 눌러 재대로 숨 쉬지 못하기까지 이르렀다.


 “지금 찾는 사람이 위험해진거지?”


 맞다. 소프의 말이 맞았다. 교수가 위험한 것도 자기가 무력한 것도 지금에서야 루모스는 인정했다. 결국 갈라지는 목소리로 인정한다고 말해줬다. 소프가 다리를 빼자 루모스는 콜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루모스가 소프에게 여러 가지 면모를 보여줬지만 소프는 루모스에게 평소에 모습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루모스에게 진지한 모습으로 대면해주었다.


 “경호원 보다는, 그래. 해결사를 하지. 아저씬 내 의뢰인이야.”


 루모스가 끄덕였다. 허물어진 마음은 온대간대 없이 여자아이에게 밟힌 것에 대해 수치심은 어디론가 홀가분하게 사라졌다. 잠시 숨 돌리는 것조차 아까워지는 이 시간에 필요할 것은 소프의 협력이란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소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년은 소프와 루모스를 번갈아봤는데, 걱정스럽게 루모스를 보았고 악의에 찬 눈빛으로 소프를 보았다. 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이곳을 옆보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소프가 소년의 얼굴을 강렬하게 째려보자 소년은 울상이다.


 “장난인데 너무 한거 아니야?”


 소프가 생기 있는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루모스가 억지로 ‘응’이라고 맞췄다. 아직도 의심스러운 소년은 소프를 째려본다. 단시간 안에 결착 짖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소프는 “야옹”하며 방을 나갔다. 루모스도 소프를 따라 조사에 착수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했으나, 소년을 두고 갈 수 없기에 소년과 방에 잠시 남았다.


 이미 사라진 소프에 자리는 소년에 시선으로 매워져있었다. 움직임 없이 소년은 말한다.


 “그 여자 뭐죠? 게다가 루모스님께 무슨 일이.”


 루모스는 달리 소년에게 말 해줄 입장, 자격조차 되지 않아 말없이 있었다. 평소보다 굳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어느덧 소년의 눈은 열리지 않는 출구를 향해 뻗었다.


 “르소님께 일이 있는거죠?”


 루모스는 무한히 밑으로 내려 깔아진 눈을 치켜 올렸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르소가 마지막으로 맺은 뜻을 소년에게 말해야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야.”


 소년은 생각했다. 제발 아니길. 그러나 바램뿐이다.


 “교수님은 죽을지도 몰라.”


 소년은 생각했다. 거짓말! 그러나 루모스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뭔가 당혹스럽고 슬펐다.


 “하지만 알아야겠어. 진실은 중요하지만, 그걸 보는 건 너야.”


 소년의 참았던 눈물이 펑펑 터졌다. 광장에서 때쟁이 아이에게나 들을 법한 소리다. 루모스는 여유럽게 웃으며,


 “울지마. 너는 영리하니까."


 라고 해주곤 이미 열려있는 문으로 나갔다. 소프가 웃음 지어진 눈으로 루모스의 전신을 훑었다. 그러자 루모스는 의아한 눈으로 소프의 얼굴만 훑는다.


 “새곤새곤 자는 모습보단 멋지네. 아저씨다워.”


 말을 끝내자 계단으로 쭈르륵 내려갔다.


 “그렇게나 늙었나?”


 루모스는 손으로 집게를 만들어 자신의 볼 살을  늘어뜨리며 못 미덥잔은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처음엔 소프의 ‘해결사가 되주지’ 라는 발언을 맹목적인 믿음으로 믿었지만, 소프가 본격적으로 팔 들고 힘쓰자 루모스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었다.


 고양이 네트워크라고 불리 우는 도둑고양이연맹의 통신망은 기묘한 특징을 가졌다. 고양이 여러 마리를 길들여(고양이전문 사육사도 있다고 한다.) 여러 곳에 분포시킨 뒤 필요할 때마다 고양이를 불러 지시를 내리는 것이 통신의 전부일 수도 있는데, 색다른 특징이 숨어있다. 고양이들에게는 서로 서열이 있어, 서열이 낮은 고양이의 정보는 서열이 높은 고양이의 정보에 닿으면 두절된 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특징은 자동적으로 만들어진 특징이며 고양이를 어떤 방법으로 정렬하고 사육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개를 이용해도 되지 않느냐 라는 의견도 나왔었지만 말쿠트에 개는 절망적으로 그 수가 적었다. 결국은 서열에 대한 취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동결되는 위기가 닥친 무렵, 카롤로스가 좋은 묘안을 떠올렸다. 서열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각 배치소에 고양이를 두 마리씩 배치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서열로 그들은 만족했는지 문제없이 고양이 네트워크는 재대로 돌아갔다. 단, 서열에 따르지 않는 고양이에게는 모두가 자비가 없었다.


 소프가 모든 것을 설명하자 루모스는 믿지 못 할 표정으로 소프의 얼굴만 바라봤다.


 “마법보다 믿기 힘든데.”


 “우리 연맹은 다른 전설도 많아. 들려줄까?"


 "됬어.“


 이제는 ‘늘’ 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 정도로 둘은 말없이 걸었다. 말없는 둘은 서로에게 서먹해서 없기 보단 둘에 무의식속에 삐져나온 규칙인 것 같았다. 쉽게 설명하면 서로 말 안하기 내기.


 소프가 안내하는 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고 퇴폐적으로 변해갔다. 이윽고 이곳이 말쿠트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어둡고 음침한 골목에 이르렀다. 여전히 넉넉한 소프에 비해 루모스의 몸은 이곳저곳 밀어주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았다. 한계에 도달했을 때 소프가 “다 왔다!“ 라고 외쳐주었다.


 좁은 골목 뒤엔 전혀 말도 안 될 만큼 넉넉한 공간으로, 하얀 고양이 한 마리와 갈색 오두막집이 앉아있었다. 흰 고양이는 비실해보이고 약해보였다. 루모스는 소프에게 물었다.


 “이 고양이가 배달하는 거야?”


 소프가 눈썹을 지붕처럼 내리고 말했다.


 “설명을 어떻게 들은 거야. 아저씨. 정보는 높은 곳에서 작은 곳으로 흐르는게 원칙이라고. 다시 말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왕. 킹캣의 임무야. 이 녀석은 단지 정보를 받을 뿐이야.”


 루모스는 문득 고양이들의 왕국은 우리들의 왕국, 말쿠트보다 위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체계와 질서가 갖춰지고 시행과 착오에 걸쳐 이루어진 피비린내 나는 말쿠트라지만 결국 서민은 서민대로 힘들고 귀족은 귀족대로 좋을 여느 왕국이나 같을 나라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라 안에 작은 고양이들의 왕국만큼은 위대했다. 높은 자일수록 높게 일하고 약자일수록 보호받는다. 사람들이 열망하던 이상은 완벽하고 철저한 규제가 아닌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루모스는 새삼스레 느꼈다. 루모스는 감정의 화폭이 마르기도 전에 소프가 자신의 뒤를 보고 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것을 보았다. 뒤에선 검은 고양이가 가늘란 선을 그리며 오고 있었다. 루모스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소프가 고양이의 이름을 알려줬다.


 “하이데스라고해.”


 눈은 파랗고 털은 검푸르게 정리되어있는 누가 봐도 이상적인 고양이인 하이데스는 루모스와 소프를 아랑곳 하지 않고 흰 고양이 옆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흰 고양이의 이름은 페르세포네라 한다.) 대조되는 검은색과 흰색이지만 그 둘은 잘 어울렸다.


 투박한 오두막은 울그락불그락 이리저리 모나있다. 문 또한 그러한데 문에는 손잡이가 없다. 소프가 문 앞에 섰다.


  문을 밀며 환영이라고 중얼거리더니 문에선 어떤 여성이 싸늘한 눈빛으로 둘을 바라본다. 순간적으로 움찔한 루모스는 우왓하고 소리쳤다. 소프는 문을 얼른 닫았다.


 “우와앗! 어째서 카를로스가!! 루모스! 카를로스는 정말 무섭다고!”


 확실히 무서웠지만 확실히 무서웠기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문 뒤 싸늘한 소리가 가시처럼 소프의 등짝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내가 나갈까.”


 소프는 등짝이 무사한 것에 감사를 느낀 듯 문을 밀었다. 문 너머엔 여전히 카롤로스가 서있었다. 차갑고 냉소 있는 눈빛이 문 너머 까지 건너오자 주위에 공기가 바싹 얼어버릴 것만 같아 소프는 식은땀을 질질 흘렸다. 루모스에겐 다행이지만 소프에겐 최악으로, 눈빛이 소프에게 이주됐다. 그녀가 한톤 더 차갑게 말한다.


 “고양이 네트워크의 90% 이용의 대한 이유. 외부인을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 마지막으로 어젯밤의 폭약의 이유. 들려주지 않으면 플루토가 없는 지금 심판 할꺼야.”


 그녀는 명백히 심판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깍듯이 얼어붙은 소프에 태도에 약간 루모스는 의아했다. 소프는 얼어붙은 입으로 애써 웃었는데 루모스에겐 대신 웃어주고 싶을 만큼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워보였다.


 “일단, 폭약부터! 그건 말이지이!”


 지난밤의 일을 여자에게 전해줬다. 솔직담백한 소녀의 말에 주위에 기온이 살짝 올라간 느낌이었지만 아직 납득하지 못한 카를로스는 여전히 소프만 노보다, 노려보는 것을 그만두고 책을 읽듯 말하기 시작했다.


 “조사한 바로 일치하네. 이런 남자 하나 도와주려고 연맹을 곤란하게 만든거라면, 이 자에게 빠진 건가?”


 소프는 전혀 아니라고 부정했다. 루모스도 그 점에 대해 부정하고 싶었지만 끼어들 분위기가 되지 못해 가만히 서있었다. 카를로스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뭐지? 안타깝네. 우리 연맹에선 배신자 말고는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서. 내가 언제까지 분위기만 무겁게 만들거라 생각해?”


 재촉하는 눈빛을 그대로 받은 소프가 답했다.


 “조심히 행동 할 때까지..”


 “잘 아네, 다음부턴 짤 없는 거지. 이런 일, 다음부턴 분위기가 아니라 니 머릴 무겁게 만들어주겠어.”


 소프에게 용건이 끝나버린 카를로스는 루모스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하이데스와 똑같은 걸음걸이는 충분히 루모스를 압도해냈다. 냉소한 그녀의 태도는 질문하려는 듯, 시비걸기를 시작한다.


 “핀 루모스. 인가? 나이는 36세. 지금은 르소라는 교수 밑에서 일한다. 맞지?”


 루모스는 긴장되는 표정으로 우물쭈물하게 그럴껄요. 라고 우물거렸다. 카를로스는 대답을 확실하게 맺어줬다.


 “맞을 거야. 그리고 예전에 여행을 떠났던가? 뭔가를 없애기 위해.”


 더 이상 시비거리가 아니게됬다. 이것은 루모스의 내면의 대한 접근이다. 설령 그녀가 이기지 못할 강적이라도 접근만큼은 지켜야한다. 그것이 루모스의 사명이었으니까. 루모스가 그녀를 노려봤다. 그러자, 카를로스도 더 이상 간섭치 않고 섭섭한 목소리로 안됐네 하고 물러났다. 카를로스가 골목사이로 사라지기 10보전, 그녀가 말했다.


 “말쿠트의 말쿠트. 시계탑에 보이는 장소지. 성 밑에 있는 작은 집들. 그 중, 검은 지붕의 집. 교수는 그곳에 있어.”


















 말쿠트의 성 밑, 시계‘방’에서 보면, 그것들은 오돌토돌 나있는 종기처럼 보인다. 그것들에선 부당한 자들과 부량자만 살아있다. 말쿠트의 성에 직각으로 내려간 절벽은 그것들을 올라오지 못하게 막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올라오지 못할 나무조차 보지 않는 그것들에 거처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들이 무엇인지도, 그것들밖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그곳과 말쿠트가 연락이 두절 된 건, 200년 전이다. 200년 전 말쿠트의 성에서 직각으로 내려앉는 절벽 앞에 세워진 집들은 평범하고 활동적이었다. 게다가 그곳의 주민들이 가장 부지런했다. 소박한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웃을 줄 알았던 그들의 자취는 아마, 오돌토돌한 집들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페오스에서 이름이 말쿠트로 변경된 이 나라는 호황기였다. 불안한 국정은 안정적으로 변해갔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세운 왕. 바실리아스는 절대적인 신뢰(또는 광신적인)라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절대적인 신뢰로 이륙할 수 없는 성과들을 이륙했고 그는 왕이자, 영웅이자, 신화로 각인됐다. 신화가 저물고, 현실의 종이 울렸다. 바실리아스가 사라지고 처음은 성실하고 착한 나라였지만, 점점 귀족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나라는 국민들을 압박했다. 말쿠트의 개념자체가 단순한 혁명이 아닌, 신족의 타도와 마법의 폐지로부터 일어난 나라이므로 나라의 압박은 당연했으나, 나라의 부패의 진행에 대한 태도는 너무나도 막연했다.


 그런 나라에게 부지런한 사람들인 절벽 아래 그들이 대항했다. 작은 포부는 공감대를 형성해 국민들을 크게 일으켰다. 선동이 나라의 부패만큼 겉잡을 수 없게 되자, 귀족들은 먼저 공을 던진 절벽 아래 마을을 건드렸다.


 그들을 압박하는 것은 쉬웠다. 그곳에서부터 나오는 모든 길을 차단하고 절벽 밑에 바위를 떨어뜨렸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약 200년 동안 그 마을에 이름을 부르는 것을 금해왔다.


 사람이란 것이 적응력이 뛰어나, 그들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살아있을 태다. 부량자던, 불한당이던, 20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나라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고 있을지, 모든 것을 망각하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견뎌나가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이름조차 모르는 마을을 그 누가 도와주려 할 텐가?


 루모스는 카를로스에 대해 물어봤지만 일전에 트라우마가 생각난 것처럼 보였다. 소프 답지 않게, 몰라라고 소심한 목소리로 대답해줬던 것이다. 언제나 활발한 소프에겐 카를로스가 천적임이 분명하다고 생각되, 루모스 또한 말을 묻고 이름조차 모르는 마을로 걸었다.


 카를로스의 이야기는 신용할 만했다. 위험한 마을이지만 그곳에서 뭘 하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경비대에게 실종된 경위와 여러 이야기를 해뒀지만 최후의 최후에도 그곳만큼은 조사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의 허가는 뒤로하고 생각해도 그곳은 알 수 없는 공포가 도사린다. 200년 전에 버려진 마을이 외부인에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나라 자체의 허가는 무시해도 되나, 그 마을에서 내려진 허가는 무시할 수 없었다.


 루모스는 용사를 통해, 여러 가지를 목격했다. 저 밑, 무저갱까지 갔다고 해도 맞을 것들을 보아온 그이기에 마을에 대한 두려움은 피어나지 않는다. 소프는 애초부터 공포라는 감각은 뒷전이고 호기심 가득찬 얼굴로 루모스를 따랐다.


 마을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가 보였다. 통로는 별것 없이 절벽을 깎아 만든 경사 높은 길이었다. 유일한 통로인 만큼 몇몇의 경비대가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경비원의 수는 30명이 넘어갔다.


 들키지 않고 들어가는 것은 소프에 전문이니, 루모스는 소프에게 질문했다. 소프의 조언이다.


 “도시까지 다시 가야겠는 걸?”


 루모스는 제발 소프가 ‘밧줄타자’ 라고 해주지 않길 바랐다. 루모스도 밧줄을 타고 내려갈 생각은 해봤지만 루모스 자체의 결함 때문에 안됀다고 자신에 의견에 반박했다. 소프가 지체 할 필요 없이 말하자, 루모스는 순응했다.


 자신의 결함이란, 고소공포증을 말한다. 절벽에서 내려다본 밑은 정말로 아찔하다.


 통로라는 길에 다리를 딛기 위해선, 입구로부터 경비가 없는 곳까지 이동해야했다. 이동된, 지점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면 통로의 중간쯤에 내려갈 수 있다. 소프가 선두로 내려가고 루모스가 뒤에서 내려가기로 하고서는 둘은 말뚝을 박고 밧줄을 통해 내려갔다.


 루모스는 억지로 안심하고 아래를 내려 보지 않으리라 맘 잡은 체 밧줄을 잡았다. 소프에게 자신의 결함을 말해주었으니, 장난도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소프는 절벽을 손으로 밀며 내려갔다. 분명 일부러 그러는 것 일 태지.


 “그만 둬!”


 루모스가 울리지 않게 큰소리로 말했다. 소프는 히죽거리며 계속 내려갔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바람이 칼날처럼 느껴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 어쩔 수 없이 힘을 넣어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내려가는 루모스는 처량하기만 했다.


 처량한 루모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흠뻑 젖은 손에 의해 점점 밧줄을 미끄러워졌고 반복적인 동작이 엇갈렸다. 손과 손이 엉키고 몸은 공중에 뜬 것이다. 루모스는 일생에 이런 일로 죽을지 몰랐는데, 그의 일생이 지금 막 허무해질 찰나이다.


 소프가 그런 루모스의 생각을 비웃듯 루모스의 허릴 받아줬다. 지면은 겨우 발과 20cm 차이였던 것이다.


 “아저씨도 슬슬 정신 차리는게 어때?”


 루모스는 무뚝뚝하게 반응하곤 갈 길 갔다.



 이름 없는 마을에 이름을 짓자면, 고스트타운이 명확하다. 황량한 절벽이 양쪽으로 폭 좁게 있고, 그 사이에는 주인 없는 집들이 기다리길 지쳤는지 누렇게 울상이다. 휘휘거리는 바람소리는 집들에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산다고는 믿기 힘들다. 그러나 루모스가 넘어온 절벽 위에 경비대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배치 됐다.


 나라에선 그들이 이곳까지 올라온 일이 없다고 말하지만 루모스는 믿지 않는다. 그에게 잔혹한 상상이 몇몇 들긴 했지만 ‘데스런’이라는 제목의 머릿 구름이 제일 섬뜩했다. 상상의 속내는 이러하다. 밑에 남은 사람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몸소 깨닫고 사람들은 모였다. 그들에게 비춰지는 단하나의 방법. 그것은 빛이자 어둠이다. 단체로 유일한 통로로 달려드는 것이다. 백 중 일이 되기 위해 그들은 달렸다. 화살이 날라 와도, 돌이 떨어져도, 진정한 삶을 살기위해 달렸다. 비명소리는 없으나, 탄식하는 소리가 가득 찼다. 소릴 들은 경비대에 칼이 무거워졌는지,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에 대해 휘둘러지는 검날들은 조금씩 멎는다. 누군가 빠져나갔겠지만, 그는 구십구의 몫을 지니고 있다. 그가 시체를 밟고 몇 날 이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웃으면서 살 수 없다는 것은 자각한바 이다.


 이쯤에서 루모스는 상상을 멈췄다. 소름 끼쳐서가 아니다. 찾아야만 했던 자들의 뒷모습을 마주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해, 루모스는 소프의 팔을 붙들고 건물 뒤로 숨었다. 루모스와 소프의 발소리는 바람소리에 묻혔다.


 그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나같이 검은 천을 두르고, 하나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르소가 어디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 루모스는 소리 하나 놓칠 생각 없이 그들을 지켜봤다. 소프 또한 그들을 지켜본다. 허나, 그들은 이 마을과 함께 굳어버리기라도 한 듯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애타는 마음에 루모스는 좀 더 발을 내딛는다. 역시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죽어버린 박물관의 관장이 아닌, 전시품 밖에 되지 않았다. 살아있는 자들이라곤 생각도 안 될 만큼, 미동 없는 몸뚱아리는 저주스럽게만 보인다. 어쩌면 들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마음에 내디뎌졌다. 내디뎌진 발과 함께 루모스의 시야도 넓어졌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간단했다. 옛, 마왕을 죽이던 자 중 하나인 르소가 십자가에 매달려 조용히 눈 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자던 공포가 루모스의 심장을 조였다.


 ‘그들은 즐기는가? 그들은 희열하는가? 그들은 기뻐하는가? 그들은 꿈꾸는가? 그들은 웃는가?’


 모든 대답은 빗나갔다. 그들은 그것을 경외하고 있었다. 빛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존경하고 있다. 시커먼 무리들을 앞두고 루모스는 그들에게 경멸을 느꼈다. 공포가 조이던 심장이 공포를 끊기 위해 분노로 빠르게 뛴다.


 소프는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루모스를 말리려 했지만 전처럼 되지 못했다. 소녀는 밤의 서막을 장식했던 활공하는 무리에, 그들을 경멸하는 루모스에게 압도됐다.


 소프의 방해 없이 루모스는 나아갔다. 이성 없는 생각은 오직 분노만을 위해 존재했다. 지면과 신발이 충돌하는 굉음은 이미 바람의 소릴 넘어섰다.


 지금만큼은 소프도 무서웠고, 루모스도 분노했고, 그들도 돌아섰다. 모두가 이행하기 힘든 행동이 지금 이곳에 겹쳐 일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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