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2 08:20

여로[旅路] - 1.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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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旅路]


 


 


 


 


1. 퇴마사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을까. 난 가르쳐준적이 없는데...'


 


 그녀는 길을 걸으면서도 계속해서 생각했다. 남해대교는 그녀의 집 바로 근처에 있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긴 남해대교 어디로 오라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어서 그냥 입구에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그 때 멀리서 세 명의 남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한 명은 전에 그녀에게 말을 건 그 남자였고, 나머지 두 남자는 그녀가 한번도 본적이 없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거, 혹시 날 납치라도 하려는거 아냐. 라고 생각했다.


 



 


  "하아..."


 


 성규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들어 통증이 다가오는 주기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었다. 이대로 육개월이나 버틸 수 있을지 싶기도 했다.



 뇌종양. 그것은 성규가 4개월 전에 받은 충격적인 선고였다. 아버지에겐 비밀로 해두긴 했지만, 앞으로 6개월정도 지나면 자신이 죽는다는것을 떠올리면 죽을만큼 슬퍼지곤 했다.


 


  "최성규. 현재 뇌종양으로, 4개월전 목숨이 앞으로 10개월 정도 남았다는 판정을 받았죠."


 


   그때 성규의 뒤에서 한 남자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성규는 가만히 앉아서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등뒤에 소름이 돋는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깜짝이야. 누구세요?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아셨죠."


 


 그의 뒤에는 훤칠한 청년이 한명 서 있었다.


 


  "음. 그런것보다, 병을 치료하고 싶지 않나요."


 


 그 청년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설득력이 느껴졌다.


 


  "당연한거 아니에요."


 


 성규의 말에 청년은 씩 웃었다.


 


  "그럼 저를 따라와보시죠. 당신의 병이 확실하게 나을 수 있도록 해드리죠."


 


 그 청년은 그렇게 말하고는 골목 저쪽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성규는 멍하니 서있다가 '밑져야 본전이지' 라고 생각하고는 그를 따라갔다.


 



  "후우.. 후우.. 뭐에요. 어디까지 가는거죠."


 


 성규의 말에 청년은 약간 짜증스럽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잔말말고 빨리 차나 타시죠. 이거참, 늦게 생겼군."


 


 청년의 말에 성규는 약간의 의심이 생겼다. 요즘들어 납치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것이 이유였다.


 


  '뭐, 어차피 얼마 안가 죽을목숨.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차는 달리고 달려 남해대교에 도착했다. 남해대교 입구에는 핼쑥하게 생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청년은 핼쑥하게 생긴 남자 역시 차에 태웠다.


 


  '저분은 누구에요.'


 


 성규의 질문에 청년은 싱긋 웃기만 하고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차는 한참을 달려 남해대교의 반대편 입구까지 갔다.


 


  "흠. 아마 저쯤에서 기다리고 있겠지.. 자, 어서 내리세요."


 


 청년의 말에 성규와 핼쑥한 남자는 차에서 내렸다. 둘은 청년의 인도에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 멀리 한명의 여자가 보였다.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얼굴이지만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가지 않는 스타일의 외모였다.


 


  "안녕하세요."


 


  "아....네. 근데 이분들은..."


 


  "아, 괜찮아요. 소연씨와 비슷한 이유로 모인 사람들입니다. 소개하죠. 이쪽은 최성규씨. 나이는 17살이에요. 그리고 이 분은 김일태 씨. 나이는 서른 셋이구요. 그리고 제 이름은 천시궐입니다. 나이는 스물 아홉이구요."


 


 시궐의 말에 소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것으로 답했다. 시궐은 곧 몸을 돌려 성규와 일태에게 소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음.. 이분은 이소연씨 입니다. 나이는 스물 한살이에요. 아, 일단 서서 얘기하는것보단 앉아서 얘기하죠. 따라오세요."


 


 넷은 차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성규는 소연의 옆자리에 앉게 됬는데, 여자 옆이라 그런지 몰라도 왠지 모르게 영 불편했다.


 


 


 


 얼마안가 그들은 조용한 찻집에 도착했다. 약간 낡았지만 왠지 모르게 온정이 느껴지는 찻집이었다. 넷은 적당한 자리에 앉아 차를 주문하고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곳에 온 이유는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죠. 아, 김일태씨는 약간 예외적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제 말을 약간 믿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시궐의 말에 성규는 약간 긴장했다. 왠지 모르게 그는 서서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약 1분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성규는 엄청난 불안감의 압박속에 빠져들었다. 그때 시궐이 입을 열었다.


 


  "아마, 지금쯤 일태씨를 제외하곤 커다란 불안감, 혹은 공포를 느끼고 있을겁니다."


 


 시궐의 말에 성규와 소연은 깜짝 놀랐다. 그들의 상태를 완벽하게 짚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태는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이거참. 매번 하는 일이긴 하지만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자, 일단 몸으로 느낄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어떻게든 잘 견뎌보세요."


 


 성규와 소연은 시궐의 말에 의아함을 느꼈으나 곧 다가온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포에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뻔했다. 그 어마어마한 공포는 얼마안가 사라졌고, 둘은 식은땀을 연신 흘려댔다.


 


  "이건.. 도대체..."


 


 성규의 말에 시궐은 씩 웃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모든 생명체의 몸에서는 특이한 파장, 혹은 에너지라 부르는 무언가가 나옵니다. 저희들은 그걸 펄스(pulse) 라고 부르고 있어요. 이 에너지로 인해 느끼는 감각을 보통 '육감' 이라고들 부르죠."


 


 시궐은 그 말을 하고 잠깐 숨을 고르곤, 방금 종업원이 두고 간 차를 한모금 마셨다.


 


  "저는 그 펄스를 다룰 줄 압니다. 방금 전에 저는 제가 발산하고 있는 펄스의 양을 끌어올렸어요. 그 때문에 두분은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셨죠. 펄스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거든요. 보통 큰 크기의 펄스를 만났을경우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것은 야수의 본성과도 같아요.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 저절로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시궐의 말이 끝나고 잠시 후 성규가 질문했다.


 


  "근데 일태씨는 왜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거죠."


 


 성규의 질문에 시궐이 가볍게 대답했다.


 


  "일태씨는 펄스를 다룰 줄 압니다. 자신의 펄스 크기가 제 펄스 크기보다 더 크니 공포를 느낄 이유가 없는거죠."


 


 시궐의 말에 성규는 일태를 한번 쳐다보았다. 겉보기엔 얼굴이 핼쑥한게 전혀 그런 힘을 지녔을것같아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펄스인지 뭔지 하는걸 왜 우리에게 얘기하는거죠."


 


 가만히 앉아있던 소연이 질문했다. 그 질문에 시궐은 기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었던 말은, '펄스를 다루는 법을 배워라' 라는 것입니다. 펄스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여러분이 바라고자 하는 바를 분명 성취해낼 수 있을것입니다."


 


  "어떻게.. 그걸 장담할 수 있죠?"


 


 성규의 질문에 시궐이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일단, 자신이 왜 여기온건지 말하고 싶지 않은 분들도 있을테니, 한 명씩 따로 불러서 얘기하겠습니다."


 


  "전 밝혀져도 상관없어요. 여기서 얘기해 주시죠."


 


 성규의 말에 시궐은 성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차를 한모금 더 들이켰다.


 


  "뭐 그러시다면야 이 자리에서 얘기해 드리죠. 성규씨는 뇌종양입니다. 그것도 이제 살날이 6개월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인생이죠. 그런데 펄스는 방금전에도 말했듯이 '생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에너지, 혹은 파장' 입니다. 이 파장이 강하면 강할수록 스스로의 몸을 지키고자 하는 능력이 강해지죠. 그렇다면 펄스를 단련해서 그 양을 높이고 잘 다룰 수 있다면, 몸의 보호 능력이 강해져서 결국 뇌종양은 사라지고 말겁니다. 성규씨 정도라면 6개월이면 시간은 충분합니다."


 


 성규는 시궐의 말이 완전히 믿겨지지 않았으나,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그 펄스라는것을 다루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거죠."


 


  "그건 차차 얘기하겠습니다. 또, 소연씨도 펄스에 대해 석연찮은 부분이 있나요?"


 


 시궐의 질문에 소연은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그녀 역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것은 마찬가지였다.


 


  "근데 일태씨가 참 문제네요...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시궐의 말에 일태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이제 펄스를 다룰 수 있는 수준까지는 회복되었으니."


 


  "그래도요. 펄스를 다룬다고 반드시 돌아오는것은 아닐텐데..."


 


  "마지막 희망이라도 걸어보는거죠. 시궐씨 말씀대로라면 제가 거의 평생을 펄스에 걸었던것 아니겠습니까."


 


  "확실히 그렇기야 하겠지만..."


 


  "괜찮습니다. 어서 가기나 하죠."


 


 시궐은 일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바로 펄스 다루는법을 배우러 갈겁니다. 반대하시는분 있나요?"


 


 그의 질문에 모두들 고개를 가로저었고, 넷은 다시 차에 탑승했다.


 


  "일태씨는 따로 저와 같이 갈 곳이 있구요, 소연씨와 성규씨는 펄스 방면에 있어서는 엄청난 대가로 알려진 분 밑에서 펄스를 배울거에요."


 


  "저.. 가는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5분이면 됩니다. 이 근처에 사시는 분이에요."


 


 


 이윽고 그들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치 않을 어느 허름한 초가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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