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4 04:38

순망(純望)

조회 수 664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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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면서부터 때묻은 아이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늘을 바라보면


파아란색


노오란색


깜깜한색


있는 그대로 올려다보던


그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수박을 마음껏 훔쳐먹고


배를 두드리며


들판에 누워도


걱정을 모르던 그 마음


매를 맞으며 울고도


돌아서서 배시시 웃던 그 마음


먹는 것 하나로도 싸우던


그 어린 마음이


오늘은 참


그리워집니다.


 


구름 테두리를 장식하고


하늘 가운데를 채색하던


별로 오랜 옛날은 아니건만


괜스레 그리워지며


눈물이 핑 돌듯 합니다.


 


정직하게 노래를 부를 수 없어


슬픈 오늘


붓을 들어보아도


코끝에 맺히는 진흙냄새


빗물이 실어다 준 그 향기가


싱그럽다 못해


서럽습니다.


 


밤하늘을 보랏빛으로 보는 법을


잊어버렸고


조각구름에 웃음을 실어보던 그 날을


떠나보냈고


참아도 되지 않을 눈물을


서럽게 울어 내보내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바람이 전해주던 소식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그 바람에


누가 들을 일 없을 말을


띄워봅니다.


 


나면서부터


때묻은 아이는


없습니다.


 


돌아갈 때까진


쌓인 때를


벗겨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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