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6 07:45

[추리] 가짜 ~프롤로그~

조회 수 539 추천 수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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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K중 2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저희 중학교는 남자 중학교입니다. 그래서 전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홀아비 냄새가 나는 교실에서 무미건조하게 인생을 보내고 있지요. 무미건조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이성이 없는 교실에서 눈치 볼 것 없는 아이들은 항상 하이텐션으로 폭주하여 인생을 즐기고 있어요. 만약 남녀공학이라면 다들 이렇게 학교생활을 즐기지 못하겠죠.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저는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며 이 유쾌하게 떠들어대는 아이들 속에 전 전혀 동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혼자 겉돌고 있지요. 그렇다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 자신이 소극적이고 폐쇄적이라 다른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에요.

제가 이렇게 소극적이게 된 것의 가장 큰 이유는 저에게 행복이란 것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행복의 상실에 계기가 된 사건은 제가 초등학교 -그 당시에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불렀습니다만- 도 들어가기 전 유년기에 일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전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말았어요. 원인이 된 건 화재였습니다. 어렸을 때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후에 절 상담했던 사람은 그 사건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공포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되었고 스스로가 그 기억을 봉해두는 것이라고 했지만은 말이 어려워서 전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무엇인가가 원인이 되어 밤중에 집에 불이 났습니다. 가족 모두가 곤히 잠든 시간 중에 일어난 일이라 불이 크게 번질 때까지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저, 이렇게 세 명이라 한 명만 더 많았더라도 누군가가 좀 더 일찍 눈치채주었을 지도 모르지만요.

 화재를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새벽쯤 갈증에 한 번 일어나셔서 물을 드시러 가시기에 -저희 가족은 그 시절 셋 다 같은 방에서 취침을 하였기에 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갈증에 눈을 뜨셨다고, 눈과 목이 따가워 정신을 차려보니 집 안에 검은 연기와 뜨거운 열기가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성급히 어머니와 저를 깨웠고, 저희 가족들은 문을 열고 탈출하려고 했지만 문 손잡이는 이미 열에 달구어질 데로 달구어져 열리지 않았고, 119에 신고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전화가 불통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웃집의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했는지 집밖에서 싸이렌 소리와 주민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작게나마 들려왔고 -그 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밖의 소리엔 거의 집중할 수 없었지만 말입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구조대원이 들어왔습니다.

 구조대원들은 가장 먼저 어린 저를 구해줬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이치겠지요. 혼란 속에서 구조대원의 등에 업혀 무사히 구조대원들과 밖으로 나오는데 성공했고 -이 때의 구조대원의 등이 얼마나 크고 듬직하던지 아직도 119구조대는 저의 동경의 대상입니다- 밤 찬 공기에 일시적으로 정신이 드는 것 같았지만, 다시 머리 속이 혼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연을 지나치게 마셔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을 보인 것이지요. 그래서 구급차에 타고 있던 또 다른 구조대원은 저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절 구했던 구조대원들은 다시 아버지, 어머니를 구하러 불타는 저희 집 안으로 띄어 들어갔습니다.

 그 후 정신이 몽롱했던 저도 확실히 기억하는 것이 있습니다. 굉장한 폭발음. 텔레비전에서 즐겨보던 만화영화에서 착한 로봇이 적의 로봇을 파괴했을 때도 그렇게 큰 폭발음은 나지 않았습니다. 어린 저에겐 그 소리가 너무나도 큰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아직 아버지와 어머니가 집 안에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전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그렇게나 외쳤는데 어린 저에게 그 상황을 버틸 기력은 없었던 것이지요.

 제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 대학병원 어린이 병동 안이었습니다. 전 며칠간 잠들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화재의 때의 일을 자세히 생각하려고 하면 머리 안에서 두통이 일어났습니다. 비록 학교도 들어가지도 않은 어린 아이였지만 불길한 예감에 파묻혔습니다. 저는 울면서 간호사들과 의사선생님께 아빠, 엄마가 보고 싶다며 호소했지요.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아빠, 엄마가 크게 다쳐서 치료 후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며칠 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버지, 어머니를 보지 못하고 어린이 심리치료사라는 당시 저희 어머니보다 10살은 많아 보이는 코 옆에 사마귀가 있는 아주머니랑 하루 종일 얘기를 하며 며칠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요, 휠체어를 탄 아버지와 면회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의 표정은 기쁨으로 가득 차 좋아보였습니다만, 그래도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수척해보였습니다. 그리고 환자복 사이로 붕대가 감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많이 다치신 모양입니다. 무엇보다도 휠체어를 타고 계신 것이 신경쓰였습니다. 혹시 그 때 폭발로 두 번 다시 걷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어린 저는 무척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걱정과는 달리 아버지는 걷지 못하는 몸이 된 것은 아니신 모양입니다. 폭발 때 구조대원이 몸을 날려 덮쳐주어 아버지는 얼굴의 화상은 면했지만 몸 여기저기에 심한 화상을 입어 재활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걷는 것에 약간 무리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그 때의 폭발은 불이 결국 옥상에 있는 가스통에까지 옮겨 붙어 일어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은 폭삭 무너져 내렸지만 다행히 주변까지 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주위에 불구경 온 사람들까지 휘말려 대참사가 일어났겠지요.

 저는 어머니가 걱정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알고 나니 이제 어머니 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엄마는? 이라고 물어보자 아버지는 고개를 흔들면서 엄마는 지금 크게 다쳐서 조금 더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폭발이 날 때 아버지는 구조대원이 폭발을 막아주는 바람에 그래도 큰 중상을 면했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를 부축해주던 구조대원은 폭발로 인한 천장의 붕괴로부터 어머니를 지켜내지 못하고 어머니와 같이 잔해에 깔려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구하는 데에는 아버지가 구출이 된 이 후로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1분이 1시간 같은 느낌으로 초조히 기다렸고 진화작업과 동시에 각종 장비와 많은 인원이 투입된 구조작업을 통해 어머니의 구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때 같이 잔해에 깔린 구조대원은 순직했다고 합니다. 대신 어머니가 살았다고 하니 저는 기뻐해야 할까요? 아니면 슬퍼해야할까요? 그러나 어머니는 장시간 화재에 대한 노출로 화상, 특히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그래서 어머니를 지금 만나볼 수가 없다고하였합니다. 난 그래도 엄마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아버지는 단호히 거부하였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아버지와 저는 어머니를 두고 먼저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도 전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어린 저도 이 정도면 눈치 채게 되죠. 구조대원이 죽을 정도면 구조대원보다 연약한 저희 어머니가 살아있을 리가 없습니다. 어린 저에게 상처가 될까봐 아버지는 때가 올 때까지 비밀로 부쳐두고 싶던 것이겠죠. 어렸을 때 저는 어른스러웠을까요? 왠지 모르게 혼자서 그렇게 모든 것을 이해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퇴원한 후 아버지와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예전에 살던 집은 사라져버렸지만 아버지가 보험에 들어둔 것이 많았는지 보험금이 꽤 되어 전보다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새 집에서의 생활 반년, 이 좋아진 집에 어머니가 없다는 것은 참 쓸쓸했습니다. 어머니가 없는데 왜 이렇게 좋은 집으로 이사 온 것일까요? 어머니가 살아생전 이사가고 싶다고 불평을 했을 때는 들어주지도 않던 아버지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정신을 차린 모양입니다. 그럼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기겠지요. 어머니가 없는 것만으로 행복이 모두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지.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신데 너무 혼자 불쌍한 척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겐 아버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는 그 때 그 화재로 이미 죽으셨던 겁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시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제가 행복을 잃은 사건의 본론입니다. 앞의 이야기가 서두였다니 너무 길고 지루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잘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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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가 기획했던 추리소설 시리즈의 첫 막이 올랐습니다.

사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여러 사건을 구성했는데

이제서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 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외전격 되는 스토리를 먼저 쓰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Why? How? 라는 제목으로 비쥬얼 노블형식으로 한 다섯사건을 묶어서 만들까 생각중이었지만

저한테 비쥬얼 노블을 만들 재주가 없기에

그냥 일단 외전격인 스토리를 소설화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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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Yes-Man 2011.02.06 07:51

    빨리 알려줘여.ㅋ 왜 아버지 죽음?ㅋ

  • ?
    디아즈 2011.02.06 21:48

    이거슨 시작에 불과하다.

  • profile
    시우처럼 2011.02.11 06:34

    오옷, 재밌네요~!

  • ?
    The위험 2011.02.12 01:51

    조회수와 댓글의 언밸런스

     교주님도 이러신데 저같은 중생은 안습일 뿐

  • ?
    여노 2011.02.12 20:22

    나중에 보겠음 지금은 귀찬

  • profile
    윤주[尹主] 2011.02.27 00:20

     무슨 사연이려나요 ㅎㅎ

     기대하고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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