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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완전한 허구로 실제 인물, 단체, 아무튼 기타등등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1. 두꺼비 법정

“자, 오늘의 결의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캠퍼스 내 음주를 척결하자! 주폭 추방하자! 밝은 사회를 만들자!” 회장이 말했다. 지금까지 무기력과 졸음이 끈끈하게 자리잡아 있던 회의실 안이 단체로 전기의자에라도 앉은 양 활기를 더했다.

“와아!!!”

“아직 안 끝났어. 사실은 이야기할 안건이 몇 개 더 있는데......” 서기가 이미 회식비를 걷고 있었다. 각자 만원씩. 그 정도면 한밭대 명물 이모집에서 소주와 안주로 목욕을 하고도 남을 것이다. 아무도 회장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회장님 멋져요! 그러니까 오늘은 그만 끝내요!” 총회장의 말이 무색하게, 서기가 다른 사람들 도움을 받아 마신 컵이니 페트병을 정리하고 있었다. 완전히 끝난 분위기였다.

“그러니까......” 

“잘생겼다! 잘생겼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내 말좀......”

“회장님이 쏘시는 거겠지!” 회장은 작은 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폐회를 선언했다. 온갖 잡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학생회 일동은 소지품을 챙겨서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이미 늦어, 별빛과 음울한 가로등만이 캠퍼스를 밝히고 있었다. 회의실이 위치한 학생회관 복도에도 불이 일부만 제외하고 전부 꺼져 버린 바람에, 음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학생회 모두는 마라톤 회의로 밥까지 굶었던 탓에 온통 뒷풀이 생각뿐이었다. 모두 뒷풀이에 대한 기대에 들떠 있을 때, 화장실 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무슨 일이야!” 모두들 그쪽으로 향했다. 화장실 쪽으로 향한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모두 얼어붙었다. 안에서는 지독한 술 냄새가 났다. 화공 알코올을 트럭으로 쏟아부은 것 같은 냄새.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서기인 영희와, 뒤통수가 깨진 채로 엎어져 알콜의 냄새 위에 쇠 비린내를 덧칠하고 있는 이과대 학생회장 순희, 그리고 전신 타이즈를 입은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단단한 체격에 키가 매우 컸고, 오른손에 깨진 녹색 병을 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야, 순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죽여 버리겠다!” 순희와는 학생회에서 만나서 사귀었던 이과대 부회장 영철이가 괴한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내부공사 하다가 인부들이 버려둔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숨도 거기까지였다. 영철이는 새는 파이프 같은 소리를 내며, 눈을 까뒤집었다. 그의 목을 뚫고 끄트머리가 몹시 날카로운, 덩굴 같은 것이 삐져나와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슬슬 갈아야 할 것 같은 화장실 형광등 덕에, 비로소 모두 괴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그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두꺼비 모양의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는데, 그 입에서 영철을 죽인 흉기가 늘어져 있었다. 알콜 냄새가 풍겼다. 모두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할 말을 잃었다. 다음 순간, 영철의 목에서 흉기가 뽑혀 나가며 사방을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영철이 피와 알콜으로 범벅이 된 화장실 바닥에 엎어지는 가운데, 흉기는 괴한의 가면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버튼을 누르면 말려 들어가는 청소기 코드처럼. 피가 튀고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다 비명을 질렀다. 괴한이 말했다.

“한밭대 총학생회. 두꺼비 법정은 너희에게 사형을 언도했다.” 그가 쓴 가면처럼, 두꺼비가 꺽꺽거리는 것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는 손에 든 깨진 병을 던져버리고, 영철이 들고 있던 파이프를 집어, 천천히 학생회 쪽으로 걸어왔다. 모두 흩어져 도망쳤다. 하지만 불운한 누군가가 잡혀버렸는지, 비명에 이어 물기 많은 것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났다. 아마 영희인 것 같았다.

2. 먹고 죽어! 원샷!


“저새낀 뭐야! 대체 뭐냐고!” 숨이 턱에 걸린 채로, 회장이 말했다. 몇 명인가의 그룹으로 나뉘어, 그들은 비상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저 두꺼비 가면 쓴 미치광이가 뭐 하는 놈인지, 왜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밖으로만 나가면 될 것 같았다. 지나치게 넓은 탓에, 지각이나 결석을 안겨주는 캠퍼스가 이럴 때는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뒷문이니, 개구멍이니, 정문에 도착한 그들은 모두 절망에 빠졌다. 빠져나갈 수 있을 법한 문이란 문은 전부 소주 궤짝으로 틀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회장 조는 내심 경비아저씨의 도움까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기대는 경비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싸늘하게 식은 지 오래였다. 아저씨는 세숫대야에 얼굴이 엎어져 있는 채로 죽어 있었는데, 이제는 말할 필요도 없이 모두 화공용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회장과 회장을 따라왔다가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회장 애인, 그리고 오늘 안 나오기로 했다가 괜히 나와서 목숨의 위기에 봉착한 문과대 회장이 공포에 질려 떨었다.


“우리는 이제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냐고!” 문과대 회장이 눈을 희번득거리며 말했다. 회장과 회장 애인은 그의 모습이 살인마보다도 더 무서웠다.

“몰라! 나보고 물어보지 마!” 소주 궤짝으로 된 바리케이드로 막히고, 용접까지 되어 있는 문 앞에서 총학생회장과 부서기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와중, 그들의 뒤에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한편, 부회장 박노진은 나갈 곳을 찾아서 2층으로 갔지만, 2층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비상계단으로 나가는 문은 조잡하게 용접되어 있어, 나갈 수가 없었다. 그나마 막혀 있지 않은 것은 창문밖에 없었다. 노진은 창문을 깨고 도망치는 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얼굴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그 대신 뛰어내렸다. 그는 바닥에서 뒹굴다가, 욕설과 함께 비명을 지르며 격렬한 자반뒤집기를 한 뒤 축 늘어졌다. 어두운 액체가 땅바닥을 축축하게 물들였다. 자세히 보니 뛰어내려서 닿을 법한 거리에는 전부 깨진 소주병이 촘촘히 깔려 있는 것이 보였다. 착지하는 순간, 저것들이 온 몸에 파고들겠지. 고통스러운 최후일 것이다. 게다가 이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곳에 계속 있어봐야 죽을 게 뻔했으므로, 노진은 다른 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던 중, 그는 계단과 계단 틈으로 보이는 1층 플로어에서 수상한 것을 발견했다. 정문 측이었는데, 두 개의 실루엣이 포옹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겹쳐 있었다. 

“그만......그국...이젝...구국.......” 아무리 봐도 ‘그 놈’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회장을 붙잡고 강제로 뭔가를 먹이고 있었다. 뭔지 알 것 같았다. 회장은 곧 질식해서 천천히, 고통스럽게, 급성 알콜 중독으로 죽을 것이다. 지독한 환각이 찾아오고, 살아 있는 채로 인생 최악의 숙취를 느끼다가, 서서히 의식이 끊어져서. 노진은 지금까지 회장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려봤다. 샤워실에서 함께 주운 비누라던가, 뜨거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장을 구하러 갈 수는 없었다. 이상한 흉기를 몇 개씩이나 숨기고 있고, 사람 죽이는 데 아무런 주저도 없는데다가 소주에 몹시나 집착하는 미치광이. 노진은 눈물을 흘리며,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회장의 숨죽인 비명소리는 그의 뒤를 유령처럼 쫓았다.

3. 남자답고 멋있게 원샷

ROTC 출신 자랑스러운 대한 육군 예비역이자 사범대 학생회장인 대영은 달려가다가, 막다른 복도에 도착했다. 거기서 더 도망칠 곳이라고는 가뭄에 콩나듯 열어놓는, 회관 구석의 목욕탕뿐이었다. 그는 불안에 떨며 문을 잠그고, 안으로 들어갔다. 경비아저씨가 쓰고 내버려뒀는지, 불은 켜져 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진한 화공알코올의 냄새가 풍기며 대영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욕탕에는 물이 채워져 있었다. 냉탕에만. 그리고 지독한 술 냄새가 났다. 설마. 그는 달려가 냉탕 물을 찍어먹고 표정을 찌푸렸다. 미친 놈. 설마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일일이 소주병을 따서 탕에 붓고 있었단 말야? 아무래도 이 두꺼비 가면 쓴 놈은 복장 센스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미친 놈이 틀림없었다. 바닥에는 1리터짜리 페트 소주병이 수없이 뒹굴었고, 아무렇게나 찢어진 박스가 널려 있었다. 대영은 전화를 꺼냈다. 바탕화면에 여자친구(세컨드)얼굴이 찍한 전화기는, 전화를 걸 때마다 매정하게 통신상태가 불안정하니 나중에 걸어달라는 이야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전화도 먹통이고, 먹을 건 술밖에 없는데다, 미친놈이 언제 나타나 그를 죽일지 몰랐다. 그리고 당분간 여기 있어야 하니까, 평상에라도 누워 자려고 돌아섰다. 


"한밭대 사범대 학생회장 김대영. 두꺼비 법정은 네게 사형을 언도했다."


두꺼비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남자가, 오른손에는 소주병을 들고 서 있었다. 대영은 자기가 ROTC 자기 학번 중에서 최고성적을 거뒀고 지금이라도 북괴군 수괴 모가지도 따올 수 있다고 자랑한 건 잊어버린 듯, 마구 비명을 질렀다. 계집애처럼 자지러지는 비명이었다. 그의 정수리를 소주병이 후려쳤지만, 유혈낭자한 장면은 없었다. 대영도, 두꺼비 가면도 둘 다 어안이 벙벙했다. 가면은 손에 든 소주병을 잠시 보고, 대영의 정수리를 봤다가 다시 정수리에 소주병을 내리쳤다. “아야!” 매가리없는 퉁 소리와 함께 병이 튕겨나왔다. 페트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두꺼비 가면은, 대영의 얼굴을 소주에 가득 채워진 수조에다가 처박았다. 일련의 질식과 허우적거림, 그리고 알콜냄새 가득한 장면 뒤에, 두꺼비는 욕탕을 나왔다. 대영은 이상한 각도로 목이 꺾인 채로, 마지막 순간까지 공짜 술을 실컷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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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팔년도 싸구려 공포영화 같은 분위기를 내 보려고 했습니다. 실패한 것 같군요. 길어야 3편 안으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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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yarsas 2012.10.03 10:46
    13일의 금요일 제이슨이 생각나는 묻지마 살인 형태의 전개로군요. 언제나 욀슨 님 작품은 잘 읽고 있습니다.

    뭐랄까 노리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B급 호러영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노리신 거라면 정말 잘 재현하신 거 같습니다.
  • profile
    욀슨 2012.10.04 08:03
    감사합니다. 언데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2.10.19 20:23
    컬트 영화 분위기라면 잘 구사되었다고 생각해요. 제 수준에서는 흠잡을 만한 구석이 없을 정도로요.
    쌍팔년도 호러영화를 기대하셨다고 했지만, <무서운 영화>같기도 하네요 ㅎ
  • profile
    욀슨 2012.10.24 08:58
    듣고 보니 그쪽이랑 비슷하게 간 것 같기도 하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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