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31 02:06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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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누나랑 나래를 가만히 보니까, 둘이 키 차이가 상당히 난다. 나래가 우리 또래 평균에 비해서는 키가 많이 작으니까. 그래도 아름선배보다는 낫지. 그런데 빛나누나도 다른 여자애들보다도 키가 커보이는데. 그래서 둘이 더 비교가 되는건가.


"안녕하세요, 빛나누나.."
"편하게 대하라고 했잖아, 윤민아. 같은 고1인걸."
"오빠.. 이 언니, 누군데 오빠를 알아?"


역시 윤화가 빛나누나에 대해 물어볼 줄 알았다. 나도 빛나누나는 어제 처음 만났으니까.


"아.. 빛나누나라고, 어제 집에 오다가 얼떨결에 구해준.. 누나야. 빛나누나. 얘는 내 동생 윤화야."
"윤민이 동생.. 귀엽네."


난 윤화를 맨날 봐서 잘 실감이 안 가지만, 윤화는 다른 사람들한테 '귀엽다' '예쁘다'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다. 윤화가 남녀공학이 아닌 여중에 다녀서 그런가, 아직 마음에 드는 남자애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요새들어서 왜 이렇게 꾸미고 다니는걸까..


"윤민이가 아니었으면.. 나 그 애들한테 맞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학교에서 윤민이 얘기만 듣다가 직접 보니까.. 정말 착한 애인 것 같아. 나같은 애까지 도와주다니."
"뭘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요새.. 사람들이 다들 그 '당연히'라는 걸 모르니까."


아마 그 때 내 마력이 아니었다면 나도 괜히 나섰다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요새 여자애들도 왜 이렇게 무서워진걸까.


"그런데, 빛나누나랑 나래 둘이 아는 사이였어?"
"응. 빛나언니랑 나래랑 같은 반이야. 그 동안 빛나언니한테 말은 못 붙였는데 오늘 학교에서 윤민이 얘기 하니까."


이거 기분이 정말 묘하다. 어쩌다가 남의 학교에까지 내 얘기가 오갈 정도가 되었는지. 난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인데. 아니, 이제 혜인이때문에 마력이 있으니까 더 이상 평범한 학생은 아닌가.


그런데, 나래는 아까전부터 왜 계속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거지.


"있잖아.. 윤민아, 무슨 일 있었어?"
"왜?"
"나래가 보니까.. 윤민이 오늘따라 힘이 없어보여."


내 몸에 힘이 빠진 원인은 윤화한테 있는 항마력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한테 마력이니 항마력이니 하는 얘기는 할 수 없다.


"그냥 기분 탓이겠지. 별 일 없어."
"그래도.. 나래가 보기에, 윤민이 안색이 안 좋아보여."
"괜찮으니까.. 걱정마."


왜 애들이 이런데에 눈치가 빠른걸까. 걱정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혹시라도 우리오빠..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말아요."
"윤민이랑 친한 여자애들이 많은건 알고 있으니까."


윤화야. 거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빛나누나 만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빛나누나가 또 이상한 오해하는거 아닐까. 요새 계속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면서 와전되고 있으니까.


"나중에 만나면 윤민이한테 꼭 사례할께."
"안 그래도 되는데.."


옆에 있는 윤화도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데, 왜 다들 오해를 부를만한 말들만 하는거야. 그 사이에 낀 나만 난처하잖아.


"맞아. 윤민아.. 혹시.. 오늘 다솜이 봤어?"
"아니, 못 봤어."
"다솜이가 오늘 하루종일 연락이 안 돼..."


혜인이 말로는 다솜이도 그 때 조공명한테 같이 잡혀있었다는데, 돌아가고 나서 또 무슨 일이 생긴건가. 한번 내일 알아봐야겠다.


빛나누나랑 나래가 돌아가고, 나랑 윤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했는데..


"오빠. 어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까 그 빛나언니였나? 그 숏컷머리 언니한테 뭐 한거야."


역시 윤화가 물어볼 줄 알았다. 마력을 썼다는 얘기만 빼고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지.


"응.. 어제 집에 오는 길에, 빛나누나가 다른 여자애들한테 맞고 있길래. 요새 인터넷 뉴스를 보면 학원폭력이 정말 심각하다고 하는데 그걸 눈으로 직접 목격하니까.. 그냥 보고 넘어갈 수가 없어서, 구해준거야."
"오빠."


윤화 표정이 뭔가 좋지 않다. 내가 딱히 말을 잘못한 건 아닌것 같은데, 이번엔 또 왜 그러는거야.


"그런데 끼어들지 말라고 했잖아. 오빠 몸도 안 좋은데.."


하긴 내가 정말 죽을 뻔, 아니, 죽다 살아날 뻔 했는데다가, 윤화의 항마력 때문에 쓰러지기까지 했으니까.


"벌이야. 오늘도 오빠랑 같이 잘거야."
"그건 좀.."
"오빠 혼자 남겨뒀다가 그 마녀가 또 오빠한테 오면 어떡해."


여전히 혜인이한테는 민감한 윤화다. 윤화 자신은 모르겠지만 윤화한테 항마력이 있으니까 혜인이랑은 물과 기름이나 다름없는 관계고.


에이. 컴퓨터나 쳐야겠다. 간만에 내 소희월드 미니홈피나 들어가볼까. 관리 안한지 한참 되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내 방명록에 글이 넘쳐나는거야.


"애갤에서 왔습니다 여기가 유일동 하렘메이커 주윤민 홈피 맞나요?"


...그러니까 나 하렘메이커같은거 아닌데. 이런건 다 지우고 차단먹여야 해. 이 애들갤러리라는 데가 상당히 질이 안 좋은 갤러리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가 그런 헛소문이 거기까지 퍼졌는지.


그런데 이거 글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적혀있는거냐. 다행히도 사진은 일촌공개라서 리플에 테러당하는 일은 막았지만, 인터넷에서 소문이 와전되는 것은 정말 심각하구나.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다 지웠다. 그리고 소희월드에다가 신고까지 했다. 요새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것이 인터넷에 달린 악플 때문에 마음고생해서 그런건데. 자기 얼굴이 안 보이는 온라인상이라고 이렇게 해도 되는건가.


에이. 지쳤다. 미니홈피에 차단이랑 신고는 다 마쳤으니, 오늘은 그냥 쉬어야지. 밀린 공부를 해야 하지만 잘 될리가 없고. 몸도 마음도 지쳤으니까, 독서나 해야겠다. 혜인이한테 있다는 그 약.. 효과가 있긴 있는걸까. 효과가 없으면 안 되는데. 학교에서야 그렇다 쳐도 집에서도 생활하기가 어려우니.


그리고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기억 안나는 하루가 지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빠. 나랑 자는거.. 싫어?"
"아니. 열여섯이나 먹은 여자애가 혼자 잘 수 있는데 오빠랑 자는 건 좀 그렇잖아."
"치. 난 오빠랑 자는게 좋아서 그런건데. 오빠 잠 편히 자나 어디 두고봐."


불안하다. 내가 윤화한테 당해본 것도 한두번이어야 말이지.


어?


...잠을 자야 하는데 간지럽히면 어떡해. 으아. 참는것도 한도가 있지. 못참아 이런거.


"그만.."
"오빠.. 나한테 잘해준다고 했잖아. 그 말 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러면 어떡해.. 실망이야."
"알았어.. 미안해."


난 왜 내가 얼마전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역시 내가 나쁜 놈이다. 내가 이럴려고 다시 살아난걸까. 그리고 윤화 얘는 어느샌가 날 안고있군. 할 수 없다. 그냥 자야지.


또다시 날은 바뀌고, 오늘도 언제나 그렇듯이 서연이랑 함께 교에 등교. 그런데 날씨가 왜 이렇게 안좋지.


이런. 비다. 비가 올 줄 모르고 깜빡잊고 우산 안 가지고 왔는데. 다시 들어가야 하나.


"민군, 비 올 것 같아서 우산 가져왔어."
"고마워."


어렸을 때부터 서연이는 언제나 나한테 잘 챙겨줬다. 그래서 내가 깜빡 잊어버린 게 있을 때 서연이한테 신세를 질 때가 많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다른 애들을 많이 알게 되면서 서연이한테는 신경을 별로 못 써준게 미안하다.


지금 이렇게 비가 올 때 내가 우산을 깜빡 잊어버려서 서연이 우산으로 둘이 쓰고 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런 안 좋은 습관은 고쳐야 하는데.


학교에 도착하고 나니까, 아직 유정이는 도착하지 않았다. 얘 맨날 일찍 오는 앤데 이번엔 웬일이지.


지금은 다른 것보다 항마력을 막아준다는 약이 급하다. 혜인이네 반으로 가야지.


교실에 혜인이가 안보이네. 아직 학교에 안 온건가.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애들이 유난히 수군거리는거지.


"그거.. 들었어?"
"다솜이.. 죽었대."
"어제 하루종일 학교에 안나왔더니.. 앓아 누웠다가 결국 죽었나봐."
"눈에 잘 안 띄는 조용한 애였는데.. 죽다니, 안타깝네."
"장례식은 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한다나봐."


뭐.. 누가 죽었다고? 설마.. 내가 잘못 들은건 아니겠지. 다솜이가.. 죽어? 갑자기.. 왜?


어쩐지.. 어제 나가 말한, 다솜이가 하루종일 연락이 안 되었다고 한 게 이래서였나.


마침, 혜인이가 막 교실에 도착했다.


"늦어서 미안해.. 윤민아."
"아냐. 내가 좀 빨리 와서.."


혜인이도 애들이 다솜이가 죽은 얘기로 수근거리는 것을 눈치채고 있으려나.


"다솜이라는 애.. 어떻게 된거야? 왜 다들.."
"나도 여기 와서 알았는데, 다솜이가 어제 하루종일 앓아 누웠다가.. 죽었대."
"다솜이가.. 윤민이랑 같이 게임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그 애, 맞지?"
"응. 맞아."


내가 말하자마자 혜인이 표정이 굳은 것이 보인다. 혜인이가 뭔가 알고 있는걸까.


"걱정했던.. 일이 일어났어. 마도서의 힘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는 힘들어. 사람마다.. 다르지만, 마력이 없는 보통 사람들은.. 마도서를 몸이 버티지 못해."


마도서라는거, 정말 사람을 많이 잡는구나. 혜인이가 그 마도서를 정말 뒤늦게라도 찾은 게 다행이다. 만약 지금도 어딘가에 그 마도서가 떠돌고 있다면, 희생자는 계속 나오겠지.


"..그럼.. 나도 곧 죽을 수도 있다는거야?"
"윤민이는.. 운이 좋았어. 마도서의 힘을 별로 저항없이 받아들였고.. 내가 마력까지 줬으니까. 윤민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이런 걸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던 내가 밉다. 오늘 끝나고 다솜이 장례식에 반드시 가야겠다.


"맞다. 윤민아. 부탁한 약.. 가져왔어."


혜인이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비타 573' 드링크병이었다. 이거 그냥 약국에서 평범하게 널리고 널린 드링크잖아. 몸에 좋은 573가지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서 비타 573이라고 이름이 붙었다는데, 정말일까.


하긴 전에는 '엄마가 만든 파이'가 384겹이라길래 누가 정말로 그게 384겹인지 세어본 걸 인터넷에 올라왔지. 그렇게나 할 짓이 없었던 걸까.


"이거.. 드링크 아냐?"
"지금 사람들이 흔히 마시는 드링크병 안에 넣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모를거야. 이걸 한 모금 마시면, 하루동안은 영어선생님이나 윤화의 항마력에 별 일 없이 버틸 수 있을거야. 하지만 윤민이가.. 혹시라도 마력을 쓰면 효과가 풀려. 그리고.. 마력이 없는 보통 사람이 마셨을 때는, 부작용이 생기니까..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큰일나."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한모금 마셨지만, 별다른 변화는 안 느껴진다. 좀 있다 영어시간이 되어 봐야 알겠지.


교실에 도착해보니, 박찬녀석은 언제나 호들갑이네. 이제는 저 호들갑이 안 보이면 오히려 심심해질 지경이 되었다.


"속보. 지금 Tomorrow Perfume Radio 진행을 하고 있는 박소현 있잖아."
"박소현이 왜?"
"전에 이 동네에서 날렸던 보라폭풍이라고 들어봤어?"


잠깐. 보라폭풍.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아. 기억난다. 그 빛나누나 괴롭히던 여자애들이 유일고에서 보라폭풍은 진작 빠졌다느니 뭐니 하는 식으로 얘기했지. 그렇게 유명했나.


"그 보라폭풍이 어쨌다고."
"박소현이 연예계 데뷔하기 전이 바로 보라폭풍이었다. 방학때 머리 보라색으로 물들인 뒤 일진들 많이 잡았다고 해서 보라폭풍. 즉 퍼플스톰이라고 불렸지."
"이봐. 너한테는 그냥 그 이승기였나 하는 그 가수가 부른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어쩌라고'."


노래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인터넷에도 가끔 리플로 이런게 달리지. '이승기가 부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건 약과야. 내가 알고 있는 유일고 뒷얘기들이 많은데, 그 이야기들이 다 퍼지는 순간 유일고에는 '라그나로크'라는 것이 찾아올거야."
"라그나로크는 또 뭐야."
"'신들의 황혼'이라는 뜻인데, 그냥 그렇게만 알아 둬. 아직은 라그나로크를 터뜨릴 때가 아니라 터뜨리지 않고 있는거야."


뭐 그래봐야 남들이 보기에는 너는 기자로 안 보이고 그냥 스토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구. 제발 뻘짓은 그만해. 어디가서 너 안다고 하기 창피해.


에이. 시간낭비 그만하고 자리에 돌아가야겠다. 그런데..


"잠깐. 한가지 더 전해줄 게 있다."
"뭔데."
"그 전에 희연선배 좋아했다는 김수환인가? 그선배 있잖아."
"그선배는 또 어쨌다고."
"학교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무기정학 처리되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이 학교는 왜 이호진이나 주윤민같은 남자로서 실격인 것들만 여자들한테 인기 많은거냐. 난 차가운 도시남자지만 내 여자한테는 따뜻할 자신이 있다구. 이호진이나 주윤민같이 우유부단한 인종들과는 다르다구!' 라고 외치면서 학교 앞에 계속 있었다던데."


호진선배는 그렇다 쳐도, 왜 내 얘기까지 나오는거지. 기분나쁘네. 그리고 호진선배 희연선배 두분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걸 모르고서 그런 말이 나오는건지.


내가 혜인이네 반에 갔다 온 사이에 어느샌가 유정이는 내 옆자리에 도착했다.


"윤민아. 아까 혜인이네 반.. 갔었지?"


헉. 어떻게 알았지. 유정이 오기 전에 갔다 온건데.


"응.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아까 혜인이랑 얘기하던거 봤어. 혜인이한테는 왜 간거야?"
"그냥.. 잠깐 얘기할 게 있어서."


무슨 얘기인지는 구체적으로 해 줄수가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알면 좀 곤란한 얘기니까.


"이상해.. 윤민이 혹시 혜인이 걔랑 사귀려는 거.. 아니지?"
"그럴리가."
"다행이야. 윤민이는 내가 지켜줘야 하니까. 누구라고 해도.. 윤민이 동생이라고 해도, 윤민이한테 함부로 하는 거.. 내가 못 봐줘."


가끔 유정이가 이런 말을 할 때가 무섭다. 나를 지켜주겠다는 건 고맙지만.. 그것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하니까.


수업은 시작되고, 영어시간이 되어서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는데도 어제랑은 다르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 역시 혜인이가 준 약이 효과가 있는 것일까. 휴. 안심하고 수업이나 들어야지.


그리고 점심시간. 오늘도 혜인이는 왔지만, 새롬이의 모습은 없었다. 새롬이가 어제 일 때문에 완전히 삐진건가. 아무리 머리가 좋아서 고등학교에 일찍 입학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애라서 그런걸까. 아니, 새롬이가 인간이 아니라 '호문클루스'니까 그런건가.


"신경쓰지 마, 민군. 그냥 가자."


뭐 혜인이랑 새롬이 둘이 사이가 안 좋으니까 오히려 잘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냥 셋이만 가야지.


"떨리는 네 몸 안에 돌고 있는 나의 매직 스틱~♬"


아무리 오늘이 비가 오는 날이라도 점심방송중에 이런거 틀어주면 어떡해. 요새 헐리우드로 진출하고 그랬다지만 어떻게 진출했으니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렇고 그런 노래만 부르는 가수인데.


그러고보니 여기서 매직스틱 얘기하니까 혜인이한테 물어볼 게 생겼다.


"혜인아. 혹시.. 혜인이 아는 사람 중에서도 요술봉같은거 쓰는 사람 있어?"
"아니. 난 그런거 못봤어. 하지만.. 있긴 있다고 들었어. 봉이 마력을 쓰는데 촉매가 되기도 하니까."


역시 그런게 정말로 촉매가 되긴 하는구나. 괜히 TV 만화같은데서 마법소녀가 요술봉을 쓰는게 아니니까.


식사가 다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윤민아. 그 다솜이라는 애.. 장례식장에 갈거야?"
"당연하지."
"다솜이.. 장례식이라니? 무슨 소리야, 민군?"
"다솜이가.. 어제 하루종일 앓아눕다 결국 죽었다고 얘기를 들었어. 그래서.. 가야지."


다솜이가 죽은 얘기는 아마 3반 애들한테만 퍼져서 서연이가 모르고 있던 것 같다. 그런데 윤화도 데리고 가야 하나.


오후수업이 아무 일도 없이 끝난 뒤,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까 문자가 왔다. 윤화한테서.


'오빠 나 오늘 희정이랑 수행평가 때문에 박물관 가야하니까 딴데 들르지 말고 집에 바로 와'


휴. 다솜이 장례식에 안심하고 갈 수 있게 되었다. 거기 윤화가 같이 가면 잘못하면 또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아까전까지 내리던 비는 지금은 이미 그쳤다. 만약 지금도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면 꼼짝없이 비맞은 생쥐 꼴 나겠지. 일단 꽃집에서 꽃을 하나 산 뒤.. 고대병원으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마침 버스가 금방 왔다.


"순간의 거짓말이 모두에게 재앙을 낳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08년 최고의 스릴러. 피노 앤 키오."


요새 라디오광고가 왜 이렇게 유치해졌는지 모르겠다. 겉보기에는 뭔가 있어보이는데 실상을 알고 나면 별 거 아니니까.


휴. 겨우 고려대병원에 도착했다. 도대체 같은 성북구인데 왜 우리집에서 여기까진 꽤 떨어져있는건지. '정다솜'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다솜이도 친구가 얼마 없었던듯, 지금 미란이랑 나래 두명만 보인다. 내가 있던 길드 사람들은 다솜이가 죽은 줄 모르는걸까. 아니면 '건전 앤 파이터'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다들 잊어버린걸까.


아. 저기 계신 분들이 다솜이 부모님인건가. 인사드려야지.


"안녕하세요."
"혹시 너가.. 윤민이니?"
"네. 맞아요."
"다솜이가 죽기 전에 윤민이한테 편지를 전해달라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편지였던걸까.


'나, 윤민이한테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었는데 반도 다르고, 윤민이 곁에 라이벌들이 많고. 걔들이 윤민이한테 하는 거 보니까 무서워. 나, 이렇게 윤민이 곁에 가지도 못한채로 이 세상을 떠나는거야?'


...


다솜이.. 여태 나랑 게임을 같이 하는 애였던 것만 생각했는데, 다솜이도 나한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요새는 정말 여자애들이 무섭다. 그냥 좋은 친구로 남고 싶었는데..


"윤민이.. 나쁜 애야. 여자애를 울리고."


나래는 또 왜 저러는거지.


"나래도 이 편지.. 봤어?"
"응. 윤민이 오기 전에.. 봤어. 나래는.. 윤민이가 호진오빠같이 사람 울리는 건 싫은데.. 서연이 뿐 아니라 다솜이까지 울렸다니.. 실망이야."


지금 이 자리에서 뭐라고 변명할 수는 없다. 다 내가 잘못해서 애들을 본의아니게 울리고 있는거니까. 정말.. 다들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걸까.


다솜이 빈소에 꽃을 놓고 밖에 나가보니까, 비는 그쳤는데 하늘은 아직도 흐리다. 그냥 잠자코 집에나 가야지.


버스를 타고 다시 유일동에 도착하자마자, 전혀 의외의 인물과 다시 만났다.


"주윤민, 다시 만났네."


전에 한번 만났던 '신지수'라는 여자였다. 그때 처음 학교 앞에서 봤을 때도 그랬지만, 웬지 별로 좋은 인상이 아냐.


"네.. 그런데 어쩐 일로?"
"주윤민. 너 보기보다 상당히 심각한 애더라. 소문만 듣고 있었던 하렘이.. 사실이었다니."
"..."


도대체 뭐야. 이 사람도 그냥 소문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걸까.


"조공명은 내가 끝냈어야 하는데.. 너같은 놈의 손에 죽어나다니, 아무리 사람들이 이독제독에 이이제이라고 하지만.. 아냐. 이건 정말 아냐."
"그래도.. 조공명은 이제 끝났으니까, 잘 된거 아닌가요."
"여자애들이 불쌍해. 아무것도 모르고 너같은 둔한 놈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어쩌면.. 그 애들이 주윤민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부터가 걔네들의 인생에.. 치명타일지도 몰라."


기분나쁘긴 하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아까 나래 말대로 내가 여자애들한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있는게 맞으니까.


"나.. 실수이긴 하지만,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으니까, 너.. 조심해. 또 다시 내 눈앞에 띄면.. 아마 둘 중 하나는 이 세상에 없을거야."


나도 신지수같은 사람을 또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사람을 죽였다는 건 또 무슨 얘기일까. 신지수를 인터넷에서 봤을 때도 그렇게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매도당하니까 정말 기분나쁘다.


물론 결론적으로 내가 죽일 놈이지만. 나.. 정말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될 잉여인간인걸까. 어떤 주머니괴물 만화 속에 나오는 '잉여킹'이라는 괴물같이.


그냥 오늘같은 날은 집에 처박혀 있어야지. 날도 어두워지는데.


그런데 저기 저녀석은 누구야. 권밝힘인가. 쟤도 엄청 오랜만에 보네. 요새도 여자 밝히는건 아니겠지.


"오랜만이군, 권밝힘."
"또 그러네, 윤민이형.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저는 권밝힘이 아니고 권밝음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요. 마침 잘 만났어요."
"...뭐?"
"요새 윤민이형에 대한 얘기 많이 들려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누나들 많이 사귀니까 좋아요?"
"...사귄다니. 그냥 친구들일 뿐이라니까. 인터넷이라는게 소문이 자꾸 와전되니까."
"게다가 윤화도 지금 형 좋아한다면서요? 남매로서가 아닌,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그런걸로."
"...그럴리가 없잖아. 우린 남매인데."
"염장질은 더 이상 그만해요, 형. 대한민국의 솔로부대를 대표해서, 저 권밝음, 윤민이형을 지금 이 자리에서 끝내야겠어요."


뭐야. 날 끝낸다니. 그리고 주머니속에서 뭘 꺼내는거야. 칼 손잡이? 그걸로 뭘 하겠.. 뭐야. 저거..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우주에서 전쟁하는 영화 속에 나오는 광선검인데.


"영화에서나 나오는 걸 니가 어떻게 갖고있는거야."
"영화라뇨. 이건 제 능력이예요. 윤민이형같은 것들을 응징하라고 하늘이 주신 능력이요!"


뭐야. 너도 이능력자였단 말야? 정초혜랑 같은 부류인건가. 어쩔 수 없다. 내가 이 자리에서 마력만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rhksehdqufrhr wha tnsmddptj rmaks cnfwpgo..."
"으.. 으아!"


휴. 다행히도 능력이 제대로 들어가서 권밝음녀석 쓰러졌구나.


"윤민이형도 이능력자였다니,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저도 질 수는 없어요."


뭐야. 저녀석 왜 이렇게 빠른거냐. 아까랑은 달라. 잘못하다가는 그대로 베이겠어. 이거 이렇게 피하면 되는건가.


"안돼.."


휴. 몸을 숙여서 겨우 피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네. 그 조공명이 쏜 총보다 이 권밝힘 녀석이 움직이는 속도가 더 빨라.


계속 피하다 보니까, 내 뒤는 어느샌가 막다른 길이다. 죽던가, 아니면 까무라치던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가. 나도 뭔가 해야하는데.


"윤민이형. 세상은 결국 권선징악으로 끝나게 되어 있어요. 윤민이형같은 악은, 제가 이 빛의 검으로 응징하니까요. 윤민이형만 응징하면.. 형한테 속고 있는 누나들이 다 진실에 눈을 뜨게 될 테니까요."


권밝음녀석. 뭔가 크게 휘두르려는 듯이 준비를 하고 있다. 잘못하다가는 내가 당해. 나.. 결국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는건가. 아냐. 그러면 혜인이가 나한테 마력을 써서라도 살린 의미가 없는데.


살아야 해.. 최대한. 모두가 슬퍼하지 않기 위해.. 그런데..?


"민쨩한테서 손 떼!"


- 다음회에 계속 -


네. 어쩌다보니까 좀 많이 늦어진 이번회였습니다.


이번회에서 결국 다솜이는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그동안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떠나보내니까 많이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죽어가면서도 윤민이의 페로몬만 그대로 드러났고, 윤민이에 대한 이상한 소문은 인터넷에 계속 퍼지고, 신지수한테 또다시 매도당하고, 권밝음을 간만에 만났는데 권밝음이 알고보니 빛의 검을 다루는 이능력자라서 윤민이 고전하고 있고.. 마지막에 유아름이 외쳤는데?!

?

  1.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2. 곰인형 만드는 곰인형

  3. 이리아

  4.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5.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6. 지옥

  7. 비르테스 레밀의 기억

  8. Synthesis War

  9. 연상기억은 이렇게 한다 3 .

  10.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11. (퓨전로맨스판타지)블랙스피릿나이트 제2장:과거속..

  12. (퓨전로맨스판타지)블랙스피릿나이트 제2장: 과거속..

  13. (퓨전로맨스판타지) 블랙스피릿나이트 제1장: 또 다른 세계.

  14.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15. 블러디 버서커 (Bloody Berserker) - 1장 백발의 검사 (4)

  16. (퓨전로맨스판타지) 블랙스피릿나이트 제1장: 또 다른 세계.

  17. (퓨전로맨스판타지) 블랙스피릿나이트 제1장: 또 다른 세계.

  18. (퓨전로맨스판타지) 블랙스피릿나이트 제1장: 또 다른 세계.

  19. (퓨전로맨스판타지) 블랙스피릿나이트 제1장: 또 다른 세계.

  20. (퓨전로맨스판타지) 블랙스피릿나이트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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