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바람이 몰아칠 때-intro

by ㄴㅏㄹㅏㅣ posted Jun 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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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바람_text.jpg 



란 왕국, 수포 마을. 고요한 밤은 사내의 우렁찬 목소리에 산산이 깨져버렸다.

습격이다!! 습격!”

사내의 목소리는 줄 끊긴 비파마냥 잠잠해졌고, 곧이어 다른 곳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도적이 침입했다. 도적이 관아로 침입했다!”

어지럽게 나다니던 횃불들은 그 말에 일제히 질서를 갖추며 한 방향으로 향했다. 어느 쪽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모두 주변을 샅샅이 뒤져라! 적은 한명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말에 횃불들이 흩어지는가 싶더니 일제히 다른 외침이 들리는 곳으로 집결했다. 그리고 횃불들은 일제히 도미노처럼 꺼졌다.

, 뭐야!” “안보이잖아!” “허둥대지 마라. 차분하게 불을 다시 피워!” “아악! 나 때리지 마!!”

혼란은 계속되지 않았다. 횃불을 든 다른 관졸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오는 것을 본 관졸들은 그들에게 길을 내주면서 대장들의 지시에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삼지창을 들었다.

, 여자?”

관졸대장은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소란이 고작 여자 하나 때문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야 당연하다. 그 누가 푸르스름한 머리칼을, 그것도 짧게 기른 사람을 여자로 생각하겠는가. 그나마 입은 옷이 여성용 저고리라는게 그나마 여자라는걸 나타내줬다.

그리고 목소리도.

아아, 멍청한 짓거리 해버렸잖아. 누구처럼. 할 수 없나.”

하지만 여자는 관졸들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음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발스러운 눈빛을 보면서 검을 고쳐잡았다. 목도였다.

다치고 싶지 않으면 썩 비키세요!”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을 관졸들이 아니었다. 물러난다고 해도 상관이 곱게 봐줄리 없었다. 그걸 깨달은 듯 여자는 한숨을 쉬고는 투기를 다잡았다.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여자는 앞으로 돌진하며 그 길에 있는 관졸들을 모두 피떡으로 만들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광경이었다. 목검과 군용으로 쓰는 삼지창 중 어느게 더 셀지는 뻔하지 않은가. 그런데 목검을 든 여자에게 한없이 나가떨어지는 관졸들이라니너도나도 관졸들이 여자를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 너는?”

그제야 관졸대장은 여자의 정체를 깨달아버렸다. 시대가 악랄해지면서 서민들은 살고자 무기를 들었다. 그들 중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관리들의 재물마저 터는 무리들을 도적이라 한다. 집단으로 움직이는 도적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다수를 상대로도 꿇리지 않는 도적도 있었다. 특히나 그런 도적들만을 보유한 집단, 목검으로도 실전무기를 그것도 다수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출중한 검술을 가진 여자는

, ‘희대의 검사!”

웅얼거리지 말고 조용히 입 다무세요.”

관졸대장은 부하 관졸들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여느 관졸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기절해버렸다. 포졸들이 흩어지자 여자는 그들에게 흥미가 없어진 듯 곧장 관아로 달려갔다. 아직 채 기절하지 못한 한 관졸이 중얼거렸다.

의적

뺏은 재물을 서민들에게 나눠주는 도적. 죽일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은 그녀를 의적이라 부르지 않으면 뭐라 부른단 말인가.

의적이 나타났다!!”

그 외침은 공포보다는 환희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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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몸상태가 좋지 않아서 역겁정략을 채 다 쓰지 못했습니다 ㅠㅠ...........

대신 다른 야심작을 보여드릴게요

기획 의도는 홍길동전을 보고 그 시대상이 바라는 것을 현대식으로 해석해봤는데

뭐 그렇다는 겁니다

-흙바람 연재는 비주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