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7 20:05

[단편]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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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            *            *

 

 안녕하세요? 저는 섹터 744 D지구에 사는 @#%!ade 라는 소년입니다. 나이는 만으로 이제 막 15세가 되었습니다. 마침 오늘이 제 생일이었기 때문이죠. 재미있었겠다구요? 그러고 보니 즐거운 하루이긴 했습니다. T지구에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이모와 이모부(어디서 사는 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등 모두가 와서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097번에 사시는 ^^% 부부도 오시고, 또 누구도 오고 오고 오고 아무튼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한숨)

 그리고 이건 까먹으면 안 되겠죠. 섹터 674에 사는 제 친구 $$32da가 간단한 VR로 자기와 자기 부모가 함께 웃으며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는 익스를 남겼습니다. 아, '익스' 말인가요? 요새 어른들은 잘 모르려나. 저기, 이거 설명해야 하나요? (웃음) 아, 네. 알겠습니다. 익스는······ 그러니까 굳이 예를 들자면 예전에 유행했던 장난감인 브레인커넥터랑 비슷한 겁니다. 음, 쉽게 말해서 자기가 경험했던 느낌이나 기억들을 VR 형식으로 저장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 체험을 하게 해 주는 거죠 .

 아, 어디까지 했더라······. 제 친구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섹터 이전과 함께 연락이 끊어진 줄로만 알았는데 용케도 제 주소를 찾아냈나 봅니다. 제 나이 또래의 아이에게는, 아니 그냥 아이라고 합시다. 친구란 굉장히 소중한 존재거든요. 부모님이 뭔가 특별한 사람이던가 아니면 굉장히 운이 좋으신 분이어서 제비뽑기에서 당첨되었다던가 뭐 이런 경우가 아니면 안 되잖아요. 갖는 거. (당황한 목소리) 아, 방금 그건 그냥 없던 말로 해주세요. (잠깐 침묵) $$32da는 인터넷으로 만난 친구입니다. 사실 뭐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노아 전체의 아이들은 모두 서로의 프로필 정도는 꿰고 있어요. 우리들만 쓸 수 있는 커뮤니티 포탈도 있고요.

 네? 기껏해봐야 익스일 뿐이지, 실물로 만나본 적은 한번도 없어요. 전 섹터별로 넓게 퍼져있어서. 언제 한 번 만나고 싶긴 해도. 그래도 엘리베이터 값도 있고 맘대로 이쪽갔다 저쪽갔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웅얼거리는 소리, 무슨 일이라도?) 괜한 소리를 했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해야지요. 네.

 이제 본론이라고 해야 하나요. 요번 생일 때 받은 선물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온 사람 수가 많은 만큼 올해도 굉장히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가선 누가 뭘 줬는지도 했갈리더군요. 뭘 받았냐구요? 대쉬 사이클, 전자 고양이, 에어보드, 새로운 PPX······. 세자면 끝이 없습니다. 음,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한 가지를 꼽자면······.

 아무래도 요번 MMM 사의 신작일 수밖에 없 겠네요. 네. 조립형 인간 키트. 그 제품 맞습니다. 음, 왠만한 조립물은 다 건드려 봤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충격 먹었어요. 음, 신선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발상 자체가 굉장하잖아요. 인간 만들기라니. 조금 끔찍하지 않냐구요? 그런가. 하지만 뭐, 장난감인데요. 몸에 해롭지는 않다고 겉봉에 써 있었고. 어차피 몇 번 놀고 말건데요.

 (잠시 침묵) 그러는 댁도 인간이라고 보긴 좀 그런데 말이에요. (빈정거리는 말투) 보아하니 반 정도는 간 거 같은데, 맞죠? ······아, 죄송합니다. 가끔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와요.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에요. 상처받지 마세요. (한숨)

 어디까지 했더라. 네, 인간조립 장난감 말이죠. 음, 직접 보면서 말하도록 하죠 (포장을 뜯는 소리) 제품은 간단한 설명서와 함께 물컹거리는 폴리우레탄인지 고무인지 모를 덩어리, 그리고 약간 딱딱하다 싶은 아말감 재질의 골격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골격이요? 뼈 말이에요 뼈. 유심히 살펴보면 골격 단계에서부터 성별을 구별할 수 있죠. 네. 제 건 남자였습니다. 섞여있는것 같더라고요. 이건 아무래도 여자인 것 같네요.

 네? 사실 어떤 키트가 여자일 지, 남자일 지, 키가 클 지, 키가 작을 지, 혹은 장애인일 지는 (나직한 웃음) 아무도 몰라요. 랜덤인 것 같아요.

 (침묵) 아, 당연히 실제 사이즈는 아닙니다. 다 자라도 30cm를 넘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골격을 끼워맞춰 틀을 잡고 나면 물컹거리는 살덩이를 덮어씌우면 됩니다. 전에도 그랬는데 이 물렁물렁한 느낌이 참 불쾌하단 말이에요. 여기를 잘 보시면 정수리 쪽 부분에 십자 표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걸 기준으로 두고 하면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을 거에요.

 자, 그럼 일단 기초 작업은 끝났습니다. 네, 이게 어떻게 인간이냐구요? (비웃음) 기억나진 않으시겠지만 한때 여러분도 이랬답니다. 엠브리오라는 거에요. 아직 조직이 완벽하게 구성된 게 아니거든요. 하루 정도는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면 눈도 생기고, 코도 생기고, 손가락도 나오고 대충 여러분이 아시는 인간에 가까워질 거예요.

 (잠깐 침묵) 제품의 수명은 한 1년 정도 될 거에요. 그 사이에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을 전부 거치는 거죠. 전용 먹이는 인터넷으로 사야 할 겁니다, 아마. 유전자 조작 처리가 되어있어서 다른 먹이는 먹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MMM사의 주소로 접속하시면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웅얼거리는 소리) 네, 어느 정도는요. 꽤 똑똑한 편입니다. 언어 구사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대소변은 자기가 가리는 편입니다. 나름 도구도 사용한다고 하네요.

(침묵) 뭐, 더 궁금하신 거 없으세요? 아무도요?

 (다시 침묵, 꽤나 오랫동안 이어진다.) 어, 그러면 이 꼬마 친구를 좀 맡아주시지 않을래요? 방송은 이걸로 끝내도 될 것 같은데. 아, 조심히 다뤄 주세요. 떨어지면 큰일나거든요.

 (한숨)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침묵)

 (한참 뒤) 네, 끝난 거 맞죠? 이제 가도 되는 건가요?

 (웅얼거리는 소리) 그럼 안녕히 계세요.

 

 

 

COMMENT.

2532년 2월 11일 부로 '노아' 전체에 VR되기 시작한 MMM사의 정규 장난감 광고에서  발췌. 이 때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지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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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ffery.K 2012.01.27 20:06

    출판용으로 기획중인 장편의 도입부입니다. 지금은 공모전준비와 제 게으름 때문에 쉬고 있지만 이것도 언젠가  하드에서 꺼내져  빛읇 보겄지요

  • profile
    클레어^^ 2012.01.28 23:41

    아, 아직 프롤로그였습니까?

    그럼... 본문은 언제쯤 나오시려나?[퍼버버벅!!!]

    뭐, 언젠간 나오겠죠... ㅠㅠ

    지금까지 쓰신 단편 소설들을 잘 봤습니다. 어느 정도 내공이 있으신 분 같아서...;;

  • ?
    Jeffery.K 2012.01.29 04:45

    와 덧글 감사합니다 ㅎㅎㅎ

    본문도 조금 써둔것이 있긴 합니다. 근데 진행이 안나가서-ㅁ-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연재할 수도 있겠지요 ㅎㅎ

     

    내공이 있다니 고마운 말씀입니다 그래도 저 역시 아직 배우는 입장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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