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1 09:06

흐르는 언어의 바다 #1~5

조회 수 547 추천 수 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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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늘을 나는 물고기

 

“십육, 십칠, 십팔, 십구…….”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며 그녀는 숫자를 세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나는 살며시 다가가 물었다. 그녀는 나를 무시하다가 내가 계속 바라보자 신경 쓰였는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물고기를 세고 있어.”

“물고기?”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구름이 끼어 어두웠다.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가득했다.

“하늘에는 물고기가 없잖아.”

“있어.”

그녀는 조금은 찡그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늘은 바다야. 수 없이 많은 물고기가 꿈을 찾아 헤엄치고 있어. 우리는 너무나도 우매하고 꿈 없는 어리석은 인간이라 저 차가운 불빛으로 밖에 그 물고기를 볼 수밖에 없어.”

그녀는 손가락으로 주황색 가로등을 가리켰다. 그 보이지 않는 선을 따라 나의 시선은 이동했다.

“아….”

그곳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엄청난 숫자의 하얀 물고기가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고 있었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눈발. 그것을 비춰주는 가로등.

“하지만 꿈을 찾는 물고기는 아닌 것 같아. 그들은 그저 바람에 휩쓸려 이리저리 헤엄치다 결국 바닥에 쌓을 뿐이니까. 이리저리 휘둘려 그냥저냥 대학에 가는 우리와 다르지 않아.”

내 말에 그녀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윽.”

무방비 상태로 내 볼에 그녀의 주먹이 꽂혔고 설상가상으로 깜짝 놀라 물러서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흥.”

내가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는 사이 그녀는 옥상 문으로 사라졌다.

“뭐야….”

 

 

#2잉꼬부부

 

“꽤 크네.”

내일부터 다닐 학교에 대한 내 첫 감상이었다. 사복을 입고 있어 좀 꺼려지긴 했지만 야간자율학습이 필수가 아닌 학교라 그런지 6시 밖에 안됐는데 학생이 많이 없었다.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복도나 교실은 전에 다니던 학교와 별 차이가 없었다.

1층에는 양호실이나 실험실 같은 잡다한 것이 있었다. 2층으로 올라오자 1학년 교실들이 보였다. 1학년들은 한명도 야간자습을 안 하는지 교실이 전부 불이 꺼져 있었다.

“좋은 학교야. 후후.”

야간자습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전학 오기 전에 학교는 그야말로 철혈공교육을 지향하는 학교였다. 야간자습이 필수고 학원이나 과외 같은 이유로는 절대 야간자습을 뺄 수가 없는 학교였다. 그래서 이번에 전학 오게 된 학교가 강제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겨울이라 그런지 벌써부터 날이 꽤 어두웠다.

‘얼른 둘러보고 집에 가야지.’

2층이 1학년 교실이었으니 3층은 2학년 교실이겠거니 생각하면서 계단에 오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으아!”

계단을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는 남학생이 있었다. 순간 슬로우 모션처럼 그 남학생의 머리는 내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충돌했다.

“윽!”

몸이 붕 떴다. 그 남학생과 나는 함께 게단 아래로 떨어졌다. 엄청난 소음과 함께 몸이 바닥에 부딪혔다.

“으윽 뭐야….”

나와 한데 엉켜 떨어진 남학생은 신음을 내며 일어났다. 나도 일어나려고 왼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왼팔에 엄청난 통증이 왔다. 팔이 부러진 모양이다.

남학생은 크게 다치지 않았는지 몸을 대충 털더니 나를 일으켜 줬다.

“에구 미안해. 정신없이 달리다 그만.”

남학생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어디 다친 덴 없어?”

“아니 왼팔이 부러진 것 같은데.”

“뭐? 에이 설마.”

하면서 그는 내 왼팔을 쳤다.

“윽, 아파 이 씨발놈아!”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헉 진짜인가 보네. 정말 미안….”

그때 윗층 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괜찮아? 그렇게 왜 도망가!”

머리를 뒤로 묶은 여학생이었다. 그 여학생은 내려오다가 나를 보더니 당황해서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에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 녀석이 좀 바보 같은 놈이라 정말 죄송….”

“아니요. 괜찮아요.”

“뭐야 나한텐 욕 해놓고.”

“조용히 해! 네가 잘못했잖아!”

여학생은 남학생의 등을 강하게 쳤다.

“정말 죄송해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여학생이 너무 저 자세로 나오니 병원비 물어 달라고 하기도 좀 그랬다.

“아뇨,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뭐야 너 아까 팔 부러진 것 같다고 했자나! 욕까지 하고!”

‘저 녀석은 아까부터 왜 이렇게 욕 타령이야.’

“조용히 해!”

“그치만 저 놈이….”

“쓰읍.”

“….”

둘을 보고 있자니 뭔가가 막 떠올랐다.

“혹시 둘이 사귀세요?”

“예?”

“예?”

내 말에 둘은 마치 짠 것 같이 똑같이 외쳤다.

‘잘 어울리네.’

“미쳤어요? 이런 돌머리랑 사귀게?”

“뭐? 멍청이? 이 여자효도르가!”

“뭐!”

“아, 저기….”

“뭐죠?”

“왜?”

둘은 무섭게 나를 노려보았다.

“아, 아니에요.”

‘쿵짝이 잘 맞는 커플이네.’

훗날 나는 이들을 잉꼬부부라고 부른다.

 

#3전학생과 석두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점심때가 돼서야 등교를 했다.

‘이런 첫 등교 일부터 지각이라니. 뭐 선생님께 미리 연락은 했지만.’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석두는 친한 친구인 양 내게 인사했다.

“여,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네 덕분이지.”

“하핫,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순간 오른손을 불끈 쥐어졌다.

‘참자 참아.’

이 녀석의 이름은 강철민으로 어제 그 사건으로 같은 반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그냥 편하게 석두라고 부른다.

“팔은 괜찮냐?”

“덕분에.”

가방을 책상 옆에 걸고 앉았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내 바로 뒤가 석두였다.

‘제기랄.’

석두는 즐거운지 계속 웃음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게이 같아. 처다보지마.”

“뭐?”

순간 석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의 정적 후 그는 입을 열었다.

“게이가 뭐냐?”

 

#4전학생과 석두아내

 

“근데 생각해 봤는데 너 왜 그렇게 날 싫어하냐?”

점심시간이 되어 급식실로 가는 도중에 석두가 내게 물었다.

“네가 내 팔 부러트렸잖아.”

“아 그거 내가 사과 했잖아. 남자가 쿨 해야지 인기도 있는 법이라고.”

“그럼 넌 인기 있냐.”

“물론! 야, 이수현.”

석두는 마침 지나가던 석두아내를 불렀다.

“왜?”

“이 몸의 인기를 한번 읊어보라고.”

“뭐? 네가 뭔 인기가 있어?”

석두아내의 말에 석두는 약간 당황하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애한테 내 인기를 알려주라고.”

하면서 석두는 석두아내에게 윙크를 날린다.

‘윙크하는 거 다 보인다, 이 석두야.’

석두 아내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인사했다.

“어, 안녕. 팔은 괜찮고?”

“뭐 한 달이면 낫겠지.”

“정말 미안해.”

“네가 왜 사과해? 이건 석두… 아니 강철민 잘못인데.”

“내가 이 석두를 쫒다가 생긴 일이니까 내 잘못도 있어.”

“어라?”

석두아내가 석두를 부르는 호칭이 낯이 익었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방금 얘를 뭐라고 불렀어?”

“응? 아 석두? 얘 별명이야.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부르고 있어.”

“풉.”

‘사람들이란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구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뭐야! 너 왜 웃어!”

 

#5학교 탐방 그리고 재회

 

수업이 모두 끝나고 석두가 뜬금없이 학교를 소개시켜주겠다며 다짜고짜 나를 끌고 갔다.

“어제 다 둘러봤다니까!”

“어허! 형님이 따라오라면 올 것이지.”

“누가 형님이야!”

나는 온 힘을 다해 석두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머리 머리까지 근육으로 차있는 석두를 당해내지 못하고 결국 끌려가는 신세가 됐다.

석두는 양호실 앞으로 나를 안내했다.

“여기는 양호실이야. 건강이 제일이지.”

그리고 다시 나를 끌고 이동했다.

‘그게 설명 끝이냐.’

이번에는 도서실로 왔다.

“여기는 도서실인데 별로 중요치 않아.”

“뭐가 중요치 않아! 이런 석두가. 기다려봐. 도서실 좀 둘러보고 가자.”

“왜? 책이 뭐가 좋다고.”

“에혀.”

나는 석두를 무시하고 도서실 안으로 들어왔다. 도서실은 꽤 시설이 좋았다. 책도 많고 사서도 꽤 예뻤다. 나를 여자 밝히는 놈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이 남자의 본능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거기에 남중 남고였던 나날을 생각하면 남녀 분반이지만 학교 내에서 또래의 여학생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천국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도서실 이리저리를 둘러보다가 문학 코너에 다다랐다. 책꽂이에는 한국의 고전부터 서양의 현대소설까지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었다. 나는 그 중 ‘한국 근대문학 단편집’이라는 책을 뽑았다. 쭉 책을 넘기다가 이상의 ‘날개’에서 멈췄다.

“이상…. 꽤 좋아하는 사람이지.”

“흥. 그 사람은 쓰레기야.”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 그 물고기!”

나는 깜짝 놀라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누가 물고기야!”

“아니 그냥 이름도 모르고 해서…….”

“내 이름은 김지수야. 물고기라고 부르지마!”

‘그냥 물고기라고 부르는 게 편한데.’

“아, 알았어. 그런데 왜 이상이 쓰레기인데?”

“그 사람은 언어를 파괴했어. 문학이란 언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하는 하나의 장치야.”

“그것에는 나도 공감하는 바는 있지만 언어가 파괴된다고 해서 꼭 나쁜 건 아니잖아. 시적 허용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언어파괴인데 말이지.”

“그, 그건!”

물고기는 반론을 들지 못하더니 갑자기 내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정통으로 주먹에 맞았고 뒷걸음질 치다가 책꽂이에 부딪혔다.

“으악!”

“흥!”

물고기는 그대로 도서실을 나가버렸다.

“또 이 전개냐….”

 

-------------------------------------

 

사실 4컷만화처럼 이런 식으로 쓸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

 

제가 영 귀차니스트라서 말이죠...

 

그리고 제가 영 글을 잘 못쓰고 말이죠...

 

그래서 쓰다가 생각난게 짧게짧게 쓰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아 4컷만화처럼 쓰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곂치면서

 

이렇게 쓰게 됬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구여... 암것도 아님...

 

 

소설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시간의 순서는 2-1-3-4-5입니다.

 

석두랑 부딪혀서 팔 부러지고 난 후에 옥상으로 올라가는겁니다.

 

 왜 그렇게 썼냐구요? #1이 더 중요하니까요.

 

제목은 차차 뭔지 밝혀질 겁니다.

 

 

이 소설은 그냥 일반 소설이구요.

 

별거 없는 소설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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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1.11 09:10

    들어가려다 예스맨님 글 올라온것 보고 읽고 자려고 일부러 들렀습니다^^; 예전에 올리셨던 글의 연장선같단 느낌이 드는데 제 착각인가요? ㅎㅎ

    4컷만화도 좋죠. 예스맨님 센스를 기대해 볼게요^^

  • profile
    Yes-Man 2011.01.11 09:12

    예전에 쓰다 만게 몇개 보면 하나는 매우 암울한 내용이구

     

    하나는 탄광촌이야기였으니 아닐겁니다. 예..

     

    글고보니 하나가 더 있군요. 근데 그건 다른거에요.ㅋㅋ

     

    그건 올린것 이후로 좀 더 쓰긴 했는데 그것도 얼른 써야죠.ㅋㅋ

  • ?
    乾天HaNeuL 2011.01.12 19:15

    진짜 말 그대로 사컷 만화식이었네. ㅋㅋㅋㅋㅋ

  • profile
    Yes-Man 2011.01.13 01:23

    ㅋㅋ ㅠㅠ

  • profile
    시우처럼 2011.01.15 06:53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하늘에 떠다니는 물고기 이야기 할 때는 조금 느끼한 느낌이?

    그리고 이상을 가지고 소녀와 소년이 논쟁할때 소녀가 너무 쉽게 논리가 바닥나는 듯 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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