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1 03:06

오컬티스트 퇴마 사무소

Rei
조회 수 458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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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소엽 


 


 


열기가 가득 차 있던 집안보다 밖이 더 시원했다. 강철은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집으로 돌아 갈 때는 사람들이 제법 타고 있어 서서 가야했다. 하지만 평소처럼 옴짝달싹 못할 만큼 많은건 아니어서 여유가 있었다.


영등포역에서 환승을 하여 지하철에 타니, 구석에 눈에 띄는 백발(白髮)이 보였다. 강철은 사람들을 헤치고 소미에게 다가갔다.


『소미야!』


강철이 다가가니 때마침 소미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났다. 강철은 다른 사람이 앉기 전에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불안한 듯이 옆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던 소미도 강철이 자신의 옆에 앉자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잔뜩 긴장했던 꼬리를 내린 채 작게 한숨을 내쉰 소미는, 생글거리는 얼굴로 강철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철이 오빠, 오늘은 일찍 집에 가네요?』


『응, 다혜 누나가 아파서 병문안 갔다 오는 길이야.』


『아! 그 이상한 언니들이요?』


강철은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친한 사람을 만나 긴장이 풀어진 소미는 집에 가는 내내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소미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니, 하숙생들이 소미에게 인사를 하며 강철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다. '넌 대체 뭐 길래 소미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냐?' 눈빛에 음파를 담아 귓속으로 쏘아 보내는 것 같았다.


강철은 부담스러운 시선들을 애써 무시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묵직한 책들이 들어찬 가방을 내려놓고 푹신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동굴 안처럼 울퉁불퉁한 천장을 올려다보며, 소장을 떠올렸다.


'누나들도 아파서 누워 있는데, 소장님은 잘 하고 계시려나?'




『피곤하구만.』


소장은 기어를 D에 놓고 오른팔로 뻐근한 왼팔을 주무르며 운전을 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거리는 건물들의 불빛으로 환했다. 아슬아슬한 속력으로 내달린 소장은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했다.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슬쩍 기록을 본 소장은 피식 웃었다.


『일찍 퇴근 하라고 했더니, 완전 날로 먹었네.』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문을 잠근 기록이 남아 있었다.


어두컴컴한 매장을 가로질러 곧장 3층까지 올라간 소장은 개나리색 시트커버가 씌워진 소퍼에 드러누웠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두웠지만, 천장에 그려진 유치한 그림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지혜랑 갔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영체 탐기지의 삐- 삐- 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화살표처럼 생긴 바늘이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여기저기를 가리켰다. 소장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탐지기를 내려놓았다.


『젠장, 대체 유령들이 얼마나 있는 거야?』


하루 종일 탐지기를 들고 다녔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유령들이 실체화하기 힘든 낮이라 탐지기에 의존하여 조사를 해 보았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조차 힘들었다.


소장은 좀 쉬기로 하고 1층 로비로 내려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았다. 뜨거운 커피를 후후 불며 마시고 있으려니 정문이 열리며 피로한 표정의 노인과 경호원들이 들어왔다. 회장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로비를 가로 질러갔다. 소장이 커피를 마시며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늙은 회장은 로비를 가로질러가다가 소장에게 다가왔다. 소장은 여전히 커피를 마시며 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계량한복을 입은 회장은 금테안경을 반짝이며 의자에 앉아있는 소장을 내려다보았다.


『자네가 그 퇴마사인가?』


소장은 회장 뒤에 있는 경호원을 힐긋 보며 말했다. '경호원이 아니라 조폭 같구먼.'


『네, 그렇습니다.』


소장은 대답을 하며 회장을 바라보았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금테 안경 너머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눈꺼풀 아래에는 독사 같은 두 눈이 빛나고 있었다. 얼굴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가면 아래에는 어떤 얼굴이 있을지 궁금했다.


『더 이야기 하실 생각이시면 앉으시죠.』


소장은 의자위에 올려놓은 가방을 치우며 말했다. 회장은 허허 웃으며 소장 옆에 앉았다. 경호원들의 대다수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 봐도 뻔 할 것 같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저런 사람들이 도움이 됩니까?』


남은 커피를 입안에 다 털어 넣은 소장은 턱으로 경호원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회장은 한층 더 인자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아직까지 많은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라네.』


『그래요?』


시큰둥한 반응. 그와 반대로 비웃음을 당한 경호원 중 한명이 화가 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다가왔다. 소장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검지와 중지를 겹쳤다. 그와 동시에 의식을 통해 문을 연 몸 안으로 에테르가 쏟아져 들어왔다. 몸 안에 충만한 에테르를 느낀 소장은 손끝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호원을 가리켰다.


경호원은 다가오던 자세 그대로 멈췄다. 회장은 그 모습 보며 작게 감탄했다.


『대단하군, 어떤 종류인가?』


『별거 아닙니다. 간단한 마법이지요.』


소장은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회장은 씩 웃으며 소장을 바라보았다. 회장의 눈을 똑바로 마주본 소장은, 그의 눈에 번들거리는 탐욕을 보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행동에는 무슨 의미가 있나?』


소장은 회장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사람 나름이니까요.』


『그런가?』


회장은 흥미로운 눈으로 얼굴이 벌게진 채 움직이려 힘쓰는 경호원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놔주지 그러나?』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호원을 가리키고 있던 손을 내렸다. 움직이려고 애쓰던 경호원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일어난 경호원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소장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회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얼떨결에 악수를 받은 소장은 노쇠한 나이라곤 믿기지 않는 회장의 악력에 흠칫 놀랐다.


『요즘 사내가 뒤숭숭하니, 빨리 해결해 주길 바라네.』


『아……. 예. 그래야죠.』


『아참, 회장님.』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던 회장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소장은 등받이에 한껏 몸을 기댄채 회장에게 물었다.


『혹시 이번 사건에 대해 짐작가시는 것 있으십니까? 갑자기 유령들이 나타날 리는 없을 텐데요?』


물끄러미 소장을 바라보던 회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 이유가 있다면 나도 좀 알고 싶군.』


회장은 대답과 함께 씩 웃고는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전용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회장이 사라지자 멀리서 소장을 보고 있던 경비가 잽싸게 달려왔다. 소장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그는,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대단하군요! 그런 거구를 단번에 멈춰 세우다니.』


『별거 아닌 잔재주입니다.』


이번에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경비는 소장이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줄 알고 호들갑을 떨었다.


한동안 경비의 수다를 들어 준 소장은 빈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진 후 일어났다. 가볍게 기지개를 켠 후, 가방 안에 넣어둔 영체 탐지기를 꺼냈다.


삐-삐-삐-삐-, 짧고 빠른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소장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훨씬 늘었잖아?』


 


-----------


 


너무 오랜만에 올리는덧. 깜빡 잊고있었음 ㅠ


저거는 예전에 소엽님이 그려주신건데, 간판으로 쓴다고 생각해놓고 깜빡잊고있었음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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