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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AD] 4. 춘신(春信)의 무장 - 5   

 

 

 

 수도 엘파하의 시민들은 출입구 관리처 직원들을 근무태만에다 불친절하
다고 평가한다. 시민들의 그런 인색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아무
런 불만 없이 그 평가를 수긍하는 이유는 그들이 실제로 근무태만에다 불
친절하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의 공무원인 그들은 시민들의 평가에 관계
없이 정해진 업무량만 처리하면 봉급을 받을 수 있다. 그들로서는 아쉬울
게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관리처 직원들은 항상 같은
시간에 칼처럼 출퇴근하는 관리처장에 대해 불가사의함을 느껴야 했다.
출퇴근만으로 기관의 성적이 매겨진다면 만점을 받고도 남을 하드웍 관리
처장의 근면성실함은 그의 부임 이래 단 한 번도 어겨진 적이 없는 것이
었고, 불성실함의 대명사 같은 기관의 처장이기에 그 꾸준함은 더욱 기이
한 것으로 비쳐졌다. 허나 정작 하드웍 본인은 자신의 그런 근면성실함에
대해 조금도 기이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
았다. 자신의 ‘칼출퇴근’은 단 하나의 이유에서 기인되기 때문이다. 10
년이 넘게 하드웍의 성실함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도가 지나친
아내의 잔소리 때문이었다.
 상극은 끌린다고 했던가.
 과묵한 성격의 그는 아내를 처음 만났던 그날 그녀의 맛깔 나는 혀놀림
에 감탄해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쓴맛으로 변한 아내의
혀놀림 때문에 격심한 후회와 함께 회한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는 아
내의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도 빨리 출근하며, 아내의 잔소리
목록에 ‘늦은 퇴근’이 추가되는 것을 반기지 않기에 사명감을 가지며
제시간에 퇴근한다. 이유야 어쨌든 출입을 관리하는 기관의 처장이 칼출
퇴근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직원
들은 불가해한 공포감에 빠져야 했다. 그날 오후, 하드웍이 이미 퇴근시간
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퇴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우선적
으로 바깥 태양의 위치를 살폈으며 그 후에는 의사를 불러야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당직 근무자들은 호기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처장실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심지어 상당수의 일근 근무자마저 퇴근하지 않
고 처장실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처장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처장실 안, 하드웍은 그의 퇴근을 저지시키는 한 남자 때문에 미간과 이
마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세상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제공자
는 심술궂게도 하드웍의 얼굴이 상당히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하드웍은
신음에 가까운 소리로 말했다.

 

 “난 지금 퇴근해야 하오. 바함. 약속이 있거든.”

 

 “사모님 몰래 어디 가시는 게 아니라면 뻔한 거짓말은 집어치웁시다.
하드웍.”

 

 이 인간은 도통 모르는 게 없군. 하드웍은 결국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노성을 질렀다.

 

 “아니, 대체 왜 과거의 일을 들쑤시려 드는 거요! 당신의 치안업무에
그런 것도 포함되는 것이오? 당신은 나에게 이럴 권한이 없소.”

 

 바함은 깍지를 끼며 소파에 편안하게 기댄 채 여유로운 태도로 말문을
열었다.

 

 “하드웍. 물론 내 권한으론 관리처의 정보를 함부로 열람할 수는 없소
이다. 하지만 엘파하의 한 시민으로써 성실한 보고의 의무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난 여러모로 인맥이 넓은 편이고 경비대와도 친하거든. 북문출
입에 대한 증인도 있는 마당에 이곳에서 끊어줬을 게 마땅한 허가증의 대
한 기록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나는 수도의 치안을 담당하는 자로써
수도에 있어서는 안 될 몹시 암적인 일이 있었음이 짐작되는데 말입니다.”

 

 ……바로 뇌물이죠. 하드웍은 바함이 의도적으로 생략한 말이 귓속에서
맴도는 걸 느꼈다. 그는 심한 감정의 동요 때문에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
며 다급하게 말했다.

 

 “대체 지금 같은 시점에 왜 날 협박하는 것이오? 이미 관리처는 징계를
먹었소. 부처장은 잘려나갔고! 치안대의 소대장이 나를 적으로 돌려 얻을
수 있는 게 뭐요?”

 

 바함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하드웍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드웍은 진심으로 그 면상에 주먹을 갈기고 싶단 충동을 느꼈다. 하드웍
의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을 쳐다보던 바함은 충분히 몰아붙였다고 판단
하곤 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자, 하드웍. 이렇게 합시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의 정보일 뿐이요.
당신이 끊어줬을 것이 분명한 누말이란 자. 그 사람에 대한 정보만 넘기
면 이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않겠소. 내 명예를 걸고 보증하리다.”

 

 그의 굳은 표정을 본 바함은 5초 정도 뜸을 들인 후 다시 넌지시 말을
건넸다.

 

 “10년이 넘게 지속된 일이요.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면 그게 이상하
지. 결코 해코지하자고 시간 뺏는 거 아니니 정보만 주시오.”

 

 하드웍은 목이 메는 듯 물 잔을 들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잔을 내려
놓고도 한참을 말없이 고민하던 그는 경고하는 어조로 바함에게 말했다.

 

 “바함, 수사권한증도 없이 이런 짓을 한다는 건 분명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겠지. 누구의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지금 발을 빼는 게
좋을 것이오. 그자는 당신이 상상도 못할 이의 소속이란 말이오.”

 

 바함은 속으로 씩 웃었다. 내 후원자도 그에 못지않거든?

 

 “대장군이겠지.”

 

 하드웍이 한 방 먹은 듯 입을 떡 벌렸다. 바함은 완벽한 승자의 표정을
유감없이 지어보였다.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빼지 말고 말했으면 좋겠소이다.”

 

 단 몇 분 사이에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은 하드웍은 침통한 표정으로 입
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

 

 “……누말은 일종의 말장난이오. 신분증으로 끊은 허가증이 아니기 때
문에 기록이 없소.”

 

 “말장난?”

 

 “다른 사람이 알아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당신 같은 자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 판단한 건지는 잘 모르겠소. 누말(Numal)이란 이름
은 첫 음과 끝 음을 바꾼 말장난이오. 이 이상은 정말 나도 모르오. 나는
대장군 측근에 대해 알만큼 권한이 높지 않소.”

 

 바함은 싱긋 웃었다. 본명만 알고 있다면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을 것이
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도움이 되었으니. 약속대로 이 이상 당신을 괴롭히
지는 않겠습니다. 괜히 본인이 제 발 저려 일을 키우는 건 아니겠지요?
오늘 저희들에 대화는 없었던 겁니다.”

 

 하드웍은 더 이상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손으로 나가라는 표시를 했고
바함 역시 그 이상 그를 괴롭힐 마음은 없었다. 바함은 자리에서 일어났
고 마무리를 빼먹지 않았다.

 

 “퇴근하시죠. 사랑하는 사모님이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하드웍은 제발 좀 꺼져달라는 표정을 그보다 더 진실 될 수 없게 지어보
였고 바함은 그 표정을 수용했다. 건물 밖으로 나온 바함은 록셀 공을 찾
아가 루만(Luman)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야겠다고 판단했다.

 

 

 


 엘헤미아와 루이즈번이 각각 사이좋게 절반씩 나눠가진 대륙에는 이름이
없다. 이름이라는 것은 구분의 필요성에 의해 붙여지는 것인데 대륙에 이
름이 없는 것도 그 이유와 같다. 두 나라가 그 필요성을 찾지 못했기 때
문이다. 3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두 나라는 무역이라는 소극적인 형태와
전쟁이라는 보다 격한 방법으로만 교류를 해왔고 그 외에 것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접하거나 평가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두 나라는 그 긴 시
간을 이웃으로 맞붙어 있으면서도 서로가 어떤 체제와 어떤 방식으로 살
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적었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엘헤미아는
엘헤미아이고 루이즈번은 루이즈번일 뿐 그 둘을 하나로 합쳐 말할 필요
성이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대륙에는 아직껏 이름이 없다. 누
군가 대륙의 이름을 지을 필요성을 느끼고 작명할 날이 온다면 아마 그
이름은 모래시계와 관련된 것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대륙의
형태는 모래시계와 흡사하며 모래시계의 허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축으로
두 나라는 공평하다고 할 만큼 비슷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국경은
당연히 모래시계의 허리 부분에 있었고 그 지역이 바로 엘헤미아의 최북
단 옵슬레이이다. 옵슬레이에는 국경선을 따라 수평적으로 길게 지은 브
라말로카 요새가 있고 사람들에게는 흔히 엘헤미아의 북벽이라 불린다.
물론 사람들은 그 대명사를 한 사람을 지칭하는데 쓰기 시작한지 오래다.
바로 브라말로카 요새의 주인인 십인장 하이막스다. 십인장 중에서 가장
많은 기사단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막스는 군사력으로만 따지면 대장군 못
지않은 권력자이며 무용으로 따져도 따라갈 자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의 인
물이다.
 엘헤미아의 수도 엘파하는 대륙 최남단에 있고 그 바로 위에 엘몬데드가
있기 때문에 나라 전체에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 힘든 구조이다. 그런
비효율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나라가 유지되는 이유는 역시 영주들조차도
껄끄러워하는 십인장의 위엄이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게 완전할 수는 없는 법이라 옵슬레이처럼 최북단 지역
에 올라오게 되면 당장에 치안이 불안해진다. 그렇기에 옵슬레이는 엘헤
미아 내 최악의 무법지대라 불리며 수많은 범죄자들과 현상금 사냥꾼, 용
병단 및 소수민족들이 잡탕처럼 한데 버무려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무법집단들에게조차도 하이막스가 받는 평가는 단
하나다.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
 원칙적으로 하이막스의 기사단은 국경수호를 위해서만 쓰이지만 그것은
적용하기 나름이기에 옵슬레이의 거주민-무법자들은 하이막스에 눈에 띄
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무법지대 치안
의 상당부분을 해결하고 있는 하이막스는 전설 그 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이 현월단의 도주가 해상에서 끝이 났어야 하는 이유다. 옵슬레이의
있는 모든 집단은 강력한 폭력집단이며 그 개성 넘치는 집단의 무거운 엉
덩이는 하이막스의 입김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이 지역 전체가 현월단
에겐 적색주의보인 것이다.

 

 “북쪽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군.”

 

 옵슬레이 지역에 들어선 현월단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바로 눈이었다.
사방의 눈이 덮여 있는 이 땅은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눈이 녹지 않는다.
이 지역만 넘으면 만년설의 나라 루이즈번의 땅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의 목적지가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단장의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
았다. 피트는 처음 계획을 짤 때부터 이곳만은 피해가자고 했고 단장 역
시 그 의견에 동의했기에 만약의 경우가 아닌 바에야 이 땅을 밟지 않고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인실롭의 끈질긴 추격은 결국 그들에게 만약의 경
우를 선택하게 만들었다(물론 인실롭은 훨씬 이전에 그들을 잡을 계획이
었다고 답할 것이다).

 

 “눈 너무 예쁘다!”

 

 해맑게 웃는 세이지를 엘로린이 끌어안으며 덩달아 미소 지었다. 모녀 
같은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단장 역시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녀들의 능
력은 해상에서도 결정적인 활약을 했고 덕분에 완벽하게 탈출할 수 있었
다. 그들은 크레센트 호가 전복 될 위기에 처했을 때 계획을 급조할 수밖
에 없었다. 아마 다른 조직 같았으면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붙잡혔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입과 귀는 항상 연결돼 있고 급박한 상황 속에
서도 멋지게 작용했다. 단장은 이동, 로한은 포격, 나머지 단원들은 군함
장악을 목표로 했고 알다시피 루더의 함대를 완전히 농락하는데 성공했
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우드카벌 호를 이용해 탈출했다.
 현월단은 우드카벌 호가 깃발신호를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 깃발을 바다
에 버렸고 배를 조종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 키를 부셨다. 그리곤 배를
멈추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닻줄도 잘라버렸다. 철저하게 배를 무장해제시
킨 후 그들은 단장의 능력을 이용해 율리아 항구로 이동했다. 전진방향
상태로 키가 부셔진 우드카벌 호는 노예들이 노 젓는 것을 멈춘 후에도
한동안 계속 전진했고 현월단이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루더의 함
대는 끈질기게 그 뒤를 쫓았다. 처음으로 함대지휘를 해 본 인실롭은 약
간의 착오를 거쳐 우드카벌 호를 멈추게 할 수 있었고 안의 내용물을 확
인한 순간 그는 발광에 가까운 분노를 표출했다.
 그들의 끈질긴 도주는 엘헤미아 최북단 지역 옵슬레이까지 이어졌으며
이제 고지가 눈앞이다. 단장은 반드시 단원들에게 루이즈번의 땅을 밟게
해줄 생각이었고 그렇기에 뚜렷한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껏
항상 태연했던 그였기에 단원들이 느끼는 동요는 더 컸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단원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매튜가
침울하게 말을 꺼냈다.

 

 “젠장, 결국 이 땅을 다시 밟게 될 줄이야.”

 

 린이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에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어이, 근육덩어리.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여긴 네 고향이잖아.”

 

 옵슬레이 지역 출신인 매튜는 자신의 거대한 망치를 땅에 찍으며 불쾌하
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하이막스가 있지. 껄끄럽기 짝이 없는 놈이야.”

 

 단장이 매튜를 향해 물었다.

 

 “그 정도의 사내인가? 하이막스라는 자는.”

 

 매튜는 속이 거북하다는 표정을 여실히 지으며 단원들에게 설명했다.

 

 “뭐라 말해야 될지 잘 모르겠는데. 뭐, 그런 거 있잖아? 뒷골목에 주먹
좀 쓴다고 까부는 꼬맹이들이 많은데 숨어있던 고수가 나타나 하루아침에
다 쓸어버린 거야. 그런데도 자기가 젤 세다고 자랑하며 다니지도 않고
구역 내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별 관여를 안 하는 거야. 그런데 자기가 젤
강하다고 으스대는 놈이 나타나면 꼭 나타나서 그 버릇을 고쳐놓는. 딱
그런 느낌이야. 하이막스라는 놈은.”

 

 피트는 매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무용담은 유명하지요. 실제로 고작 500명 정도의 기사단으로 지
금껏 이 지역을 수호해왔으니까요.”

 

 매튜는 고개를 두어 번 저었다.

 

 “꼭 그렇지는 않아. 옵슬레이의 진짜 전력은 옵슬레이 사람들 전부야.
이 지역은 엘헤미아 내 가장 말 안 듣는 무법지대고, 그들은 이 지역을
간섭받는 걸 싫어해. 루이즈번의 공격이 시작되면 알아서들 전부 성벽을
지키러 온다고. 그 점이 이 지역에 가장 무서운 점이야. 뭐, 물론 그 점이
없다 해도 하이막스란 놈은 충분히 무서운 놈이지만.”

 

 린이 도저히 적응 안 된다는 듯이 매튜를 쳐다보았다.

 

 “너 대체 왜 그래? 적응 안 되게. 진짜 매튜 맞아?”

 

 평상시라면 린의 말에 반응했을 매튜는 별 다른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전
방만을 쳐다보았다. 단장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원들에게 말했다.

 

 “매튜 말이 맞다. 그 점이 바로 우리가 이 지역을 절대로 선택하면 안
되는 이유였다. 앞으로 우리는 마주치는 이들 전부를 적으로 간주하는 편
이 좋을 거야. 옵슬레이 지역에 들어선 이상 우리는 최대한 빨리 이 곳을
돌파해야 한다.”

 

 로한이 단장에게 물었다.

 

 “성벽은 어떻게 넘을 셈이야? 단장 능력으로도 넘을 수 없을 텐데.”

 

 단장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맞는 말이다. 필요 이상으로 해상에서 내 능력을 너무 많이 썼다. 더
이상 쓴다면 내가 위험할지 몰라. 매튜, 하이막스의 대해 더 자세하게 설
명해주지 않겠나?”

 

 잠자코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던 세이지가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났어!”

 

  단원들 모두 흠칫하며 놀랐다. 어느 샌가 그들 근처로 두 명의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단장은 의아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세이지와 스캇을
쳐다보았다. 둘의 탐지능력이 있은 이래 단원들은 불시의 습격이란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다가온 발락과 물을 이용한 클라보를 제외한
다면 둘의 탐지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헌데 평범한 인간
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다니? 세이지와 스캇도 이
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호리호리한 남자랑 체격이
좋은 남자 둘은 완전무장한 채 현월단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무기를 잡은
자세만 봐도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단원들은 적개심을 드러내며
그 둘을 쳐다보았다. 둘은 적당한 거리에서 멈춰 섰고 체격 좋은 남자가
먼저 소리쳤다.

 

 “인생은 쓴맛! 본좌의 이름은 에스프레소라고 하오!”

 

 호리호리한 남자가 덩달아 소리쳤다.

 

 “적당히 쓴맛! 본인의 이름은 아메리카노라고 하오!”

 

 단원들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단장은 입을 열면 실언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간신이
말문을 열었다.

 

 “혹시 키 차이가 10cm나십니까? 가수 아니신지?”

 

 “뭐요?”

 

 “……실언이었습니다.”

 

 단장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실언을 했고 단원들은 단장이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단장 스스로도 처음이었다). 에스프
레소가 단원들의 모습을 죽 훑어보았다. 단장은 그의 눈에서 경계심 같은
것은 읽지 못했다.

 

 “외지인들이로군. 무엇 때문에 오셨소. 인생의 쓴맛을 보기에 이만한 곳
이 없지만 단맛이 덜 빠진 당신네들 같은 이들이 올만한 곳은 아닐 텐데.”

 

 미칠 듯이 불가해한 상황 때문에 명백히 당황한 단장 앞으로 피트가 걸
어나왔다. 화술에는 어느 정도 자신 있는 그가 유연하게 대처했다.

 

 “저희들은 현상금 사냥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율리아 항구에서 왔
죠.”

 

 이번엔 피트가 당황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메리카노가 온몸을 흔
들며 포복절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푸하하하핫! 이거 또 풋내기가 오셨구려. 어쩐지 우리 구역에 아무렇
지도 않게 들어온다 싶었소!”

 

 아메리카노를 흘겨보던 에스프레소가 말했다.

 

 “아우의 무례를 용서하시오. 뭐 어쨌든 당신들이 우리 구역을 침범한
것은 맞소.”

 

 “구역?”

 

 “이곳은 우리들 별벌레(Starbugs) 용병단의 구역이오. 본좌가 말하기
엔 좀 부끄럽지만 이 근방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용병단이지. 다른 놈들
구역에 함부로 들어갔으면 좋은 말로 안 끝났을 수도 있소.”

 

 “아, 실례했습니다. 저희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만.”

 

 “그래서 더 걱정이오. 춘신의 무장이 지키는 이 땅이 그렇게 만만해 보
이오? 인생의 쓴맛을 너무 덜 봤군.”

 

 피트는 자신이 꽤나 멍청해 보인다고 느꼈지만 결국 다시금 질문하지 않
을 수가 없었다.

 

 “춘신의 무장이요?”

 

 이번에도 아메리카노는 격렬하게 웃어젖혔고 피트는 자신이 개그의 소질
이 있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눈물을 좍좍 흘리며 웃어대는 아메리카노를
흘겨보던 에스프레소가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

 

 “몰라도 정말 너무도 모르는군. 이 지역은 봄이라고 할 만한 시기가 짧
소. 저 위에 겨울계집들이 쏟아져 내려오는 꼴을 보면 이해할 텐데. 옵슬
레이는 인생의 쓴맛이 가득한 곳이오. 생명을 비웃는 것 같은 추위가 가
득한 곳이지. 그는 이런 땅에서 매번 기적을 만드는 자요. 그래서 우리는
존경을 담아 그를 이렇게 부르지. 겨울의 땅에 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남자. 춘신(春信)의 무장이라고!”

 


==================================================================
 챕터 끝났습니다. 만약 책의 분량으로 따진다면 다음 챕터가 끝나면 1권
이 끝납니다. 게으름 많은 제가 이 정도까지 언데드를 연재할 수 있었던
건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버물리 님의 요청으로 간단한 지도 그려 올립니다. 그림 실력이 없으므
로 퀼리티는 생략합니다. 지도에 있는 지역은 현재 연재된 분량에서 공개
된 부분까지만 그렸습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라며 비율 같은 거 완전 무
시하고 그린 거니 적당히 참고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언데드.jpg

?
  • profile
    yarsas 2012.10.06 22:54
    챕터 끝났으니 19일날 돌아옵니다.
  • ?
    강건마 포인트맨 2012.10.06 22:54
    10점 뽀오나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profile
    욀슨 2012.10.06 23:18

    결국 춘신의 무장은 하이막스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나요. 아무튼 바함이 나올 때마다 장르 자체가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것도 좋네요. 1주일 휴식 뒤에 연재될 새 챕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도중에 섞인 깨알같은 농담들도 좋군요. 그리고 현월단의 여정도 지도 상으로 보니 또 색다르네요. 확실히 잡힐 위험도 있으니 삥 돌아서 간 건가...

  • profile
    yarsas 2012.10.07 00:09
    왓 진짜 빨리 달아주셨군요. 바함 내용이 나온지 얼마 안 되어 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싶군요.

    하이막스가 있는 옵슬레이가 워낙 위험해서 펠튼 항구에서 배를 타고 루이즈번까지 직접 도착하는 게 현월던의 계획이었죠. 물론 인실롭 때문에 계획을 전면수정해야 했지만..
  • profile
    윤주[尹主] 2012.10.16 03:09
    그동안 못 봤던 거 한 번에 몰아 봤네요 ㅎ
    전개가 확장되고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는 와중에도 진행이 안정적이네요. 농담처럼 들어간 작명들도, 저같은 경우는 분위기를 해칠까 해서 쓰기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인데, 크게 위화감없이 사용된 거 같아요.
    다음 화 기대합니다~
  • profile
    yarsas 2012.10.16 07:18
    왓, 윤주 님 ㅎ 반갑습니다. 오랜만이군요. 언제나 좋은 칭찬 많이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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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악마의 독후감> yarsas님의 "UNDEAD" 2 1 예스맨... 2013.01.15 1019 1
26 [악마의 변호인] Yarsas 님, <Undead>를 비판적으로 점검해 보자. 3 윤주[尹主] 2013.01.07 421 1
25 [UNDEAD] 5. 생과 사에 걸친 자 - 6 5 yarsas 2012.12.02 400 1
24 [UNDEAD] 5. 생과 사에 걸친 자 - 5 4 yarsas 2012.11.25 494 2
23 [UNDEAD] 5. 생과 사에 걸친 자 - 4 6 yarsas 2012.11.17 486 2
22 [UNDEAD] 5. 생과 사에 걸친 자 - 3 7 yarsas 2012.11.09 445 2
21 [UNDEAD] 5. 생과 사에 걸친 자 - 2 4 yarsas 2012.10.27 435 2
20 [UNDEAD] 5. 생과 사에 걸친 자 - 1 4 yarsas 2012.10.21 401 2
» [UNDEAD] 4. 춘신(春信)의 무장 - 5 6 file yarsas 2012.10.06 556 2
18 [UNDEAD] 4. 춘신(春信)의 무장 - 4 2 yarsas 2012.10.01 1835 2
17 [UNDEAD] 4. 춘신(春信)의 무장 - 3 2 yarsas 2012.09.22 451 2
16 [UNDEAD] 4. 춘신(春信)의 무장 - 2 4 yarsas 2012.09.15 437 2
15 [UNDEAD] 4. 춘신(春信)의 무장 - 1 7 yarsas 2012.09.08 490 2
14 [UNDEAD] 3. 되찾은 미소 - 5 3 yarsas 2012.08.28 440 2
13 [UNDEAD] 3. 되찾은 미소 - 4 2 yarsas 2012.08.23 422 2
12 [UNDEAD] 3. 되찾은 미소 - 3 2 yarsas 2012.08.10 50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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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UNDEAD] 3. 되찾은 미소 - 1 4 yarsas 2012.07.27 629 2
9 [UNDEAD] 2. 창공의 불청객 - 6 4 yarsas 2012.07.13 51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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