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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AD] 4. 춘신(春信)의 무장 - 4    

 

 

 

 공간이동이라고? 몬반은 인실롭의 말을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어! 바다 위에서 저 정도의 거리를 이동한다니.”

 

 “알게 뭔가! 루더! 당장 포격해야 한다!”

 

 인실롭이 언성을 높이며 루더에게 윽박질렀다. 루더는 왈칵 화를 내고 
싶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말다툼으로 시간낭비를 할 수는 없었다. 지
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십인장이라는 직책 외에 노련한 뱃사람이기도한
루더에겐 의문점 투성이었다.
 첫 번째 의문점. 군함은 대형 선박이다. 소수의 인원으로 크레센트 호와
는 비교도 안 되는 윈드스워드 호를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 것일까? 포격
도 마찬가지였다. 양측 다 합쳐 100문에 달하는 대포를 대체 어떻게 동시
에 발사한 것인가? 윈드스워드 호에 타고 있는 선원이나 기사단은 어찌된
것인가?
 두 번째 의문점. 몬반의 말처럼 현월단은 바다에서 어떻게 수평선에 있
는 윈드스워드 호로 이동할 수 있었을까? 클라보는 바다에 있으면 언데드
의 능력이 반감된다고 했다. 실제로 바다 위를 정찰하며 많은 도움을 주
었던 리더스카이도 평상시처럼의 고속비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
만 현월단의 단장 알자로는 그들의 예측을 비웃듯 보란 듯이 윈드스워드
호를 접수했다.

 

 ‘젠장, 저들이 도적이 아니라 해적이었다면 해상을 주름잡을 수 있을
만한 능력이로군!’

 

 그리고 마지막 의문점. 바로 그들의 목적. 현월단은 윈드스워드 호를 훔
쳐서 어떻게 할 생각인 건가? 이 상황에서 그들은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두 척의 군함이 기습공격으로 파손 당했지만-거리상 전투에 참전할 수 없
는 저스티스 호를 제외하고도-아직 12척의 배가 있다. 방향을 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장은 포격을 못한다고 해도 어차피 속도 면에선 그다지 차
이가 없다. 속도라면 서해안에서 따라올 배가 없는 크레센트 호가 아직까
지 멀쩡했어다 할지라도 지금 위치에서는 포격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
였다.

 

 “루더! 루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당장 포격해야 된다니깐!”

 

 루더는 자신의 사유를 방해하는 잡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인실롭은 거의
루더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소리쳤고 그에 반응해 알로에가 인실롭의 앞
을 막아섰다. 경멸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가 앙칼지게 울러 퍼졌다.

 

 “십인장 인실롭! 소녀는 이 이상의 무례는 참지 못합니다. 품위를 지켜
주세요!”

 

 인실롭은 이건 또 뭔가 하며 분노를 표출하려 했을 때 루더가 강력한 노
성을 질렀다.

 

 “그만두시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아군끼리 싸우면 어쩌자는 것이오!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테요? 인실롭. 당신의 판단을 나무라는 것은 아
니지만 이곳은 육지가 아니오. 바다에서는 바다사나이들의 전투법이 있는
법이오. 배라는 것은 말(馬)처럼 쉽게 기동할 수가 없기 때문에 섣부른
행동은 그 작전이 실패했을 때, 그만큼의 시간을 잃는 것이오. 군함이 방
향을 틀고 있는 상황이니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소. 뭐라 해도 12척과
한 척의 배요. 잡을 수 있소! 더군다나 두 배 사이에 끼여 있는 윈드스워
드 호를 당장은 포격할 수 없소!”

 

 루더의 일갈에 인실롭은 조금 진정한 듯 보였지만 여전히 날카롭게 흥분
한 상태였다. 루더는 이 불같은 사내를 다룰 수 있는 대장군의 그릇에 놀
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매번 인실롭과 부딪히며 머리를
싸맬 튜더에 대한 무한한 동정심을 느꼈다. 루더는 알로에에게도 한마디
했다.

 

 “알로에. 그는 나와 같은 계급에 있는 인물이다. 내가 나서기 전에 미리
나서지 말거라.”

 

 알로에 역시 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표정으로 인실롭을 노려보다가 고개
를 끄덕였다. 둘 다 시한폭탄 같은 모습이었지만 어쨌든 당장은 터지지
않을 상황으로 수습하는데 성공한 루더는 겨우 전방을 바라볼 여유를 찾
을 수 있었다. 루더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윈드스워드 호를 쳐다보았다.

 

 “대체 뭘 할 속셈이지?”

 

 루더는 머릿속 의문에 집중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상황을 정리했다. 함대
의 우두머리 격인 저스티스 호는 위치상 건너편 상황에 개입할 수 없었기
에 12척의 배로 결판을 봐야만 했다. 물론 한 척의 군함을 12척의 배가
어쩌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지금 당장은 윈드스워드 호가 포격
한 양 옆의 배를 방패삼아 안전하게 방향을 틀고 있지만 결국 그들은 스
스로 그들의 방패를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도주하기 위해 방패를 포기하
고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그들은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로 무참한 포격
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한 루더는 시선을 옆으로 돌려가며
함대의 움직임을 살폈다. 전체적인 상황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흐르고
있었다. 포격을 하느라 멈춰 있었던 윈드스워드 호랑 달리 나머지 군함들
은 이미 방향을 다 튼 상태였다. 전장에서 무엇보다도 유리하게 작용하는
시간을 손에 넣은 셈이다. 포위진을 형성해 윈드스워드 호를 향해 일점
사격한다면 확실하게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단 그러려면 윈드스워드
호에 타있는 아군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루더는 잠시 갈등했다. 보다 못한
인실롭이 다시금 소리쳤다.

 

 “루더! 이대로 적들을 놓칠 텐가?”

 

 루더는 막심한 피로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턱수염을 쓰다듬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이를 악물고는 인실롭에게 대꾸했다.

 

 “나보고 지금 내 부하들을 포격하라는 말이오?”

 

 인실롭 역시 지지 않고 마주 응수했다.

 

 “그럼 남은 부하들을 다 잃을 텐가?”

 

 인실롭의 응수에 루더는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인실롭의 강인한 턱을
보던 루더가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현월단이
어떻게 저 큰 배를 조종하고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윈드스워드 호는 군
함이다. 양쪽 다 포함하여 100문의 대포가 탑재된 강력한 살상무기가 적
들의 손에 넘어간 시점에서 저들을 방치한다면 그건 더 큰 피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루더의 입매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세이건의 안목이 틀리
지 않았던 듯 그의 사유는 길지 않았고 곧 선장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윈드스워드 호에 가장 근접해 있는 스파이더맨 호와 다크나이트 호는
그 위치 그대로 고수하도록 지시하게. 그리고 나머지 군함은 윈드스워드
호를 축으로 부채꼴 형태의 포위진을 형성시키도록. 포위진이 완성되면
신호 기다리지 말고 윈드스워드 호를 포격한다.”

 

 “알겠습니다!”

 

 저스티스 호의 선장 암 아이언맨은 우렁찬 대답과 함께 선원에게 지시를
내렸고 다시금 몬반을 의문에 빠지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깃발신호를 보내
기 시작했다(몬반을 바라보던 인실롭은 문득 의아함을 느껴야 할 부분이
다른 곳에 있지 않은가 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함대는 역시나 몬반의
의심을 비웃으며 저스티스 호에서 내려진 깃발명령을 일사분란하면서도
완벽하게 이행했다. 함대의 이동이 어찌나 신속한지 윈드스워드 호가 정
확하게 반 바퀴 돌았을 때쯤 함대의 배치가 거의 다 끝났을 정도였다. 몬
반은 그 모습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육지전쟁에서 이뤄지는
신속한 기동보다도 더 감탄을 자아내는 모습이었다. 해상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과 함께 함대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 퍼어어엉! 퍼어엉! 퍼엉! 펑!

 

 고막을 찢어놓을 것 같은 포격 음과 함께 파도가 거세게 출렁였다. 부채
꼴 모양으로 포위진을 형성한 루더의 함대가 윈드스워드 호를 향해 선사
한 일제포격은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위력이었다. 한 척당 50문의 달하는
대포의 숫자다. 도합 600문의 대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발사되었다. 비
처럼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명중탄이 날아든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
한 일일 것이다. 무자비하다 싶을 정도의 압도적인 일점포격으로 윈드스
워드 호를 격침시키기 일보직전의 상태로 만들어놓은 루더는 즉시 포격중
지 명령을 내렸다. 그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지휘관이란 위치
만큼 생명을 중히 여겨야 할 직책이 또 있을까. 자신의 명령으로 순식간
에 수백 명의 사람이 죽었다. 루더는 고개를 숙이며 그가 죽인 생명의 무
게를 받아들였다. 그의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

 

 “미안하네. 제군들.”

 

 그의 애도는 길지 않았다. 물론 그의 슬픔이 덜했다거나 책임감이 부족
해서는 아니었다. 루더가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떤 익숙한
소리가 그에게 애도할 시간마저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퍼어어어엉!

 

 루더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포성은 포위진 최우측에 있는 우드
카벌 호에서 들려왔다. 우드카벌 호가 자신의 옆에 있는 스톰버드 호를
포격했다! 직격을 받은 스톰버드 호에서 당장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루더의 자랑스러운 함대가 순식간에 네 척이나 되는 손실을 입었다. 이
불가해한 상황 속에서 가장 빨리 사태를 깨달은 인실롭이 당장에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이러다 함대 다 말아먹겠군! 뭐 저런 능력이 다 있어!”

 

 인실롭과 거의 비슷한 시점에 사태를 이해한 루더는 절망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탄식했다. 평상시에 볼 수 없는 평정심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었
다.

 

 “이래서는 마음대로 포격할 수도 없소! 다른 배로 옮겨가기만 하면 그
만이니까!”

 

 

 


 우드카벌 호 갑판 아래에 있는 포격실, 대포를 다루는 노예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벌벌 떨고 있었다. 너무 추워서? 아니, 너무 더워서다. 칼에서
강렬한 불꽃을 일으키고 있는 로한이 그들을 향해 빙긋 웃었다.

 

 “날씨가 좀 춥지 않나? 동지들?”

 

 로한은 자신의 불꽃을 광범위하게 일으켜 갑판 아래 모든 대포의 심지에
다 불을 붙이고 있었다.

 

 “감기 걸리면 안 되지. 내가 대포 싸서 바닷물 좀 뜨뜻하게 데워줄게.”

 

 로한에 불 다루는 솜씨가 아무리 섬세하다 해도 대포의 심지만 정확히
태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고 덕분에 포격실 내부 상당 부분도 같이 불
붙기 시작했다. 물론 로한은 그 점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의 자
유분방함에 질린 노예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자신만은 태우지 말아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한의 불장난은 더
욱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고 결국 심지가 다 탄 대포의 두 번째 포격이 발
사되었다. 로한은 진심으로 그 소리가 경쾌하다고 생각했다.

 

 

 


 함대 최전방에 있던 다크나이트 호의 선원들은 가공할만한 공포감을 느
끼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깔끔한 검은색 정장에 하얀 장갑을 낀 소년
에 가까운 사내가 서있었다. 뱃사람들은 대개 미신을 신봉하는 편이고 특
히 초자연적인 현상에는 취약했다. 갑자기 갑판에 나타난 흑의의 사내를
보며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다크나이트 호 갑판 위에는 없었다.
게다가 그들 앞에 서있는 사내의 창백한 피부와 오싹하리만치 소름 돋는
붉은 눈은 흡사 귀신을 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가 주변
을 두리번거리며 갑판 위에 있는 인원들을 살피기 시작하자 선원들은 심
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이 배에는 기사단이 없군.”

 

 미성과 허스키한 음색을 오가는 묘한 음성. 그들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라 생각하며 검은 정장의 사내를 넋이 나간 듯 쳐다보았다. 몇 번
더 두리번거리던 현월단의 단장 알자로는 금방 상황을 이해했다. 크레센
트 호로 태풍을 만들어 날린 배가 바로 다크나이트 호다. 자칫 상황이 잘
못된다면 인공재해의 휘말려 배 자체가 전복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기사
단을 태우지 않은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데
방해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장은 선원들을 향해 젖은 칼날 같은 음성
으로 경고했다.

 

 “가만있으면 안 죽는다.”

 

 선원들은 오금이 저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당장 쓰러질 것
같아 가만있으라는 말조차도 버거운 명령이었다. 피처럼 붉게 타오르는
그의 눈은 보는 것만으로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단 한마
디의 말로 선원들을 반(半) 가사상태에 빠뜨려놓은 단장은 먼 곳에 있는
저스티스 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연을 다스려 우리의 앞길을 막는다라……. 인실롭, 당신의 생각인가?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잘도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군. 결국 우리로
하여금 엘헤미아의 북벽과 부딪히게 한단 말인가.”

 

 단장은 넌더리를 내며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유념할만한 발상이로군. 앞으로는 더 주의해야겠어. 하지만 너희들이
어떻게 나온다한들 결코 우리들을 막을 수는 없다.”

 

 단장은 어렵지 않게 찾던 것을 발견했다. 친절하게도 갑판 위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단장은 쿡 하며 짧게 웃었다. 하긴 나를 보면서도 저렇
게 두려워하는 이들인데, 이 녀석들도 마찬가지였겠지. 단장은 불쌍하다는
듯 그들을 쳐다보았다.
 이미 인간이 아닌 자들의 말로는 이런 것인가.
 잠시 무정물처럼 굳어 있던 단장은 곧 망설임 없이 하늘을 향해 칼을 들
어올렸다. 가슴 서늘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칼날이 하늘을 찌를 듯 정점에
섰다.

 

 “인실롭. 내가 반드시 갚아준다고 했지. 이 이상 우릴 추격한다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두 눈 크게 뜨고 똑똑히 쳐다봐라.”

 

 단장의 칼이 번개같이 아래로 내리꽂혔고 아무런 방어동작도 취할 수 없
었던 클라보의 목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단장의 눈이 붉게 빛났다. 선원들
은 결국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갑판 위가 소란스러워졌지
만 단장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다시 칼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
의 앞에는 발락이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루더는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배의 난간을 붙잡았다. 그의 팔이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루더는 깊게 탄식했다.

 

 “내가 대체 몇 백 명의 생명을 헛되게 만든 것인가!”

 

 알로에가 급히 루더의 팔을 부축했다.

 

 “루더 님! 괜찮으세요?”

 

 루더는 지휘관으로써의 냉정함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인실롭은 딱
하다는 감정과 한심하다는 감정이 절반쯤 섞인 표정으로 루더를 바라보았
지만 본인 역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배를 포격하
면 적들은 다른 군함으로 옮겨가버린다. 그렇다고 포격을 하지 않고 몰아
붙이면 저쪽에서 포격을 가해온다. 적들은 완전히 자신들을 농락하며 차
근차근 군함의 수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해상에서 그들을 제압한다는 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던가를 절실히 느낀 인실롭은 몬반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함대에서 떨어져 있는 게 다행인 셈인가? 저 위치
에 있었다면 우리들마저 수장 당했겠군.”

 

 몬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그답게 재빨리 핵심을 짚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들이 저 배를 영원히 몰지는 못할 텐데. 군함은 사람
몇 명이서 몰 수 있는 배가 아냐. 아마 무력으로 점령한 모양이지만, 그래
봐야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현월단이라 해도 수백 명을 먹여가며 군함을
몰지는 못 할걸.”

 

 인실롭 역시 몬반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래, 그들은 결국 배에서 내릴 수밖에 없다. 시간을 끌며 저들을 몰아
붙이는 수밖에 없겠군. 선장!”

 

 저스티스 호의 선장 아이언맨이 인실롭을 쳐다보았다.

 

 “그대의 사령관이 저 모양이니 일단 내 명령을 듣게. 나중에 한 소리
들을 때 변호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뱃사람으로써 내 명령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지적해도 좋네.”

 

 선장은 인실롭을 명령권자로 보아야 할지 잠시 갈등했지만 십인장의 이
름을 믿어보기로 했다.

 

 “말씀하십시오.”

 

 “각 배마다 포탄이 얼마나 준비 되어 있지? 대포는 얼마나 되고?”

 

 “대포의 수는 한 쪽에 50문, 양 측 합쳐 총 100문이고 포탄은 200발
정도입니다.”

 

 “우드카벌 호에서 이미 두 번 포격 했으니 100발정도 남았겠군.”

 

 “예.”

 

 인실롭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는 포격의 원인이 로한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의 놀라운 직감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
실 좀 우스운데 대포와 불이 로한을 연상하기 쉽다는 아주 간단하고 모호
한 이유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어쨌든 그의 직감은 진실에 닿아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지금부터 모든 배의 대포 속에 포탄을 빼고
우드카벌 호를 포위해서 몰아붙인다. 기사단들을 포격실에 배치시켜 노예
들을 호위하도록 하고. 그럼 적들이 배를 옮겨 다녀도 바로 포격할 수는
없겠지. 우드카벌 호가 아군을 공격하는 건 무시한다. 그대들은 두 번 밖
에 더 공격할 수 없어. 심해봐야 배 몇 척 잃는 정도겠지. 그리고 몰아붙
이는데 성공하면 화력이 아닌 육박전으로 승부를 본다. 어때? 이 정도면
말이 되는 전략인가?”

 

 선장은 적지 않게 감탄했다. 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인물치고는 기가 막
힐 정도의 작전이다. 선장은 그 계획에 자신의 생각도 더했다.

 

 “멋진 작전입니다. 아군끼리 연계하기 쉽게 붙어서 접근하면 더 좋겠군
요.”

 

 

 


 단장은 갑작스런 기습에 몸을 굴려 피했다. 날카로운 공격이 그의 위를
스쳐 지나갔다. 감이 좋은 단장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한 것은 평소에 사람
들이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는 공대지공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단장이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충분히 가속도를 낼 수 없었던
바다라는 환경 탓이다. 리더스카이는 아쉽다는 듯이 한 바퀴 돌더니 신속
하게 발락을 낚아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단장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
다. 리더스카이는 더 이상의 공격은 시도하지 않고 곧장 저스티스 호로
날아갔다. 단장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짧게 읊조렸다.

 

 “놓쳐버렸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었던 알자로는 발락을 놓친 것보다 클라보를 죽일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치에 있는 클라보의
머리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죽음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그의 얼굴은 평
온했다. 단장은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칼을 도로 꽂아 넣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죽음이 평온하게 잠든 상태에서 자신도 모
르게 죽음을 맞이하는 거지. 그럼 너는 나에게서 자비를 받은 것인가, 클
라보?”

 

 단장은 팔짱을 끼며 전황을 살폈다. 스톰버드 호를 방패삼은 우드카벌
호가 신속히 전장을 이탈하고 있었다. 굳이 방패가 없다 해도 이만큼 호
되게 당했으니 쉽사리 포격하지는 못할 것이다. 단, 군함을 탄 상태로는
루이즈번까지 도망칠 수 없다. 단장은 북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방향
을 죽 따라가면 옵슬레이가 있었다. 단장은 한숨에 가까운 목소리로 자신
의 감정을 정리했다.

 

 “하이막스. 조만간 만나겠군.”

 

 그 말을 끝으로 다크나이트 호 갑판 위에서 단장의 모습이 사라졌다.

 


==================================================================
 예상 못한 죽음에 적잖이 충격을 받으셨을련지? 사정이 바빠 연재가 늦
어진 점 죄송합니다. 다음 주에 춘신의 무장 마지막 화가 연재됩니다.

?
  • profile
    욀슨 2012.10.02 06:56
    허어...... 어디서 많이 본 이름들이 나오는군요. 다음 화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profile
    yarsas 2012.10.02 19:29
    많이 본 이름들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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