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6 10:48

역겁정략 1화 5막

조회 수 360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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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지 마

뜻밖의 손이 부르고뉴의 팔을 잡았다. 가빈느였다. 하기야 이런 소동이 날 법하던 만취하다가도 정신이 번쩍 날 것이다. 하지만 입은 아직 안풀렸는지 조금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부르고뉴는 잠시 주춤했다. 이아손이 못하던 일을 가빈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해낸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리고 뒤를 돌아서 비장한 표정을 짓는데 그 누가 아무 일도 없다고 생각하겠는가? 이제 술집에는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는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부르고뉴는 점점 외인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한 발짝, 이아손이 침을 꼴깍 삼켰다. 가빈느도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이아손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굳혔는지 부르고뉴에게 손을 흔들어 응원을 했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부르고뉴는 아무 대답도 않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단지 같이 손을 들어 감사하다는 뜻을 나타냈을 뿐. 이제 두 발짝, 부르고뉴는 생명선을 걷고 있었다. 저 끝까지 가면 죽는 건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모두의 머리에는 그 사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반항하다가 피투성이가 된 채 죽은 불쌍한 바보의 시신을…… 저 악독한 것들은 그걸 며칠이고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광장에 걸어뒀었다. 확실히 사람의 공포를 이용하는 데 뭐가 있는 놈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부르고뉴는 도전하려고 하고 있었다. 세 발짝,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가 싶더니 갑자기 부르고뉴가 외인들에게 빨리 걸어갔다. 한 외인이 “schnell!”이라고 말했기 때문일까? 어느 덧 가까운 외인과 불과 두 발짝 밖에 남지 않았다.

“kämpfen?”

“erste Angriff ist Punkt des Sieges.(선수필승)”

부르고뉴는 대답을 할 새도 없이 그 외인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빠른 하이킥에 외인 하나가 고개가 돌아간 채로 호쾌하게 쓰러졌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이아손은 이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기습을 당한 외인들의 반응은 재빨랐다. 하지만 부르고뉴가 더 재빨랐다. 금새 엎어진 탁자 안으로 숨어들고는 외인들의 다리를 공격했다. 수가 많지만 그렇기에 좁은 술집에서 단체전에 약한 외인들은 차례차례 넘어졌다. “fangen!” “killen!” “ficken!" 각종 외침이 이어져 가며 부르고뉴를 잡으려는 행동들이 일사분란해졌다. 이를 지켜보던 가빈느는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모두 이리 모여요! 우리 뒷문으로 빠져나가요!”

가빈느는 미련하지만 영리했다. 결코 뽑아주지 않는 제관 시험에 도전할 만큼 무모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데 능숙했다. 하물며 몇 번을 돌고 돈 군주로 지낸 친우를 어떠하랴. 부르고뉴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노력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는걸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응원할 때 확인했다.

이번 일은 결코 치기로 그런게 아니라는 걸.

다행이 술집도 단골이고, 비상시에 빠져나갈 통로 쯤은 알고 있었다. 가빈느는 그렇게 혼란한 사람들을 인솔하고 술집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역시나 부르고뉴에만 눈이 돌아간 나머지 외인들은 가빈느와 군중의 행동에는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딱 한명 있었다.

“geht weg!!”

“Frau ficken!”

그는 처음부터 욕설을 내뱉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가빈느는 그걸 팔꿈치로 막았다. 놀라고 화난 외인이 다른 주먹을 지르는 순간 가빈느는 그의 팔꿈치를 잡고 발을 걸어 중심을 잃게 만들었다. “Hündin!!!!” 이제는 얼굴이 베스로닌의 하수가 된 외인은 머리가 안돌아가는지 아까 지른 주먹을 다시 내지르는데 가빈느는 팔꿈치를 교모히 풀어 외인을 넘어지게 만들었다.

여자보다 약해서 어디 치안 유지나 할 수 있겠어요?”

가빈느는 이 모든게 제관에 도전한 덕택이라고 생각했다. 신입 제관 명단이 이름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동산에 들어가서 나무에 돼지 위를 달고 주먹질한게 몇 군주인가. 제관 시험은 가빈느의 정신력 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다지게 해준 것이다.

“Frau ficken!” 전혀 창의성 없는 대사를 한 다른 외인이 가빈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가빈느는 그의 운동에너지를 도움닫기로 이용해 도리어 잡아 메쳤다. “verrückte Frau!” 하지만 가빈느의 약점이 있었으니,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컸다. 그래서 그새 다른 외인의 공격을 받았다. 어설프게 메쳐진 외인과 가빈느를 공격한 외인은 여자를, 그것도 두 명이서 공격하는건 실례라는 예절도 모르는 듯 했다. 하기야 이들에게 예절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 만은. 가빈느에게 위기가 닥쳤다!

에이잇, 비껴!!! 저리 가!!”

가빈느는 무사할 수 있었다. 이아손이 달려와서는 급한 대로 의자를 들어 외인들에게 휘두른 것이다. 그걸 맞으면서 공격하고 싶은 터프한 외인은 없었기에 가빈느는 무사할 수 있었다.

가빈느는 픽 웃었다.

이들과 충돌을 피하고 싶은거 아니었어요?”

내 여자도 못지켜서야 어찌 신념을 지킬 수 있겠소.”

그 말, 앞뒤가 안맞는데요.”

어쩌겠소. 내 마음을 탓해야지. 이런 불의 군주의 가호를 받을! 내가 어쩌자고 이런 일에 끼어들었지. 명색이 관리인데…….

가빈느는 픽 웃었다. 천성한 선한 남자다. 부르고뉴가 없었다면 제관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 남자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가빈느는 행복조차 과분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어요. 이미 얼굴도 팔렸으니 맞서싸워요.”

못해. 난 그저 자기를 지켜줄 뿐이야.”

그 순간 사방이 어두워졌다. 가빈느는 순간 지금까지의 순간이 다 거짓이었고 외인들이 모두 사라진 줄 알았다. "Scheiße!!" “auf!!" "Dammt!!!"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외인들의 소리가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때요?”

이아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부르고뉴가 한 짓이었다. 아무리 방랑 생활에 체술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일 대 다수를 이길 자신이 없었던 부르고뉴는 그들의 눈을 멀게 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혼란을 피우다 마침내 카운터에 놓인 야광석을 꺼뜨린 것이다. 하나 하나 끌 때마다 외인들은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하나는 끄지 못했다. 아니, 끌 수 없었다. 외인들의 우두머리(아까 그 전형적인 악당!)가 그걸 손에 쥐고 있었다. 부르고뉴는 혼란스러웠다. 대체 어디서 잘못한 거지? 분명히 눈치 못하게 조심스럽게 하나 하나씩 꺼트렸는데…….

하지만 후회는 이미 잘못을 했기에 하는 법. 부르고뉴는 꼼짝 없이 외인들의 우두머리에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부르고뉴를 보고 주먹을 펴 보이며 희미한 야광석의 빛을 보여주며 말했다.

좋냐?”

우두머리가 든 발광석의 빛이 부르고뉴에게 집중됐다. 어느덧 외인들은 몹시 화난 얼굴로 부르고뉴를 포위했다. 모두의 턱주가리를 차버리고 싶었지만 다리는 고작 두 개, 점점 수세에 몰리게 됐다.

좋아?”

손에 쥔 야광석을 쥐었다 폈다 깜빡깜빡 하면서 우두머리가 부르고뉴를 찼다. 아무런 방어구도 갖추지 않은 부르고뉴는 무쇠장화의 일갈에 피를 토하며 그들 가운데로 떨어졌다. 하지만 야만인들의 성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좋은가?”

부르고뉴는 외인들의 우두머리에게 멱살을 잡힌 채로 억지로 끌려 일어나야 했다. 부르고뉴의 얼굴로 망치로 친 듯한 묵직한 중량감이 실핏줄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넋 놓고 쓰러질 수도 없었다. 적의 망치 중 하나가 부르고뉴의 목을 잡고 있었다.

좋다!”

야만인의 우두머리는 부르고뉴를 치면서 점점 희열된 표정으로 변해갔다. 3타를 맞고 정줄을 놓아버릴 즈음, 이제는 두 손으로 목을 잡혔다. 부르고뉴는 곧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고 고개를 숙여 적의 턱으로 머리를 밀어 넣어 선수를 쳤다.

“Dammt!!!!!!!!"

부르고뉴의 턱이 빠질만한 반격을 맞은 우두머리는 사자후에 버금갈 함성을 지르며 부르고뉴를 놓아버렸고 더불어 발광석도 떨어트렸다. 저것만 있으면 더는 일방으로 당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이제 기력이 다했고 부르고뉴의 손은 야광석에 닿지 않았다. 외인 중 하나가 그걸 눈치 채고 부르고뉴의 발을 밟은 것이다.

불이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술집에 베스로닌의 수하가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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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겁정략은 격투물이 아닙니다.

따라서, 전투 장면은 자세하게 표현하지 않겠습니다


1장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본편입니다

워낙 위치상 중요하기 때문에 수시로 수정될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1화 딱 올린 뒤 2화부터 주2회 연재갈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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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2.07.17 16:08
    여력이 되신다면 정기적인 연재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살짝 압박이 있는 편이 동기부여가 되서 좋을지 모르죠.
    한 번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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