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9 14:22

죽음을 기다리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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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 http://acoc.kr/index.php?mid=contents_fictionb&search_keyword=%EC%A3%BD%EC%9D%8C%EC%9D%84&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612097



 "제 말은둘이 강하다는 거예요. 당신이 선택한 사람과 아이라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도 저 친구는 충분히 용감해 보이는군요."

 마지막 말은 거짓이다. 언덕 아래의 세상은 보이지도 않는다. 혹여나 빌빌대는 놈이면 어떡하나 아랫배가 움찔움찔 한다. 반응으로 보아 거짓말을 들킬 것 같지 않다. 작게 "그리즐리 같죠."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신이 이곳에서 계속 머뭇거리는 걸 안다면, 그거야 말로 그들의 걱정거리가 되진 않을까요?"
 그녀의 표정이 기괴해 졌는데,  흙먼지가 튀면서 폭발음이 울리는 듯한 광경이 연상된다. 지뢰처럼.

 "아뇨! 하느님,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망측하다고 여기시는 거예요? 아니예요 이건 그저, 그냥 지켜 볼 뿐이라구요. 나쁜 게 아니잖아요!"

 어깨를 붙잡았다. 생면부지의 남녀 간의 접촉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금새 그녀를 움찔하게 만들 수 있다. 미세하게 팔로 전해지는 떨림은 점차 강해져서 기어코 투명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게 만든다.

 "미안해요."

 바지 뒷주머니에 손수건이 있었음에 놀라는 한 편, 그것을 꺼내어 건넨다. 바비는 어린 딸을 곧 잘 울리던 철부지 아버지 였기에 당황하거나 허둥대지 않고 노련히 상대를 다독거리기로 했다. 그 전에 그가 원하는 만큼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울고 나서야 타인의 관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겁먹지 말아요. 난 당신을 헤치지 않으니까요."

 관심을 바라는 듯이 숨 넘어가는 소리가 조금씩 찾아들면 반쯤 달래기에는 성공했다고 봐야한다. 이제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여주며 친절하게 굴기만 하면 된다. 간간히 코먹는 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꺼낸다.

 "데이브는, 너무 성실한 사람이예요. 전 얼마 전부터 못되게 굴었거든요. 사실 그다지 착한 사람도 아니구요. 어쩌면 나쁜 여자겠죠? 늘 남을 속이는 게 일이었어요. 보험을 들게 하기 위해선 거짓말은 꼭 해야 하는 거예요."

 얘기는 막 울음을 터뜨렸던 여자를이 그렇듯이 종종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버리기 일쑤였다. 다행히도 능숙한 바비는 대두분의 이야기를 이해해 냈다.

 "우리 아이가 생겼다는 건 기쁜 일이었죠! 하지만 회사를 그만 뒀어야 했어요. 제 상사는 여자들을 무능력하다고 무시하는 못된 유태인이었거든요. 아! 그 못된 놈에게 뺨이라도 때려줬어야 하는데, 전 겁쟁이예요. 어쨌든 매일 집에 있게 된 건 굉장히 괴로웠어요. 옹기종기 모여서 하루 종일 남의 남자 흉을 보는 여편네들과 어울리는 건 정말...더군다나 그들이 데리고 온 애들은 또 얼마나 밉살스러운지 아나요?! 뭐든지 조르고 화내고 소리치거나 질질짜요. 제 아이와 저도 결국 그렇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 같아요. 정말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그이에게 모든 걸 쏟아냈어요. 심지어 아침메뉴까지! 만먁 당신도 매일 시켜먹거나 후라이 얹은 토스트만 먹게 됐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하리라 생각해요. 세상에 임신부에게 매일 토스트 아침이라뇨! 그런데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아이와 남편을 지켜보는 것 뿐이잖아요? 이것 마저 불가능해진다면.."

 말끝이 흐려진다. 으레 그렇듯 이미 한 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여성들은 소가 전날 저녘에 먹은 마른 풀을 되새기질 하듯이 몇 번의 후폭풍을 되풀이한다. 그녀 역시 다를 바 없이 전에 비해 훨씬 잔잔한 두번째 울음을 쏟아낸다. 다행히도 그녀는 심각한 분류에 속하는 통곡이 아니라 조용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편이라는 사실이다.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바비는 최대한 차분하고 따뜻하게 말했다. 작은 침대에 아이를 뉘여 배를 다독이는 아버지같았다.

 "얼마 전에 내가 곧 죽게 되리란 건 느낄 수 있었어요. 누가 그걸 알려주었을 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몹시 추운 겨울이고 눈이 내리는 것 같았고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다 잠이 든 건 분명했지만, 이미 팔다리에 기운이 없어 간신히 배 위에 놓인 팔을 내려놓은 정도였고, 누군가 담요를 덮어주는 걸 알았죠. 그때 딸 아이가 와서 제 귓가에 이렇게 속삭여 주었답니다. '사랑해요 아빠.' 그 아이의 말 때문인지 지금 나는 별로 이승에 대한 미련이 없어요. 남은 아이들이 능력껏 분명히 잘하고 있으리라는 걸 알게 되어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울음은 와넌히 잦아들고 그의 말에 경청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확실히 딸과 아들들, 그리고 조카, 아내, 친구들 까지 모두 사랑하고 아낀다는 걸 압니다. 그렇다고 그 애들을 위해 발을 동동구르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내가 아끼는 만큼 믿거든요. 당신이 이곳에 있고 싶다면 언제까지나 있어도 되요. 정해진 건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등을 토닥이던 손을 거두고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친 뒤에 교감을 나누었다. 그건 일종의 인사 같은 것이었는데, 감사과 동감, 쑥스러움 같은 감정들이 녹아 있었다. 여자는 그를 만나기 전보다 훨씬 편안한 표정으로 언덕 아래의 가족을 지켜보았고 바비는 표현되는 감사나 인사를 받지 않고 떠나기로 했다. 사실 둘은 더 이상 할 얘기도 이유도 없었다.

 언덕을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나무들이 듬성듬성 무리짓기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넓은 숲이 되었는데 햇빛이 충분히 비치고 전혀 어둡지도 않았다.여태의 풍경과 가장 달라진 점은 나무가 움직이는 것 같고 새들이 보여 지저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길가로 냇물이 굽이치는 곳에서는 토끼도 두어마리 볼 수 있었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나무가 우거졌으나 용케도 나뭇가지 사이에 햇빛이 가로막히지 않아 그늘진 곳이나 어두운 땅이 없었다. 그럼에도 강가에 선 것처럼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냇가의 토끼들을 지나 오솔길이 끝나는 자리에는 넓고 둥근 공터가 있었는데, 그곳엔 크고 넓은 바위가 서너개 불쑥 튀어나와 있거나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 중 가장 평평한 두개의 바위에는 세 남자가 둘러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손을 크게 흔든다.

 "반가워요!"

 바위 끄트머리에 앉자 붉은 머리를 가진 남자가 새 유리잔을 건네준다. 잔에는 붉은 포도주가 금새 차오른다. 와인을 따라준 이가 어깨를 들석이며 알려준다.

 "왕의 와인입니다." 

 세 남자는 각기 생김새며 복식이 달랐는데, 바비에게 술을 따라준 이는 탈리트유태 기도 복장를 두르고 잔을 든 오른 손에는 테팔린유태 전통 허리끈을 감은 이목구비가 아주 또력하고  건장한 유태인이고 그의 맞은 편에 앉은 이는 노란 도티인도식 바지위에 연꽃이 수놓아진 흰 쿠르타무릎까지 내려오는 인도 윗옷를 입고 있었다. 마지막 남자는 위에 검은 천만 덮은 반라신이었다. 각자 든 술잔도 특징이 달랐다. 유태인이 든 것은 나무로 된 둥급 잔이고 인도사람은 뼈로 만든 사발을, 반라의 남자는 금으로 된 뿔잔이었다. 그들을 주의 깊게 관찰 했을 때 바비는 그 중 둘의 이름을 얼핏 연상하는 데 성공했다.

 "혹시 예수님이십니까? 당신은 부처구요?"
 반라인을 가르키며 인도인이 반문한다.

 "그럼 이 친구의 이름은 무엇이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는 대답하지 못 했다. 그러자 예수일지도 모를 이가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쉽지만 우린 그리 대단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냥 술에 취한 세 명이죠."

 인도인은 사발에 담긴 포도주를 홀짝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곧 라신인이 자기의 이름을 알려준다.

 "내 이름은 아주 기니, 그냥 알이라고 부르십시오." 

 "나는 요슈아입니다."

 "고타마 싯타르타예요."

 마지막 사내 만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들의 이름을 듣고 바비는 다시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정체를 묻는다.

 "당신들은 이름조차 그분들과 같지 않습니까?" 
 알이 양 손을 펼쳐 보인다. "그것이 그리 중요해요?"

 그 질문에는 요슈아가 대답했다.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설사 내가 종교적인 아버지의 아들일지라도 당신은 지금 그대로일 것입니다."

 "저를 되살려 주실 수도 있겠죠."

 그 말에 고타나가 웃으며 와인을 사발에 따른다. 그는 세 사람 중에서도 배어나게 미인이었다. 그것은 지역이나 사람에 따라 충족될 만한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누가 보더라도 아름답고 하얀 치아와 깨긋한 피부를 지닌 외모였다. 

 "지금 술이 취한 세 백수에게 살려잘라도 부탁하려는 거예요?"







 -p.s 내가 봐도 참 거지 같이 써서 올릴까...고민 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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