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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AD] 2. 창공의 불청객 - 2    
 

 


 피트는 단장을 쳐다보았다. 단장은 따뜻하게 데워진 커피를 음미하며 
동이 트는 산 너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원두
의 향기가 좋았다. 단원들 중 커피를 좋아하는 건 피트와 단장뿐이었는데
그마저도 마시는 취향은 전혀 달랐다. 피트는 짙은 블랙을 좋아했고 단장
은 좀 더 부드럽고 단맛을 선호했다. 세이지는 사람을 죽이는 갈색독이라
며 질색했지만 그 향기만큼은 무척 좋아했다. 남들이 보면 평범한 여행객
들로 볼 것 같은 편안한 풍경이었다. 린이 가볍게 웃으며 로한을 놀려댔
다.

 

 “역시 말짱한 게 좋네? 물도 끓일 수 있고.”

 

 “연탄 취급하지 마!”

 

 애기 같은 세이지가 깔깔거리며 넘어갔고 매튜도 호탕하게 웃었다. 단원
들 대부분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 미소 짓고 있을 때, 텔레파시 능력자인
엘로린만이 웃음기 없는 얼굴로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같이 웃
어줄 법도 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엘로린은 긴 흑발의 새하얀
피부를 가진 가냘프고 여려 보이는 인상의 여인이었다. 현월단 여성 중에
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엘로린은 세이지에게 있어서는 엄마 같은 역할을 하
는 인물이었다.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웃음기 없는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어둡고 음침해보였다. 그녀는 세이지와 마찬가지로
텔레파시라는 보조능력 외에는 전투능력이 매우 낮았다. 이번 테러에서
엘로린과 세이지가 서문 쪽에 조용히 있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단
장은 그들이 기사단을 상대할 수 없을 거라 판단했는데 그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단장은 점차 밝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피트
가 단장에게 질문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단장.”

 

 “생각만큼 잘 속아 넘어갈까에 대해서…….”

 

 “단장. 동문과 서문을 열어놓고 사실은 북쪽으로 도주하는 계획은 정말
탁월한 생각입니다. 설사 의심한다 해도 저희들이 엘몬데드를 넘을 수 없
다고 판단할 테니 그들은 절대 이쪽으로 올 리가 없어요.”

 

 “피트. 세상에 ‘절대’는 없다.”

 

 피트는 움찔했다. 단장의 말에는 분노 없는 가시가 박혀 있었다.

 

 “국왕 시해로 위장하려 했던 계획도 완벽하다 생각했었지. 레이몬드가
나타나지 않았었다면 로한의 부상도 없었을 거야. 허나 계획을 눈치 챈
그가 나타는 바람에 그와 싸워야만 했어. 우리가 머리를 쓰듯이 녀석들도
머리를 쓴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지 않으면 안 돼.”

 

 로한이 잠자코 듣고 있다가 끼어들었다.

 

 “이봐, 단장. 내가 부상당한 걸 피트한테 화풀이 하지는 마. 피트는 아
무 잘못 없다고.”

 

 “상처가 얕았나 보군. 팔팔한 거 보니.”

 

 로한이 오른손에 불꽃을 활활 태우며 단장에게 달려들려 했고 얼른 매
튜가 그를 붙잡고 말렸다.

 

 “으악! 참아, 로한!”

 

 단장이 피식 웃었다.

 

 “어때?”

 

 “최고야.”

 

 단장은 커피 잔을 치우며 일어섰다. 어느덧 날은 완연히 밝아져 있었다.

 

 “그냥 조심하자는 뜻이다. 피트.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라. 그럼 커피도
다 마셨으니 슬슬 다시 도주를 시작해볼까.”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짐을 챙기며 모두 일어섰다.

 

 

 


 튜더는 두통으로 인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대장군의 말이 옳았다. 일
단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어제의 테러로 인해 사람들
은 일찍부터 궁성 앞에 모여들었고 궁성 내부의 화재 및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귀족들까지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십인장 레이몬
드의 죽음은 강력한 파장을 일으켰고 피해를 입은 기사단원들 역시 마찬
가지였다. 국왕을 포함한 귀족들과 시민들은 하나같이 완벽한 해명을 요
구하고 있었다. 언데드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대체 어떻
게 설명을 한담? 튜더는 대장군이 자신에게 이 모든 일을 일임했음을 잊
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알아서 하되, 완벽히 하라는 뜻이었다. 튜더는 머
리가 터질 것 같았다. 모든 것을 공개할 것인가, 아니면 덮을 것인가. 이
상황에서 오큐벨라스가 도난당했다는 국가적 사태가 공식화된다면 파장은
어느 정도일 것인가. 튜더는 신음했다.

 

 “보좌관님. 피곤해보이시는군요.”

 

 튜더가 십인장 및 대장군에게 언데드의 관련된 문제를 다룰 때만 부리는
루만이 튜더의 건강을 염려했다. 그는 두뇌가 매우 명석하고 사건처리 능
력이 탁월해 해결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자네와 달리 난 어제 한숨도 못 잤으니까.”

 

 튜더의 대답은 퉁명스러웠다. 어제 루만만 깨어있었어도 사태는 단번에
해결되었을 것이다.

 

 “할 말이 없군요.”

 

 튜더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누구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인가. 남한테 책임
전가하며 위안을 얻는 건 비겁한 얼간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튜더는 헛기
침을 하고는 평소의 엄격한 자신으로 돌아갔다.

 

 “자네의 탓만이 아닐세. 그리고 지금은 내 건강이 중요한 게 아니지.”

 

 루만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튜더를 쳐다보았다. 튜더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방대한 사고를 하고 있었다. 그는 현기증을 느꼈다. 이대로 졸도
해버리고 싶군. 정말 그랬으면 싶은 짜릿한 유혹을 물리치며 그는 확고히
마음을 다졌다. 우선은 언데드에 대해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진실이
아닌 아름답게 쌓여진 거짓의 형태로. 한번 결심하니 의외로 포장은 쉬웠
다.

 

 “어차피 귀족원들 사이에서도 언데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서
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 사람들에게 갑자기 발생하게
된 괴현상 또는 신의 축복쯤으로 포장하면 돼. 극소수의 개체가 특수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 국가차원에서 그런 이들을 관리하며
조사하고 있었다. 이거 어떤가?”“괜찮은 것 같습니다.”“일단 그렇게
하고. 그 중에 8명이 탈출 해 어제의 난동이 있었다고 해명하게. 기사단들
사이에서 자신의 친구도 그런 특수한 능력을 가져서 국가가 관리하고 있
었다는 식으로 바람잡이도 좀 집어넣고. 정확한 진실은 필요 없어. 어차피
거짓이니까. 덩어리만 진실이면 어떠한 소문이라도 상관없네. 관리소홀로
인해 일어난 피해는 모두 레이몬드에게 덮어씌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루즈라벤이 책임을 지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어. 공식적인 사과와 애도
의 물결로 마무리 지으면 되겠지.”

 

 피해수습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질 만큼 차갑게 정리해가는 튜더의 말을
들으며 루만은 아무런 품평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해결사라는 별명에 어울
리게 중요한 질문은 잊지 않았다.

 

 “그러면 오큐벨라스의 행방은?”

 

 놀라울 정도의 진행 속도였지만 튜더는 이미 그까지도 생각을 마친 상태
였다.

 

 “덮어야지. 어제의 사건으로 인해 오늘 있을 혈광식은 연기한다고 하세.
뭐 찾기 전까지는 중단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러면 당연히 사라진 것에 대
해서도 묻히는 거고. 시민들과 귀족들한테는 레이몬드가 죽을 정도의 적
이니 인실롭이 나선다는 퍼포먼스를 강하게 표시한 뒤, 안전을 위해 돌아
가라 지시하면 되네.”

 

 적절한 해결책이었다. 튜더는 속으로 자신의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어차피 언데드는 언젠가는 공식적으로 표면 위에
올라와야 할 존재들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능력자 집단으로 포장해버리면
북방정벌을 진행하기에도 좋고 사람들에게 거부감도 적을 거야. 이제는
비밀로 덮은 오큐벨라스만 찾아오면 된다.’

 

 그는 장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루즈라벤과 악살라스에게 전해라. 대장군께서는 오큐벨라스가 도난 당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신다고. 각하에게는 내가 직접 보고하지.”

 

 “알겠습니다.”

 

 루만은 그다운 재빠른 행동으로 튜더의 말을 실천했다.

 

 

 


 튜더가 인실롭을 해결책으로 거론하고 있을 때, 정작 당사자는 턱에 나
있는 흉터를 긁으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4명의 언데드가 서
있었고 그는 그 것이 달갑지 않았다. 외형은 평범한 인간이지만 속은 괴
물인 언데드. 인실롭은 그만이 가지는 감각으로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루즈라벤은 특유의 유들거리는 말투로 설명했다.

 

 “서열 10위 안에 드는 친구들은 괴물 중의 괴물이라는 말입니다. 그 중
에 4명을 지원해줄 테니 당신이 잘 활용하면 된다는 겁니다.”

 

 “왜! 내 말을 타면 안 되는 거지?”

 

 “당연하지 않습니까? 말은 생물이라 지친다구요.”

 

 “저한테 업히시면 되유. 헤헤.”

 

 넘버 10의 히브레가 헬쭉헬쭉 웃어보였다. 인실롭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
다. 끔찍한 일이었다. 루즈라벤은 이 국가적 사태마저도 실험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았다. 십인장 한 명과 언데드 4명이 합친 드림팀이 얼마나 막
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 허나 인실롭은 도주한 8명의 언데드 외에는
언데드란 존재에 관심도 가지기 싫었다. 그들이 무슨 능력인지, 어떤 외형
을 가졌는지, 그들을 어떻게 사냥할지를 위해 그는 루즈라벤의 보고서를
달달 외운 상태였다. 그런데 또 다른 괴물 4명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니!
대체 뭐야? 저 무식한 덩치는?

 

 “히브레라고 혀유. 잘 부탁합니다악-! 십인장 나리. 히히힛.”

 

 말투는 또 왜 저래? 키가 3미터는 되어 보이는 압도적인 덩치와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근육으로 뒤덮인 몸은 그냥 자체가 살인병기라 써져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저렇듯 바보 같은 웃음이라니?

 

 “농약이라도 먹었냐! 굽실거리지 마. 히브레!”

 

 히브레 옆에 있어서 더욱 왜소해 보이는 넘버 9 리지가 히브레를 흉보았
다.

 

 “왜 그러유-. 리지이이-.”

 

 “우리가 녀석들에게 충성하는 건 그만큼의 대우가 있기 때문이야. 우리
가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하며 언데드가 됐는지 잊었어?”

 

 “히힛, 히힛. 다 지난 일이여유. 좋은 게 좋은 거라. 강해졌잖슈?”

 

 리지는 말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휙 돌렸다. 인실롭은 손끝으로 턱의
흉터를 슬쩍 긁다가 헛기침을 하곤 입을 열었다.

 

 “그래, 언데드 제군들. 나 역시 그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적은 지금도 시시각각 도주하고 있다. 명령을 받은 몸인지라 슬슬 그대들
이 협조해 줬으면 좋겠군.”

 

 넘버 4 몬반이 거대한 도끼를 들어 인실롭에게 겨누었다.

 

 “루즈라벤. 우리끼리면 충분하다. 인간은 필요 없어.”

 

 리지가 몬반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 우리 4명이면 그깟 녀석들 8명 정도는 충분히 강간해줄 수 있
어. 지쳐서 달리지도 못할 조루 체력이 왜 필요한 거야?”

 

 “안 돼유-. 리지, 그런 조신하지 못한 말 하는 거 아녀유.”

 

 히브레가 상황과 덩치에 안 어울리게 몸을 떨었다. 넘버 6의 클라보는
다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인실롭은 깨달았다. 서열 10위권의 괴
물들은 당연히 그 대우가 엄청났다. 앞으로 있을 전쟁에서의 활약을 생각
하면 일등공신일 테니까. 그로 인해 머리꼭대기 위에 까지 앉으려 드는
것이다. 그대들이 배가 불렀군.
 그리고 그 것은 순식간이었다.
 몬반은 어느새 자신의 목에 겨누어진 칼에 흠칫 놀랐다. 음담패설을 늘
어놓던 리지와 무관심하던 클라보가 동시에 감짝 놀랐고, 히브레는 그저
눈만 끔뻑거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발검(拔劍)하는 모습은커녕 다가오
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인실롭은 노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들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가? 난 십인장 인실롭이다.”

 

 뒤에서 루즈라벤이 키득거렸다.

 

 “인실롭을 화나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제군들. 엘헤미아의 북벽 하
이막스만 아니었다면 엘헤미아 최강의 칭호를 거머쥘 수 있는 인물이니까.”

 

 “내가 더 강해!”

 

 인실롭이 화를 내자 루즈라벤은 웃겨서 쓰러지겠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몬반은 허공을 향해 무의미하게 겨누어진 자신의 도끼를 슬며시 내렸다.

 

 “국민의 세금을 공으로 먹는 건 아니로군.”

 

 인실롭은 칼을 거두며 뒤돌아섰다.

 

 “당연하지.”

 

 몬반은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며 나머지 언데드들을 쳐다보았다.

 

 ‘저게 정말 인간인가?’

 

 리지와 클라보 역시 똑같은 생각을 하며 숨을 죽였다. 짙은 살기로 인해
공기 자체가 가라앉아 버렸다. 허나 딱딱한 분위기는 히브레로 인해 순식
간에 풀어졌다.

 

 “뭐, 뭐하는 건가? 그대!”

 

 “아유-. 부끄러워 말고 제 어깨에 올라타 시어라-.”

 

 히브레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실롭을 애기처럼 자신에 어깨
에 올렸다. 인실롭은 히브레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렸고 그 모습
을 보던 몬반은 피식 웃었다.

 

 “좋아. 명령을 내리시지. 십인장.”

 

 버둥거리던 인실롭은 결국 포기하곤 자세를 다잡았다. 그리곤 그다운 자
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실롭이라고 불러라. 당장 출발하지. 그대들 같은 괴물을 잡으러 말이
야.”

 

 

 


 세이지가 고개를 돌렸다. 신속하게 산을 타고 있던 일행들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단장은 세이지의 반응을 눈치 챘다.

 

 “왜 그래, 세이지?”

 

 “정확한 건 아닌데 엘몬데드에 누가 들어온 거 같아.”

 

 매튜가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럴 리가? 엘몬데드는 죽음의 땅이라 불려서 아무도 안 오잖아? 어느
누구도 계곡을 넘을 수 없으니까.”

 

 피트가 걱정스레 물었다.

 

 “설마 추격자가 벌써 쫓아오는 걸까요, 단장?”

 

 단장은 턱을 슬며시 쓰다듬었다.

 

 “처음에는 절대 쫓아올 리 없다더니. 간이 콩알만 하군. 피트.”

 

 피트가 부끄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게…….”

 

 “농담이다. 로한의 부상을 치료하는 동안 추격이 붙은 건지도 모르겠군.
숫자는?”

 

 “정확하게 모르겠어. 너무 멀어.”

 

 “큰 소리가 아닌 걸 보면 적은 소수란 뜻이군. 예상했던 바다. 십인장이
끼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데드들이 쫓아오고 있을 거다.”

 

 린이 다급하게 물었다.

 

 “누가 쫓아오는 걸까? 단장!”

 

 “모르지. 허나 적들도 우리 팀에 로한이 있다는 걸 알아. 만만찮은 녀석
들이 오겠군. 클로드 녀석이 올리는 없겠지만 발락이 나타날 수도 있겠는
걸.”

 

 발락이란 말을 들은 세이지와 엘로린은 겁에 질렸다. 피트가 한참을 생
각하다 물었다.

 

 “로한을 생각해서라도 그들로 구성하는 게 아니고요?”

 

 “전략이란 항상 실패했을 때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법이야. 클로드나
발락은 언데드에 다시없을 인재야. 벌써 쓰기엔 아까운 카드지. 우리보다
는 북방정벌에서 더 큰 활약을 할 비장의 수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상
대가 로한이니 나올 가능성은 있지. 적들이 좀 더 소심하다면 넘버 4 몬
반 정도가 쫓아올 거다.”

 

 “몬반 정도야 내가 태워버리면 돼.”

 

 로한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단장!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어! 분명해. 대화는 안 들리지만 추적해오
고 있어.”

 

 “숫자는?”

 

 “5명.”

 

 매튜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뭐야, 우리보다 숫자가 적잖아? 처리하면 되겠네.”

 

 “매튜, 그게 아닙니다. 우리보다 숫자가 적은 건 신속한 기동력을 위해
서예요. 숫자가 적은데도 파견했다는 건 그만큼 적들이 강하다는 거라구
요.”

 

 “그래, 이 멍청한 근육덩어리야.”

 

 “린! 넌 시끄러!”

 

 “피트. 엘몬데드 협곡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지금 속도라면 1시간은 달려야 되요.”

 

 “따라잡힐 가능성이 크군.”

 

 그들에겐 적들과 달리 전투능력이 약한 보조능력자들이 많다. 게다가 린
과 로한은 치료를 전념하느라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싸우기엔 무리일 것이다. 단장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적들이 예상 밖으로 너무 빨라.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군.”

 

 

 


 인실롭은 솔직히 감탄하고 있었다. 이들의 기동력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
고, 가장 중요한 건 그 기동력이 지금까지 전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치지 않는 병사라. 대장군이 기를 쓰고 이 녀석들한테 집착한 이유가
있었군. 이런 녀석들이 전장에 한 명씩만 투입 되도 전선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50명의(지금은 숫자가 줄었지만) 언데드를 유용하게 활용한다면
북방정벌은 순식간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 발키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리지가 도도한 웃음을 흘리며 인실롭을 흘겨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 내가 맘에 들어?”

 

 “아니, 그대는 내 스타일 아니다.”

 

 “이 아저씨가! 나도 너 같은 거 내 스타일 아니거든!”

 

 “히힛, 히힛. 리지 바람 맞았어유?”

 

 “잠깐 멈춰 봐.”

 

 그의 명령에 4명의 언데드가 일제히 이동을 멈췄다. 그들은 숨조차 고르
지 않았다. 인실롭은 산속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냄새를 맡았다.

 

 “커피로군.”

 

 그들은 어렵지 않게 그들이 야영을 했던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상
당한 로한의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인실롭이 피식 웃
었다. 그의 얼굴에 강인한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더 가까워지면 도청의 위험이 있으니 이쯤에서 물어보도록 할까. 적들
을 공략하기에 앞서 좀 더 유용하고 효율적으로 그대들을 다루기 위해서
협조가 필요해.”

 

 클라보가 한숨을 내쉬었다.

 

 “뭘 그렇게 어렵게 말해요. 우리들의 능력이 궁금하다고 하면 되지.”

 

 “그래, 정확해. 지휘관으로서 아군의 역량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헤헤헷. 저는 아무 능력도 없어라-.”

 

 인실롭은 한숨을 쉬었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히브레는 몸 자체가 능
력인 말 그대로의 순수괴물이었다.

 

 “그들 중에 청각 능력자가 있다는 거 알고 있겠지?”

 

 “세이지.”

 

 “그래. 그래서 말인데 그 꼬맹이가 그대들의 소리만 들어도 그대들인
줄 알 수 있을까? 능력까지도?”

 

 몬반은 피식 웃었다.

 

 “발소리만 듣고 우리인줄 알 리가 없잖아? 우리가 대화만 하지 않으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설사 우리인지 안다고 해도 언데드끼리 서로
의 능력을 아는 이는 거의 없어. 개별적으로 관리해 왔으니까.”

 

 “확률적으론 그대들 능력을 알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건가?”

 

 “그래.”

 

 “좋아. 한 가지 이점이 있군.”

 

 “아저씨. 쥐약이라도 먹은 거야? 우리를 이끌면서 이점이 한 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네?”

 

 인실롭은 리지의 빈정거림을 무시했다.

 

 “얼마 안 있으면 그들과 조우하게 될 거다. 자, 능력을 말해. 사냥은 지
금부터니까!”

 


==================================================================
 본격적인 도주와 추격. 이 구도 만큼 스릴이 느껴지는 구도가 있을까
싶습니다. 영화 추격자, 드라마 추노 같은 경우도 그런 구도를 극적으로
잘 살려 재미를 더했었죠. 언제 봐도 상황을 살리는 좋은 요소라고 생각
합니다. 전개 방식을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불필요 하다고 생각 되는 부분
은 최대한 없애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신없는 글, 정신없다고 뭐라 하신
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하.

Who's yarsas

profile

 인간의 망상은 한계가 없지

?
  • profile
    윤주[尹主] 2012.06.19 15:42
    확실히 긴장감이 사네요. 게다가 긴 서술을 위주로 전개하는 편이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개 속도를 높이는 부분에선 묘사를 확 줄이고 대사와 짧은 문장 위주로 쓰시는군요. 그래도 캐릭터가 혼동되지 않는 건 그만큼 성격이 분명하단 걸까요?
    배울만한 게 정말 많습니다. 저도 한 번 이런 장면들을 써보고 싶네요. 잘 읽었어요^^
  • profile
    yarsas 2012.06.19 20:04
    제 부족한 글에 배울 게 많으시다니.. 예,사람들은 간혹 오해로 인해 실수를 하죠(퍽!)
    글 많은 걸 읽기 싫어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이다 보니, 제가 그 우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캐릭터에 관한건, 예. 저 녀석들은 제 머릿속에 분명히 살아 날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거에 대해선 정말 실로 역량부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죠 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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