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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AD] 2. 창공의 불청객 - 5     

 

 


 인실롭은 한 달 동안 감금되어 있던 경주마가 달렸다 해도 혼절할만한
속도로 엘몬데드 협곡에 도착했다. 몬반과 클라보는 체력적으론 아무 이
상이 없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질리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 잘 달리는군. 볼수록 인간인지 의심스러운데.’

 

 언데드 사이에서 나름 십인장 급(級)인 그들도 인실롭 앞에선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들 뒤로 덩치에 반비례하는 속도를 가진 히브레가 등에
리지를 업은 채 뒤늦게 따라왔다. 한쪽 팔을 잃은 리지가 자꾸만 균형감
각을 잃어 추격속도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히브레가 물었다.

 

 “흐미, 도착했어라! 근데 녀석들을 어디 있어유?”

 

 인실롭은 속으로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가 히브레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
다. 그들이 원하던 것이 그 곳에는 없었다. 인실롭은 초조한 기색을 숨기
지 못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클라보, 아무것도 보이지 않나?”

 

 월등한 시력을 가진 클라보가 지평선이라 불러야 될 것 같은 협곡의 맞
은편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한참을 주시하던 클라보가 소름끼친다는 듯이
손짓으로 건너편을 가리켰다.

 

 “믿을 수가 없군요! 그들이 협곡을 넘었어요.”

 

 클라보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긴 그들 모두 작게 탄식했다. 맞은편에
작은 점 같은 것이 여럿 보였다. 클라보의 시력이 확인했으니 그들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인실롭은 팔짱을 끼며 맞은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눈빛으로 협곡을 깎을 기세였다.

 

 “정말 계속 감탄하게 만드는군. 설마 했는데 정말 넘었다고?”

 

 “흐미, 기가 차유. 어떻게 넘었을 까유?”

 

 “엘몬데드 협곡도 날아다니는 생물에게는 그 아가리를 벌리지 못하지.
분명 트로고스가 있다면 이 협곡을 넘을 수 있다. 하지만 그대들도 알듯
이 언데드는 트로고스를 탈 수 없어. 동물에게 그대들은 맹수나 마찬가지
니까.”

 

 클라보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요점이 뭐예요?”

 

 “언데드 중에 비행 능력을 가진 자가 있나?”

 

 인실롭의 질문에 조용히 있던 몬반이 소리쳤다.

 

 “리더스카이!”

 

 “뭐?”

 

 몬반의 말에 클라보도 깨달았다는 듯 맞장구 쳤다.

 

 “넘버 18 리더스카이 말인가요? 맞아요. 루즈라벤이 떠드는 걸 들은 적
이 있죠. 처음으로 비행능력을 가진 언데드가 탄생했다며 즐거워했었죠. 
그리고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헷헷, 맞아맞아라. 기억나유. 우리 중 유일하게 날아 댕기는 놈 아니여
라?”

 

 “유일이라면 상당히 희귀한 능력자란 건가?”

 

 “그 후 리더스카이 같은 능력을 가진 녀석은 안 나왔으니까. 희귀하다
면 희귀하지. 히브레 같이 평범한 녀석들도 꽤나 있으니까.”

 

 “히히, 히힛. 몬반, 왜 그러유-. 능력이 없어도 넘버 10안에 들 수 있다
는 걸 보여줬잖아유-.”“너는 몬반이 너를 무시해도 웃음이 나오냐!”

 

 리지가 히브레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히브레는 넉살 좋게 웃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니까유. 저는 제가 넘버 10인 게 맘에 드는지라.”

 

 리지가 또 농약을 먹었네 마네 할 때, 인실롭은 그들의 말을 모두 종합
해 정리했다.

 

 “내가 언데드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싸웠던 단장이라는 자가
비행능력을 가진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드물지만 능력을 2개 이상 가진 경우도 있지. 그렇지만 녀석이 비행능
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되지는 않는군.”

 

 “제가 봐도 그가 비행능력자라고 생각 되지는 않는군요.”

 

 “그렇게 멋대가리 없게 생긴 녀석이 날아 댕기면, 어우, 역겹네유-.”

 

 인실롭은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비행능력자는 아닐 가능성이 큰데다 트로고스를
탈 수도 없는데 엘몬데드 협곡을 넘었다는 말이지. 수도에 나타난 이래
단 한 번도 상식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군. 믿기지가 않아.”

 

 인실롭은 머리가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두뇌 쪽보다는 실전에 강하고 머
리를 쓰기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는 편을 선호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 좋아
하지도 않는 괴물분야의 능력을 고민해야 한다는 건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그 답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었다. 머리에 쥐가 나는
느낌을 받으며 인실롭이 고민할 때 몬반이 핵심을 짚었다.

 

 “인실롭. 이미 적들이 협곡을 넘은 바에 그의 능력에 대해 고민하는 건
소용없는 것 같다. 추적을 포기해야 하지 않나. 명령을 내려라.”

 

 인실롭은 이를 악물었다. 몬반의 말이 맞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들
을 바로 눈앞에서 놓쳐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더 이상 그들
을 쫓을 수 없다. 인실롭은 실패의 느낌에 젖어 굴욕감을 느꼈다. 패배를
모르는 그에게 있어 임무실패는 그 충격이 큰 것이었다. 결국 그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인실롭은 하늘을 쳐다보며 굴욕감을 참으려 노력했
다. 그때 문득 그의 시야에 이상한 것이 잡혔다. 인실롭은 의아해하며 창
공을 날고 있는 물체를 쳐다보았다.

 

 ‘토로고스인가?’

 

 모두가 의아해하며 인실롭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클라보가 그것이
뭔지 깨달았다. 그것은 소름끼치는 충격이었다.

 

 

 


 린이 크게 웃으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꼴좋군! 하하하핫! 보란 듯이 탈출에 성공했다고! 엘몬데드 협곡을 넘
었어! 멍청이들. 죽어라 쫓아와봐라. 우리를 잡을 수 있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린 씨. 우린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구요.”

 

 “피트. 꼭 이렇게 즐거운 기분에 초를 쳐야 돼? 이럴 땐 즐기라고!”

 

 “별로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번엔 나도 린 말에 찬성이야.”

 

 매튜 역시 즐겁다는 듯이 망치를 흔들었다. 로한은 단장을 쳐다보았다.

 

 “이제는 안전하군. 어차피 하루 만에 따라 잡힐 염려도 없는데 수면을
취하는 게 어떨까? 제대로 불을 붙이지 못하니까 걱정이 되는데.”

 

 “같은 생각이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에서 도주만 하는 것도 능사
는 아니지.”

 

 단장 역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더 이상 능력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연료가 바닥난 상태였다. 역시 그들과의 싸움이 큰 부담이었던 것이다. 엘
로린이 물었다.

 

 “그럼 간소하게나마 야영지를 만들까요?”

 

 “그러지. 일단 비상식량 좀 나눠주겠나?”

 

 단원 내 식품과 자금을 관리하는 엘로린이 배낭에서 건조식품 하나를 꺼
내 단장에게 건네주었다. 단장은 적당한 바위에 걸터앉아 그것을 뜯어먹
기 시작했다. 언데드가 식사를 한다는 것이 매우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언데드는 사실 생사의 경계가 매우 모호한 존재들이
며 한번 죽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죽어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그들의 육은 신체활성화를 거친 최상의 육체이다. 급속도록 뛰는 심장이
세포를 빠른 속도로 재생하게 해 죽지 않는 육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
육을 유지하기 위해서 에너지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섭리이다. 그렇다
고 해도 인간의 식사와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는데 그들은 놀랄 만큼의
소식으로도 충분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는 육체를 유지하는 데는 그 정도의 영양분만으로 충분하며,
그들의 능력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들 속에 있는 ‘핵’이 담당한다. 그래
서 단장은 건조식품 하나를 순식간에 해치우고는 자리에 누웠다. 로한은
이미 단장이 눕기 이전에 잠이 들었고 스캇 역시 편안하게 나무그루터기
에 누웠다. 붉은 노을의 후예인 스캇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왔기에 그에게 있어 숲이란 최고의 보금자리이자 안식처였다. 원래
숲의 지킴이었던 그답게 숲 속에 있는 그의 모습은 정말 편안해 보였고
간만에 찾은 평화에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예의에 무신경한 세이지가 그
런 스캇에게 가서 칭얼거렸다.

 

 “벌써 잘 거야? 스캇?”

 

 다른 이라면 짜증을 냈을 테지만 스캇은 어린 세이지에게는 온화했다.

 

 “아니, 좀 휴식을 취하다가. 숲 내음이 좋군.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서인지 내가 예전에 살던 곳과 비슷하군.”

 

 단원 중에서 스캇과 매튜는 소수민족 출신이었다. 소수민족의 특징이라
면 역시 문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인데 그들 역시 그랬다. 붉은 노을 부
족은 늑대를 숭배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혼이 늑대의 것이며 숲을 수호
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를 타고난다고 믿었다. 그들은 그들이 숭배하는 늑
대처럼 강인해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언제나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스캇의 동작은 매우 민첩하고 고고한 야수 같은 기품이 있었
다. 실제로 그는 언데드가 되기 이전에도 부족의 우수한 전사였다. 하지만
다수의 힘 앞에서 소수는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들을 훌륭한 재
료로 밖에 보지 않는 루즈라벤이 파견한 기사단을 향해 붉은 노을은 그들
이 숭배하는 숲과 부족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문명과 거
리가 먼 그들이 최정예로 훈련받은 토벌군에게 대항한 것은 불 보듯 결과
가 뻔한 것이었다. 그들은 숲을 수호하지도 그들의 영혼을 지키지도 못했
다. 그리고 그들의 유지를 이어받은 부족 최후의 생존자는 진정한 늑대가
되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스캇에게 있어 그의 능력은
하늘이 주신 숙명이었다. 그의 어깨에는 지금도 죽어간 부족의 영혼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그는 능력을 얻었을 때 다짐했다. 최후까지 싸우며 그들
에게 붉은 노을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고. 이빨을 숨기고 있던 늑대의
분노를 가라앉힌 건 그보다 더한 분노를 간직한 눈을 봤을 때였다.

 

 ‘붉은 노을이 아직 저물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나?’

 

 스캇은 그 말을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그의 마지막 말은 자신을 지
금의 세계로 이끌었다.

 

 ‘부족의 영혼이 죽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나랑 같이 세상을 훔쳐보
지 않겠나?’

 

 기가 막힌 말이었다. 스캇은 그의 뜻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뜻을
같이할 동지들을 만났다. 스캇은 미소를 지으며 세이지의 머리를 쓰다듬
었다. 세이지는 평소에 잘 웃지 않는 스캇의 미소를 보며 덩달아 환하게
웃었다.

 

 “어제부터 제대로 쉬지 않고 행군했으니 체력보충을 좀 하자고.”

 

 매튜가 스캇 옆에 같이 앉았다. 그 둘이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음에도
서로를 의지함은 이유가 있었다. 매튜 역시 소수민족 출신으로 스캇과 비
슷한 처지니까. 그들은 서로의 상처와 고통을 잘 알고 있다. 동질감이었다.

 

 “그럼 간만에 좀 쉬어볼까.”

 

 그때 스캇이 눈을 떴다.

 

 “뭐지?”

 

 그리고 거의 동시에 세이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누워있던 단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태양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새가 창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트로고스?’

 

 단원들이 하늘에 있는 거대한 새를 발견했을 때 이미 ‘그들’은 단원을
보고 있었다. 창공에서 유유히 하늘을 날던 새가 서서히 단원들이 있는
곳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원들도 충분히 그들을 식별할 수 있
었다. 거대한 새를 타고 누군가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속도는
점차 빨라졌고 얼마 안 있으면 충돌할 기세였다. 그들 뒤로 하늘의 색깔
이 변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찢을 듯 거대한 마찰음과 함께 강력한 스파
크가 일었다. 단장은 인실롭이 그들을 추격해오던 때보다 훨씬 더 경악하
고 말았다.

 

 

 


 “반항룡(反抗龍)을 보냈다고?”

 

 세이건은 놀랍다는 듯이 튜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세이건에게도 그 별
명은 낯설지 않았다. 지도를 바라보던 튜더는 담담하게 말했다.

 

 “각하께서 엘몬데드 협곡으로 병력을 보내라고 말씀하셨을 때 솔직히
저는 그 명령이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쪽으로 도주했다고
해도 현월단이 엘몬데드 협곡을 넘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죠. 비행능력이
라는 것은 워낙 희귀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받은 명을 소홀히 할 수는 없
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루즈라벤에게 그들이 엘몬데드 협곡을 넘을 것도
가정에 두라고 지시 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정말 협곡을 넘어버린다면 인
실롭은 분명 그들을 더 이상 추격할 수 없을 테니까요.”

 

 튜더는 테이블 위에 있는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담백한 
말투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현월단은 물론 인실롭조차도 두 번째 추격 팀이 있을 가능성은 생각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세이건은 피식 웃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을 먼저 속여라인가. 재미있군. 처음부터 유흥거리
하나 추가했다는 말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적의 전력을 정확하게 모르는데 처음부터 추
격자의 전력을 다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제 대답입니다. 만약 인실롭
이 처음에 그들을 못 잡았다 해도 두 번째 때는 충분히 다시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번 겪어봤던 적이니 공략법도 강구해낼 테죠.”

 

 “옳은 판단이로군. 위험한 싹은 일치감치 제거해야 하는 법이니까. 다시
한 번 자네에게 감탄하게 되는군.”

 

 “저는 오히려 각하께서 처음부터 그들이 북쪽으로 갔다고 간파한 것을
더 우위로 치겠습니다. 저는 그 판단에 살을 붙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역시 야수적 본능인걸까. 튜더는 진심으로 대장군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세이건은 튜더를 바라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튜더는 그 미소를 보며 마주
웃다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그들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튜더는 곪
은 부위에 가장 적절한 처방을 한 의사의 표정으로 지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엘몬데드 협곡 쪽을 의미심장하게 가리켰다.

 

 “체크메이트(Checkmate).”

 

 

 


 위기의 순간을 대처하는 건 언제나 본능이다. 이성은 찰나의 틈새까지
만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순식간에 목 언저리를 찾아드는 야수를 격퇴할
수 있는 건 몸 속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본능밖에 없다. 그렇기에 부
지불식간에 찾아든 기습에 가장 먼저 대응한 건 전투민족의 후손인 매튜
가 단연 앞섰다. 하늘에서 이루어진 전격(電擊)을 망치로 막은 매튜는 그
대로 튕겨져 나갔다. 거대한 나무에 육중한 매튜의 몸이 부딪히자 그 나
무는 그대로 부셔지고 말았다. 매튜는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모두들
불시에 당한 기습에 어안이 벙벙한 사태였다. 매튜가 제때 대처하지 않았
으면 모두가 당할 수도 있는 일격이었다. 단장은 눈앞에 나타난 상대를
보고 쓰게 웃었다.
 언데드는 트로고스를 타지 못하기 때문에 엘몬데드 협곡을 넘을 수 없
다. 그 점을 이용해 북쪽으로 도망쳐 허를 찌르는 것이 단장과 피트의 생
각이었다. 하지만 적은 오히려 비행수단을 이용한 언데드라는 기발한 발
상으로 그들의 목 언저리를 물고 들어왔다. 물론 적이 트로고스를 타고
온 것은 아니다. 하늘에 나타난 것은 트로고스와 맞먹는 크기의 거대한
새였다. 그 새의 정체는 바로 비행능력을 가진 넘버 18 리더스카이였다.

 

 “올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등장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군. 설마 리더스카이를 이용해서 넘어올 줄이야.”

 

 리더스카이의 비행능력은 마법 같은 특별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캇
이 늑대인간이 될 수 있듯 그도 조류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언데드는
트로고스를 타고 비행할 수 없지만 승용물이 언데드라면 문제 될 것이 없
었다. 트로고스 없이는 비행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버린 것이
다. 그렇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리더스카이를 타고 온 이는 넘버 2 발락
이었다. 발락은 호탕하게 말했다.

 

 “협곡만 넘으면 더 이상 추격 못할 줄 알았지? 꽝이다, 짜식들아!”

 

 단장은 그 유치한 도발에 한숨을 내쉬었다.

 

 “초청하지도 않은 하늘의 손님이로군. 반항룡.”

 

 단장은 ‘창공(蒼空)의 불청객(不請客)’에 대한 인사를 그렇게 정리했
다. 발락은 그 별명으로 불리는 것이 의외라는 듯 단장을 쳐다보았다.

 

 “어, 너 나 알아?”

 

 발락은 바다처럼 푸른빛이 도는 머리 색깔과 퉁명스러운 얼굴에 작은 체
구를 갖추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고 얼굴도 앳되
어 보이는 것이 누가 봐도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그는 최연소 언데드인 세이지 다음으로 어린 언데드였다. 그는 어깨가 그
대로 노출된 찢어진 하얀색 나시를 입고 있었는데 양팔에는 손목에서 팔
꿈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금속 보호구가 달려 있었다. 제법 무거워 보였
지만 발락은 아무런 불편함도 없다는 듯이 두 팔을 놀렸고, 전류가 잘 흐
르는 금속 보호구는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의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벼락을 내리는 용과 같았다. 그것이 어린 발락을 넘버 2에 있을
수 있게 하는 이유였다. 발락은 단장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나도 환영받을 생각하고 온 건 아니니까 특별히 대접이 달라지지는 않
을 거야.”

 

 발락의 탁월한 전투능력과 호전적인 성격은 언데드 사이에서도 유명했
다. 특히 대전쟁(對戰爭)용으로는 넘버 1 클로드 이상으로 평가 받고 있
는 젊은 유망주였다. 소위 ‘천재’라는 뜻이다. 처음 발락이 재료로 끌려
왔을 때 나이도 어리고 체력도 우수한 편이 아닌 그를 어느 누구도 이렇
게까지 성장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살아남았
고 그의 육은 재탄생했다. 그리고 발락은 누구도 가지지 못한 최강의 능
력을 가졌다. 그리고 그 능력과 함께 그 안에 내재되어 있던 폭력성이 완
전히 개방되었다. 그의 반항심은 매번 루즈라벤에게 곤욕을 치르게 하고
있었고, 관리하기 어려운 그 못된 성격 탓에 그는 발락에게 반항룡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발락은 그 별명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소년이었다.

 

 “덤벼. 격식 차리는 건 성미에 안 맞아서 빨리 시작 했으면 좋겠는데.”

 

 “혼자서 우리들 전부를 상대하겠다는 뜻인가?”

 

 대답은 없었다. 아니, 발락은 그의 몸으로 대답했다. 그의 팔에서 흐르던
전류는 어느새 그의 등 뒤로까지 흐르기 시작했고 작은 마찰음과 함께 스
파크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말 그대로 재앙의 대명사 같은 모습이었다. 그
를 인도해 온 리더스카이가 싸움에 말려들기 싫다는 듯 발락에게 속삭였
다.

 

 “발락 님. 이제 죠는 십인쟝 인실롭 님을 불러오겠습니다.”

 

 “짜식아! 이 녀석들은 내 먹잇감이다. 아무도 건드릴 수 없어.”

 

 리더스카이가 멈칫하며 두려운 표정으로 발락을 쳐다보았다.

 

 “죵말 혼쟈서 다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실수였다. 발락은 같은 말을 두 번 이상 말하기 싫어했고 리더스카이한
테는 미안하지만 자크 지역 특유의 새는 ㅈ발음은 더더욱 듣기 싫어했다.
발락은 즉시 행동으로 답해주었다. 순식간에 전격을 얻어맞은 리더스카이
는 기절했다.

 

 “네 말투 정말 듣기 싫어. 넌 꽝이야.”

 

 로한이 가볍게 으르렁거렸다.

 

 “대체 저 녀석 뭐하는 거야?”

 

 발락은 뻗었던 오른손을 거두며 현월단을 주욱 둘러보았다.

 

 “거치적거리는 것들이 방해하는 건 딱 질색. 빨리 싸우자.”

 

 “제정신이 아냐.”

 

 세이지가 바들바들 떨며 몸을 움츠렸다.

 

 “소원이라면!”

 

 로한이 칼을 뽑아들고 발락에게로 돌격했다. 발락은 오른팔을 들어 가벼
운(?) 전류를 흘려보냈다. 로한은 예상했던 공격이라 생각하며 몸을 틀었
다. 그리곤 한순간의 틈을 향해 주저 없이 파고들었다. 챙! 투명한 금속음
이 들렸다. 발락의 양팔에 달린 금속 보호구는 공방의 역할을 다하는 장
치였다. 왼팔로 로한의 칼을 받은 발락은 그 즉시 전력을 높였다. 로한의
칼을 타고 강렬한 전류가 느껴졌고 순식간에 그는 매튜처럼 전투불능에
빠졌다. 로한이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니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격에
기절한 것은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현월단의 큰 전력인 매튜와 로한이
모두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대로는 끝이다! 스캇은 이를 악물고 덤
벼들 준비를 했다. 엘로린이 뒤로 물러서며 다급하게 물었다.

 

 “단장! 어떻게 하죠?”

 

 엘로린의 다급한 표정과는 달리 단장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발락으로 인해 저울이 좀 기운 것 같다.”

 


==================================================================
 이로써 챕터 제목이 설명되었습니다. 리더스카이의 말투는 오타
가 아닙니다. 다음주에 창공의 불청객 챕터 마지막 화가 연재됩니
다.

Who's yarsas

profile

 인간의 망상은 한계가 없지

?
  • profile
    윤주[尹主] 2012.07.08 16:38
    뒷통수를 한 번 더 치시는군요;;
    설마 여기서 또 한 번 전세가 역전될거라곤 생각도 않고 있었어요. 단장 능력이나, 어떻게 협곡을 넘어 도망칠 수 있었는지가 얘기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또다른 추격자라뇨...;
    워낙 반전도 잦고 진행 흐름도 빨라서, 분량 많은 글인데 이렇게 초반에 다 내보여도 괜찮을까 제가 다 걱정이 되네요 ㅎ 솜씨 아니면 배짱, 그런 거 없인 이런 글은 못 쓸 거 같아요.
    잘 봤습니다~
  • profile
    yarsas 2012.07.08 17:19
    아, 우려하시는 점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저만의 리그를 줄기는 것 마냥 글을 쓰는 것 같아서요.. 읽는 이들이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구분이 가는가가 제 가장 큰 걱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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