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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캐릭터 애니메이션 >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매우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양이 어떻게 준비되었는지 놀랍습니다.
알만툴은 캐릭터가 동작하는 방향이 4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미세한 시선처리가 어려운데,
이 게임은 놀랍게도 노가다로 그것들을 다 해내고 있습니다.
많은 동작들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인형극」으로써는 상당히 좋은 드라마가 나옵니다.
게임을 그저「인형극」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이 다양한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결국은 쓸데없이 시간 잡아먹는 하마가 됩니다.
마치 이 게임은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자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로
과도한 시간할애가 이뤄집니다.
대사창에 캐릭터 페이스칩이 있어서 누가 대사를 말하고 있는지 게이머가 다 알 수 있는데도
밀풍선 애니메이션이 엄청 자주 나옵니다. 그렇게 1초, 1초, 매1초 낭비되어갑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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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비주얼과 적절한 사운드활용 >


음악과 효과음은 무난한 것 이상으로, 상당히 활용히 잘 되어 있습니다.
단지 전투음악이 보스전 말고는 딱 한 곡밖에 없는데
매우 촐랑대는 곡이라 현재 진행되는 분위기를 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투마다 현재 스토리 진행 분위기에 맞는 종류로 전투음악을 바꿔주는 정성만 있었다면
사운드 부분은 만점을 줬을 것입니다.


이 게임의 맵배치는 미관적으로 정말 뛰어난 편입니다. 오류가 있는 부분도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을은 키높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는게 홍콩의 카우룽(九龍)이 떠오릅니다.
오브젝트와 스프라잇이 한 화면상에 다양하게 표시되어 있으면
시각적으로 꽉 찬 느낌을 주므로 맵배치가 예뻐보이는 장점은 있습니다.
여러 맵소스들간의 통일성도 완벽합니다.


UI는 매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정보를 잘 전달하고 있으며,
이 게임의 스케일을 생각하면 과분할 정도로 많은 도움말이 준비되어 있어서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별 불편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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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실없는 맵들 >


맵배치가 오밀조밀 시각적으로 화려해보이나, 정작 이동할 땐 길이 너무 좁아 불편합니다.
대도시에선 놀랍게도 잔디 위는 밟을 수 없고 포장된 길 위만 걸을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도시 전체를 갈 수 있는게 아니라, 일정 범위 이상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투명벽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집은 겉모습은 복층, 실질적으론 모두 단층입니다. 왜냐면 주인공 카론은 새가슴이라서
2층집에 들어가도 주인장이 있을지 모르니 계단을 하나도 올라가지 않기로 마음먹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예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들어갈 수 없는 집도 굉장히 많습니다.


도시엔 사람 오브젝트가 정말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게임은 처음봅니다.
근데 말을 걸 수 있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음에도 말을 안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마을 분위기 조성용"으로 그냥 서 있는 마네킹이며,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맵배치가 외형적으로는 매우 보기좋고 아름다우며, 도시의 분위기를 잘 묘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동할 공간도 적고, 들어갈 수 있는 집도 적습니다.
한마디로 빛좋은「구라 스케일」입니다. 이 게임은 스케일이 보통 게임들보다 더 작은 편입니다.


던젼은 오르막/내리막 개념이 없이 그냥 다 평지입니다.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던젼은 마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돌아다녀야 하는 곳인데
돌아다니는데 재미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을 맵배치 "미관"에 쏟는 정성의 절반이라도 던젼 맵배치에 신경썼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월드맵에서도 구라 스케일은 계속됩니다. 게임속에서 게이머가 내부를 유람할 수 있는 마을은 4개 뿐.
나머지 조그만 마을들은 픽쳐 한장으로 떼우고 기능적인 역할밖엔 하지 않습니다.


구라스케일을 도모하는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당위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보통은 기대를 시켜놨으면, 기대한 만큼을 제공하는게 마땅합니다.
마을맵이 이렇게 넓고, 문이 달린 건물들이 이렇게 많고, 도시가 이렇게 많아서 할일이 많겠구나~ 하고
게이머에게 기대를 시켜놨으면 그 기대를 충족을 시켜줘야 마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대포장" 혹은 "허세"밖에 더 되겠습니까.


또 월드맵은 놀랍게도 라인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라인 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월드맵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솟을만큼 맵이동이 재미있는 게임들이 있는 반면
이 게임은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그냥 월드맵이 복도라서 재미가 하나도 없습니다.
걸음속도도 1/4배속인게 거북이 같아서 별로 걸어다니고 싶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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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안에 재미가 보이지 않는 게임 >

아니, 요즘같이 무료게임이 범람하는 시대엔 시작한지 10분 안에 재미가 보여야 마땅합니다.
이 게임이 30분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간략히 요약하면,
주인공 카론이 장미기사단 시험 응시를 포기하고, 조합에서 편지배달 업무를 받습니다.
그 편지를 소냐에게 갖다주는데, 대가로 현금을 못받아서 대신 어음을 받기로 하고 여관에서 쉽니다.
이게 30분동안의 내용입니다.


여기까지 진행했을 때 이 게임을 계속 즐겨볼 맘이 들겠습니까?
그냥 30분동안 주인공은 여기저기 잡담이나 하다가 편지배달을 하러 갑니다.
여기서 앞날의 재미가 보일까요? 기사시험 퇴갤한 놈이 허드렛일 하는 게임인 줄 알 겁니다.
액션 장르처럼 전투 자체의 재미를 느끼기엔
이 게임은 무려「랜덤 인카운트 턴제 JRPG」라는 극도의 복고적 전투방식이기 때문에 그것도 어렵습니다.
위에 썼듯이 요즘은 무료게임이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여기다 30분이나 시간을 쏟았는데 미래가 안 보이니, 빨리 LOL 하러 가고싶어질 겁니다.


위의 내용은 대사만 줄인다면 딱 10분 정도만 소요되는 이벤트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각종 시시콜콜한 대사들이 이 내용을 30분이나 걸리게 만듭니다.
맥주와 꼬치구이를 "양고기"로 달라는 것에, 주인장이 종업원에게 고기 위에 올리브 기름 얹는 것까지 잊지 말라고 하고
여관에 가서 자고 일어나면 여관주인이 침대도 편하지만 요리도 맛있다면서
오늘 추천요리는 생선찜인데 먹고 갈 거냐고 묻습니다.
주인공은 생선찜 좋다고 먹고간다고 합니다.
글쎄 이게 다 필요한 대사입니까? 이게 다 필요한 대사일까요?
어차피 그 뒤로는 조합에서 주인공과 친구 조합장 율리히의 미칠듯한 분량의 농담따먹기를
게임에서 전투 한번 치르기 전에 다 들어야 합니다.


마차에서 내리는데 마차꾼이 이 곳은 포도주가 유명하니 먹고 가라고 합니다.
주인공은 "포도주 말입니까? 럼주는 마셔봤지만 포도주로 유명하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하고,
마차꾼은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카롤지방에서 재배한 포도로 담근 포도주는 알아준다고 합니다.
글쎄 이게 다 필요한 대사입니까? 이게 다 필요한 대사일까요?
이 게임이「식객」인가요? 게임시작 30분간 먹거리 대사로만 대략 2~30 대사 정도가 소비되고 있습니다.
게임에 별 상관도 없는 대사로 게이머가 무조건 엔터키 2~30번을 눌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소냐의 조합에 가면 위에 썼듯이 소냐가 주인공에게 줄 현금을 찾습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없어서,
서랍으로 이동한 뒤 한칸을 찾아보고 "음...여긴 없고..."이러면서 또 다음 칸을 찾아봅니다.
게이머에겐 한 칸만 찾아봐도 "여기 현금없다"라는 의미전달은 충분한데
왜 꼭 두 칸을 찾아서 시간을 더 소모하게 만드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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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없는 잡담, 끝이 없는 하품 >


이런 시간끄는 잡담과 시간끄는 행동들은 게임 내내 계속됩니다. 죽지도, 쉬지도, 멈추지도 않고 계속됩니다.
이벤트시 캐릭터 이동 애니메이션도 어찌나 느린지 보고 있으면 답답합니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스토리 진행은 마치 거북이처럼 느립니다.
별 내용도 없는데 시간만 엄청 잡아먹는 것입니다.
후반부쯤에 여캐가 주인공한테, 여관에 돌아올 때 칫솔 좀 사오라고 부탁합니다.
주인공이 왜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친절히 이유도 설명해줍니다. 칫솔이 다 닳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난 여캐가 이빨 닦고 자는지, 안 닦고 자는지 별로 관심도 없는데 말입니다.
잡담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이 게임을 하실 분들은 이벤트 하나 시작되면 "최소" 5분은 닥치고 잡담이나 들을 각오를 하는게 좋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잡담을 강요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월드맵에서 CHAT 시스템인데요
리타와 CHAT을 하면 가끔 유용한 아이템을 줍니다. 이 게임 난이도를 생각하면 안 먹고 지나갈 수 없는 것입니다.
난 그냥 얌전히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은데
할 수 없이 월드맵 지나가면서까지 카론과 리타의 잡담을 들어야 합니다.


위에도 언급했던 음식얘기가 게임 내내 나오며 게임 진행의 템포를 더디게 만듭니다.
대체 어떤 효과를 노리는 걸까요?
향긋하고 쫄깃한 음식묘사 텍스트를 통해, 마을의 달달하고 행복한 심상을 게이머에게 떠오르게 해주려는 걸까요.
이게 소설이라면 그래도 됩니다. 근데 이건 "게임"입니다.
게임엔 텍스트보다 더 강력한 무기인 비주얼이 있습니다.
음식이 맛있어보이는 느낌을 주려면 그런 거 맵칩으로, 캐릭칩으로 표현하면 되는데
굳이 텍스트로 표현하려 애씁니다.
아니, 음식같은 건 아예 묘사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요소죠.
그런데 굳이 텍스트로 잔뜩 묘사하여 게임의 진행을 더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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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전달의 미숙 >


초반에 술집주인이 장미기사단에 응모하러 온 주인공 카론에게,
장미기사단이 제너스에 의해 해체된 것과, 장미기사단장이 처형당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기사단 시험을 포기합니다.
이건 초반에 나름대로 쓸만한 반전요소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스포일링 하는 줄 아십니까?
게임속에서 전혀 반전처럼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2년간을 준비해 온 주인공의 노력이 장미기사단장의 처형이란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허사가 되는 순간인데
그걸 왜 술집주인 따위가 구두로 알려주며 김을 팍 새게 만듭니까.


(나같으면 이렇게 합니다)


장미기사단에 들어갈 꿈에 부푼 카론이 성으로 향하는데, 광장같은 곳에 마을 사람들이 웅성웅성대며 모여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누군가의 공개처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형대 앞에 누군가 꿇어앉아 있는데
그게 장미 기사단장임을 알게 됩니다. 카론은 깜놀합니다.
제너스의 명에 따라 장미기사단장이 카론의 눈앞에서 공개처형 당하고, 제너스는 동시에 장미기사단의 해체를 공표합니다.
카론은 꿈이 물거품이 되어 아연실색합니다.


(나같으면 이렇게 합니다)(끝)


어차피 이 게임은 암살조와의 전투에서의 유혈사태와, 갑자기 튀어나오는, 리타를 비하하는 "그 단어"
그리고 리타가 멘붕할 때 내뱉는 대사들 때문에
절대로 19금 판정을 피할 수 없는데, 처형장면을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 정 게이머 이용연령 등급을 낮추고 싶다면 장미기사단장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만 보여줘도 충분할 것입니다.


게임은 또 하나의 큰 반전을 허무하게 날려버리는데, 이 내용은 게임 내에서 제일 큰 반전이므로
원하시는 분만 아래를 드래그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


라무라스가 제너스에게 이미 살해당했다는 것은 게임의 목적자체를 뒤집는, 게임 내에서 가장 큰 반전입니다.
이렇게 큰 반전은 준비가 철저히 이뤄져야 합니다.
아무런 낌새조차 없다가 갑자기 결과만 덜렁 드러나는 뜬금없는 반전은 그저 허무맹랑하게 만들 뿐,
그 외의 감정작용을 만들어내기 힘듭니다.
게이머에게 라무라스에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한 것 같다는 낌새를 게임 중에 최소 두 번 정도는 줬어야 합니다.
반전은 게이머가 결과를 납득할 수 있어야 올바른 반전입니다.
하지만 라무라스의 죽음은 아무런 낌새도 없다가 갑작스레 발생하니 그저 허무맹랑할 뿐입니다.

반전의 실체는 어이없게도 자막으로 띄워지는 편지글을 통해서 드러남으로 인해 충격이 반감되며,
그거 갖고 카론은 또 장시간(플레이타임 기준) 끙끙 앓고,
리타가 편지를 몰래 읽는 장면을 게이머에게 미리 보여줘버려서
"갑작스런 비극"을 "예고된 비극"으로 만들어버리고, 김을 새게 만듭니다.


게임 내 가장 큰 반전인데도 효과적으로 전달하질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같으면 이렇게 합니다)


일단 카론이 편지를 보고 놀라는 제스쳐를 취하기는 하지만
편지 내용을 자막으로 띄우지 않음으로써 게이머는 편지 내용을 모르게 합니다.
(그저 편지가 충격적인 내용이란 것만 게이머가 짐작가능하도록)
리타가 몰래 편지를 읽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카론이 편지가 없어진 걸 깨닫고 급히 여관으로 돌아왔을 때, 리타가 편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리타가 카론에게 왜 라무라스가 이미 죽은 걸 숨겼는지 따집니다.
(이 때 처음으로 게이머가 편지의 내용이 라무라스가 이미 암살당했다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여관주인과 "남자"종업원이 카론을 보고 몰래 쑥덕대는 장면은
편지가 없어진 걸 알고 급히 여관으로 돌아가는 카론의 모습을 보는 게이머의 긴장감을 방해하므로 넣지 않습니다.


(나같으면 이렇게 합니다)(끝)


매우 템포가 지루하고 흥미유발이 안 되는 이 게임에,
그나마 존재하는 흥미요소를 전달방법의 미숙으로 인해 효과를 반감시키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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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 : 모든 걸 텍스트 중심으로 진행시키려는, 텍스트에 대한 집착 >


종합해보면 제작자가 굉장히 많은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준비해놨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모든 상황을 게이머에게 텍스트로만 설명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마치「야겜」처럼 말이죠.
게임은 소설과 달리 시각적, 청각적 요소가 있으며, 또한 게임이란 유저와 작품이 상호작용적이기 때문에
소설보다도, 영화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 가능합니다.


근데 이 게임은 그런 게임의 장점을 버리고 왠만한 건 그냥 다 텍스트로 설명하려 합니다.
게이머들은 현재 장면에서 극중 인물들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할 이유조차도 없습니다.
다들 말들이 청산유수라서 그 수많은 대사들이 기분을 다 대변해주니까요.
이 게임에선 웅변이 금이고, 침묵은 동조차도 못됩니다.
그럴거면 알만툴을 멀리하고 VNAP같은 툴로 야겜을 만드는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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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완급조절 문제 >


첫 도시의 구라스케일에 속아서 도시맵을 빠져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릴 것입니다.
월드맵에 나오면 좌로 갈지 우로 갈지 헷갈립니다. 걸음속도가 1/4배속이라 잘못 길을 잡으면 시간낭비가 큽니다.
좌측 끝에 들어가지도 못할 도시 하나가 함정카드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게 바로 월드맵 구라스케일입니다)


편지 심부름 끝내고 드디어 여캐 리타를 만나는데,
지금까지의 잡담과는 차원이 다른 대량의 잡담이 쏟아집니다. 만나자마자 보석 시비로 수십마디가 왔다갔다 합니다.
게임은 대략 1시간 가까이 잡담말곤 별로 한게 없어집니다.
분명히 밝히건데, 스토리 요소랑 별 상관없는 잡담들입니다.
그렇다면 뭐겠습니까. "캐릭터 어필"을 위한 잡담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초반에 그냥 잡담만 하는 게임이며, 어떤 긴장감도 없습니다.
주적(主敵)도 보이지 않고 가적(假敵)도 보이지 않습니다.
게임이 그냥 주인공이랑 여캐 여행다니는 거 감상하는 느낌밖에 주질 못합니다.
그렇다고 서양RPG처럼 여행이라도 이 마을 저 마을 자유자재하게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외길여행"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도 짧으면 말을 안하지, 위에 썼듯이 거의 1시간을 이렇게 잡아먹습니다.


국경을 건너려다가 문제가 생겨 급히 탈출하면서, 뭔가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은 낌새가 보이는데
놀랍게도 그 뒤로 이어지는 건 "마을 여자아이 구하기"입니다.
JRPG의 최병맛 요소 중 하나인「오지랖」이 드디어 등장하는 것입니다.
메인 스토리가 막 진행된다고 느껴지는 찰나에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마을 여자아이를 구해야 한다니 맥이 탁- 풀리겠죠.
그런데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준비된 로드람 숲에서 난이도가 급상승합니다.


갑작스런 쓰잘데기 없는 스토리 + 난이도 급상승이 절묘하게 만나 포기포인트가 완성됩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로드람 숲에서 게임을 관둘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던젼에서 세이브하려면 세이브 자격을 "구입"해야 하는 부조리한 시스템 때문에
여태 포인트체커를 구입하지 않고 돈을 아껴 온 사람은 자칫 여기서 게임오버 당하고 멘붕하여
이 게임을 즉시 휴지통으로 보낼 것입니다. 어차피 여기까지도 게임의 밝은 앞날이 별로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로드람 숲을 건너서 찾은 동굴입구에서 마을 여자아이를 구했는데도,
마을 사람들 환호를 받고(물론 각종잡담 엄청 포함) 다시 길을 가려면 로드람 숲을 또 건너야 합니다.
매우 짧은 시간간격 사이에 똑같은 던젼을 두 번 지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겹고 마치 똥개훈련같죠.
아이까지 구출했으니 게이머를 그냥 동굴입구까지 다시 데려다주는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이후로도 심각합니다. 이야기가 점점 본론으로 접어들어 갈때쯤, 카론이 리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무리하게 축제의 자리로 끌고가 여기서 또 미니게임까지 하면서 10분 정도가 낭비됩니다.
축제 가는것까진 그렇다치겠는데 시간을 너무 잡아먹음으로써 올라왔던 긴장을 다운시킵니다.
축제장면은 아무리 길어도 5분 안으로 끝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공포의 루리아숲이 나옵니다. 난이도가 어려워서 공포가 아닙니다.
루리아숲은 게임내에서 총 세 번을 들어가야 합니다. 똑같은 던젼 세 번 돌아야합니다. 반드시요.
가뜩이나 거북이걸음같은 게임이 로드람 숲에 이어서 다시금 던젼반복을 시키는 것입니다.


알만툴 게임에서 완급조절이란 건 초반에 제대로 못해내면 사람들이 그냥 하드에서 지우면 그만입니다.
어차피 게임 돈주고 산 것도 아닌데 참고 해야할 필요있나요. 그냥 LOL 하러가지.
혹여 이 게임은 "담백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게임은 그냥 완급조절을 매우 못한 게임일 뿐입니다.
혹여 원작이 있는 게임이라면, 이 게임에 쓰인 원작은 게임이란 포맷에 맞지 않는 스토리를 가진 원작입니다.
이 게임의 초반 2~3시간은 정말 심각할 정도로 재미가 없다는 걸 각오하고 해야하며,
후반부에 접어들어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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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할 수 없는 것들 >

「허브밴드」는 게임을 지배하게 만드는 마술과도 같은 아이템으로,
처음 상점에서 다른 모든 아이템을 제쳐두고 반드시 구입해야 합니다.
리타가 동료로 들어오면 리타에게도 모든 아이템을 제쳐두고 허브밴드를 껴줘야 합니다.
착용하고 있으면 사용 MP가 반감되는 기적과도 같은 아이템이 단 돈 400원밖에 안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리타의 회복기술 중「원기회복」이란 소비MP 100짜리 스킬이 있는데,
1명의 HP와 MP를 둘다 100씩 회복시킵니다. 근데 허브밴드를 끼면 소비 MP가 50이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줄 아십니까?
리타가 허브밴드를 끼고 원기회복을 자신에게 쓰면, MP가 50씩 계속 늘어난단 얘깁니다.
이 스킬을 배우고 나면 MP템은 자연스럽게 얻는 것 외에 굳이 살 필요가 없게 됩니다.


놀랍게도 내부를 유람할 수 있는 4개의 대도시의 무기상점에다가는
갖고있는 무기를 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픽쳐 한 장으로 떼워지는 조그만 부락같은 곳에 가면
갖고있는 무기를 팔 수가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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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된 시스템과 도움말들이 아까운 게임 >


뜬금없이 스토리를 뚝 잘라먹는 엔딩에 황당함보다는 해방감을 좀 더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이 게임이 플레이 하는 내내 즐겁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라스케일은 후속작에선 반드시「실제스케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인공과 여캐는 갈때까지 갔으므로 후속작에선 그 둘만으로는 더 이상 게이머에게 지속성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럼 후속작은 본격적인 적들과의 전쟁과, 새로운 동료들과의 관계, 음모의 진행속에서 지속성을 줘야하는데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제작자분은 만들기 전에「늑대와 향신료」인지 뭔지 하는 것보다「미국」게임을 한 편 하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은 수많은 장르의 게임을 만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추천 드리는 장르는「FPS」입니다.
FPS는 현대 게임의 모든 장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임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현 시대의 대표 장르입니다.
2006년작「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과 2011년작「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의 큰 차이점 중 한 가지가
바로 FPS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들였느냐 입니다.
FPS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가 이뤄지는 장르이며,
FPS를 하면 게임의 긴장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잡담을 왜 줄여야 하는지,
잡담을 어떻게 줄여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 모두 알게 해줍니다.


시스템 자체는「랜덤 인카운트 턴제 RPG」라는, 2012년 현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죄악인
전투시스템을 채용했다는 것 말고는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도움말도 상당히 자세하며, 어려운 전투 전에는 꼭 세이브할 수 있게 배려해주고 있습니다.


관건은 스토리텔링 능력인데, 현재로선 그저 후속작이 걱정될 뿐입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스토리 전달능력 자체로도 문제가 있지만,
게이머의 플레이 몰입을 방해하고 있는 것에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작자분이 캐릭터 애니메이션 지정에 들어간 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그 대신에「플레이」와「템포」란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추어 게임의 제작은 물론 자기만족이 가장 큰 동기겠지만, 즐기는 사람의 만족을 생각하지 않는 게임을 만든다면,
게임 오프닝에서 카론이 제너스에게 하는 말처럼 그저 타인의 목숨과 안녕을 희생삼아 자기만족을 채우려 할 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일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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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7

그래픽 9

사운드 9.5

게임플레이 7

지속성 6

 

총점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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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톰소여동생 2012.05.26 11:37
    이런류의 리뷰도 있을줄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음요.
    애당초 <늑대와 향신료>를 보고나서 "이걸 게임형식의 애니로 만들면 어떤느낌일까"하는게 게임 만들때의 초기 동기였으니까, "그냥 앉아서 보는것"보다는 "능동적으로 즐겨야 하는"게임이란 장르엔 안맞았을수도 있겠죠.
  • ?
    RPG게임중독자 2012.05.24 08:42
    우와... 리뷰엄청 상세하시네요
  • profile
    코드 2012.05.24 09:37

    리뷰 잘 봤습니다.
    리뷰는 게임, 특히 아마추어 게임 작품의 경우에는 리뷰어의 테크니칼리티보다는 덕목이겠죠.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알면 알수록 덕목은 더욱 더 빛이 날겁니다.

    그리고 점수를 주는 리뷰는 리뷰내용과 점수의 비례역시 중요합니다. 수학적으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건 아니지만 7.8점이면 이 점수가 리뷰를 읽는 사람으로부터 이해할 수 있도록 장점과 단점 밸런싱을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겠죠. 리뷰는 시험의 체점이 아니라, 읽는 사람으로서 편하게, 혹은 소소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면 더 성공적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 그리고 서양에서는 게임도 예술작품으로 인정되는 분야이니만큼 수정등은 "이랬음 좋겠다"의 가벼운 바램정도로 가끔 추가되곤 하죠.

    이 멋지고 디테일한 리뷰를 까려는게 아니라, 오랫동안 리뷰를 써온 경험에서 드리는 가벼운 어드바이스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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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인트맨 2012.05.24 09:37
    축하합니다. 코드님은 10포인트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글이나 댓글을 작성하시면 빵!빵! 터지는 창조도시 포인트 선물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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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참좋군요 2012.05.24 12:08

    오랜만에 리뷰 써주셨네요

    우수 게임이 있듯이 우수 리뷰도 있다면 전부 롬님 리뷰를 우수 리뷰로 넣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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