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6 16:14

이야기책

조회 수 2525 추천 수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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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성>



(제작자가 따로 정한 등급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18세 이상이신 분들만 플레이하시기를 권합니다)


 



제가「이야기책」을 플레이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지만,
이 게임을 하고나서 제가 얼마나 죄많은 인간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아 신이시여, 제가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길래 이 게임을 클릭하게 만드는 벌을 내리신겁니까?


 


 


 



이야기책은 일단「우수작」에 등록된 게임입니다.
근데 전 이 게임이 뭐가 우수한지 솔직히 감이 잘 안잡힙니다.
정말 외람된 이야기입니다만, 제작자분께서 이 게임을 몇 세때 제작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창도엔 종종 아직 경험이 많지않은 초등학생 제작자분들의 미숙한 게임들이 올라오곤 합니다
이야기책은 그런 작품들과 자웅을 겨룬다해도 승패를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경지였습니다.
명색이「우수작」인데 말입니다. 그것도 스타크래프트RPG에 이어 2번째로 등록된 작품입니다.


 


 


 



이름부터 사랑이 넘치는 사씨류 당주「사랑아」의 일대기를 다룬 이 작품은 마치 일본 서브컬쳐들이
만들어낸 무수한 개똥철학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왠지 일본이
언젠가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직전쯤에 이런 스토리가 하나 나올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일단 형식상 일본사극삘나는 판타지물이긴 한데 전 그냥「중2병」물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극 중에서 사랑아와 유리아가씨가 보여주는 애절한(?) 사랑은 딱 전형적인 중2병 환자가 갖는 심상입니다.
뭐 중2병 스토리가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제작자가 이야기책 제작 당시 정말 중2였을수도 있구요.
현실감각은 둘째치더라도, 좀 말이되는 인과관계라도 있었으면 납득하고 넘어갔을텐데,
아쉽지만 이야기책엔 이야기의 과정이 띄엄띄엄밖에 묘사돼있지 않습니다.
단편임에도 주제가 극히 모호하고, 억지로 끼워맞춘 플롯은 설득력이 거의 전달되질 않았습니다.
엔딩은 한마디로 기가 막힙니다. 대체 어디서 뭘 베끼신건진 몰라도 아주 그냥 죽여줍니다.
그야말로 클리셰의 범벅입니다.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른 의미로 눈물이 납니다.


 


연출이라도 볼만했으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공이라곤 개미눈꼽만치도
들어가지 않은 연출에 치가 떨립니다. 솔직히 이 게임 단테PC나 RPG95로 못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대체 이럴거면 뭐하러 RPG2K가 쓰인겁니까. 적을 베는 장면이건, 신목을 베는 장면이건, 목도를 깎는 장면이건,
전부 다 화면을 암전시켜 대사나 효과음으로 떼워버리니, 심한말로 정말 "비열"하기까지 했습니다.
2001년 12월이라는 제작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이건 정말 너무합니다.
(그런데 창도운영진 리뷰엔 상당한 수작이라고 쓰여있었고, 전 그걸 믿었습니다.)


 


 


 


 



맵배치는 잘하면 "사람살려" 소리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미관은 둘째치고 간단한 공간구성조차 제대로 이뤄진게 없으며, 다른맵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면
이유도 없이 되돌아가도록 이벤트 설정을 해놨습니다.
뭐 그건 그렇다고 쳐도, 미칠듯한 맵배치 버그의 향연은 게이머가 알아서 피해가야 합니다.
이것은 게이머를 매우 노련하게 만듭니다.


 


주인공 사랑아 혼자 페이스칩과 바스트업을 갖고있긴 하지만
통일성도 없고, 표정도 한 가지고, 어쩔때 한번씩만 나오고, 그냥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음악의 경우 피아노곡들은 분위기에 얼추 들어맞는걸로 쓰여져있는데 피아노곡 외에 나머지 곡들은
쓰임새가 그닥 적절하게 느껴지진 않았고, 전투시 갑자기 BGM이 빨라지는것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했습니다.



게다가 BGM에 대한 이상한 고집마저 보입니다.


유코 사사키(Yuko Sasaki)의「Pure snow」MR이 게임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거의 테마곡 수준으로 자주


흘러나오는데, 저음질 wav파일이라 게임의 몰입도를 크게 망쳐놓습니다.


당시엔 알만툴에서 MP3를 사용할 수 있는 패치가 없었기 때문에 납득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루성을 지향하는 이 게임에 갑자기 저음질 BGM이 째지는 소리로 흘러나오면 그 난감함을 대체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전 Pure snow를 정말 좋아합니다. Pure snow는「새의 시」와 더불어, 2000년대를 살아가는
오덕후들에게 있어 송가와 같이 찬양받는 곡이란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망쳐지는건 정말 원치 않습니다!!
오덕오덕!!ㅠㅠ



 


 


 



 



 


↗심심해서 유코사사키의「Pure」앨범구입 인증. 당시 52,000원이나 주고 샀던겁니다. 아 옛날이ㅇㅕ


 


 


 



맵배치에서 버그파티가 열리는 게임치고 제대로된 게임플레이를 보여준 알만툴작품은 그동안 한 개도
없었습니다. 이야기책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쯤되면 독창적인 게임성 같은걸 운운할 처지가 아닙니다.
그저 이벤트 버그만은 일어나지 말아달라고 빌어야할 참인데, 정말 감사하게도 이벤트상에서 크게 문제될만한
버그는 없었습니다. 아니 그전에 버그를 일으킬만큼 뭐 대단히 복잡스런 이벤트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임은 매우 단순합니다. 이동하고, 싸우고, 이벤트보는 3박자 왈츠의 반복입니다.
서브이벤트 같은 건 없고 그냥 일방통행입니다. "남에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란 명분에 의해, 드나들 수 있는


실내도 별로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스토리 텔링에서 지나치게 이벤트로 처리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게이머가 직접 조작해서 이동하는 쪽이 몰입하기 좋을텐데"하고 느껴지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는 즉 게이머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비쥬얼노블처럼 게이머는 엔터키만 두드리는 것으로 상당시간을 소비합니다.


다행히도 이야기책의 플레이타임은 길어도 3시간 내외로 매우 적은 편이었습니다. 만약 이 루즈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책이 읽는시간마저 길었다면 결국 울화통이 폭발하고 말았을겁니다.


 


전투는 몇차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게이머는 전투에 감잡을 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채 곧바로 보스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전은 정말 피를 토할만큼 어렵습니다. 좀 엉뚱하긴 하지만 전투 도중도중의
세이브는 필수입니다. 적들의 AI는 빤히 어떻게 구성됐는지가 보이지만 결국 적의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적의 스피드가 갑자기 4배 혹은 8배가 되어
"주인공에게 다가온다" 처리가 돼있으면, 2D게임에선 적이 다가오는걸 눈으로 보면서도 피할 수 없단
얘기입니다. 4배, 8배의 속도로 유도기능까지 가진채 접근해오는 미사일같은 적에게 반격하는건
인간의 반사신경으론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방어기능을 가지고 있는것도 아닙니다.


 


제일 짜증나는건 특수기술인「신속」입니다. 이 기술은 제작자의 이벤트 처리의 미숙함으로
원하는 때에 발동도 제대로 안됩니다. 그런데 보스는 신속을 이용해야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발동도 잘 안되는 기술을 갖고 안그래도 얍삽한 AI때문에 힘든 보스전을 치러야 한다는건 정말
충격스럽고 공포스러운 일입니다.
「납도」는 뭐하는 기술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눈에 띄는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말이죠.


 


 


 


 



시청률 높은 사극드라마처럼 질질끄는 엔딩이 끝난뒤에 남겨진건「우수작」에 대한 고뇌입니다.
제가 어리석게 낚인걸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게임마을 유저자작게임 게시판만 가도
데모버젼 만으로 "우수작" 이야기책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게임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쓸쓸히 묻혀가는 완성작들도 많습니다.



이야기책이 우수작이라면, 그런 게임들 또한 적어도 유저평가가 아닌 창조도시 운영진 차원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양질의 게임이 합당한 평가로 빛을 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야기책이「우수작」에 등록되어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책 공개당시 창조도시에 알만툴 완성작이 다섯손가락이 다 필요없을 정도로 적었거나,
아니면 제작자가 운영진에게 로비를 했거나,
분명히 둘 중 하나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요약 및 리뷰점수-------------------------------------------
(리뷰점수는 해외 유명 게임웹진인 IGN의 방식을 참조했습니다. 이 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10점 만점의 채점


 


 


표현(Presentation) = 1.5
설득력 없이 대사만 많은 스토리와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엔딩이 있습니다.
약간이라도 노력이 필요한 연출은 모조리 화면을 암전시켜버리는 비열함(?)이 포인트.


 


 


그래픽(Graphic) = 2.5
맵배치는 미관은 둘째치고 공간구성조차 버그가 난무합니다.
있으나마나한 페이스칩과 바스트업이 채점의 유일한 딜레마


 


 


사운드(Sound) = 5
피아노곡만 썼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게임분위기를 한없이 망치는 저음질 wav음악이 귀를 괴롭힙니다.


 


 


게임플레이(Gameplay) = 3
독창성이 없는건 물론이고, 게이머의 개입요소가 너무 적어 지루하고 따분합니다.


맘대로 이동할 수 있는 맵도 없습니다.
몇 번 치르지도 않는 전투는 적의 얍삽한 AI로 인해 괴롭습니다
원하는 때에 제대로 발동조차 안되는 기술을 필수로 사용해야 합니다.



 


지속성, 중독성(Lasting-appeal) = 0
주위에 원한관계에 있거나 돈을 떼먹은 친구가 있다면 권해드리길 바랍니다


 


 


총점(Overall) = 2.7
(총점은 위 다섯분야의 평균점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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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 2009.08.12 19:04
    ㅎㅎㅎ 차라리 입을 다물었으면 하는 바램이ㅎㅎ 창도 원로 회원으로서 이야기책 제작자 사신지는 당시 운영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게 정답이다. 무슨 시대착오적 음모론을ㅎㅎ 당시 완성된 게임이 거의 없었던것도 니가 지어낸 판타지에 가깝다. 이야기책 보다 뛰어난 몇몇 작품들도 많았고 (ex pp제작 노벨 체험판, 유타로作 신나소녀 이야기 등) 모르면 다물라 입. 이야기책 물론 지금보면 솔직히 허접하고 맵배치도 X같지만 리뷰 쓴놈이 저 따위로 폄하 정도로 쓰레기 겜은 아니라는 사실. 실제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댓글도 거의 400개 넘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저 정도로 까일 게임은 아니란 말이다.
  • ?
    UA 2009.09.28 02:51
    저는 로암님의 이런 거침없는 리뷰가 좋습니다
  • ?
    여노 2009.11.14 19:54
    박근혜님 반말쩌시네..
  • ?
    여노 2010.01.24 10:59
    스토리전개가 너무 빠른것이 가장 흠이였던것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저도 납도는 무슨기술인지 다깰때까지도 알지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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