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hot>, 플레이어와 캐릭터, 둘 사이의 간격

by APED posted Sep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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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hot.png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사실 원 샷에 대한 리뷰는 옛날에 짤막하게 한 번 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쓰는 것은(게다가 이번엔 블로그 밖에도 옮기려고 존댓말로 쓰는 것은) 얼마 전 모 BJ분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지요(그러고 보니 예전에 플레이했을 때나 다른 실황을 봤을 때는 BGM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실황에서는 BGM이 나오더군요. 자체브금인가? 그 BJ분/저나 다른 BJ분의 차이는 초반에 깜빡이는 불빛에 민감합니까?에서 아니오/예라고 대답한 것 뿐인데 말이죠.). 그 BJ분이 마지막 부분(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바로 그 부분입니다)에서 하신 말씀이 인상깊었습니다. 전체를 인용할 수는 없고 대략 '이곳은 다른 세계, 네가 원래 살던 곳이 아니다. 여기서 죽는다면 원래 세계의 네 부모님은 얼마나 슬퍼하시겠냐' 이런 말이었죠. 이 말을 듣고, 처음 원 샷을 플레이했을 때의 느낌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해당 BJ분께서는 주인공 '니코'의 입장에서 판단을 내렸습니다. 정확히는 플레이어 자신의 입장이죠. 그는 니코와 '신-구원자'라는 형태로 이어져 있었으니까요. 이 세계의 다른 접점 약한 등장인물과는 달리 말이죠. 이런 형태로 플레이어가 니코의 입장에 공감하고 게임에 ㅁㄹ입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이 BJ분이 이 게임에 아예 몰입하지 않았다면, 니코를 살리든 세계를 구하든 아무런 관련 없는 일이겠죠. 그냥 비정하게 눈 감고 방향키를 연타한 다음 결정키를 눌러도 되었을 부분입니다.


원 샷의 제작자 분들이 의도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최종장에 다다른 플레이어들이 두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할지를 놓고 갈등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충분히 몰입해야겠죠. 제작자 분들은 이 몰입을 위해서 플레이어와 캐릭터 간의 거리를 치밀하게 설정했습니다.


먼저, 이 게임의 주인공은 니코가 아닙니다. 게임의 극초반부에서는 그렇게 느껴지도록 했지만 컴퓨터를 조작하는 순간 그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니코는 당신을 따르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당신이 조작할 수는 있지만 당신과 동일시되는 캐릭터는 아닙니다.설정 그대로 니코는 당신을 '따르는' 캐릭터입니다. 당신의 판단을 따르고, 심지어 당신의 조작에 맞춰 움직이죠.


이 게임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여기서 당신은 '신'이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레이터(누군지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그렇게 칭하죠)는 때로는 대화창을 통해, 때로는 컴퓨터 자체를 통해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또한 니코도 당신에게 말을 걸죠. 이 '신'이라는 포지션이 제작자가 의도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가 주인공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주인공=플레이어 자신 등식이 성립되니까요. 주인공 캐릭터라는 필터 없이 플레이어를 바로 게임 속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컴퓨터로 직접 메시지를 던진 것은 한순간에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려는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니코는 플레이어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이 바로 니코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니까 주인공은 아니지만 반쯤은 주인공 취급받는, 플레이어의 분신 같은 수준이죠. 게다가 게임을 세이브했다가 로드하면 니코의 일러스트가 나오고 니코가 플레이어에게 말을 겁니다. 결정적으로 니코는 귀엽습니다. 아니 그냥 그래서 몰입이 잘 된다구요 ㅇㅅㅇ...


그리고 이 버려진 세계에도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도 없으면 세계를 살릴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죠. 이 세계에는 세계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아닌 사람들도 있지많요) 많은 사람들이 있고, 플레이어는 그들이 처지에 공감하고 세계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됩니다. 게다가 구원자로서의 임무가 바로 세계를 살리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봤을 때 한 사람이 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사는 것이 낫다는 관점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반감을 사는 어조의 나레이션을 통해 플레이어가 이 놈 말 들을 바에는 세계를 구하고 말지 라는 생각을 품게도 하죠.


제가 지금 쓰다가 놓고 딴짓 하다가 다시 쓰고를 반복하느라 약간 헷갈리기는 한데, 이렇게 제작자 분들은 플레이어와 캐릭터 간의 간격을 잘 조절하여 플레이어가 느낄 갈등을 극대화시킨 것입니다. 쓰고 보니 좀 당연한 소리 같아서 뭔가 아쉽군요. 결론적으로 처음에 하고 싶었던 말은 플레이어와 주인공을 분리시키고 컴퓨터로 직접 플레이어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 몰입을 위한 신의 한 수 였다는 것, 그리고 니코가 귀엽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