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다색의 거리에 여색의 발자국만 찍으며
내가 무슨 신발을 신었는지 모르게 지나가 버린다
가끔은 앞으로 뻗은 길에 누군가
벌써 걸어가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알려줘요
하고 족쇄를 풀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도 하늘에는
물살에 이리저리 치이는 치어처럼 눈이 여백을 메운다
길은 벌써 하얗다
내 머리 위에도 수북히 내려 앉아 차갑게 얼어버린다
외로워!
라고 외치고 싶은 밤
이불마저 얼어버린 밤에
말라 갈라진 입술에 나는 피 한 방울을 닦으면
이윽고...
주황빛 아래 모여 헤엄치다가
환상과 같이 사라지는 어느 겨울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