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마약

by 시우처럼 posted Dec 28,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날때부터 커플인 사람은 없다. 죽을때도 마찬가지로 같이 죽어주거나 손잡고 천국, 혹은 지옥행 열차를 타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삶 자체가 이렇게 원래부터 이렇게 혼자인 것인데 연애라니 부질 없는 짓이다. 처음엔 서로 사랑한다고 한시라도 곁에 두고 싶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흩어진다. 처음의 그 불같았던 사랑도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도. 모두 다 사라진다.

 

  커플들은 그러니까 결국 자신의 외로움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사랑이라고 에쁘게 포장된 진통제를 자신에게 찔러대는 꼴이다. 진통제 효과가 사라지면 또다시 사무치겠지. 그러면 또다시 사랑을 찾아 헤메고 또다시 약에 취해 현실의 본질을 외면하고.

 

  하지만, 문득 거리에 울려퍼지는 캐롤을 듣노라면 길거리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있노라면, 무심코 나도 아무렴 어때하는 생각이 들고야 마는 것이다. 무척이나 아찔해지는 느낌, 낭떠러지의 끝까지 몰리고 몰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감정이 온몸을 휘감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취재라는 거짓된 허울로 나 자신을 속인 채 이 자리에 와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 한편으론 사랑을 부정하면서도 한편으론 어쩔 수 없이 나역시도 인간일 뿐이다라는 좌절감과 무기력함으로 헐떡이는 숫캐와 다를바 없이 나는 이 자리와 서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