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20:17

역겁정략 2화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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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자결지제를 허가해주십시오, 영주님.”

모든 가신들과 심지어는 다라이마저도 알자스의 결단에 놀랐다. 포자결지제가 무엇인가. 잡은 자가 죄인을 상급으로 받는다는 의미로 흔히 가문의 일원이 가문의 명예를 손상시켰을 때 그 죄를 가문 안에서 물어 가문의 체면을 지키는 제도였다. 하지만 이는 가문에서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가문이 그 죄를 대신 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흔히 가문의 요인의 죄가 아닌 이상 이같은 제도가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부르고뉴가 누구인가? 비록 전 가주의 자식이라고는 하나, 아무도 그걸 모르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이십 군주나 타향을 방랑해온, 가문에서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자가 아닌가? 그럼에도 알자스는 포자결지제를 신청한 것이다. 모든 가신의 눈길이 죄인인 부르고뉴에게로 집중되었다.

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을 대로 하게.”

감사합니다.”

알자스는 고개를 숙여 영주의 은혜에 예를 표했다. 모도는 양 팔을 벌려 이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다라이가 모도의 가까이 와 작게 말했다.

영주님께서 친히 허가하셨습니다. 아무리 영주 대리라고 해도 영주님의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는 법이옵니다.”

불벼락 맞을!!”

모도는 이를 악물고 알자스를 노려봤다.

아직 죄인에 대한 심문이 끝나지 않았소!”

총감찰관 각하, 심문은 이미 끝났습니다!”

아니오! 귀공은 죄인과 대질을 하는데 끼어들었소! 하니, 남은 심문을 마저 끝내야 겠소!”

알자스는 부르고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것만큼은 피해갈 수 없겠군. 부르고뉴는 모도의 항의를 인정했다.

짧게 묻겠다. 그대는 정말로 반군이 아닌가?”

부르고뉴도 짧게 대답했다.

전 계승자입니다.”

 

 

불벼락 맞을 알자스 녀석!”

이게 뭐람. 부르고뉴는 후회했다. 그냥 억지로라도 도망칠걸. 동생들과 같이 있었을 때 충분히 도망칠 기회가 있었다. 왜 알자스를 믿었는지 후회막심했다.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는 실날같은 믿음이 있어서였을까.

그렇다고 가문의 수호신을 믿는게 아니었다. 나쁜놈…… 날 이용해 오히려 가문의 명예를 드높일 생각을 하다니. 아니 명망 높은 가문의 사람이 이런 일을 해야 되는 거야?

부르고뉴는 거리를 쓸고 있었다. 그것도 단 혼자서. 부르고뉴에게 내려진 형벌이었다.

부르고뉴, 이른 아침부터 거리를 쓸고 있는 거야?”

며칠 안본 새 가빈느는 화색이 좋아졌다. 좋겠다. 누구는 이런 고생을 하는데.

그럼 벌인데 편하게 오후에 쓸까?”

부르고뉴의 비야냥을 눈치 못챈 듯 가빈느는 대단하다는 듯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도 그런데…… 역시 어떤 일에든 열심히구나, 부르고뉴는!”

그래그래. 맘대로 생각해라.”

이 시간부터 쓸지 않으면 끝날거 같지 않아서 그런다고. 부르고뉴는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거리를 쓸었고, 가빈느는 그게 뭐가 좋다고 계속 따라왔다. 이 아가씨야. 이럴 시간 있으면 제관 족보책이나 더 보라고.

굳이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쓸다 보니 어느덧 이아손의 집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몰랐는데 이녀석도 은근 중진이었군.

, 샤르맹스크 가문 분이 아침부터 수고하십니다.”

이 한 쌍은 아침부터 누굴 약올리나. 이아손이 과장되게 인사를 하자 부르고뉴도 슬슬 배알이 꼴렸다.

그래. 아침부터 출근하느라 수고하시군. 근데 당신 상사가 우리 형이라며? 앞으로 내게 잘 보여야 할거야.”

부르고뉴가 목에 힘을 주고 허세를 보이자 이아손이 픽 웃었다.

죄인에게 잘 보여서 뭐 한다고.”

하하핫! 그 말이 맞네.”

가빈느, 넌 대체 누구 편이냐?

……너희 얼른 안꺼져?”

결국 말빨에 밀린 부르고뉴가 먼저 빗자루를 들고 화를 내고 이아손과 가빈느가 과장되게 이를 피하는 것으로 소동은 마무리됐다.

그들이 가서도 부르고뉴의 고행은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꽃단장을 한 로렌이 지나가면서 인사했다. 오늘도 어디 가문의 초대를 받은 것 같다. 그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는게 혹 가빈느처럼 여장부 기질이 있지 않을까 부르고뉴는 생각했다.

거리를 쓸게 되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비록 빗자루를 들고 다니는건 쪽팔렸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희망이 있었다. 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부르고뉴는 그들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선대 영주보다 폭정이 심해졌는데 왜 이렇게 웃을 수 있지? 그 중 한 사람을 잡고 물었다.

그 시절에 살지 않아서 모르겠는걸.”

이런, 잘못 잡았나. 이번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때보다 폭정이 심해진건 사실이지……콜록, 콜록! 하지만 그때 보다 살기 좋아진 점은 많다네. 우선 자주 부역에 불려가지 않아서 좋아. 그리고 품종개량으로 예전보다 더욱 밀 생산량이 늘었지! 세금도 부담되지 않아서 좋고……,”

그치만 치안대녀석들은 영 거슬린단 말이지, 콜록콜록. 부르고뉴는 이를 듣고 깨달은 점이 있었다. 백성들은 영주가 어땠건 간에 살기에만 좋으면 좋아하는구나. 부르고뉴는 이렇게 가까이 백성들과 대면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단순히 선대 영주를 죽인 가우를 백성들도 미워할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부바 발가스를 죽이고 힘으로 정권을 잡았는데도 그 권력이 이제까지 이어져온 이유는…… 민심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민심인가. 그렇다면 전 가주를 죽이고 그 공으로 가주가 된 알자스도 이해가 가지 못한건 아니었다. 민심이었구나. 알고는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슨 짓을 해도 민심만 잡으면 된다는거 아냐? 이거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그리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빗자루가 멈췄다. 물론 부르고뉴가 멈춘게 아니었다.

…… ?”

부르고뉴는 앞을 막아선 사람을 보자 두려움이 일었다. 요전에 내게 당한게 분해서 찾아온건가. 온몸이 각으로 이루어진거 같은, 전형적인 악당상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말투.

좋냐?”

너 같으면 좋겠냐? 말을 억지로 삼킨 부르고뉴는 빗자루를 더 세게 그자의 다리를 밀어 우락부락한 덩치에 대들었다. 그런 부르고뉴의 반응을 본 외인은 재밌다는 듯이,

좋아?”

발로 빗자루를 뻥 차버린 것이다! 이게 공무집행 방해로 확 잡아넣을…… , 이런 녀석들이 공무집행을 하는 거지 참. 부르고뉴는 명백한 도발로 보이는 이 놀음에 넘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빗자루를 주우러 갔다.

두고 봐라. 네놈같은 외인들은 언젠가 이 땅에서 몰아내 줄테다. 하지만 외인의 도발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좋다!”

묵직한 발놀음으로 기껏 쓴 거리를 다시 어지럽힌 것이다. , 얼마동안 쓸은 건데 이를 어째! 밤을 꼬박 세워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것도 저놈이 지금 당장 없어지면!

! 이 악당같은 놈아!!!”

부르고뉴는 쉽게 도발에 넘어가버렸다. 빗자루를 들고 무모하게 달려드는 부르고뉴는 이성을 이미 곱게 접어 저 하늘 위로 날려버린 상태였다. 당연히 외인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외인은 기다렸다는 듯 부르고뉴의 명치에 주먹을 먹였다.

크헉!”

부르고뉴는 신음을 하더니 곧 쓰러졌다. 아니, 쓰러지기 전에 외인이 부르고뉴를 받았다.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고 외인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부르고뉴를 들쳐메고 유유히 왔던 길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가주님께 즉시 다녀와라! 부르고뉴 도련님이 납치되셨다!”

Dringlichkeit! Dringlichkeit!”

점차 서로 대립한 세력들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부르고뉴가 있었다.

 

 

그 시각 모도는 베네손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조사한 건 어찌 됐나?”

알자스 샤르맹스크 공의 동생을 조사하라는거 말이군. 가문들도 같은 걸 조사한지라 정보 모이기는 오히려 수월했다.

! 이름은 부르고뉴, 전 가주인 피로세 샤르맹스크의 자식입니다. 현 가주인 알자스와는 사촌관계고 형제로는 28세 여동생 로렌과 25세 남동생 상트르가 있습니다.”

가주라…… 왜 그놈이 가주가 되지 못한 거지?”

거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선대 영주가 죽고 자리 잡은지 얼마 안되는 각하의 숙부의 정권을 전복하려다 밀고가 들어와서 선대 샤르맹스크 가주는 참형받았습니다. 물론, 그 밀고자가 현 가주인 알자스 샤르맹스크입니다.”

거기까진 알지. 이몸의 유일한 걸림돌이니까.”

모도는 알자스의 치부를 알고도 그를 쉽사리 이용하지 못했다. 선대 가주를 고변했다는 이유로 트집을 주자니 그럼 숙부의 정권을 부정하는 격이 되고, 무단으로 가주를 점거했다는 트집을 잡다니 지금의 샤르맹스크 가문을 따르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치부가 무기가 되는 알자스였다.

그래……크극. 그러면 부르고뉴 이자는 알자스에 대한 불만이 아주 없지는 않겠구만?”

그렇습니다. 이 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 그렇군, 그렇다는 초대를 해보지. 베네손은 만류했다. 죄인의 신분을 어찌 초대한다고 하십니까. 포지결지제로 그놈은 가문 안에서만 죄인이다. 형식상으로는 죄인도 아무것도 아니! 하지만 죄인처럼 살고 있으니 초대를 한다면 주저 없이 응할 거다. 모도는 어제 처벌을 한 자를 오늘 높이 들어 친우로 맡으려 하고 있었다. 베네손은 감히 상상조차 못할 발상이었다.

이몸이 총감찰관이 되고 모든 가신들이 내게 무릎을 꿇었다. 한데! 그놈! 알자스 만은 내게 고개 숙이지 않았어! 그러면서 하는 말이 뭐? 전 영주님에게 충성할 뿐이지. 그라시우스 가문에 충성한건 아닙니다. 그래도 각하니 이나마 대접해드리는 겁니다. 고맙게 생각하시죠? 이런 건방진 놈을 봤나!”

진정…… 진정하십시오.”

모도의 말은 아직 안끝났다.

그 동생이라는 놈은 그 형에게 불만이 많은거 같았다. 서로 의견충돌도 많아보이고 말이지. 하지만 알자스의 적수가 못돼 보이는군. 그런 자를 가주에 앉히면 고고한 샤르맹스크 가문의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하겠지? 크그그극!”

과연, 혜안이십니다.”

알아들었으면 그놈에게 가봐. 사과의 의미로 초대한다고 하면 넙죽 올거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놈도 결코 만만치 않을거 같은데? 부르고뉴를 모도가 통제할 수 있을지 베네손은 심히 걱정스러웠다.

================================================================================

감정의 골

부르고뉴<====================================================>알자스<===∥===>모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 ㅠ.......

보통 새벽에 밖에 쓸 시간이 없는데 요새 열대야라 통 바이오리듬이 흐트러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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