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4 10:56

역겁정략 1화 3막

조회 수 315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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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서옵쇼!”

부르고뉴네가 찾은 단골 술집은 아직 밝았는데도 손님이 북적였다. 그런데도 주인은 가빈느를 보더니 없던 자리를 마련해줬다. 너 이 자식, 아직도 술에 절어 사는 거냐. 가빈느는 아주 자연스럽게 종업원에게 밀주 두 통과 안주를 주문했다. 이아손 이 작자는 생면부지와 술을 마시기 싫다고 하더니 따라와서는 먼저 자리에 턱 하니 앉았다. 그럴 거면 애당초 거절이나 하질 말지. 이상한 사람이다.

부르고뉴는 의자를 끌어내 가빈느가 먼저 앉도록 한 뒤 자리에 앉았다. 가빈느는 부르고뉴의 배려에 실소를 품었다.

남자는 어려서 밖에 내보내야 빨리 큰다는데 그 말이 맞나보네.”

, 깨달은건 많긴 하지.”

오호? 뭘 깨달았는데?”

이 세상이 맘에 들지 않는다, 정도?”

뭐야, 그게!”

그리고 어딜 가나 여자는 같다는거 정도?”

뭐야, 그게.”

가빈느가 픽 웃고는 밀주를 들이켰다. 안주를 먹지도 않고 밀주를 마시고 있었다. 저러면 더욱 빨리 취하는데. 평소답지 않게 간드러지는 뭐라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변이 조용한데, 바로 부르고뉴 옆에 앉은 사람이 말이다. 돌아보니 심히 불편한 표정으로 부르고뉴를 응시하고 있었다. 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면 부르고뉴는 무기징역 확정이겠다.

저기, 아까는 미안했.”

아니, 어차피 집행할 생각은 없었다. 미안하면 대신 부탁이라도 들어줬으면 하는데…….”

뭐지? 미나스의 인간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태도가 심히 조심스럽다.

별건 아니다. 하지만 내겐 중요한 부탁이다!”

대체 무슨 대단한 부탁을 하려고 이러는 거지. 이아손은 뜸도 들이지 않고 바로 말했다.

부탁이다! 제관 응시를 포기하게 설득해줘!”

할 수 없다.”

어째서!?”

가빈느의 약혼자잖아. 그럼 가빈느의 모든 것을 존중해줘야하는거 아닌가?”

나도 웬만큼은 존중하고 싶지만, 이아손이 부르고뉴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제관에 여자를 뽑지 않는다는걸 알잖나.”

세계의 첫 주인인 십 군주를 모시는 종회의 제관이 되는건 까다롭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수십 가지 호례의식과 수천 가지 생활율령만 지키면 되니까. 하지만, 이건 남자만이 할 수 있었다.

, 제관에 여자는 뽑지 않는다. 그걸 가빈느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바라왔다. 그리고 도전했다. 방랑을 마치고 부르고뉴가 본향으로 돌아올 이때까지도.

나는 가빈느 아가씨를 사랑한다. 그러니 더더욱 지켜 보고 있을 수 없는 거다. 자네도 가빈느 아가씨의 행복을 바라지? 평생 못 이룰 소원을 계속 꾸도록 놔두는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나? 이대로라면 꽃 다운 시간을 다 날릴 뿐이야. 난 그걸 결코 지켜볼 수 없다!”

확실히 가빈느의 두 번을 도는 군주 횟수가 아깝긴 하다. 그 시간에 다른 여자들은 더 보람찬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이대로라면 가빈느는 평생 제관에 도전하다가 죽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 당신이 말려보지 그러지.”

해봤지. 그러니까 약혼을 깨겠다는 말 뿐이더군.”

당신이 못하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분하지만 자네가 나보다는 많이 아는게 사실이지. 어쨌든 같은 마을에서 자랐으니까. 사실 자네도 좋아하지 않나?”

, ?”

이 아저씨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부르고뉴의 손끝이 떨렸다. 막 밀주를 부은 직후라 넘실넘실 파동을 그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난 누구보다 가빈느 아가씨의 행복을 바라네.”

자네에게도 기회를 주지, 순간 부르고뉴는 밀주를 바닥에 쏟을 뻔했다. 이아손의 공세가 이어졌다.

부탁이네! 자네가 꼭 설득해주게! 가빈느 아가씨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이젠 못할거 같아…….”

그 무렵 가빈느는 술잔이 떨어진다. 술병이 떨어진다. 내 눈물도 떨어진다.’ 등 떨어지는 타령을 중얼거리며 인사불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긴 나라도 이런 모습은 더는 못봐주겠군. 부르고뉴도 얼마나 포기를 설득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냐!”

뭐가?”

깜짝 놀란 이아손이 술잔을 떨어트리자 바닥에 요란한 소리가 났다. 눈길은 부르고뉴에게로 집중됐다.

난 할 수 없어. 아니, 하지 않아! 오히려 응원하고 싶어!”

제정신인가? 칼로 물을 베는게 옳다고 보나!”

물론 그렇지 않지. 하지만 가빈느는 이때까지 응시를 했어. 여자가 제관이 될 수 없다면 아예 응시조차 못하게 막았겠지. 여자가 제관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부르고뉴는 이 점을 알고 가빈느를 설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칼로 물베기 라고 볼 수는 없어.

그리고 지금까지 결과를 헛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만약 가빈느가 포기한 그 다음 군주에 제관에 뽑힐 수 있었다면 어떻게 생각할건가?”

만약, 이잖나!”

너는 가빈느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설득을 하겠다는 생각이 나올 수가 없지!”

부르고뉴는 도전하는 가빈느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여자에게는 열려 있지 않은 제관을 도전하는 가빈느의 모습이 심히 아름다웠다. 부르고뉴는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빈느가 부러웠다.

부르고뉴는 방랑을 하면서도 내내 생각했다. 내게 가빈느의 1할만큼의 용기라도 있었다면 결코 오늘과 같은 일은 없었을 텐데. 그리고 다시 본향으로 돌아왔다.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부르고뉴는 가빈느의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 부르고뉴가 감히 가빈느에게 제관 포기를 설득할 수 있겠나? 가빈느에게 포기를 권유하는건, 곧 자신에게 방랑은 허투며 그냥 자살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더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제 현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이아손은 부르고뉴의 확고함에 잠시 주춤하나 싶었더니 헛웃음을 냈다.

그래……. 자네의 생각이 그렇다면 하는 수 없군…….”

이아손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곧 바깥에서 소란이 일었다.

wegkommen!”

================================================================================

이아손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왜 영웅담인가? 의문이 들던 영웅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는 숙부의 자리를 돌려받으려고 했지만, 애인 메데이아의 오버로 나라에서 쫓겨나고 다른 나라에서 식객으로 지내다, 이아손이 메데이아를 먼저 차버리자 메데이아가 이아손과 결혼하려 한 년을 죽이고 지 자식도 죽이고 혼자 ㅌㅌ합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그래서인지 이아손은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부르고뉴랑은 반대죠.

그래서 둘은 대립합니다. 역겁정략은 부르고뉴가 주연일 수도, 이아손이 주연일 수도

어쩌면 둘 다 주연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삼각관계 놀이 하려고 만든 캐릭인데...........구도가 딱 잡혔네요

오늘 주저리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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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2.07.14 16:03
    이아손의 지금 포지션이 다소 낯설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 된 위치선정같아요.
    앞으로 전개에 따라 조력자로도, 악역으로도 어디로든지 움직여도 어색하지 않을 듯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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