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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유명한 책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생각할 만큼 남자와 여자 사이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거지요. 남자, 혹은 여자가 상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럼에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 사랑을 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라캉은 '사랑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것울 주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상대가 가진 무언가로 인해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환상으로 인해 서로를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죠.


여자친구X.jpg 

 <수수께끼 그녀 X>는 남자가 여성에 대해 갖는 이러한 환상을 만화적으로 과장해 극대화한 작품입니다. 남자 주인공 아키라의 반에 어느날 우라베라는 여자아이가 전학을 옵니다. 첫날부터 점심도 거른채 틈날 때마다 책상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가 하면, 지루한 수업시간에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등 기행을 반복하는 그녀에게서, 반 친구들은 금세 관심을 잃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늦게까지 혼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우라베를 발견한 아키라는 그녀를 깨워 집에 돌아가게 한 뒤 우라베가 책상 위에 흘린 침을 보게 됩니다. 무심결에 그 침을 핥게 된 아키라는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게 되고 다음날부터 이상한 감기에 걸려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아키라는 이상한 여자아이 우라베와 얽혀 남들 눈을 피해 사귀게 됩니다.


 주인공 아키라의 시각에서 본 우라베는 작품 제목 그대로 수수께끼인 인물입니다. 항상 얼굴을 가릴 정도로 앞머리를 기르고 있는데다 쉬는 시간마다 책상에 드러누워 있기 일쑤라 다른 사람들은 물론 아키라와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죠. 꺼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정중하지만 4차원적인 얘기들입니다. 운동 신경은 기인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나고요. <수수께끼 그녀 X>의 에피소드들은 거의 대부분 여주인공 우라베의 괴짜같은 모습들과 이로 인한 해프닝들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원작자 우에시바 리이치는 이전에도 <꿈의 사도>, <가면 속의 수수께끼>와 같은 작품들에서 괴짜로 보이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온갖 신화적, 심리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복잡하고 세밀한 무대들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작가의 이런 이력을 아는 독자라면, 자연스레 <수수께끼 그녀 X>에도 각양각색 배경 지식을 뒤섞어 연출한 복잡한 배후 설정이 존재하리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여주인공 우라베의 괴상한 행동이 하나둘 나타날 때마다, 그 행동들 하나하나에 무언가 비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여성의 신체, 타액을 매개로 그 뒤에 감춰진 비밀스런 무언가를 밝혀내고자 하는 시선은 관능적인 갈망으로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속된 말로 '한 꺼풀 더 벗기'를 기대하는 거죠. 실은 그 '한 꺼풀' 뒤엔 비의 따윈 없을지도 모르지만요. 이렇듯 작품 속 연출과 작가의 이전 작품 이력 등을 통해 독자는 남주인공이 우라베에게 느끼는 것과 유사한 환상을 공유하게 됩니다. 남자들이 흔히 여성을 보며 갖는 환상들처럼 말예요.


 남주인공 아키라의 시각이 여성을 보며 갖는 남성들의 환상을 대변한다면, 조연인 여자아이 오카의 시각은 같은 여성이 보는 우라베의 모습을 대변해 줍니다. 주인공의 시선엔 우라베가 너무도 특이한 인물이지만, 오카의 시선엔 우라베가 더할 나위 없이 귀엽고 사랑스런 보통 여자아이로 비춰집니다. 연애 경험과 감정을 타인과 나누고 진척도를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순수한 여자아이 말이죠. 남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이, 같은 여자의 시각에선 평범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두 사람의 시각을 통해서 여주인공 우라베는 그저 괴짜이기만 하지도, 평범한 여자아이기만 하지도 않은 입체적인 매력을 갖게 됩니다.


 <수수께끼 그녀 X>의 가장 특이한 설정은, 주인공 아키라와 우라베, 혹은 우라베와 오카가 각자의 침을 통해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침을 통해 세 사람 서로는, 각자가 알리고 싶은 감정들은 물론 상대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감정들까지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입에 넣었던 손가락에 묻은 침을 빠는 것으로 상대와 비밀스럽게 교감한다는 설정은 성적 환상을 자극하는 면이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매개를 통해 대체적인 환상을 제공하는 건, 때로는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더 효과적입니다. 때문에 <수수께끼 그녀 X>를 보는 시청자는 매 화마다 묘한 긴장감을 가지면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지켜보게 되죠.



 <수수께끼 그녀 X>는 '환상'을 매개로 이어지는 독특한 연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의 '타액'을 매개로 한다는 설정에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남성과 여성 사이를 지배하는 환상(그것이 성적이건 아니건)이란 독특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가 이 작품 외에 여지껏 있었나 싶습니다. 긴장감을 포함해 종종 사춘기에 흐르는 묘한 정서도 표현되어 있고요.


 원작 만화도 있고, 애니메이션은 이번 시즌 방영을 시작해 8화 정도 진행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경해 보셔도 좋을 법 합니다. 참고로 성인 등급 연출은 없습니다. 아슬아슬하다 느껴질 부분이 간혹 있을 순 있어도 전체적으론 일정 선은 넘지 않는 무난한 연출들만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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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글쓰다가 진도 잘 안나가길래, 저번 주 쓰고 싶었던 리뷰를 조금 씁니다. 8화 정도 보고 쓰는 건데 리뷰 맞겠죠? 소개글이라 하긴 좀 그렇고....

 글은 저녁때나 다시 써봐야겠네요; 주인공이 답답해지니깐 쓰는 저도 답답해짐...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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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yarsas 2012.06.03 23:53
    오, 모르는 작품인데 리뷰가 괜찮네요. 궁금해지는 군요.
  • profile
    윤주[尹主] 2012.06.04 07:18
    애니메이션도 그렇지만 만화도 은근한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큰 줄거리가 없어 보여서 지루할 순 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 profile
    욀슨 2012.06.05 07:25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는데 이러니저러니하니 못 보고 있던 만화군요. 이번달 말에 봐야겠네요.
  • profile
    3류작가 2012.06.05 14:36
    재미있겠네요~
  • ?
    乾天HaNeuL 2012.06.05 18:06
    이건 보자마자 포기한 작품입니다. 전 작화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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