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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블라디미르코프(Aleksei Vladimirkov)
26세. 193cm, 105kg.
농민이었으나 정부의 가혹한 수탈을 견디다 못해 용병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천하장사였으며 검술을 익히니 가히 그 용맹함이 혀를 내둘렀다.
"썩어빠진 관료들은 내가 심판해주겠다...!!"
아나스타샤 아비노바(Anastasia Ivanova)
24세. 170cm, 52kg.
알렉세이의 아내. 빨려들 듯한 푸른 눈과 검고 긴 머리카락이 매력적인 여인. 유순한 성품에 남편에 대해 헌신적이다. 남편을 객지에 보내고 작은 예배당에 기거하며 매일을 기도로 보낸다.
자갈과 붉은 모래로 뒤덮인 척박한 땅. 이 곳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황무지를 일궈내 삶의 터전을 이룩하였다. 크게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의 생활을 영위해 나갔고 그 속에서 기쁨과 가족애를 나누며 살아왔다. 제국의 총독이 이 곳을 직접 다스리기 전 까지는......
그 무자비한 세금과 가혹한 토지법 개정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은 극도로 궁핍해져만 갔다. 허기를 간신히 면할 정도의 식량과 손톱만큼 불을 밝힐 기름조차 그리 간단히 허락되지 않았다. 주민통제가 강화되면서 타지로의 이주조차 금지되었다.
오늘은 푼푼이 모은 돈으로 장터에 나가 예쁜 구두를 한켤레 샀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힘만 센 바보 취급을 받고 자란 나를 아무 조건없이 위해주고 사랑해 준 고마운 나의 아내 아나스타샤...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나의 천사... 이 못난 나를 만나 늘 고생만 하면서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는다. 그런 나의 아내를 위해 오늘은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모처럼 가볍다.
그런데... 저것은...! 집앞에 마필 두마리가 매여져 있다. 그리고 안장에 새겨진 제국의 문양... 세리들이 또 쳐들어 온 모양이다. 집에는 아내 혼자 있을 터, 나는 급히 뛰어 들어갔다.
덜컥! 방문을 확 열어제낀 순간 비친 눈앞의 충격적인 광경에 내 몸에선 극도의 분노가 밀려왔다. 동공이 커지고 맥박이 요동치며 양주먹엔 굵은 핏줄이 선다. 휸포한 세리 두놈에게 붙들려 알몸이 된 채 울부 짖는 가여운 나의 아내 아나스타샤...!!
"크아아아!!!"
나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 내 머릿속엔 오로지 저 육실할 놈들을 죽여 없애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 1분쯤 지났을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조금 정신을 가다듬은 나는 두 놈이 쓰러져 있음을 발견했다. 피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놈들은 이미 모두 숨이 끊어졌다. 불쌍한 나의 아내는 고개를 떨구고 계속해서 흐느끼고 있다. 나는 아내에게 다가가 말없이 품에 꼭 끌어안았다. 아내는 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더니 크게 소리내어 울고 만다. 나의 눈에서도 뜨거운 것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더이상 이곳에서 살 수는 없어. 빨리 여길 떠나지 않으면 안되오..."
우리는 그날밤 집에 불을 지르고 혼란을 틈타 마을을 떠났다. 다행히 죽은 세리의 주머니는 꽤 두둑해서 마필을 구해 꽤 먼곳의 마을까지 이를 수 있었다. 또 거처를 수소문하던 중 다행스럽게도 한 작은 예배당에 기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날 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나 결심한 게 있소. 이대로 미쳐가는 세상, 썩어빠진 관료들을 절대 그냥 내버려 두고 있을 수 없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힘을 길러야 하지... 난 이제부터 세계를 돌며 흉폭한 관료들을 쓰러뜨릴 방법을 찾을 것이오. 어렵겠지만, 반드시 놈들을 심판하고 말 것이오...!"
아내는 나에게 꼭 안기며 이야기했다.
"우리 장사님... 꼭 돌아오세요. 당신 없이 제게 행복이란 없어요. 당신이 오시지 않으면 이 곳에서 영영 망부석이 될 거에요. 아, 하늘이시여. 부디 이이에게 축복을..."
"안녕히, 내 사랑..."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입맞춤을 하고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난 손을 흔드는 아내의 슬픈 눈을 뒤로 한 채 어둠속으로 힘차게 말을 내달렸다.
"우오오...! 하늘아, 대답하라! 이런 가혹한 세상이 너의 뜻이냐! 설령 그게 네 뜻이라 할지라도 나의 뜻이 결코 용납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