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1 18:14

[단편] 로스트 시티

조회 수 365 추천 수 1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항상 말하는 거지만 너는 정말 재수 드럽게 없는 거 아니?"

 

  현수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며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녀의 찡그린 인상이 기철이를 매섭게 쏘아 붙였는데, 기철이는 별다른 생각도 없는 건지 멀뚱이 눈만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였다.

 

  "네 그 태도가 정말!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언제나 나를 무시하는 듯한 그런 태도. 짜증나! 아주 이골이 났다고!"

  "내가 뭘....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단지 여기에 그대로 있었잖아. 네 말대로."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자 현수는 더욱 화를 냈다. 그녀의 목소리가 천장을 뚫을 정도로 커지자, 기철이의 무념무상의 표정도 결국 변하기 시작했다.

 

  기철이는 한쪽 눈을 찡그렸다. 속마음으로는 양손으로 귀를 강하게 틀어 막고 싶었지만, 그런 마음이 굴뚝같이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만약에 그가 현수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면 당장에 싸다귀를 맞으면서 골로 갈 확률이 100%였으니 말이다. 예전에 경험했던 일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대략 열 번 정도? 다른 사람 같았으면 단 한 방에 체득하고 더 이상 하지 않을 법인데, 기철이는 워낙에 미련이 철철 흘러 넘쳐서 그 짓을 9번이나 더 하고나서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알았어? 너하고 이제 끝이야!"

  "......."

 

  저 말을 들은 것도 몇 번째 였더라?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한 백 번쯤에서 세기를 그만 두었으니 말이다. 현수는 기철이가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끝이라고 말하고 토라진 얼굴로 사라지기 일쑤였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아마 삼일 전에도 그랬던 것 같았다. 연례 행사도 아니고, 월례 행사도 아니라 매주 일어나는 아주 보편적인 현상 중의 하나였다.

  다만 요새는 그 회수가 더욱 늘어난 것도 같고, 아주 자주 일어나는 것도 같았다. 한 여름의 폭염이 매일 같이 이어지는 것과 같다고 할까나? 아니면 장마가 며칠 내내 지속되는 것과 같을까?

 

  "하아....."

 

  현수가 사라지자 기철이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면서 머리가 지끈지끈 쑤시고 아프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정말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아!"

 

  기철이는 그제야 중대사한 일을 까마귀 고기와 함께 잊어 먹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공이 고양이 눈처럼 예리해지면서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분비되었다. 미네랄 50에 한 마리 더 주는 1+1의 웅대하고 좋은 제품인 저글링처럼, 아니 하이브 업그레이드를 다 하고 공3업에 발업 거기다가 아드레날린 업그레이드까지 마친 뒤, 미친듯이 달려가서 넥서스를 때려 부수는 저글링처럼,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 보았다. 이번에는 또 어디에 숨은 거지? 어딘 가에서 자신을 욕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 잃어버린 도시에서 현수를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과 동급이었으며, 모래 사장에서 황금 모래 알 하나 찾는 것과 맞먹고, 서울 가서 김씨 찾는 미친 짓이었다.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당장이라도 무거운 머리통이 지면을 뚫고 들어가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갈 기세였다.

 

  "어디간 거야 또!"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는 거대한 함성과 함께 회색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폐허가 된 도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빌딩들. 한 때 세계를 호령하던 마천루들이 이제는 볼품 없는 폐품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하늘은 각종 연기로 회색으로 물든지 오래였다. 주변에는 사람들의 시체, 아니 유골들이 너브러져 있었고, 살아 있는 것은 기철이와 현수 둘 뿐이었다.

  그들은 이 넓은 도시에서 빠져나가지도 못한 채, 아니 빠져나가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겠지만, 계속 머물고 있었다. 단 둘이서, 폐허가 된 옛 수도에서 그들은 살고 있었다.

 

 

 

 

 

 

 

 

=========================

 

내용도 거지

유익점도 없는 쓰레기.

로스트 시티는 그냥 생각난 대로 정한 제목.

 

어... 오랜만에 잡설 비슷한 소설을 투척하니 기분은 좋군요. 절로 미소가~!

 

12분 정도에 완성!!

 

 

 

뭐라고 할까나.... 역시 늘 그렇듯 손 가는 대로, 키보드를 두들기는 대로 글을 썼습니다.

흠.....

뭐... 명민한 여자와 바보 같은 남자가 같이 살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라고 할까나..... 헤어지고 싶어도 남자가 걔 하나니 못 헤어지겠지....... 라는 말 같지도 않은 설정의 완성... ㅡㅡ;;

Who's 乾天HaNeuL

노력하라. 그러면 꿈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마라.
성취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다.

?
  • profile
    클레어^^ 2012.05.02 07:17
    남자가 하나 밖에 없으면 차라리 솔로로 늙어 죽는 것을 택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
    乾天HaNeuL 2012.05.02 20:31

    그러긴 힘듭니다. 일단 사람의 본능에는 종족번식이 들어 있습니다.(창조론이든 진화론이든 상관없이 이것은 생명 본연의 본능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에 딱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만 남게 된다면, 아무리 둘이 싫어하는 사이라도 애를 가지고 된다는...... ㅡ.ㅡ; 괜히 전쟁 뒤에 베이베부머가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ㄲㄲㄲ

    뭐.. 정신세계관이 다르다면야 이야기가 또 달라지겠지만서도요.

  • profile
    윤주[尹主] 2012.05.02 08:27

    현수란 이름이 왜 그리도 남자같던지요;

    처음에 두 사람에게만 포커스가 되 있을 땐 평범한 얘긴줄 알았는데, 주위 배경으로 시야가 넓어지니 반전이 있네요. 좋아하는 기법입니다 ㅎ 뒷얘기가 있으면 더 즐거울 텐데 말예요^^

    저도 자주 글에 싸우는 장면을 쓰니까 생각난 게 있네요. 하늘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화가 나면 대부분 사람들이 말이 빨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글로 표현하기가 난감하니까 가급적 짧은 단어를 쓰려는 편입니다.
    예컨대 첫 문장이 '항상 말하는데, 너 정말 재수 드럽게 없는 거 아니?'라면 화난 분위기가 좀 더 살까요? '말하는 거지만' ->'말하는데'로 축약하고, '너는' ->'너'로 짧게 줄이는 거 말예요. 하늘 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항상 그렇지만 말투가 가장 어렵습니다. 매번 저렇게 쓰면서도 읽는 분들이 의도대로 받아들이시는지 어떤지 통 알 수가 없다니까요;;

  • ?
    乾天HaNeuL 2012.05.02 20:30

    뭐 저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대화 뒤에 묘사를 통해서 이 사람이 화가 났는지를 더 표현해 줘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은 말이 아주 빨라지잖아요. 그러면 그걸 "기관총이 연사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라거나 "초음속 제트기가 날아가는 속도" 등으로 묘사해주면서 표현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만 모든 사람이 다 말이 빨라지는 건 아니죠.

    저는 말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요새는 그러지도 않습니다. 최근에 딱히 화를 낸 경험이 그다지 없군요.(저 성격을 많이 죽였습니다. 제 성격은 원래 좀 많이 더러운 편인데....)



    유형별로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말이 빨라지죠. 어떤 사람은 논리가 결여된 해괴망칙한 이야기만 할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이는 접속사가 모조리 빠져서 왠지 숨이 차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군요.


    그밖에도 화가 나서 말이 아예 안 나와 침묵 상태에 빠지는 부류, 말은 나오기는 하지만 더듬거리게 되는 부류, 소리만 지르는 부류.... 많습니다. 굳이 말이 많아지는 것만 해당되지 않고요. 거기에 더해서 단어 선택이 짧아지기만 하는 것도 아니죠.


    그냥 캐릭터 성향에 따라 조절을 하시면 되겠지요. 화내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니, 한 가지만 가지고 나가다가는 클론으로 가득 찬 소설이 되고 말 겁니다. ㅡ.ㅡ(너나 잘해라! 소리를 들어야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3760 시인의 운명 1 다시 2012.05.02 542 0
» [단편] 로스트 시티 4 乾天HaNeuL 2012.05.01 365 1
3758 이그드라실! 7화 4 윤주[尹主] 2012.05.01 455 0
3757 노래방 [개조곡] 미달자 옥수수 file kadin 2012.04.30 828 0
3756 이그드라실! 6화 8 윤주[尹主] 2012.04.30 462 1
3755 블리자드 데스티샷 장군과 군인별의 멸망 2 욀슨 2012.04.30 346 1
3754 반시[半詩] (수정) 3 Adriftor 2012.04.30 547 0
3753 이그드라실! 5화 4 윤주[尹主] 2012.04.29 529 0
3752 이그드라실! 4화 5 윤주[尹主] 2012.04.28 506 2
3751 나의 꿈 1 다시 2012.04.28 383 2
3750 [이번 화에서는 약간 좀 폭력스러운 부분이...]그래도 별은 빛난다 - 7. 충격적인 비밀(1) 클레어^^ 2012.04.28 300 1
3749 이그드라실! 3화 5 윤주[尹主] 2012.04.28 543 1
3748 [사소한 것들은 빼고...]그래도 별은 빛난다 - 6. 악연(惡緣) 클레어^^ 2012.04.21 314 0
3747 노래방 [개조곡]미달자 옥수수 데모 1 file kadin 2012.04.21 663 1
3746 프리휴먼 후기작2 2 dbeld 2012.04.21 388 0
3745 이그드라실! 2화 8 윤주[尹主] 2012.04.15 495 1
3744 이야기꾼 (5) 1 드로덴 2012.04.14 348 0
3743 [새 인물 등장입니다.]그래도 별은 빛난다 - 5. 우연한 만남 클레어^^ 2012.04.14 356 0
3742 이그드라실! 1화 10 윤주[尹主] 2012.04.14 575 1
3741 『각자의 시각에서 보는 감각 로맨스』횡단보도 25화! 1 ♀미니♂ban 2012.04.14 469 0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