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말하는 거지만 너는 정말 재수 드럽게 없는 거 아니?"
현수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며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녀의 찡그린 인상이 기철이를 매섭게 쏘아 붙였는데, 기철이는 별다른 생각도 없는 건지 멀뚱이 눈만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였다.
"네 그 태도가 정말!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언제나 나를 무시하는 듯한 그런 태도. 짜증나! 아주 이골이 났다고!"
"내가 뭘....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단지 여기에 그대로 있었잖아. 네 말대로."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자 현수는 더욱 화를 냈다. 그녀의 목소리가 천장을 뚫을 정도로 커지자, 기철이의 무념무상의 표정도 결국 변하기 시작했다.
기철이는 한쪽 눈을 찡그렸다. 속마음으로는 양손으로 귀를 강하게 틀어 막고 싶었지만, 그런 마음이 굴뚝같이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만약에 그가 현수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면 당장에 싸다귀를 맞으면서 골로 갈 확률이 100%였으니 말이다. 예전에 경험했던 일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대략 열 번 정도? 다른 사람 같았으면 단 한 방에 체득하고 더 이상 하지 않을 법인데, 기철이는 워낙에 미련이 철철 흘러 넘쳐서 그 짓을 9번이나 더 하고나서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알았어? 너하고 이제 끝이야!"
"......."
저 말을 들은 것도 몇 번째 였더라?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한 백 번쯤에서 세기를 그만 두었으니 말이다. 현수는 기철이가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끝이라고 말하고 토라진 얼굴로 사라지기 일쑤였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아마 삼일 전에도 그랬던 것 같았다. 연례 행사도 아니고, 월례 행사도 아니라 매주 일어나는 아주 보편적인 현상 중의 하나였다.
다만 요새는 그 회수가 더욱 늘어난 것도 같고, 아주 자주 일어나는 것도 같았다. 한 여름의 폭염이 매일 같이 이어지는 것과 같다고 할까나? 아니면 장마가 며칠 내내 지속되는 것과 같을까?
"하아....."
현수가 사라지자 기철이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면서 머리가 지끈지끈 쑤시고 아프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정말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아!"
기철이는 그제야 중대사한 일을 까마귀 고기와 함께 잊어 먹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공이 고양이 눈처럼 예리해지면서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분비되었다. 미네랄 50에 한 마리 더 주는 1+1의 웅대하고 좋은 제품인 저글링처럼, 아니 하이브 업그레이드를 다 하고 공3업에 발업 거기다가 아드레날린 업그레이드까지 마친 뒤, 미친듯이 달려가서 넥서스를 때려 부수는 저글링처럼,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 보았다. 이번에는 또 어디에 숨은 거지? 어딘 가에서 자신을 욕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 잃어버린 도시에서 현수를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과 동급이었으며, 모래 사장에서 황금 모래 알 하나 찾는 것과 맞먹고, 서울 가서 김씨 찾는 미친 짓이었다.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당장이라도 무거운 머리통이 지면을 뚫고 들어가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갈 기세였다.
"어디간 거야 또!"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는 거대한 함성과 함께 회색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폐허가 된 도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빌딩들. 한 때 세계를 호령하던 마천루들이 이제는 볼품 없는 폐품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하늘은 각종 연기로 회색으로 물든지 오래였다. 주변에는 사람들의 시체, 아니 유골들이 너브러져 있었고, 살아 있는 것은 기철이와 현수 둘 뿐이었다.
그들은 이 넓은 도시에서 빠져나가지도 못한 채, 아니 빠져나가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겠지만, 계속 머물고 있었다. 단 둘이서, 폐허가 된 옛 수도에서 그들은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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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도 거지
유익점도 없는 쓰레기.
로스트 시티는 그냥 생각난 대로 정한 제목.
어... 오랜만에 잡설 비슷한 소설을 투척하니 기분은 좋군요. 절로 미소가~!
12분 정도에 완성!!
뭐라고 할까나.... 역시 늘 그렇듯 손 가는 대로, 키보드를 두들기는 대로 글을 썼습니다.
흠.....
뭐... 명민한 여자와 바보 같은 남자가 같이 살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라고 할까나..... 헤어지고 싶어도 남자가 걔 하나니 못 헤어지겠지....... 라는 말 같지도 않은 설정의 완성...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