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서로 물들이며 점점 하얘지는데
황혼의 다홍빛은 누구와 물들어
하얗지 못하고 그리 서글플까
누구와도 물들지 못해서
새카맣게 바랜 밤이 못내 싫어서
해 진 뒤 하늘을 아쉽게 물들인 걸까
그래서 밤 하늘에 묻은 별가루는
황혼이 뿌린 눈물가루인 걸까.
교회의 첨탑에 걸린 황혼은
아직 모르는 걸까
물감을 제각각 쥐어짜면
그래서 캔버스에 뿌리고 섞으면
아무도 놓치지 않고 끌어안는 바람에
까맣게 되어버린다는 것을.
구름 뒤에서 우울하게 빛나는 황혼은
아직 모르는게 아닐까
그래서 밤에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사랑을 나누어야 할 시간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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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가을 어느날
언덕 중턱
의자에 앉아
황혼을 바라보며.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