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에 걸린 초목의 싱그러움이 흐릿하게 빛을 잃어간다. 지난날 세상을 상록빛으로 장식한 우리의 여름을 회고하며 산천초목이 옷을 갈아 입을 준비를 한다. 계절이 회귀하며 산 능선을 굽이굽이 돌아 실개천을 따라 강이 되어 흐르고 강은 바다의 품에 뛰어들어 생명이 되었다. 찜통에 든 만두처럼 보슬보슬 익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문득 까마득하게 잊었던 옛사랑의 향기마냥 조심스러운 얼굴을 붉히며 가을이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