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은 텅빈 공터가 된 지 이미 오래 전
그 곳에 자화상을 그려본다
나태하고 게으르고 막되먹고 심술스런 우울한 바보같은 하지만 평생 끼고 살아야 할 몸뚱이
자화상은 내 자화상이다
누구도 아닌 내 모습 그린 그림 아닌 그림 자화상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있는가
자신 아닌 타인에 의해 꾸려나가고 있다
자화상의 기준은 이미 전설이 되버린 자아의 끄트머리에도 닿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타아는 비교 대상일 뿐 미처 더불어 갈 존재는 되지 못했다
고작 그것이 한계라
동심
모든 이가 잠든 새벽
홀로 깨어있다
그 이질감을 느껴볼 새도 없이 다시끔 육체와 정신을 타락에 팔아넘긴다
-난 미친 놈 같다 그것도 가장 불쌍하다는 미치다 만 놈-
치부란 치부는 고스란히 간직하고
유년시절의 무언가는 기억 언저리에도 남아있지 않아
차라리 돌아갈 수 없기로 친다면
내 유년시절은 덧없던 그날의 군시절에 비유된다
온갖 욕지기와 불평불만으로 얼룩진 그 날들은 많은 점이 다르지만 또한 많은 점이 같다
영원히 간직할거라 의심치 않았던
하지만 결국엔 서서히 잊혀져가는 시간들 혹은 순간들
그럼에도 아직은 사라지지 않은 그 날의 단편적인 추억 아니면 환상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슴 설레이는
나무 벤치에 앉아 광야를 꿰뚫고 치달려 올 구원자를 기다리던 그 마음은
훈련 막바지에 새벽산 노숙의 찬 기운을 미친 정신으로 흘려버리고 잠들기 전 올려다 본
소나무에 걸려 찢어져버린 가슴시린 둥근 달은
어머니의 손길이라 의심할 여지없는 봄날의 햇살을 비집고 들어온 너희들의 포근함은
다시 자화상
무어라고 혼자서 지껄여대고
결국엔 평가받길 원하고
답없는 외로움에 사무치는 가슴은 아무도 알아줄 리 없는 항해를 계속 한다
개연성 없다
의미 목적도 없다
자기 만족이란 이해가 불가한 단어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이란 존재는 결국 고장난 장난감보다 못한 것이라
언제 허물어져도 이상할 것 없다
잠들지 못한 미친 새벽
텅 빈 속을 게걸스럽게 걸러내고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은 그저 손 쓸 방도조차 없다
육체에 대한 미안함과 정신에 대한 안쓰러움
두 개념이 일치되지 않고 나뉘어져 가중되는 혼란속에 잠식되는 자아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