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편지를 내려놓고 나는 문득 턱을 괴어 앉은 채
한동안 당신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치 먹다만 사과 같았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주고받는 말들에는 얼룩덜룩 갈빛으로 얼룩이 지고
버석버석 건조해진 눈길과 마침내는 쉰 단내를 풍기며
한입 두입 어설프게 베어 먹은 흔적밖에는 남지 않겠지요
속을 알기 전에는 바알간 모습이 그저 참 이뻐보였다고
나는 다시 한참을 앉아 있습니다
어떤 절단의 언어들이 손끝에서 흘러나올지 알 수 없지요, 그러나 결국에는
저 사과, 처럼 우리의 그 모든 것들도 갈변하고 혹은 곰팡이가 피어서
아프도록 썩어 문드러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요
어쩌면 우리는 알알이 존재할 때 더 아름다운 것일까요